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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217197
한자 -里
영어의미역 Pyeonggang-ri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부산광역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희원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현대 소설
작가 정종수[1931. 1. 25~1999. 1. 27]
저자 생년 시기/일시 1931년 1월 25일연표보기 - 정종수 출생
저자 몰년 시기/일시 1999년 1월 27일연표보기 - 정종수 사망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90년연표보기 - 『겨레 문학』에 「평강리1」 발표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90년연표보기 - 『실상 문학』 겨울 호에 「평강리2」 발표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90년연표보기 - 『문학의 세계』 가을 호에 「평강리3」 발표
편찬|간행 시기/일시 1991년연표보기 - 『평강리』 출간
배경 지역 부산광역시 강서구

[정의]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작가 정종수가 1990년에 창작한 현대 소설.

[개설]

경상남도 하동에서 태어난 정종수[1931. 1. 25~1999. 1. 27]는 부산소설가협회 창립 회원으로 활동한 부산 지역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다. 젊어서 실직과 군대 문제로 인해 지난한 삶을 살다가, 뒤늦게 1965년에 「탕뛰기」로 『부산 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이후로 『중앙 일보』『부산 일보』, 『부산 문예』, 『부산 문학』, 『부산 예총지』, 『부산시정』 등에서 활동한 바 있다.

「평강리」는 『겨레 문학』에 「평강리1」, 『실상 문학』 겨울 호에 단편 「평강리2」, 『문학의 세계』 가을 호에 단편 「평강리3」을 각각 발표한 연작 소설로서, 1991년에 도서출판 광야에서 『평강리』로 출간하였다. 「평강리」는 낙동강 삼각주 중 최대 크기인 대저 쪽 평강리를 배경으로 하여, 지극히 가난하여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살아 내는 질곡의 시절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들의 삶은 너무 처절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묘하게 강한 생명력을 내뿜기도 한다.

[구성]

「평강리」는 「평강리1」, 「평강리2」, 「평강리3」으로 세 번에 걸쳐 다른 발표 지면을 통해 소개되었다. 공통적으로 ‘평강리’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평강리에서 모여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연작 소설의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평강리1」의 경우, 일제 시대를 지나 개발이 한창인 평강리로 고향을 떠났던 이들이 돌아와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이 형상화된다. 그리고 「평강리2」와 「평강리3」은 일제 시대에 ‘배두수’의 가족이 어떤 식으로 모진 세월을 보냈는지를 광복 때까지의 시간적 배경 속에서 보여 준다. 즉 「평강리1」이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이고, 「평강리2」와 「평강리3」은 하나의 이야기를 분리해서 실은 것이다. 때문에 「평강리」는 세 개의 이야기가 묶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두 개의 작품이 연결된 연작 소설 형태를 취한다고 할 수 있다.

「평강리」에서 가장 핵심적인 구성 요소는 공간적 배경, 즉 김해 평야가 보이는 낙동강 하류의 평강리라는 마을이다. 평강리는 살아 보겠다고 나갔다가 빈털터리가 되어 돌아온 마을 사람도,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다 삶에 지친 채 우연히 들어오게 된 이방인도 넉넉하게 품어 주는 따뜻한 공간이다.

권력자들의 손에 의해 수탈당하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 가기도 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만은 평강리 본래의 마음을 담고 있기에 진정 고향과 같은 마을이다. 그런 따뜻함이 삶의 비극을 모두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비극 앞에서 살아갈 마음은 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적 배경의 설정은 작가가 지향하는 공동체적 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에 형상화된 인물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이념이나 파당, 정치 단체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고, 남을 속이거나 억지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 하는 일에도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오직 투박하고 솔직하며, 자신 앞에 다가오는 것들이 긍정적인 것이든 비극적인 것이든 그 모든 것들을 긍정하며 살아갈 뿐이다. 이들은 오직 긍정의 자세로 혹독한 세월을 묵묵히 살아 낸다. 이와 같은 인물들의 무던함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힘이라고 작가는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내용]

「평강리1」

김해 평야는 일제 36년 동안의 수탈을 받았고, 오늘날에는 개발 논리에 묶여 원래 곡창이었던 곳에 비행장과 공군 부대, 교도소가 생기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 가고 있는 회한의 장소이다. 김해 평야의 평강천도 원래는 우물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맑은 물이 많이 흐르던 강이었으나,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고 군데군데 썩기 직전이다. 어릴 적 이곳을 떠났다가가 40년이 흘러 50줄에 다시 돌아온 ‘문필재’는 친구 ‘신철’이 방을 내주지 않았으면 거리로 나앉았을 정도로 가세가 기운 상황이었다.

하루는 문필재가 칠산댁의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친구 신철이 합석해서 친구들의 과거 역사를 이야기하게 된다. 문필재는 평강리의 젊은 층들이 역사의 질곡 속에서 가진 재주와 뜻을 펴지 못하고 쓰러져 간 이야기를 곱씹으며 울분을 느낀다.

「평강리2」

불볕더위인 초복의 어느 날. 평강천 근처 평강리 마을 사람들은 애벌 논매기에 여념이 없다. ‘배두수’ 내외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제 시대부터 배두수 내외는 먹고살기 위해 온갖 곳을 방랑하고 모진 풍파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큰딸의 생사도 알 수 없게 되었고, 굶어 죽게 생겼다가 이곳 평강리에까지 흘러들어 왔다. 그러다 다행히 인심 좋은 송생원의 집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어느 정도 생활의 안정을 찾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을 뿐, 막내 딸 순금이가 물에 빠져 죽는 사고가 생기는 등 이들 가족에게 불행은 끊임이 없다. 하나 남은 아들 기만을 송생원의 소개로 가락면 대사리에 있는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어 배두수 내외는 딸을 잃은 마음을 그나마 추스른다.

