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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217191
영어의미역 A Rainy Day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부산광역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희원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현대 소설
작가 손창섭(孫昌涉)[1922~2010]
저자 생년 시기/일시 1922년연표보기 - 손창섭 출생
저자 몰년 시기/일시 2010년연표보기 - 손창섭 사망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53년 11월연표보기 - 『문예』에 발표
배경 지역 동래 전차 종점 - 부산광역시 동래구 수안동

[정의]

6·25 전쟁 이후의 부산 동래 지역을 배경으로 손창섭이 1953년에 창작한 현대 소설.

[개설]

「비 오는 날」은 대표적인 전후 소설 작가 손창섭(孫昌涉)[1922~2010]이 1953년 11월에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6·25 전쟁 직후를 탈출구 없는 우울로 살아 내고 있는 월남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장맛비 내리는 부산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6·25 전쟁 당시 피란지였던 부산의 모습은 상당히 어둡고 피폐하게 그려지고 있어, 당대인들의 심리와 절묘하게 부합하여 주제를 강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구성]

「비 오는 날」 6·25 전쟁 직후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는 시절, 피란민들이 사는 부산 동네 중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동욱, 동옥 남매의 움막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 직후라 사는 것이 남루하기 이를 데가 없고, 축축하고 어두컴컴하고 협소한 유폐적 공간인 남매의 움막은 저절로 우울함을 자아낸다. 이는 당대를 이해하는 작가의 절망적이고 황폐한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인물들도 피폐한 정조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이는 그들이 지속적으로 양가적이고 모순적인 감정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성격에서 강화된다. 동욱은 기독교적 순수함의 세계와, 생존으로서의 생활에 방해가 되는 동생을 버거워 하는 이기심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갈등상태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동생 동옥은 불구의 몸인 자신이 오빠로부터 언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불구이기 때문에 원구로 향하는 마음만큼 행동하지 못한다. 원구 역시 동욱에 대한 안쓰러움과 동옥에 대한 애정을 느끼지만, 그 감정에 대해 현실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지는 못한다. 이러한 분열 속에서 인물들은 스스로를 무능하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인식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물들은 암울한 당대 상황이 만들어 낸 필연적 인물로서 형상화된다.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사건은 여섯 번에 걸쳐 이루어지는 동욱 남매와 원구와의 반복적인 만남이다. 이 과정 속에서 인물들은 서로 특별한 영향 관계를 형성하지 않은 채 서로의 피폐함과 관계의 악화를 바라볼 뿐이다. 그것은 전쟁 직후라는 아노미 상태에서 그 어떤 소통도 분명히 할 수 없는 실상을 지속적인 긴장 속에서 보여 주는 것이다.

시점상 ‘원구’의 시각으로 동욱, 동옥 남매를 관찰·변호하는 양상을 보여 주고, 자신의 심정도 관찰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점도 「비 오는 날」의 구성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점은 내성적이고 관찰자적인 인물이 자기 내면은 물론, 상식적 수준을 벗어나는 인물에 대해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며 서술하기에 적합하다.

[내용]

비가 오는 날이면 원구는 6·25 전쟁으로 동래에 피란 와 있던 동욱, 동옥 남매 생각에 마음이 많이 우울해진다. 원구는 동욱과 길에서 우연히 만나 술잔을 기울인 이후로 종종 동욱 남매의 집에 들르게 된다.

원구는 어릴 때부터 독실한 기독교인이며 밝은 성격이었던 동욱의 과거를 떠올리면서, 술 좋아하고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동생에게 거칠게 대하는 동욱의 현재 모습이 편하지 않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오빠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노래도 곧잘 하던 동옥도 한쪽 다리가 곯아 버린 장애인이 되어 음산하고 방어적인 사람으로 변해 있다. 부모와 헤어져 남매만이 살고 있는 쓰러져 가는 움막에서 계속 비가 새는 모습은 못내 숨 막히고 처절하다. 이러한 동욱 남매의 집을 드나들던 원구는 점차 이들에게 정이 쌓이는 것을 느낀다.

한동안 계속되는 장마로 장사가 안 되어 살기가 힘들진 원구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고, 그 사이 동옥이 집주인으로부터 2,000만 환을 사기당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오랜 장마로 원구 자신도 살기가 어려워 허덕이다가 동욱 남매가 생각나 그들의 움막을 찾아간다. 그러나 이미 움막은 비어 있다.

새 집주인은 동욱이 옛날 집주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한 후 외출한 뒤 돌아오지 않았고, 동옥은 며칠을 울다가 어디론가 떠났는데, 그때 원구에게 편지를 남겼으나 그 편지를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동옥이 어디선가 몸을 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원구는 그녀를 거두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다. 원구는 이들 남매의 불행에 책임감을 느끼며 망연자실한다. 그 뒤부터 비가 오는 날이면 원구는 동욱 남매 생각에 우울해지곤 한다.

[특징]

「비 오는 날」은 문체적으로 ‘~것이었다’라는 종결 어미가 자주 사용된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관찰하는 원구의 시선이 반성적·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그래서 원구가 동욱의 말을 옮길 때에는 그를 불신·비판·희화화하고 있음을, 비참한 현실을 묘사할 때에는 그곳의 비인간적임에 대한 강조를, 원구의 행동이나 심리가 서술될 때에는 그것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확보하도록 만든다. 이 거리 때문에 독자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긍정이나 부정 중에 어느 것에도 불편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피동적 표현이 사용되는 것도 자주 보이는데, 이는 자발적 의지를 결여한 주체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상황이 우연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인물들의 소극적인 성격이나 암담한 현실의 분위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비 오는 날」은 사건 진행으로서의 서사는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그것보다는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묘사에 많이 할애한다. 그 묘사는 음산하고 우울한 정조를 밀도 있게 다루어 정태적인 분위기와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무덤 속 같은, 혹은 굴속같은 좁은 방이나 비 내리는 상황에 대한 묘사는 죽음과 어둠, 절망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문체를 보여 주고 있는 「비 오는 날」은 전쟁 직후의 참담한 현실 속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태도의 무능함과 자괴적인 양상을 보여 줌으로써, 인간이 근본적으로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의의와 평가]

「비 오는 날」은 전쟁 직후 사회적 불안정, 전통적 가치 체계의 붕괴, 경제적 궁핍 등을 감당하고 있는 병적이고 불구인 인간형을 날카롭게 형상화하여, 우리의 불행한 역사가 어떤 인간과 사회를 만들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그리고 부산을 배경으로 추적추적 지루하게 내리는 비와 그 비가 새서 마른 곳을 찾을 수 없는 좁디좁은 방, 그리고 그 방 속에 모인 정신적·육체적 불구를 가진 세 인물들의 만남과 헤어짐이 그 어떤 실화보다도 당대를 잘 포착해 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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