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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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釜山 |
영어의미역 | Busa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근대/일제 강점기 |
집필자 | 이희원 |
[정의]
부산역을 주요 배경으로 하여 이남원이 1935년에 창작한 단편 소설.
[개설]
1930년대 중·후반 당시 식민지민인 조선인이 당도한 부산은 사기꾼으로 넘쳐나는 척박한 곳이다. 「부산」은 바로 그런 삶을 살아가는 당대인들의 불안한 삶을 그려 내고자 한 작품이다. 「부산」은 1935년 4월에 『조선 문단』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 평양에서 서울로 왔다가 이번에는 일본으로 건너가기 위해 부산에 온 한 사나이가 부산 여기저기에서 계속 사기를 당하다가 결국 경찰에 이끌려 만주로 노동을 하러 가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담았다.
[구성]
「부산」의 구성적 특징을 살펴보면, 주인공이 부산항에 도착해서 크고 작은 사기를 당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나열하는 에피소드식 구성을 보여 주고 있다. 각 사건들이 특별한 사회 비판 의식이나 무게감 있는 의미들로 모이지 못하고 장면들을 묘사하는 것으로 그치면서 이야기를 희극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사기를 당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세밀한 데 반해 거리의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묘사는 다소 부족하여 개연성이 떨어진다.
특히 주인공의 경우, 오랫동안 조선 땅의 여러 곳을 전전하며 노동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 너무나 쉽게 사기에 걸려들고, 사람들을 쉽게 믿어 버리는 모습은 다소 납득하기가 힘든 면이 있다. 어쨌든 이러한 인물과 사건 배경 속에서 당대 부산항에서 벌어진 밀항이나 사기, 일본 문화의 유입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내용]
‘나[김상빈]’는 평양 사람인데, 서울에서 일을 하다가 일본에 가서 일을 해 볼 요량으로 기차를 타고 부산역에 당도하였다. 항구에는 일본 사람이 반이고 조선 사람이 반인데, 조선 사람 중에는 나와 같이 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간혹 학생, 또는 노동자의 아내, 웃음 파는 여자 등이 보인다.
내가 배를 기다리고 있을 때 한 남자가 접근해서 일본에 가려면 도항증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도항증이 없다고 하자, 남자는 자신이 도항증을 주겠다며 돈을 요구한다. 남자의 말만 믿은 나는 3원을 주고 도항증을 받는다. 도항증을 들고 배를 타려 하자, 형사 같은 사람이 나의 도항증이 위조라며 몰아붙여 쫓겨나게 된다.
힘없이 발길을 돌리는데 한 엿장수가 엿을 사라고 한다. 그때 나는 엿 밑에 오십 전 짜리 은화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엿 값이 좀 비쌌지만 그 동전을 가질 요량으로 엿을 산다. 그런데 사고 보니 그 엿에는 동전이 안 붙어 있다. 엿장수가 비웃는 것을 보니 또 속은 것 같지만 달리 대응할 길이 없다. 기분이 나빠 술이나 한잔하려고 가게에 들어가 청주와 소갈비를 시켰더니, 일본 술을 청주라고 내놓고 소갈비 안주에는 살점이 하나도 없다. 나는 더욱 화가 나 주인과 대거리를 하다가 술만 들이켜고 나와 국수를 먹으러 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국수집에 들어갈 때에는 주인이 분명 국수가 있다고 하였는데, 막상 상을 받아 보니 주인은 국수가 없다며 장국밥을 가져온다. 또 화가 났지만 장사가 안 되어서 그랬다는 주인의 말에 그냥 장국밥을 먹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두어 술 먹다 나와 버린다. 그때 들고 다니는 양동이 손잡이가 고장 나 한 가게에 가서 그것을 고친다. 그런데 돈을 또 엄청나게 비싸게 받는다. 누르고 눌렀던 화가 폭발하여 나는 가게 주인과 옥신각신 싸우게 된다. 이에 주인이 경찰을 부른다고 하자, 덜컥 겁이 난 나는 주인에게 의자를 던지고 돈을 절반만 내고 도망가서 한 여인숙에 들어간다.
여인숙에 가서 숙박 명부를 적는데, 옆에서 나의 사정을 듣고 있던 한 사람이 자기가 주선하여 도항증 없이 일본에 갈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한다. 계속 사람들로부터 속아 왔던 나는 반신반의하지만, 그 사람의 말대로 모아 놓은 사람들을 보고는 남은 돈을 털어서 그에게 준다. 그래서 그 사람이 말한 배를 타고 떠나게 되는데, 갑자기 경찰의 배가 내가 탄 배를 쫓아와 멈추라고 한다. 자신이 탄 배가 밀항하는 배라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주선을 해 주었던 사람을 따라 도망치려 하나 경찰에게 붙잡히고 만다.
결국 그 사람을 잡아서 낸 돈의 절반은 찾을 수 있었지만 일본에는 가지 못하고, 나와 같이 있던 사람들은 경찰서의 주선으로 만주에 철도 부설하는 곳의 인부로 가게 된다. 이튿날 나는 타고 왔던 기차를 다시 타고 부산역을 떠나면서 ‘에이, 더러운 부산아’ 하고 부르짖으며 부산 쪽을 향해 침을 뱉는다.
[특징]
「부산」에 등장하는 먹고살기 위해 조선과 일본, 만주 등을 떠도는 자들과, 그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며 기생하는 자들, 그리고 이런 자들을 잡으려는 경찰들이 뒤엉켜 있는 혼란상은 당대 조선의 사회를 보여 주는 한 단면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문제적인 상황을 거시적이고 사회 구조를 꿰뚫어 내는 시선으로 포착하지 못하고 단지 가벼운 에피소드식으로 처리해 버린 것, 그리고 이 혼란상을 경찰의 손에 의해 정리하는 것으로 끝내는 현상은 주제적인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의의와 평가]
「부산」은 1930년대 중·후반의 부산항이 일제의 폭력 속에서 얼마나 척박한 땅이 되어 가고 일본화되어 있었는지를 잘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