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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217239
한자 海洋文學
영어의미역 Sea Literature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부산광역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구모룡

[정의]

부산 지역에서 해양을 기반으로 하여 형성된 문학 작품.

[개설]

관습적으로 해양 문학은 바다가 주제가 되거나 배경이 된 문학이라 정의된다. 그러나 단지 바다가 작품의 요소가 된다고 하여 해양 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엄밀하지 못하다. 더구나 해양은 근대 세계와 연관되어 있다. 서구에서도 “육지에서 바다로”라는 해양적 전환(Oceanic Turn), 세계 인식 패러다임의 변화와 연관된다. 해항 도시 부산의 해양 문학도 해양 세계(maritime world)의 영향 속에서 형성되고 발전하였다. 달리 말해서 해양 문학은 근대적인 해양에 대한 체험이나 인식이 중요한 지배소가 되어야 한다. 배와 바다와 항해는 해양 문학의 필수 모티프이다. 여기에 근대 세계 체제의 변화에 대한 인식이 부가되어야 한다.

[근대 세계와 해양 문학]

해양 문학은 근대적 세계의 변화와 연동되어 생산되고 읽힌다. 이인직(李人稙)[1862~1916]의 「혈의 누」, 최찬식(崔瓚植)[1881~1951]의 「추월색」 등 신소설 이후 부산은 여러 작품에 등장하지만 대양 세계로의 출구 정도로 인식될 뿐 본격적인 대상이 되지 못한다. 염상섭(廉想涉)[1897~1963]의 「만세전」이나 이병주(李炳注)[1921~1992]의 「관부 연락선」이 말하듯이 부산은 해양과 대륙을 잇는 결절지로 등장한다. 최남선(崔南善)[1890~1957], 정지용(鄭芝溶)[1902~1950], 김기림(金起林)[1908~?], 임화(林和)[1908~1953] 등의 해양시(海洋詩)도 식민지 시기 현해탄과 관부 연락선을 무대로 한정되어 있다. 해방 후 박인환(朴寅煥)[1926~1956]의 미국 기행시는 대양을 향해 열려 있는 해양시의 면모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부산의 해양 문학으로 간주될 수는 없다.

1960대 근대화와 더불어 부산이 해운업과 원양 산업의 기지가 되면서 1970년대 들어 선장 출신인 김성식(金盛式)[1942~2002]과 천금성(千金成)[1941~]이 각각 해양시와 해양 소설을 발표하는데, 이로써 부산이 해양 문학의 메카가 된다. 이들은 해양 경험과 근대적 주체의 문제, 항해 서사의 구체성 획득의 문제 등을 해결한다. 세계 문학사에서 해양 문학의 전성기가 있다. 바다로 나아가 자원을 얻고 활발하게 교역을 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던 근대의 전반기가 그렇다. 18세기 초반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이래 디킨즈, 포, 멜빌, 콘라드 등으로 이어지는 근대 영미 문학의 전통은 해양 문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근대화가 시작된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해양 문학의 시대가 열렸고, 김성식의 해양시와 천금성의 해양 소설은 한국 해양 문학의 전범을 이뤘다. 그 유산의 위대함에도 불구하고 서구 근대의 해양 문학에는 지역 발명, 식민 지배, 타자 정복 등이라는 근대적 주체의 시각이 고스란히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대의 바다는 제국의 경계를 확장하는 무대였다. 교역과 교류의 열린 공간이 아니라 국민 국가의 역장에 따라 변경들이 사라지면서 다양한 해양 문화 또한 줄어든 것이다. 어찌 보면 역설적이게도 해양 문학의 전성기는 해양 문화의 다양성이 축소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잡기형 근대화’를 반영하고 있는 한국의 해양 문학도 다양한 해양 문화에 착목하기보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근대 세계를 향하는 모험의 서사에 주력한 것이 사실이다. 이래서 우리는, 그동안 단순화된 한국 해양 문학의 문법을 염려해야 한다.

[부산의 해양 문학]

김성식과 천금성 이래 부산에는 여러 해양 소설가와 시인이 배출되었다. 장세진·김종찬·옥태권 등의 해양 소설과 김호섭·이윤길 등의 해양시가 이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 그럼에도 해양을 주무대로 하면서 해양 도시들을 잇는 거대 공간을 재현하고, 월경적이고 다문화적인 상상력을 내용으로 하는 서사가 요청된다. 첫째 유형은 해군 소설(Naval Novel)이다. 제인 오스틴과 해군의 관련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영국의 경우 넬슨(Nelson) 등 실명의 해군에 관한 소설들이 매우 발달해 있다. 우리의 경우 해군 소설의 전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순신(李舜臣)[1545~1598] 서사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요청되는 한편, 천금성이 시도한 것처럼 현대적인 해군 소설의 가능성을 탐문해가야 할 시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둘째 유형은 연안역 문학이다. 선진국의 경우 해양 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연안역 관리이다. 연안역 문학은 해양 생태 문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구적 시각에서 지역적 연안 문제를 재현하는 해양 생태 환경 문학은 해양 문학의 중요한 하위 장르로 위상을 갖게 될 전망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기후 변화, 내륙의 개발로 인한 해양 오염 등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해양 세기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생산력의 환상에서 깨어나 거대한 전환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가이아의 복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연안역 어민의 삶과 해양 생태에 관심을 기울인 김보한의 어민들을 재현한 해양시와 강인수·정형남·고금란 등의 연안역 환경 소설이 주목된다.

이밖에도 연안역 해양 문학은 다양한 해양 문화 콘텐츠를 배경으로 창작될 수 있다. 어촌과 어항, 등대, 항구, 해수욕장 등 바닷가 모든 공간이 작품의 무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21세기 부산의 해양 문학]

21세기를 사람들은 새로운 해양의 시대라고 한다. 근대화의 해양화와는 다른 세계화의 해양화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계화의 해양화가 제국과 식민의 고리를 끊고 바다를 교역과 교류의 열린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 낙관할 수는 없다. 바다가 영토의 연장으로 인식되거나 자원의 보고라는 미명하에 또 다른 착취의 대상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을 ‘신해양 시대’라고 한다면 결국 우리는 더 악화된 해양 세기를 직면하고 있는 셈이 된다.

새로운 지구 환경과 21세기 세계화의 상황에 대처하는 해양 문학의 과제 또한 만만찮다. 뭍과 바다의 이분법을 불식하는 한편, 국민 국가의 억압으로 사라져 가는 변경들의 해양 문화를 살려 내고, 이주와 교역과 교류가 만들어 내는 문화 변동들을 담아내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한국의 해양 문학은 해양으로 나아가려는 충일한 의지를 보여 왔다. 이러한 의지를 바탕으로 내륙적 세계관을 탈피하고, 억압된 타자들을 복원하면서 문화적 세계화를 추동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천금성의 해양 소설이나 김성식의 해양시가 지니는 의의가 크다. 아울러 스케일이라는 관점에서 김성종(金聖鍾)의 추리 소설 가운데 해양 문학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들도 없지 않다. 이제 부산의 해양 문학은 세계 해양 문학을 뒤따르는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을 만들면서 그 지평을 융합하는 경지로 나아가야 할 단계를 맞고 있다. 달라지는 부산 해양 문학의 지평은 보다 유연하고 풍부한 해양 문학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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