항목 ID | GC04205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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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民謠 |
영어의미역 | Folk Song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부산광역시 |
집필자 | 박경수 |
[정의]
부산 지역에서 민중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전해 내려오는 노래.
[개설]
민요란 말 그대로 민중의 노래란 뜻이다. 따라서 민요는 상류 계층이나 지식인 계층에서 의식적으로 창작한 시가 문학이 아니라, 민중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또한 향유되어 온 시가 문학이다. 또한 민요는 비전문적인 대중성을 가진 노래이다. 민중의 노래로 구비 전승되는 무가, 불가, 판소리 등도 있지만, 이들 노래는 모두 특수 집단에 속한 이들 중 전문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 의해 불리는 것으로 일반 민중들이 불렀던 민요와 다르다.
민요에는 특정한 작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민요를 처음 지어 부른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안다고 해도 중요하지 않다. 민요가 민요로서의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민중들 사이에 공감을 얻고 널리 불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요는 생활상의 일정한 기능을 갖는 것이 예사이다. 민요는 노동을 하고, 의식을 거행하고, 놀이를 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형성된 노래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민요 중에서 노동을 할 때 부르는 노동요는 일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일의 동작에 맞추어 소리를 일정하게 내었던 것에서부터 형성된 노래이다.
민요는 민중의 노래인 만큼 민중의 생활 감정과 생각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말하자면 민요는 민중들의 갖가지 생활 모습과 더불어 삶의 즐거움과 보람, 그리고 삶의 모순에 대한 애환과 비판을 꾸밈없이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민요는 과거의 노래로만 의미를 갖는 정체된 문화유산이 아니다. 민요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하기도 하면서 기록 문학의 형성에 중요한 바탕으로 작용했다. 이런 점에서 민요는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하면서 민족 시가로서의 줄기찬 생명력을 발휘했다고 말할 수 있다.
민요는 문학이면서 또한 음악이다. 같은 제목의 노래라도 서로 다른 지역에서 불리는 민요의 가락이 다른 것은 음악적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에서 채록된 민요는 주로 메나리토리로 전승되고 있어서 다른 지역의 민요와 음악적으로 서로 구별된다. 부산 민요는 민중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생각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민중들의 삶의 다양한 형태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부산 지역에서 조사된 민요는 상당히 다양하면서도 그 지역적 성격에 따라 특성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부산 민요의 다양하면서도 특성 있는 모습은 노동요, 의식요, 동요, 유희요, 부요(婦謠) 등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노동요]
부산의 민요는 노동요가 주종을 이룬다. 부산 지역이 산과 들, 그리고 바다를 두루 갖춘 지형적 특성을 지닌 만큼 다양한 노동요가 조사되었다. 특히 「모찌기 소리」, 「모심기 소리」, 「논매기 소리」 등 농업 노동요가 상당한 정도로 조사되었는데, 부산의 전통적인 생활 문화가 논농사를 중심으로 가꾸어져 왔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대표적인 농업 노동요로는 「거미야 거미야 왕거미야」, 「논매기 소리」[금성동], 「논매기 소리」[오리], 「논매기 소리」[장전리], 「낭창낭창 벼랑 끝에」, 「담성담성 닷 마지기」, 「수안동 밭매기 소리」, 「들어내자 들어내자」, 「머리 좋고 실한 처녀」, 「모야모야 노랑모야」 등이 있다. 또한 「고추 딸 때 부르는 노래」는 다른 지역에서는 조사된 바가 없는 노래로 주목된다.
한편, 부산과 그 인근의 해안 지역에서 전승되는 「멸치 후리 소리」가 수영, 다대포, 월내 등지에서 폭넓게 조사되었다는 점에서 멸치잡이를 중심으로 한 부산의 어업 생활의 특징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어업 노동요로는 「배 끌어올리는 소리」[죽성리], 「일광 칠암의 멸치 터는 소리」, 「월내 후리 소리」, 「다대포 후리 소리」 등이 있다. 이밖에 나무를 할 때 불렀던 「어사용」과 함께 집터를 다질 때나 못 둑을 칠 때 불렀던 「구덕 망께 소리」 등이 전승되고 있다.
