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1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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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血-淚 |
영어음역 | Hyeol-ui Ru |
영어의미역 | Blood Rai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근대/개항기 |
집필자 | 이희원 |
[정의]
개항장이었던 부산을 배경으로 이인직이 1906년에 창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
[개설]
「혈의 루」는 대표적인 신소설 작가 이인직(李人稙)[1862. 7. 27~1916. 11. 1]의 소설이다. 주제적 측면이나 인물과 사건 설정이 고소설과는 달리 근대적 성향을 많이 보여 최초의 신소설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작가 이인직은 조선의 근대 문학 운동에 이바지한 인물이면서 동시에 대부분의 신소설 작가들이 그러하듯이 친일적·반민족적 성향이 매우 강하였으며, 그러한 의식이 작품 속에 많이 함축되어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혈의 루」, 「귀의 성」, 「은세계」, 「치악산」, 「모란봉」 등이 있다.
「혈의 루」에 등장하는 부산은 근대 문물과 사람들이 드나드는 활기찬 공간으로 그려진다. 「혈의 루」는 1907년(순종 1)에 광학서포에서 단행본 『혈의 루』로 간행되었으며, 1912년에 동양서원에서 『혈의 루』 하편으로 『모란봉』을 발간하였다.
[구성]
「혈의 루」는 청일 전쟁을 시작으로 하여 10년간의 긴 세월 동안 한국과 일본, 미국을 전전한 옥련 일가의 기구한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5단 구성의 방식에 충실하면서,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생하던 주인공이 자신의 뛰어난 능력과 조력자의 도움으로 행복에 이르게 되는 고소설적 구성 방식을 보여 준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영웅적 주인공이 겪는 위기와 갈등, 꿈을 통한 예견, 주인공의 갑작스런 성격 변화, 개연성이 떨어지는 우연성 남발 등은 「혈의 루」가 고전 소설과의 친연성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속에 담겨 있는 시대를 걱정하고 신학문을 익히는 새로운 여성관, 자유연애를 통한 결혼 등의 주제 의식이 「혈의 루」를 신소설로 격상시킨다. 신교육 사상, 자유연애 및 결혼관, 봉건 관료에 대한 비판 등의 근대적 정신이 기저에 깔려 있고, 당대 현실의 풍속을 잘 보여 주는 현실성, 서사보다 묘사에 집중하는 모습 등은 고소설에서 근대 소설로 이행하는 과정을 잘 보여 주어 최초의 신소설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하겠다.
구성의 측면에서 평양에서 부산, 일본, 미국에까지 공간의 이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당대의 넓어진 세계 인식 및 공간감을 보여 준다. 특히 부산은 최주사가 사업을 벌이는 양상과, 인물들이 외국으로 향하고 귀국하는 통로로 그려지고 있다. 따라서 부산이 개항 이후 매우 활발하게 문물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근대화의 변화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핵심 공간임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런 모습 속에서 우리는 당대의 시대 변화를 유추할 수 있다.
[내용]
청일 전쟁으로 평양의 모란봉 산비탈에는 사람들의 시신이 즐비하다. 난리 속에 남편과 딸아이를 잃은 최씨 부인은 모란봉 산비탈을 헤매며 가족들을 애타게 찾지만 찾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게 수모를 당한다. 그 사이 최씨 부인의 남편 김관일도 아내와 딸을 찾기 위해 애를 쓰지만 찾지 못하고는 집에서 하루를 기다리다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한편 딸 옥련은 부상을 당해 일본 군의관 이노우에에 의해 치료를 받게 되고, 그 인연으로 이노우에와 함께 일본으로 가서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다. 그런데 이노우에가 전사를 하고 나자 이노우에의 부인이 옥련을 냉대하여 옥련은 그 집을 나오게 된다. 갈 곳을 모른 채 방황하던 옥련은 구완서라는 사람을 만나 함께 미국 유학을 가게 된다. 옥련은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1등으로 졸업을 하게 되고, 그 일이 신문에 보도되자 미국에 있던 옥련의 아버지 김관일이 옥련을 찾아와 상봉하게 된다. 이후로 김관일은 구완서를 사위로 맞이하기로 하고, 둘은 약혼한다.
옥련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편지를 쓰고, 조선에서 빈집을 지키고 있던 최씨 부인은 옥련으로부터 온 편지를 받고 기뻐한다. 옥련이 미국에 있는 것을 알게 된 최씨 부인은 옥련을 만나러 아버지 최주사와 함께 간다. 그곳에서 옥련 가족과 구완서는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며 기쁨을 나누고, 구완서와 옥련의 결혼식을 계획하기도 하는 등 3주간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아쉽게 이별을 한다.
[특징]
「혈의 루」의 첫 번째 특징은 작품의 연재 상황과 관련된다. 「혈의 루」는 1906년(고종 43) 7월 22일부터 그해 10월 10일까지 50회에 걸쳐 『만세보』에 연재되었고, 1907년 5월 17일부터 그해 6월 1일까지 『제국신문』에 뒷부분을 연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에 광학서포에서 단행본 『혈의 루』로 간행되었다.
이후로 이인직은 1913년 2월 5일부터 그해 6월 3일까지 『매일신보』에 「혈의 루」의 하편으로 볼 수 있는 「모란봉」을 연재하였는데, 연재되다가 미완성으로 끝났다. 「모란봉」의 경우, 등장인물을 같지만 작품 성격이 완전히 달라져 「혈의 루」와는 별개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 통상적 흐름이다.
두 번째 특징은 「혈의 루」가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이라는 점이다. 고소설의 전기적 특징들을 많이 극복하고, 신교육 사상이나 봉건 제도 비판, 평등사상, 애국 계몽사상, 근대 문물로 사회 개혁 추진, 근대적 결혼관 등의 주제적 측면이 부각된 점, 그리고 문체적인 면에서 한문에 토를 단 형태의 문체에서 벗어나 구어체 문장을 선보이고 있으며, 사실적인 장면 묘사, 자연적 시간 흐름의 서사 순서 탈피 등을 그 근거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모습이 아무리 문학사적으로 의미를 가진다 하더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세 번째 특징은, 대부분의 신소설이 그러하듯 「혈의 루」도 친일적 주제 의식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구완서’가 설계하는 정치 활동 계획에서 잘 드러난다.
신세대 지식인으로서 구완서가 목적하는 정치의 이상은 조선과 일본, 만주의 연방국 수립으로, 이는 일본 제국주의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인직이 한일 병합 조약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알려진 것처럼, 그러한 관점이 작품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구완서의 꿈은 조선을 강대국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안정적인 식민지가 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혈의 루」의 정치 의식적 한계이다.
[의의와 평가]
「혈의 루」는 문학적인 수준이나 가치로 보아 근대 소설의 효시인 신소설을 최초로 보여 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크다. 그리고 부산 지역이 활발한 근대 문물 수용지로서 서사를 이끌어 가는 핵심적인 매체적 진원지가 되고 있는 점도 「혈의 루」의 의의로 지적해 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