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196 |
---|---|
한자 | 秋月色 |
영어음역 | Chuwolsaek |
영어의미역 | The Color of the Autumn Moo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근대/일제 강점기 |
집필자 | 이희원 |
[정의]
개화기 부산 지역을 배경으로 최찬식이 1912년에 창작한 신소설.
[개설]
최찬식(崔瓚植)[1881. 8. 16~1951. 1. 10]은 대표적인 신소설 작가이다. 친일적 집안 분위기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았으며, 『신문계』와 『반도 시론』에서 활동하며 친일 성향의 글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소설 창작은 1910년(순종 4)부터 시작하였으며, 「안의 성」, 「금강문」, 「도화원」, 「능라도」, 「춘몽」 등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추월색」은 1912년 3월에 회동서관에서 『추월색』으로 간행되었다. 최찬식의 대표작으로서 신소설 가운데 가장 널리 읽힌 작품 중 하나이다. 국권 상실 직후에 발표되었고, 개화기 소설이 통속적으로 변질되던 지점에 놓여 있다. 최찬식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청춘 남녀의 애정 문제를 주제로 다루었고, 많은 인기를 구가하여 연극으로 상연되기도 하였다.
[구성]
「추월색」의 구성을 살펴보면, 공간적 배경이 평안도와 서울, 부산, 일본, 영국, 그리고 만주까지 아주 넓다는 특징을 보인다. 당대의 신식 교육을 받은 인물들이 이 넓은 세상을 오가면서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는데, 기본적인 서사의 뼈대는 주인공 ‘정임’과 ‘영창’의 혼사 장애 모티브와, ‘정임’이 겪는 여성 수난사라는 멜로드라마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구성의 요소들을 보면 대중의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흔히 볼 수 없는 신식 교육을 받은 인물들이 나오고, 그들이 외국 사람과 교류하며 유학 생활을 하는 것이나 그들이 마주하는 외국 문물들, 근대적 풍속 등이 끊임없이 나열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 나열은 우연성을 바탕으로 한 남녀의 애정 문제와 연결되면서 사건이 극적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그 고난 끝이 해피엔딩이라는 점은 대중적 흥미에 강하게 부합된다.
「추월색」에 등장하고 있는 부산의 모습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정임이 집을 나와 일본으로 가는 사이에 부산을 경유하게 되는데, 거기에서 정임은 한 색주가 주인에게 유인, 납치되어 감금을 당하게 된다. 이는 당시 부산역이 초량에서 부두 근처 부산역으로 옮겨지면서 한일 간 정기 연락선이 취항한 이후라는 사실과 연결된다.
연락선 취항 이후 부산에서는 외국인들과의 교류가 급속도로 많이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유흥 시설의 수요도 급격히 많아졌을 것이다. 정임이 겪게 되는 수모는 그 과정에서 타 지방의 여자들이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작품에 형상화된 부산의 모습은 급속도로 일본화되면서 인신매매까지 벌어지는 부정적인 장소로 드러나고 있다.
[내용]
이정임과 김영창은 동갑이다. 부모들끼리 친한 인연으로 어린 시절부터 사이좋게 지냈다. 부모들은 정임과 영창이 노는 모습을 보며 둘이 일곱 살 되던 해에 정혼을 약속한다. 이들이 열 살이 되던 해, 영창의 아버지 김승지가 초산의 군수로 임명되어 떠나게 된다. 그런데 김승지가 초산의 군수로 간 지 1년 정도 되는 무렵, 초산에서 민란이 일어나 영창의 식구가 모두 죽은 것으로 알게 된다. 게다가 그날 이시종의 집에 불이 나 완전히 타 버린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시종은 초산으로 김승지를 찾아가는데 종적을 파악할 수가 없고, 사람들로부터 김승지가 술만 먹고 마을 일에는 소홀하여 민란을 만났다는 말을 듣는다. 그 사이 이시종은 모함을 받아 사회생활을 최소한으로 하고 집에서 칩거한다. 정임은 그러는 동안에도 영창 생각뿐이나, 정임의 부모는 정임의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새로운 짝을 찾는다. 정임이 “열녀는 불경이부”라는 가르침을 외며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아버지는 정임을 때려 반항하지 못하게 하고는 부리나케 혼사를 진행한다.
이에 정임은 집에서 돈을 훔쳐 동경에 갈 계획을 세우고 가출한다. 그러나 부산에서 한 색주가 서방에게 납치를 당하였다가 며칠 만에 겨우 도망 나와 일본 동경에 도달한다. 정임은 총명하여 몇 달 만에 언어를 배우고 소석천구 일본여자대학에 입학한다.
