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2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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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現代文學 |
영어의미역 | Contemporary Literatur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구모룡 |
[정의]
부산 지역에서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이루어진 문학 활동.
[개설]
부산의 현대 문학은 개항과 더불어 근대를 경험한 뒤 1930년대 모더니즘과 리얼리즘 시대를 경과하고 광복과 6·25 전쟁을 경험하면서 부산 지역에서 창작된 것으로 현대 사회의 성격이라 할 수 있는 현대성(modernity)을 구현한 작품을 의미한다. 한국 문학에서 현대 문학은 1930년대 모더니즘 이후로 보기도 하고 6·25 전쟁 이후로 보는 경향도 있으나 넓게 개항 이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광복 전후 부산의 현대 문학]
부산이 현대 문학 속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청일전쟁[1894~1895]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신소설에서 비롯한다. 1876년 개항 이후 한동안 부산 이야기는 주로 외국인들의 기행문에 등장한다. 부산이 먼저 타자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개항과 더불어 형성된 식민 도시 부산은 이주 일본인 문화와 로컬 토착 문화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또한 근대 해양 세계(maritime world)로 열린 공간이어서 근대가 수용되는 창구이다. 이러한 부산의 근대 풍경을 실감 있게 서술하고 있는 매체가 소설인데, 이인직(李人稙)[1862~1916]의 「혈의 누」와 「귀의 성」, 최찬식(崔瓚植)[1881~1951]의 「추월색」, 염상섭(廉想涉)[1897~1963]의 「만세전」 등에 잘 드러나 있다.
광복 전후 부산의 현대 문학을 이끈 이는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1908~1967]과 요산(樂山) 김정한(金廷漢)[1908~1996]과 향파(向破) 이주홍(李周洪)[1906~1987]이다. 통영 태생인 유치환과 양산 출신인 김정한은 함께 동래고등보통학교[현 동래고등학교]를 나와 각기 연희전문학교와 와세다대학교 유학 시절을 거치면서 1930년대 이후 부산 지역 문학에 영향을 끼쳐 왔다. 합천 태생인 이주홍은 1940년대 말에 부산으로 이주하면서 부산 문학의 한 흐름을 형성한다. 이들 세 문인은 각각 시, 소설, 아동 문학 영역에서 1950년대 이후부터 부산 문학을 이끄는 주역이 된다.
[1950년대 이후 부산의 현대 문학]
청마 유치환은 광복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영향을 미친 시인이다. 그가 실제로 부산에 거주한 것은 1934년에서 1938년 북만주로 가기까지, 1950년 6·25 전쟁으로 통영에서 피난하여 부산에서 살다가 1953년 다시 통영으로 가기까지, 그리고 1964년 경남여자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하여 부산에 와서 1967년 좌천동에서 교통사고로 타계하기까지의 세 시기이다. 그럼에도 유치환은 허만하(許萬夏), 김규태(金圭泰) 등으로 이어지는 부산 시단의 윗자리에 놓여 있다.
부산은 서울이나 대구, 광주와 다른 해항 도시(Sea Port City)이다. 일찍부터 서구와 일본의 문물이 밀려든 관문이자 교역과 교류의 장이었다. 광복과 6·25 전쟁을 거치면서 내국 이민자의 도시가 된 개방과 혼종의 도시이다. 달리 말해서 모더니티가 발흥하고 범람한 도시이다. 유치환과 허만하의 의미도 이러한 모더니티의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유치환은 한 개인의 이름이라기보다 부산이라는 토포스에 상응하는 가치를 뜻한다. 유치환, 허만하, 김규태, 고석규(高錫珪)[1932~1958], 이형기, 조향(趙郷)[1917~1984], 구연식, 하현식, 박청륭, 최휘웅, 조의홍, 김철, 정영태, 강경주, 강유정, 이규열, 김형술, 조말선, 김혜영, 정진경, 송진, 김경수, 박강우, 정익진, 김참 등 부산의 시문학은 모더니티를 지향하는 큰 흐름과 더불어 서정주의와 현실주의가 뒤섞인다. 잡다하게 보이는 외양을 통어하는 맥락이 있는 것이다.
서정주의는 본래의 시적 지향으로 면면하다면, 현실주의는 역사적 계기에 의하여 발전한다. 서정주의는 전통 지향적인 서정과 새로운 서정으로 나뉜다. 유병근, 이석, 강남주, 김석규, 임명수, 김영준, 진경옥, 차한수, 김세윤, 윤상원, 박태일, 이선형, 이정모 등이 전자라면 박현서, 이상개, 박응석, 양왕용, 김창근, 강은교, 박정애, 신진, 엄국현, 전성호, 이성희, 김수우, 전다형, 유지소 등이 후자에 속하나 경계를 엄격히 구별하긴 힘들다.
현실주의는 1960년대 4월 혁명을 시발로 김태홍 등에 의해 표출하여 1970년대 유신 시대를 거쳐 1980년대에 이르러 하나의 흐름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적 현실주의는 임수생, 박태문, 이해웅, 이상개, 이윤택, 강영환, 오정환, 류명선, 최영철, 서규정, 신용길, 조성래, 동길산, 조향미, 최원준, 최정란, 이동호 등을 통해 보듯이 모더니티 지향과 대립하는 경향이 아니다. 이는 자아에서 세계로 나아가는 모더니티의 극복 양상에 다를 바 없다.