이따금 주재소 주임 다케다 하지메라는 왜놈이 송생원을 찾아와 거나하게 취해 가곤 하였는데, 사람들은 일본인 관리가 조선인 송생원에게 왜 그렇게 깍듯이 굽신거리는지 궁금해 한다. 혹시 송생원이 친일파는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그런 속에서 배두수는 이듬해에 두 마지기를 사경 대신 소작으로 주겠다는 송생원의 말에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도 한다.

그런데 그해 1941년 12월에 일본과 미국 간에 전쟁이 터졌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온 조선 땅은 공포와 불안, 긴장 속에 당황하고 있다. 1942년이 되자 전쟁은 평강리 마을을 동토 지대로 빠뜨리고, 관 주도의 엄청난 강제 소집이 진행된다. 이에 배두수 등 마을의 젊은 장정 10명이 남양 군도로 끌려간다. 이후로도 일제에 의한 마을 사람들의 강제 징용과 물자 수탈은 계속되고, 마을은 점차 피폐해져 간다. 절망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어느 날, 배두수의 아내 심순돌에게 신식 여인으로 변신하여 숙녀가 된 첫째 딸 순덕이 찾아온다.

「평강리3」

일본이 벌인 대동아 전쟁 때문에 징용되어 나간 마을 사람들의 유골이 속속 평강리에 돌아오고 있다. 배두수는 생사가 묘연하고, 아내 학동댁은 골목길에서 발자국 소리만 나도, 누군가의 헛기침 소리만 들어도 배두수가 나타날 것 같은 환상에 시달린다. 그나마 큰딸 순덕이 돌아온 것이 천만다행이지만 순덕의 지병인 간질병은 여전하다.

어느 날 저녁 아들 기만은 누나가 발작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때 기만은 반드시 성공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기도 한다. 한편 학동댁은 칠산댁의 소개로 하주걸이라는 홀애비에게 순덕을 시집보내고 아들이 장성하기를, 그리고 남편이 전쟁터에서 돌아오기만을 꿈꾸며 상처투성이 인생을 쓰다듬는다.

어느덧 1945년이다. 일본군은 나날이 패퇴하고 있지만, 평강리 북쪽에 해군 기지를 만들고 대저면민의 주산지를 약탈하고 있다. 조선인들은 일본이 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고, 떵떵거리던 일본인들마저 안전한 곳으로 숨어 들어간다. 일본 세력을 등에 업고 치부를 한 조선인들도 재산을 숨기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송생원만은 끄덕도 하지 않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배두수가 집으로 돌아온다. 사연인즉, 징용자들이 부산 제1 부두에 모여 있을 때 배두수는 안면이 있는 일본인을 만나 화장실을 간다고 빠져나왔고, 그 길로 육촌 동생이 살고 있는 영도에 피신하였다가 일본이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튿날 배두수와 학동댁은 딸 순덕을 만나 회포를 풀고, 배두수는 지리산으로 숨어들기로 한다.

이튿날 미 공군의 폭격이 시작되고, 일가족이 몰살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배두수 내외는 가문의 씨를 남겨 두기 위해 기만을 배두수의 고향 지리산 중태리에 맡긴다. 태평양 전쟁은 일본군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고, 부산에는 연일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어 대고 있다. 순덕은 결국 발작 때문에 물에 빠져 죽고 만다.

다음 날 배두수는 송생원으로부터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항복하였다는 소식을 듣는다. 라디오가 없어 소식을 들을 수 없었던 마을 사람들은 배두수를 통해 그 소식을 듣는다. 배두수 내외는 기쁨에 들떠 기만을 데려오기로 한다. 여전히 일본군은 무장 해제가 되지 않았고, 본국으로 가고자 하는 일본인들은 부산으로 모여든다. 배두수가 기만을 데리고 오는 길목인 진주역은 해방된 곳이라기보다는 공포와 긴장이 감도는 곳으로, 점심을 먹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일본 헌병대는 제 나라가 패망한 것도 모르고 악의에 찬 눈으로 사람들을 보고 있고, 배두수와 기만은 그것을 의식하고 있다.

[특징]

「평강리」의 특징은 인물들이 가난한 삶을 살아 내는 것을 추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서로를 보듬는 공동체적 의지가 작품 곳곳에 녹아들도록 형상화하였다는 점이다. 「평강리2」와 「평강리3」에서 일제 시대에 송생원이 배두수 가족 등 마을 사람들에게 베푸는 배려와 애정,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우며 서로의 삶을 걱정해 주는 모습, 그리고 「평강리1」에서 일제 시대를 지나고 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당시 고향으로 돌아온 빈털터리 친구를 아무런 대가 없이 받아들이고 그것에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담백하고 진솔한 마음은 삶에 절망한 사람도 살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힘에 대한 작가의 입장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 의식으로는 나아가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작품은 그것에 대해 구태여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데올로기적으로는 나쁜 친일파, 나쁜 일본 세력, 나쁜 유지들일지 모르나, 개개인들이 만들어 가는 실재 관계는 더 심층적이고 복잡하며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라고 작품은 말하고 있다. 현실을 살아 내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공동체 의식이라는 것은 이데올로기보다 훨씬 소박하고 담백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입장은 체제 친화적인 논리를 강조하는 식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작품 내적으로는 큰 무리 없이 작가의 주제 의식이 적절하게 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의와 평가]

「평강리」는 낙동강 하구의 낮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이 가난하고 처절한 현실 앞에서도 강력하고 단단한 생의 의지를 지키는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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