승승장구하는 정임은 일본에서 강한영이라는 조선 유학생을 알게 된다. 정임의 친구 산본영자의 어머니가 알고 지내던 터였는데, 그 노파가 강한영과 이정임의 혼사를 이루려 한다. 이에 정임은 자신은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였다고 말한다. 졸업을 하고 귀국 채비를 하던 정임은 공원에 갔다가 강한영과 실랑이를 하고, 강한영의 칼에 찔리고 만다.
한편 영창은 창졸간에 부모를 잃고 정처 없이 헤매다가 영국의 자선가이자 문학 박사인 스미트라는 사람에게 구제를 받고, 스미트의 보호 아래 지내게 된다. 영창은 정임에게 편지를 쓰지만 옛날 주소의 집은 불타 없어 편지는 반환된다. 스미트가 일본의 영사가 되어 일본으로 올 때 영창도 따라오게 된다.
정임이 공원에서 강한영에게 공격을 받고 있을 때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영창이 정임을 구하게 되고, 그러면서 동시에 영창은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정신을 차린 정임은 영창이 범인이 아님을 이야기해 주고 만나 서로를 확인하게 된다. 둘은 혼인을 하기 위해 조선으로 돌아오고, 정임의 부모도 좋아한다.
동경에서 정임을 찌르고 도망쳤던 강한영은 서울에서 이리저리 방랑하다가 정임의 집 앞에서 싸움을 하게 되고, 정임의 결혼식에 와 있던 북부경찰서 총순에게 잡힌다. 그렇게 신식 결혼식을 잘 끝내고 정임과 영창은 신혼여행을 가는데, 영창의 부모가 죽임을 당하던 그 자리에 와서 감회를 나누고 돌아가려는 찰나 청인들 무리에게 잡혀가게 된다. 그런데 거기서 정임은 자기를 끌고 온 사람들 무리에 시아버지 김승지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놀란다.
한편 나무에 묶여 있다 지나가던 사람의 도움으로 풀려난 뒤 죽으려고 하던 영창은 부모가 살아 있다는 소식에 놀라 달려가 가족들을 만난다.
[특징]
「추월색」은 많은 신소설이 그러하듯이, 문체적으로 연설조를 많이 보이고 있다. 새로운 문물에 대한 것이나 인물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이 서사 속에 어우러져 있기보다는, 연설하는 형태로 말하는 사람의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주제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역시 신소설이라는 작품의 갈래상의 특징이 잘 묻어나고 있다. 즉 신화적이고 설화적인 상상력이나 이야기의 요소들은 많이 사라지고, 인물들 스스로가 현실 속에서 자기 삶을 결정하고 만들어 가고 있다.
때문에 단지 신에 의한 계시나 삶의 원칙들에 예속되기보다는 자기 삶의 형태를 스스로 꾸려 가는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때에는 근대적 시공간 인식과 그 풍속이 자리 잡혀 있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철도나 우편 제도, 부산과 일본 간의 연락선 등이 친밀하게 서술된다. 여기서 인물들이 스스로 꾸려 가는 삶의 형태는 신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 새로운 연애관과 결혼관 등일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전통적 윤리에 눌려 있던 개성을 옹호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개성을 옹호하는 면이 사회적 구조 개선과 크게 연결을 맺지 못하고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한계를 가지기는 한다. 이러한 것과의 연관 선상에서, 신소설에서는 근대적 가치관과 전근대적 가치관이 혼돈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추월색」에서 근대적 결혼관이 신식 결혼식에만 방점이 찍히고 일부종사하는 순종적 여성상을 긍정하는 것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신소설의 경우 기본적으로 일본의 모든 문물이 개화되고 근대적인 좋은 것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어, 그 주제 의식적 한계는 명확한 편이다. 「추월색」에서도 그러한 경향은 뚜렷이 보인다. 부산에서 색주가로부터 도망을 친 정임이 일본 사람으로 변장하는 부분이나, 일본에서 영창과 함께 귀국할 때 부모에게 편지를 일본어로 쓰는 것 등은 그녀가 일본에 동화되는 양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의의와 평가]
최찬식의 「추월색」은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신소설로서 국문학상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신소설들이 가지는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소설의 전형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그리고 당시 부두 쪽으로 자리를 옮긴 부산역이 개항과 함께 어떤 식으로 왜색화되고 타락해 가고 있었는지의 실상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갖는 작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