[의식요]
부산의 대표적인 의식요는 역시 「지신밟기 노래」라 할 수 있다. 「동래 지신밟기」는 이미 잘 알려진 노래이지만, 근래에 금정구 두구동 중리 마을과 임석 마을, 해운대구 송정동 송정 마을, 강서구 범방동, 기장군 일광면 용천리 그리고 구포 등의 지신밟기 노래 역시 주목을 받고 있으며,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보존·공연되고 있다. 주요 지신밟기 노래로는 「구포 대리 지신풀이」, 「두구동 임석 지신밟기」, 「두구동 중리 지신밟기」, 「송정 지신풀이」, 「범방동 가리새 지신풀이」, 「일광면 용천 지신풀이」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지역에서 전승되는 지신밟기 노래는 각 지역의 지역적 색채가 강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전통적인 장례 풍속에서 불리는 「상여소리」가 강서구와 기장군, 연제구 등지에서 전승되고 있다. 「상여 소리」[연산동], 「상여 소리」[동선동], 「상여 소리」[일광], 「상여 소리」[예림리]가 그것이다.
[쾌지나 칭칭나네]
경상도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쾌지나 칭칭나네」가 부산 지역에서도 널리 불리고 있음을 채록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특히 「쾌지나 칭칭나네」가 「수영 농청 놀이」, 「좌수영 어방놀이」에서도 놀이의 마지막에 대동 화합의 흥겨운 장에서 불리고 있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하겠다.
[동요]
부산 지역에서는 아이들의 일상 놀이에서 불리는 다양한 동요가 다수 채록되었다. 전통적인 놀이가 사라져 가는 요즈음 이들 동요를 통해 과거 아이들의 놀이 풍속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대표적인 동요로는 「곰보 놀리기 소리」, 「귀 물 빼기 소리」, 「길가기 소리 」, 「빡빡머리 놀리기 소리」, 「이 빠진 아이 놀리기 소리」, 「여우 놀이 소리」 등이 있다.
[유희요]
부산 지역에서는 「밀양 아리랑」, 「진주 난봉가」, 「창부 타령」 등 유흥적 민요도 다양하게 채록되었다. 이를 통해 과거 부산에 존재했던 동래권번 등을 중심으로 전승되었던 창민요(唱民謠)[전문적인 소리꾼들을 중심으로 가창되던 민요]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당히 보편화되어 일반 민중들 사이에서도 널리 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요]
부산 지역에서는 「시집살이 노래」의 중요한 유형인 「꼬댁각시 노래」, 「진주 남강요」, 「모부음요」 등이 두루 조사되었다. 이를 통해 부산 지역 역시 예외 없이 부녀자들의 고된 시집살이가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부녀자들의 신세를 한탄하는 「쌍가락지 노래」, 남녀의 연정을 노래한 「주머니 노래」, 「댕기 노래」, 「상사 노래」 등이 다수 채록된 것을 보면 부산 지역 여성들의 정한을 짐작할 수 있다.
[해학 민요]
부산 지역에서 해학이 풍부한 노래가 다수 채록되었다. 그중에서도 「구멍 타령」, 「구멍 노래」 등은 성행위나 성기를 바로 연상시키는 노래로 주목된다. 해학적인 민요는 여성 사이에서 은밀하게 전승된 만큼 여성의 성적 억압 심리를 해소하는 기능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구포 장타령]
부산의 지역성이 잘 드러나는 노래로 「구포 장타령」과 「부산 장타령」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구포 장타령」은 「장타령」과 「각설이 타령」이 복합되어 있는 형태를 보이면서, 특히 연행적인 구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한 민요 자료라고 말할 수 있다.
[근대 민요]
풍자성이 강한 노래로 「신작로 노래」도 부산 지역에서 불리고 있었다. 기존 아리랑의 사설이 편입되어 불러지기도 했던 「신작로 노래」는 다시 시대적 상황에 대응하는 사설로 변화되어, 근대화로 말미암아 자연의 생태가 파괴되고 인간의 소외 현상이 심화되는 현상을 노래하고 있다. 민요가 시대정신을 담으면서 끊임없이 변모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하는 민요이다. 이러한 새롭게 생겨난 근대 민요로는 「해방가」, 「연락선 노래」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의의]
부산 지역 민요는 부산이 도시화, 산업화되기 이전 부산의 전통적 생활 모습과 의식을 보여 주는 귀중한 향토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부산 지역 민요의 계승과 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시급히 요청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