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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217243
한자 批評
영어의미역 Criticism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부산광역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오선영

[정의]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비평가들이 문학 이론과 담론, 문학 작품, 작가의 세계관, 창작 기법 등에 대하여 분석하여 논한 글.

[부산의 비평사]

부산의 비평은 6·25 전쟁이라는 경험에서 출발한다. 전쟁으로 인하여 부산은 임시 수도가 되며, 일시적이나마 문화와 문학의 중심이 된다. 많은 문인들이 전란을 피해 부산으로 왔으며 광복동, 남포동의 다방과 거리를 중심으로 결집하였다. 박인환(朴寅煥)[1926~1956], 김경린(金璟麟), 이호철(李浩哲), 김동리(金東里)[1913~1995] 등이 이 시절 부산에서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하였다. 한국 전쟁 후 타 지역 작가들의 귀향과 수도의 서울 이전, 작가들의 부산 정착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부산 비평사의 전개 과정과 밀접한 연결을 지닌다. 1950년대 고석규(高錫珪)[1932~1958]는 전쟁 후의 폐허와 절망 속에서 문학을 실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실존주의 이론을 체계화했다. 이는 부산이라는 지역적 장소에 국한하지 않고 6·25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경험한 이들에게서 보편성을 획득하였다.

1970년대 김중하, 김준오(金峻五)[1937~1999], 김천혜 등의 강단 비평은 다양한 방법적 탐색을 통해 부산 비평의 새로운 토대를 만들었다. 특히 문학 텍스트에 대한 엄밀한 해석은 다음 세대 비평가들에게 비평적 기초를 다지게 하였다.

1980년대 비평은 이데올로기 비판과 이론적 심화를 이끌어 냈다. 이는 앞서 고석규, 김준오 비평의 맥을 이으면서, 시대적 상황과 지역성의 문제를 타개할 방법으로 이어졌다. 남송우, 이윤택, 구모룡, 류종렬 등이 참여한 무크지 『지평』[1983]과 정영태, 민병욱, 이정주 등이 만든 『전망』[1984]이 발간되었다. 민병욱, 황국명의 정치적 비평은 『문학과 지성 비판』[1987]으로 구체화되었다. 이는 해석의 독과점 구조가 한국 문학의 본질적인 모순 구조임을 지적하며 ‘비평의 비평’이라는 정치적 비평 이론 틀을 형성하였다.

1980~1990년대의 김정자, 송명희, 정영자 등이 전개한 여성주의 비평도 부산 비평사의 한 성과였다. 여성주의 비평은 문학을 통하여 남성 지배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문학사를 해체·전복하고자 하였다. 1990년대 이후부터 부산에서는 문학 전문 잡지들이 많이 발간되었다. 그중에서도 『오늘의 문예비평』, 『시와 사상』, 『신생』은 1990년대에 창간되어 오늘날까지도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부산의 비평가]

부산의 대표적인 비평가로는 작고한 고석규김준오를 들 수 있다. 고석규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그 해 모교에서 강의를 시작하여 후진 양성에 힘썼으나 심장 마비로 26세에 사망하였다. 고석규는 키에르케고르, 하이데거, 샤르트르 등의 실존주의 철학과 릴케, 카뮈, 엘리엇의 문학적 사상과 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의 비평 토대를 구축하였다.

고석규의 대표작인 「여백의 존재성」에서는 존재의 실존성이, 「지평선의 전달」에서는 실존적 기투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실존주의적 존재 해석은 「시인의 역설」 속에서 이육사(李陸史)[1904~1944], 윤동주(尹東柱)[1917~1945], 이상(李箱)[1910~1937], 김소월(金素月)[1902~1934] 등의 작품 분석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또한, 평론집 『초극』[1954]을 발간하였으며, 평론 「현대시의 발전」[1956], 「비평가의 교양」[1958] 등을 발표하였다. 번역서로는 『실존주의』[1956]가 있다. 그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 『고석규 문학 전집』 1~5권이 간행되었으며, 1996년 ‘고석규 비평 문학상’이 제정되었다.

김준오는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계명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사망하였다. 현상학은 김준오 비평의 출발이었으며, ‘자아와 동일성의 문제’는 김준오 비평의 화두였다. 그는 동일성의 감각이 시적 세계관을 비롯하여 언어, 리듬, 이미지, 비유, 상징, 시제 등 시의 여러 요소들 속에 작용하고 있다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는 창작 과정이나 작품 감상의 과정, 그리고 많은 시학에서도 공통된 원리로 일관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그의 시학은 4판의 수정을 거듭한 『시론』에 잘 나타나 있다.

저서로 『한국 현대 장르 비평론』[1993], 『한국 현대시와 패러디』[1996], 『현대시의 환유성과 메타성』[1997] 등이 있고, 유고집으로 『문학사와 장르』[2000], 『현대시와 장르 비평』[2009], 『현대시의 방법론과 모더니티』[2009] 등이 있다. 부산시 문화상, 대한민국 문학상 평론 부문 우수상, 제2회 시와 시학상 평론상을 수상하였다. 2011년부터 계간지 『신생』과 김준오 시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여 ‘김준오 시학상’을 제정하였다. 고석규, 김준오 비평가의 뒤를 이어 현재에는 남송우, 황국명, 민병욱, 구모룡, 김경복, 하상일, 허정 등이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활발한 비평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산의 비평 잡지]

부산 지역에는 잡지의 성격과 이론,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발간되는 문학잡지가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의 문예 비평』, 『시와 사상』, 『신생』 등은 1990년대에 창간하여 현재까지도 발간되고 있는 장수 잡지이다.

먼저 『오늘의 문예 비평』[1991]은 전국 최장수 비평 전문지이다. 1986년 같은 이름의 동인이 결성되어 문학 세미나를 하다가 1991년 구모룡, 남송우, 황국명, 정해조, 정형철, 이상금, 박남훈 등 부산의 젊은 평론가들이 창간호를 내었다. 서울 중심의 문학 구조로부터 탈피해 탈중심화를 지향하며,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내 최초의 비평 전문지를 표방하였다. 현재 편집 주간은 김경연, 편집 위원으로는 김필남, 박형준, 손남훈, 윤인로, 전성욱 등이 참여하고 있다. 2011년 봄 통권 80호를 발간하며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고석규 비평 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다.

『시와 사상』[1994]은 시 전문 계간지이다. 무크지 『전망』을 주도한 정영태, 강경주, 배광훈, 김경수 등이 1994년 창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석규, 조향(趙郷)[1917~1984] 등에서 발원한 모더니티의 정신을 계승하여 소수자와 페미니즘 등의 영역으로 관심을 확대하는 등 잡지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 실리는 비평들 또한 잡지의 경향에 맞추어 새로운 모더니티에 대한 담론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편집 위원으로는 문혜원, 이재복, 김남석, 김혜영 등이 활동하고 있다.

『신생』[1999] 역시 구모룡, 김경복, 이성희, 이해웅, 조성래 등이 1999년 가을에 창간한 시 전문 잡지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생태주의 운동을 표방하고 있으며, 근대주의가 낳은 폐해를 철학과 미학을 통해 반성하면서 새로운 시학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실리는 비평 또한 생태적 사고의 담론적 체계화와 그 실현을 화두에 두고 전개되고 있다. 김대성, 김만석, 김수우, 김참, 이성희, 황선열 등이 편집 위원으로, 김경복이 편집 주간으로 참여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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