1970년부터 본격화된 김성식(金盛式)[1942~2002]의 해양시(海洋詩)도 심호섭, 이윤길 등으로 이어지는 모던 세계를 향한 개진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특히 강은교, 진경옥 이래 부산의 여성 시단은 윤정숙, 김광자, 박정애, 윤홍조, 송유미, 한미성, 권애숙, 이선형, 안효희, 조말선, 정진경, 권정일, 전명숙, 김혜영, 김종미, 조향미, 전다형, 손순미, 김수우, 송진, 최정란, 신정민, 이채영, 박춘석, 고명자, 배옥주 등 매우 다채롭다. 이처럼 해항 도시 부산의 시문학은 모더니티 지향을 중심에 두고 그 가장자리에서 서정주의가 동심원을 그리고 있으며, 이들 사이에서 현실주의가 출렁이는 형국을 한다.
요산 김정한의 존재는 지역 소설이 리얼리즘적 경향성을 띠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 지역 소설의 중심적 인식 틀은 리얼리즘적 경향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것은 김정한, 윤정규, 이규정, 성병오, 조갑상, 정형남, 이석호, 이복구, 전용문, 김하기, 정태규, 박명호, 구영도, 이상섭, 문성수, 강동수, 정영선, 박향, 정인, 허택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리얼리즘적인 인식 틀은 어떤 면에서 부산 소설의 특징이자 가능성인가 하면, 다른 면에서 한계이자 가능성에 대한 억압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없지 않다.
이것은 전체 문학사에서의 리얼리즘적 소설 쓰기에 견주어 김하기 등의 성과가 있은 반면, 많은 작가들이 일상적 리얼리즘 혹은 생활 세계의 리얼리즘을 지향하고 있는 데서 찾아진다. 특히 90년대의 문학 지형에서 일상성과 생활 세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기존의 리얼리즘적 글쓰기에 대한 반성이 여러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고 본다면, 부산의 소설적 인식 틀은 쇄신의 계기를 맞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김정한과 이주홍은 일제 강점기에 상호 영향 관계에 있었다.
이주홍의 글쓰기는 아동 문학, 희곡, 소설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있다. 이주홍, 오영수(吳永壽)[1914~1979], 정형남, 전용문, 박명호 등의 소설은 김정한의 주류 계보와 일정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을 하나의 계보로 따로 묶을 필요는 없다. 부산 소설의 큰 본류의 지류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주홍은 부산의 아동 문학사를 구성하는 데 맨 처음의 자리에 있다. 이주홍은 최계락, 조유로, 정진채, 박돈목, 이영찬, 강기홍, 김상남, 김문홍, 공재동, 배익천, 박일, 선용, 주성호 등의 전통을 통합하고 있다.
[한국 현대 문학의 메카로서의 부산 문학]
부산은 한국 현대 문학의 메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비단 6·25 전쟁 당시에 임시 수도였던 부산에 대거 몰려든 문인들이 전개한 현대 문학 활동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최남선(崔南善)[1890~1957]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발표된 1908년을 기점으로 2008년 한국 근대 문학 100년을 기념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세부를 들여다보면 놓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 하나는 해양 문학이고, 다른 하나는 추리 문학이다. 최남선의 첫 신체시가 해양 문학이라고 한다면 한국 근대 해양 문학 100년에 대한 기념이 있을 법하나 이에 대한 행사는 없었다. 다행히 최초의 추리 문학인 이해조(李海朝)[1869~1927]의 「쌍옥적」이 1908년 발표된 것을 기념하여 한국 근대 추리 문학 100년에 대한 기념행사가 인천에서 열린 바 있다.
