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0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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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民主文學 |
영어의미역 | Democracy Literatur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전성욱 |
[정의]
부산 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문학 활동과 창작된 문학 작품.
[개설]
6·25 전쟁 당시 부산은 임시 수도로서 문화적 수도의 역할을 떠맡았다. 문화 예술계의 주요 인물들도 부산으로 피난을 내려와 크고 작은 여러 활동들을 펼쳤다. 휴전 이후 문화 예술계의 인사들이 부산을 빠져나가고 전후의 반공적 분위기 속에서 부산의 진보적 문화 예술은 크게 위축되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전후의 1950년대에 부산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한 진보적 대중 조직으로 ‘민족문화협회’의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단체는 당시 부산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이종률을 중심으로 부산대학교와 동아대학교의 제자를 중심으로 결성된 모임이었다. 여기에는 요산(樂山) 김정한(金廷漢)[1908~1996], 향파(向破) 이주홍(李周洪)[1906~1987]과 같은 부산의 소설가들이 직접 참여하기도 하였다.
1960년 4·19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났을 때 이 조직은 부산 지역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6·25 전쟁 이후 보수 일색으로 우경화되었던 사회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도 이렇게 진보적인 정치 문화적 결사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월 혁명 문학]
4·19 당시 4월 혁명과 관련하여 발표된 시만 부산 지역 두 신문 매체에 50여 편이 발표되는 등 부산에서는 그 어느 지역에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의 작품들이 나왔다. 1960년 한 해 동안 4월 혁명과 관련하여 서울에서 발행된 문예지에 게재된 시가 44편인 데 비한다면 그 사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바탕으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4·19 혁명 51주년을 맞아 부산의 4월 혁명 문학을 자료 충서 형태의 단행본으로 기획하기도 하였다.
[부마 항쟁 소설]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학교의 교내 시위로 촉발된 ‘10·16 부마 민주 항쟁’은 부산의 민주화 역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다. 학생들은 유신 철폐와 독재 타도를 외치며 시위대를 형성했고, 진압 부대의 저지를 뚫고 교외 진출에 성공함으로써 도심지 가두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부산대학교 학생들의 가두시위는 17일의 동아대학교, 18일의 경남대학교로 확산되었고, 이를 계기로 학생들의 시위는 시민들과 결합하여 증폭되었으며, 그 기세는 마산으로까지 번졌다. 역사적인 부마 항쟁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그것은 1980년 5월의 광주와 1987년의 6월을 미리 예감하게 하는 것이었다.
부마 항쟁 당시 부산대학교에 재학하고 있으면서 그 역사적 사건에 직접적으로 참가했던 노재열은 당시의 경험을 장편 소설 『1980』[산지니, 2011]에 담아 펴냈다. 노재열은 당시 부산 지역 민주 항쟁의 중심에 섰던 인물로, 전두환 정권 치하에서 세 차례에 걸쳐 구속 수감되어 8년을 교도소에서 보냈고, 오랫동안 수배를 받으며 20대 청춘을 보냈으며, 1981년 부림 사건 때도 주역으로 활약했다.
소설 『1980』은 1980년을 전후한 격랑의 시간에 대한 소묘이자 폭력과 굴종 속에서 고뇌하는 한 청춘의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므로 『1980』은 한 시대의 질곡을 담은 역사 소설이면서 표랑하는 청춘의 시간을 그린 성장 소설로 읽을 수 있다. 『1980』은 저자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배정우라는 인물을 통하여 부마 항쟁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성장 소설의 형식을 통해 풀어냈다. 부마 항쟁을 비롯해 1980년 전후의 역사적 상황을 체험자의 시선에서 이만한 장편 분량으로 완성해 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부산 민주화 운동의 문학적 형상화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보도 연맹 소설]
조갑상의 장편 『밤의 눈』[산지니, 2012] 역시 6·25 전쟁 당시의 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 1960년 4·19 혁명과 5·16 군사 쿠데타, 1979년 부마 항쟁 등 역사적 시간의 변주에 따라 의미를 달리하는 민간인 희생 문제를 그린 작품이다. 이 외에 이규정의 「멀고도 먼 길」은 부마 항쟁이라는 역사적 부침 속에서 한 가족 구성원이 체제의 폭력으로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 준 작품이다.
[부마 항쟁 관련 시]
부마 항쟁을 다룬 작품으로 시집에는 임수생의 『혁명 철학』[빛남, 1994]이 있다. 이 시집은 험난했던 1980년대를 전후로 한 시간을 배경으로 군부의 폭압 정치에 억눌려 신음하는 민중들의 삶과 애환을 노래하고 있다. 다음은 「우리들은 살고 있다」라는 작품이다.
철학도, 역사도/ 모두 황폐화시켜버린 그들 족속들과/ 이렇게 오늘도 살고 있는 우리들./ 탁월한 요령을 가진 그들 무리와/ 우리들은 우리들 시대의/ 역사와 철학과/ 삶을 되찾기 위해/ 오, 우리들/ 우리들은 이렇게 뒤섞여/ 뒤죽박죽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사람다운 삶이 절실한/ 우리들 시대의 철저한 파괴여/ 파괴의 짙붉은 깃발이여.
[단체와 잡지]
부산의 민주화 역사에 있어 진보적인 문학 단체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부산작가회의[민족문학작가회 부산지회]는 민족 문학의 추진과 지역 문학의 발전을 모토로 창립되었다. 부산작가회의의 전신은 1985년 5월 7일 “문학 창작의 자유와 사회적 정의 실현 구현”을 지향하기 위하여 소설가 김정한의 발의로 결성된 5·7 문학협의회라고 할 수 있다.
김정한을 고문으로 하여 시작한 5·7 문학협의회는 1988년 부산민족문학인협의회가 결성되기까지 매월 문학 토론회와 소식지를 내는 한편, 중요한 사건 때마다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엄혹한 시대에 문학인의 양심을 지켜 왔다. 또한 기관지로 무크지 『토박이』를 간행하여 당국으로부터 판매 금지 처분을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후 『문학과 실천』, 『문학과 현실』 등 무크지를 이어 발간하였고, 이들은 후에 반년간지 『작가 사회』, 계간지 『작가와 사회』로 발전한다.
1980년대 군부 독재 정권의 탄압은 정기 간행물의 정간 혹은 폐간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문화적 탄압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식이 무크지 운동이었다. 1983년 4월 창간된 『지평』과 1984년 9월 창간호를 낸 『전망』은 부산에서 출간된 대표적인 무크지들이다. 『지평』의 준비 작업은 남송우, 이윤택, 이정주, 류종렬, 민병욱, 구모룡 등이 주축이 되어 1982년부터 시작되었다. 창간호는 평론, 논문, 인터뷰, 시, 소설, 희곡 등을 망라하는 종합 문예지의 구색을 갖춘 매체로 부산문예사에서 출간되었다. 『전망』은 의사이면서 시인으로 활동했던 정영태의 주도로 남송우, 민병욱, 이정주 등이 동참하여 비평, 시, 소설, 논단, 작가 연구, 자료 해설 등의 종합지 성격으로 창간호를 냈다.
[부산 민주 문학의 의미]
부산의 문학은 근대화의 모순과 정치적 독재 가운데서도 민주화의 열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과 활동들을 남겨 놓았다. 부산의 문학이 민주화 운동의 큰 흐름 속에서 고유한 역할을 한 것은 이른바 민주화 이후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부산 문학의 진보성을 규정하는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