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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217193
한자 夕陽
영어의미역 Sunset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부산광역시
시대 근대/일제 강점기
집필자 이희원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소설
작가 이태준(李泰俊)[1904. 11. 4~?]
저자 생년 시기/일시 1904년 11월 4일연표보기 - 이태준 출생
저술|창작|발표 시기/일시 1942년 2월연표보기 - 『국민 문학』에 발표
편찬|간행 시기/일시 1943년 12월연표보기 - 『돌다리』에 수록
관련 사항 시기/일시 1946년경 - 이태준 월북
배경 지역 해운대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62번길 47[중동 1015-1]지도보기
배경 지역 경상북도 경주시
배경 지역 서울특별시

[정의]

부산 해운대의 장소성을 부각시켜 이태준이 1942년에 창작한 소설.

[개설]

이태준(李泰俊)[1904. 11. 4~?]은 1930년대에 들어서 일본의 사소설과 유사한 형태를 많이 가지는 소위 ‘심경 소설’이라 분류되는 일군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러한 흐름 속에 놓여 있는 작품인 「석양」은 1942년 2월에 『국민 문학』에서 발표되었으며, 1943년 12월에 출간된 『돌다리』에 수록되어 있다.

「석양」은 심경 소설적 면모가 돋보이며, 해운대가 주제 형상화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작가의 분신으로 읽히는 주인공 ‘매헌(梅軒)’과 경주의 한 젊은 아가씨 ‘타옥’과의 교감과 필연적 이별은 1940년대 초반 암담한 조선의 현실을 살고 있는 지식인의 무기력하고 소외된 상황과 연결된다. 특히 작품 후반부에서, 해운대에서 노쇄해 가는 매헌과 젊음으로 빛이 나는 타옥이 만나 둘 사이에는 결코 공존할 수 없는 거리가 있음을 확인하는데, 아름다운 해운대 정경과 어울려 그 인물들의 심경이 절묘하게 포착되고 있다.

[구성]

「석양」에서 이태준은 작가로서의 영감이나 에너지를 잃어버린 채 홀로 경주로 향하는 ‘매헌’이라는 인물을 형상화한다. 매헌은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작가라는 점, 옛것에 대한 심미안을 가지고 있는 세련된 취향의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이름 그 자체가 이태준 아버지의 호라는 점 등에서 이태준 자신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인물이 자기 내면의 문제나 경험을 읊조리는 작품의 양상은 「까마귀」, 「장마」, 「토끼 이야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심경 소설적 모습을 보여 준다.

‘매헌’은 어떤 정신적 수준에 오른 교양적인 인간이지만, 그것이 현실적인 힘이나 활기로 만들어지지는 못한 채 아무도 공감할 수 없는 고독에 빠져 있는 인물이다. 이는 1940년대 당시 일제의 압박이 극에 달하는 식민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무기력한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때문에 매헌은 자신이 살고 있는 경성을 떠나 다른 곳으로 나가고자 하는 일종의 탈출 욕망을 계속 드러낸다. 매헌이 경주에 가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작품에서 중요한 축을 형성하는 또 다른 인물이 ‘타옥’이다. 타옥은 여러 지점에서 매헌과 반대의 축에서 짝을 이루는 인물이다. 타옥은 경주라는 옛 도시에서 존재만으로도 묘한 아름다움과 젊음을 발산하는, 그래서 일견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인물이다. 심미안과 도시적 세련미를 갖추었으며 세속적 관습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매헌은 타옥의 생생하게 아름다운 모습에서 십일 면 관음보살의 이미지가 주는 깊이와 조선 백자의 미를 확인한다. 타옥의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과 젊음에 대해 늙고 지친 매헌은 매료되지만, 그 양상은 세속적이지 않고 오히려 성스럽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둘의 관계가 결국 구체적 현실 속에서 질적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 채 서로 간의 인력과 척력을 유지한 채 맴도는 것은, 권력에 대한 저항이나 비판이 불가능한 시대적 상황에 대한 작가의 무기력함이나 허무주의적 발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간적 배경의 측면에서 볼 때 「석양」은 매헌의 주관적 시선 속에 포획된 경주와 해운대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옛 조선의 문화가 숨 쉬고 있는 고요한 경주는 매헌이 도망쳐 온 현실과 다른 이국적인 대상으로 그려지고 있고, 해운대의 석양은 매헌이 타옥을 결코 자신의 것으로 취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쓸쓸함과 무기력을 인식하게 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용]

매헌은 삼복더위에 혼자 경주 구경을 나섰다. 혼자 길을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그였고, 경주가 신라의 고도라는 것 말고는 별로 아는 것도 없이 정신을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길을 떠난 것이다. 매헌은 경주의 한 고완품점(古翫品店)에서 토기를 하나 사는데, 그곳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처녀 타옥을 만나게 된다. 시골과 어울리지 않게 도회풍이고, 한마디를 해도 교양이 깊은 것이 느껴져 그녀와 대화를 더 하고 싶을 지경이다.