부산이 한국 현대 문학 메카라고 하는 것은 한국 해양 문학 100년의 성과를 일군 것이 부산 작가들이라는 데서 찾아진다. 1960년대 근대화와 더불어 발달한 해운과 원양 어업에 발맞춰 김성식과 천금성(千金成) 등과 같은 세계적인 해양 작가를 배출한 것은 부산이다. 선장 시인인 김성식의 시는 한국 현대 해양시를 대표하는 데 손색이 없다. 또한 천금성의 해양 소설은 그 내용이나 규모에 있어서 우리나라 다른 지역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필적할 이를 찾기 힘들다. 근대의 과학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추리 문학에 있어서도 일제 강점기의 김내성 이후 현대 한국 추리 문학을 대표하는 이는 김성종(金聖鍾)인데, 이 또한 부산의 작가이다. 그의 추리 문학이 지닌 스케일을 수용하기에 해양 도시 부산이 적합했던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소위 주류라고 하는 본격적인 현대 문학의 본거지도 알고 보면 부산이다. 현대 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후반기’ 동인들이 부산에서 활동한 것이 1950년대 초반 6·25 전쟁 당시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전쟁의 경험을 실존적 정신 분석으로 끌어 올린 고석규를 1950년대 한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모더니스트로 볼 수 있다. 아쉽게도 그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으나 김준오(金峻五)[1937~1999]에 의하여 모더니즘의 부산 중심성이 유지되고 확산되었다. 김준오의 비평은 그의 후진들에 의해 부산을 비평의 도시로 만들었다. 남송우, 구모룡, 황국명, 김경복, 하상일 등에 의하여 비평의 현대성이 발현된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현대 리얼리즘에 있어서 요산 김정한의 존재는 그 대표성을 재론할 필요가 없을 만큼 확고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에 걸쳐 부산은 한국 현대 문학의 현대성을 구현한 도시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리얼리즘, 모더니즘, 해양 문학, 추리 문학 등 모든 영역에서 한국 현대 문학의 메카인 부산은 한국 문학의 중심적 가치들을 만들어 왔다. 문제는 이 소중한 가치를 부산이 제대로 인식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다. 해양 도시 부산에서 세계를 향해 열린 문학 정신을 활짝 펼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부산 지역의 주요 문학 매체]
부산 지역의 문학은 중심부인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활발하다. 이러한 문학 운동을 매개하는 것이 문학 매체이다. 부산 지역의 현대 문학 매체의 역사는 1950년대 6·25 전쟁기에 명멸한 여러 매체들과 1970년대 후반의 『오늘의 문학』 등을 전사로 하면서 1980년대 무크지들인 『지평』, 『전망』, 『토박이』을 자리매김하는 데서 서술할 수 있다. 5공 정부가 주요 계간지들을 폐간하면서 도래한 소위 ‘무크지의 시대’에 부산 지역에서도 다른 지역과 등가적인 위상을 지닌 무크지들이 발간되었다. 이들 매체가 지역 문학의 가치를 확장하였음에 틀림이 없다.
『지평』은 지역 모순에 관심을 기울였다. 『토박이』 또한 민중의 삶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이들 무크지들은 현실의 모순에 저항하면서 비판적인 지역주의를 확립했다. 『전망』은 문학 내적인 논리의 천착에 주력한다. 이는 문학의 자율성이 현실에 대한 자유임을 거듭 확인하였다. 무크지 시대가 끝나면서 『겨레 문학』과 『지평의 문학』 등 계간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전자는 1980년대의 진보적 흐름을 계승하고, 후자는 해양 문학 등 지역 문학의 특이성에 주목하였다.
부산 지역의 문학 매체로 오늘날까지 여전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은 『오늘의 문예 비평』과 『시와 사상』과 『신생』이다. 『오늘의 문예 비평』은 1980년대 무크지를 주도한 비평가들이 연합하여 발간한 매체라 할 수 있다. 1950년대 말의 고석규와 1970년 후반 이래 김준오, 김중하 등의 후진들이 만든 잡지로서 부산의 인문학에서 비평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데 기여하였다. 현재까지 23년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전국에서 최장수 비평 전문지로 기록되고 있다. 남송우, 황국명, 구모룡, 박훈하, 김경복, 허정, 하상일 등이 이 매체를 이끌었고 김경연, 전성욱, 박형준, 손남훈, 윤인로 등이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오늘의 문예 비평』의 곁에 『해석과 판단』이라는 소집단이 활동하고 있는 현상을 생각할 때 부산은 비평의 도시라는 이름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만큼 역동적이다.
시 전문 계간지 『시와 사상』은 부산 지역 문학의 한 경향인 모더니즘을 대변한다. 무크지 『전망』을 주도한 시인들인 정영태, 강경주, 배광훈, 김경수 등이 창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모더니즘은 해항 도시 부산의 개방성과 근대성을 반영한다. 일찍이 고석규, 조향 등에서 발원한 모더니티의 정신을 계승한 『시와 사상』은 현금에 이르러 마이너리티와 페미니즘 등의 영역에 이르는 관심을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과 전국을 연계함으로써 부산 시문학의 위상을 제고하고 있다.
시 전문 계간지 『신생』은 구모룡, 김경복, 이성희, 이해웅, 조성래 등이 창간한 잡지로 표제가 시사하듯이 생태주의 운동을 표방하고 있다. 20세기 근대주의가 낳은 폐해를 철학과 미학을 통해 반성하면서 새로운 시학 운동을 전개하였다. 최근 김만석, 김대성 등이 합류하여 시적 자율성이 기존의 세계를 변혁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멀리 1980년대의 『지평』 등의 유산을 21세기 현실 속에서 재문맥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신생』은 시학과 미학과 철학, 그리고 사회를 가로지르는 기획을 계속하고 있다. 문학의 발전은 읽고 쓰는 과정이 확대되는 데서 찾아진다. 특히 매체는 이러한 과정을 매개한다. 새로운 기획과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멤버십은 매체의 쇄신에 필수적이다. 매체가 하나의 제도로 고착되는 것은 구체적 삶을 포착하는 데 장애가 된다. 따라서 삶아 있는 삶의 경험에 가닿으면서 보편적인 삶의 가치를 발현하는 노력들이 뒤따라야 한다. 『오늘의 문예 비평』과 『시와 사상』과 『신생』은 제도이면서 제도를 넘어 살아 있는 생명과 세계와 대화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