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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 시집」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217202
한자 東萊詩集
영어의미역 Poetry Collection of Dongnae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부산광역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희원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현대 소설
작가 윤후명(尹厚明)[1946. 1. 17~]
저자 생년 시기/일시 1946년 1월 17일연표보기 - 윤후명 출생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82년연표보기 - 『세계의 문학』 여름 호에 발표
편찬|간행 시기/일시 1983년연표보기 - 『’83 문제 작품 20선집』[한진출판사]에 수록
배경 지역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
배경 지역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부전동
배경 지역 부산광역시 동래구

[정의]

부산에서의 4·19 데모대를 주요 주제로 하여 윤후명이 1982년에 창작한 현대 소설.

[개설]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윤후명(尹厚明)[1946. 1. 17~]은 1967년 『경향 신문』 신춘문예에 시 「빙하의 새」가 당선되면서 시인으로 활동하였다. 이후 1979년 『한국 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산역」이 당선되면서 소설 창작에 힘쓰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돈황의 사랑』, 『부활하는 새』, 『모든 별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 『원숭이는 없다』, 『협궤 열차』,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가장 멀리 있는 나』, 『새의 말을 듣다』 등의 소설집을 냈다.

「동래 시집」은 1982년에 『세계의 문학』 여름 호에 발표되었으며, 1983년에 한진출판사에서 출간한 『83 문제 작품 20선집』에 수록되어 있다. 학생 시절 4·19 혁명 때 데모대와 함께 서면에서 동래까지 걷게 된 ‘나’가 철저한 개인을 인식하게 된 경험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윤후명은 대체로 원형적이고 고전적인 소설을 여로형이나 입사 소설적 방식으로 형상화하고, 자아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 1인칭 소설을 많이 선보이는데, 「동래 시집」에도 그러한 특징들이 잘 드러나고 있다.

[구성]

「동래 시집」 구성의 특성은 평범한 소시민인 주인공 ‘나’가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서사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나’가 회상하는 과거는 중학생 시절 4·19 데모대에 참가하였던 일이다. 그 경험은 개인적 자각 없이 군중에 떠밀려 집단에 몰려다니던 ‘나’가 어느 사이엔가 혼자만 덩그러니 남게 되는 당혹스러운 경험이다. 이 일로 ‘나’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인지하게 되는데, 이 일련의 과정이 과거 회상의 방식으로 형상화되기에 화자와 독자 간, 그리고 어린 화자와 성인이 된 화자 간에 객관적 거리가 확보되어 ‘나’의 현재가 깊이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러한 회상이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 시점은 당연하게도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용하고 있다. 중학생이었던 ‘나’가 막연하게 따라나선 데모대에서 보았던 폭력 사태에 대한 공포심과, 목적지 없이 흩어져 버린 데모대를 보고 느낀 허망함 등은 흔히 형상화된 적 없는 독특한 개인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가진 자가 어른이 되었을 때 살아가고 있는 삶의 양상이 핍진하게 드러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실상 이런 독특한 경험의 인물을 형상화할 수 있었던 힘은 ‘나’와 작가 윤후명이 많은 부분 겹쳐지는 것과 연결될 수 있다. ‘나’가 원고료를 받아 살아가는 시인이며, 『명궁』이라는 시집을 낸 것은 윤후명과 일치한다. 그리고 ‘나’가 서면과 동래에 걸쳐 4·19 데모대를 경험한 시기에 윤후명도 실제로 중학교 2학년생으로 부산에 있었다. 이러한 일치점은 「동래 시집」이 다분히 사소설적 요소를 가지고 윤후명 자신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내용]

시인인 ‘나’는 오늘도 친구들과 만나 술을 한 잔한다. 그런데 오늘따라 술맛이 없고 취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아침에 출판사에 갔다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과거에 내가 4·19 혁명에 대해 썼던 시가 학교 신문에 났다는 소식을 들었던 때문인 듯하다. 술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와 신문에 난 내 시를 확인하니, 그것은 가소롭고 역겹기까지 하다.

‘나’는 중학생 때 부산 서면에서 4·19 데모대의 대열에 합류하였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우국적 의지에 의한 행동이라기보다는 우연이었다. 서면 근처에서 데모대를 구경하려고 어슬렁거리며 나간 ‘나’는 우연히도 4·19 혁명 행렬과 경찰의 대치 상황, 그리고 경찰의 총에 맞아 피 흘리던 시민 등 중학생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당황스럽고 공포스러운 장면을 목격하였고, 그 정신적 혼란 상황 속에서 데모대의 대열에 휩쓸려 구호를 따라 외치며 무작정 걸어 동래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그런 혼돈 속에서 ‘나’는 시위 행렬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감지하지 못하였고, 동래에 이르러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람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행진하고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던 ‘나’는 자신이 군중의 꼭두각시로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에 곤혹스럽다. 그때 ‘나’는 동래의 한 연못에서 사람들이 연뿌리를 캐는 모습을 보고, ‘나’는 ‘철저한 개인’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자각한다. 그것은 이제 나 스스로가 온몸으로 피를 흘리며 투쟁하는 시인으로 살겠다는 정신의 성숙을 맞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특징]

「동래 시집」의 특징은 무엇보다 거대 담론들이 활개를 치던 1970~1980년대 문단에서 ‘철저한 개인’을 그리고자 하였던 윤후명의 독특한 문학적 주제 의식이 구체적인 역사 현장을 이해하는 부분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윤후명은 주인공 ‘나’가 현재에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떠올리는 장면을 형상화할 때, 현재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감정이나 생각을 추동하는 과거의 경험이나 생각을 상세하고 치밀하게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다.

‘나’가 제주도를 떠올리는 방식을 보면, 과거에 제주도에서 콘택트렌즈가 눈 뒤로 넘어간 친구의 경험을 떠올리게 되고, 그 이야기가 ‘나’의 제주도에 대한 생각을 추동하는 힘이 된다. 마찬가지로 ‘나’는 시장에서 연뿌리를 보다가 과거에 동래에서 보았던 연뿌리를 떠올리는데, 이것은 연뿌리가 담고 있는 그만의 의미인 것이다.

작가는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그 어떤 거대 서사나 이데올로기도 결국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생각이 만들어 내는 각자의 개별적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외부적 상황을 받아들일 때 자신만의 고유한 통로를 거쳐서 진행됨을 말하려는 작가 의식이 만들어 낸 서술적 특징이다. 이런 방식으로 윤후명은 거대 담론을 해체하고 미시 담론으로 이데올로기나 가치의 근본 의미를 탐색한다. 이는 윤후명이 가진 중요한 주제 의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윤후명의 ‘개인’은 정체성 탐색에 심취하고 인간의 본질에 천착한 작가 의지의 현현이다. 이러한 개인의 의미, 그리고 그것이 필연적으로 끌어들이는 ‘자유’의 문제 등은 4·19 혁명 정신의 중요한 미덕이다. 그런 점에서 어린 ‘나’가 데모대에서 어떤 허무함, 황폐함을 느꼈던 것이 아무 생각 없이 데모대를 따르다 흩어져 버린 사람들보다 의미 있게 4·19 혁명을 함께하였던 일이 된다.

[의의와 평가]

「동래 시집」은 4·19 혁명의 경험을 거대 담론의 이데올로기로 환원하지 않고 한 개인의 실존적 경험 속에 둠으로써, 4·19 혁명 정신을 오히려 강조한 수작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큰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이 서면에서 동래에 이르는 먼 거리를 걸어갔다가 걸어오는 과정이 자기 정체성을 모르다가 자각하게 되는 중요한 변화의 지점으로 형상화되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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