매헌은 고완품점을 나와 오릉을 오르는데, 거기에서 소나무에 올라 앉아 매헌의 수필집을 읽고 있던 타옥을 다시 만나게 된다. 매헌은 타옥과 함께 며칠 동안 경주를 구경하면서 그녀에게, 또는 그녀의 청춘에 매료된다. 이후로 귀환한 매헌과 타옥은 몇 번의 서신 왕래를 한다. 가끔씩 매헌은 타옥이 그립고, 사랑인가 생각하기도 한다. 이듬해 봄, 매헌은 다시 경주로 내려가 타옥과 만나 아름다운 유적지를 돌아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헤어진 이후로도 둘의 필담은 지속된다.

매헌은 마치기로 한 책이 아직 완결되지 않았는데 집에서는 잘되지 않아 해운대 온천으로 가면서, 타옥에게 경주에서 멀지 않은 곳이니 오라고 한다. 둘은 해운대에서 만난다. 생의 황혼이 오고 있는 매헌과 달리 타옥은 아름다움이 만발하고 있다. 해운대 바닷가에서 너무나 다른 생의 시간을 살고 있는 둘의 대화는 서걱거린다. 이튿날 눈을 떠 보니 타옥은 없고, 타옥이 약혼하였다는 내용이 적힌 쪽지만 남아 있다. 벌떡 일어난 매헌은 마음이 허전함을 느낀다. 석양은 아름다우나 너무 속히 황혼이 된다는 것을 느낀다.

[특징]

이태준 소설의 특징으로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은 상고주의, 혹은 전통주의이다. 「석양」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전통적 미에 대한 감식안을 가진 교양인을 주요 인물로 내세우고 있으며, 그 인물의 취향을 통해 작가의 미의식을 발현하고 있다. 특히 경주라는 옛 신라 도읍지의 아름다움은 그러한 미의식 속에서 구체적으로 현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타옥의 아름다움도 구체화된다.

이러한 상고주의에 대해 여러 논자들은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즉 그것이 민족의 주체성을 찾으려는 의지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인정하고 그 변화 가능성을 외면하는 알리바이로 상고적 아름다움이 호출되고 있다고도 한다. 그것도 아니면 완성된 세계를 지향하는 시적 정신이라고 보기도 한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부분은 작품의 전체 해석을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기에 이에 대한 이해가 이태준의 작품 세계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석양」에서도 우리는 골동품의 아름다움에 대한 매헌의 심취가 작품 전반을 뒤덮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완품’에 대한 매헌의 욕심이 그 예가 될 것인데, 매헌은 이것의 아름다움을 현실적 효용성보다는 단지 아름다운 것이라는 의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의식이 현실에 대한 어떤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로 환원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아름다움 그 자체에 몰두한다는 점에서 대상과의 즉물적인 만남을 전제로 하는 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매헌이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독자적인 미적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였음을 강조한다.

두 번째 특징은 일제 말기 이태준의 단편 소설이 자전적인 면모를 보이는 사소설의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1930년대 후반이 되면 이태준「석양」을 비롯하여 「까마귀」, 「장마」, 「토끼 이야기」 등을 통해 사소설 혹은 심경 소설적인 단편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 한, 매헌 등의 이름을 지닌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의 일상과 그 심경을 따라가는 형태의 작품은, 현실이 아니라 그가 추구하는 미적 세계로 몰입한다.

「석양」의 매헌이 여행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이태준이 체제에 저항하지는 않지만 복무하지도 않겠다는 의지들을 우회적으로 담고자 하는 장르 의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에 대한 비판적 긴장을 상실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의의와 평가]

「석양」이태준의 후기 단편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상고주의와 심경 소설적 면모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태준의 상고주의는 그 의미가 양가적인데, 그것이 체제 순응적이든 억압적 현실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의 저항이든, 1930년대 후반 전시 체제를 노골화하는 일제의 압박 속에서 무력감에 빠진 당대 지식인의 심리를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심경 소설적 양상은 일본의 사소설 영향을 자기화한 것이라 할 수 있기에 장르적 측면에서 앞으로 더 연구할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석양」은 장소성을 형상화하는 방식이 두드러진 소설이다. 옛 정취 가득한 도시 경주가 서울에서 도피해 온 주인공의 은신처로서의 의미로 형상화되고 있다면, 해운대는 두 사람이 서로 좀 더 가깝게 서로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그것 때문에 이별할 수밖에 없는 회한의 공간으로서 그 미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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