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9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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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直說的-釜山- |
영어의미역 | Wild and Straight Forward Busan Dialects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차윤정 |
[개설]
부산말은 부산 지역에서 사용되는 말을 가리킨다. 이는 특정 언어 집단과 다른 집단의 언어 체계의 차이를 바탕으로 구분되는 방언 구획에 따른 분류가 아닌, 언어 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라는 의미의 부산말을 가리킨다. 물론 방언권의 분류에 따르면 부산말은 동남 방언권의 경상남도 방언에 속한다. 따라서 부산말은 이들 방언권에 속하는 말들이 가진 특징을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부산말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부산말만의 특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부산에서 사용되는 부산말이 보여 주는 성격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부산말과 같은 방언권에 속한 다른 지역어와의 비교 없이, 부산에서 사용되는 부산말만을 대상으로 이에 나타나는 특성들을 다음의 차례에 따라 살펴보기로 하겠다.
1. 왜 부산말이 거칠다고 할까?
2. 뻐떠카먼 뿔따구를 내노?: 경음의 사용
3. 내가 캤다 카드나?: 격음의 사용
4. 니 머 하노?: 억양
5. 지우개까 지아뿌라: 문법화
6. 물 쫌 주소: 짧게 말하기
7. 문디 가시나, 지랄하네: 비속적 표현
8. 무뚝뚝하지만 솔직하고 은근한 부산말
[왜 부산말이 거칠다고 할까?]
2010년 부산발전시민재단이 부산 지역민과 타 지역민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부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으로, 1위 ‘해운대 같은 자연 경관’에 이어 ‘부산 사람의 기질[투박함, 사투리, 의리]’을 2위로 뽑았다. 또한 ‘부산 사람’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에 대해서는 1위가 ‘무뚝뚝하지만 속이 깊음’이고, 2위가 ‘큰 목소리와 사투리’였다. 그만큼 말은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의 이미지와 그 말이 사용되는 지역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간 부산말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설문 조사나 신문[『국제 신문』-부산 사람 비밀 코드], 인터넷 같은 매체 등을 통하여 ‘무뚝뚝하다, 거세다, 사납다, 직설적이다’ 등으로 지속적으로 규정되어 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이미지는 부산을 배경으로 한 상업 영화의 제작이 활발해지면서 더욱 강화·고착되고 있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사용되는 부산말에 대한 이미지와 함께 영화 속의 등장인물이 사용하는 거친 어휘나 말투가 여러 영화에서 반복됨으로써, 부산말이 거칠고 거세다는 이미지를 더욱 고착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산말의 이러한 이미지는 부산말이나 부산말을 사용하는 사람의 화법과 어떠한 관련이 있을까? 여기에서는 부산말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특징을 살펴보고, 그것이 이러한 이미지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러한 특징들의 이면에 자리한 부산말이 가진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뻐떠카먼 뿔따구를 내노?: 경음의 사용]
일반적으로 부산말에서는 경음[된소리]이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말 자음 중 ‘ㄲ, ㄸ, ㅃ, ㅆ, ㅉ’ 같은 소리를 경음이라고 하는데, 경음은 ‘ㄱ, ㄷ, ㅂ, ㅅ, ㅈ’ 같은 평음[예사소리]에 긴장이 더해진 소리로, 평음보다 강한 소리로 인식된다. 그래서 개인의 말이든, 지역의 말이든 경음을 많이 사용하면 그 말은 강하다는 인상을 준다. 말에서 경음이 사용되는 경우는 대개 2가지로 구분되는데, 음운 현상에 의하여 경음이 아닌 소리가 경음으로 바뀌는 경우와 원래부터 어휘에 경음이 포함된 경우가 그것이다. 경음이 아닌 소리가 경음으로 바뀌게 되는 대표적인 음운 현상으로는 경음화 현상이 있다.
경음화 현상은 부산말뿐만 아니라 우리말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음운 현상이다. 경음화 현상은 일반적으로 명사와 조사의 결합이나 용언의 어미 활용, 복합어 등에서 앞 음절이 ‘ㄱ, ㄷ, ㅂ’로 끝나고 뒤에 경음의 짝이 있는 평음이 이어진 경우, 평음이 경음으로 바뀌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국밥’에서 ‘국’의 끝소리 ‘ㄱ’에 ‘밥’의 첫소리 ‘ㅂ’가 이어질 경우, ‘ㅂ’가 ‘ㅃ’로 바뀌게 되어 ‘국빱’으로 소리 나게 된다. ‘뜯고’의 경우도 ‘뜯’의 ‘ㄷ’에 ‘고’의 ‘ㄱ’가 이어져, ‘ㄱ’가 ‘ㄲ’로 바뀌어 ‘뜯꼬’로 소리 나게 되고, ‘잡자’도 같은 이유로 ‘ㅂ’에 ‘ㅈ’가 이어져 ‘ㅈ’가 ‘ㅉ’로 바뀌어 ‘잡짜’로 소리 나게 된다. 이러한 경음화는 우리말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이것 때문에 특별히 부산말이 강하게 들리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외에도 부산말에서는 체언이 조사와 연결될 때, 표준어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경음화가 발생되기도 한다. 오늘또[오늘+도], 잠또[잠+도] 같은 것들이 그러한 예이다.
또한 부산말에서는 표준어와는 달리 어두에서 평음이 경음으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골목’이 ‘꼴목’으로, ‘다듬다’가 ‘따듬다’로, ‘부수다’가 ‘뿌수다’로, ‘자르다’가 ‘짜르다’로 나타나는 것이 그러한 예이다. 이들 부산말은 어두음이 경음이라는 점만 표준어와 다르다. 어두에서 평음이 경음으로 바뀌는 현상은 ‘꼴째기[골짜기], 까죽[가죽], 까시[가시], 까재[가재], 까지[가지], 껀지다[건지다], 따듬다[다듬다], 땡기다[당기다], 떤지다[던지다], 또랑[도랑], 뽁따[볶다], 뿌수다[부수다], 뽈[볼], 뿌라지다[부러지다], 쫌[좀], 짜르다[자르다], 짱어[장어], 쫍다[좁다]’와 같이 넓은 범위에서 나타난다.
표준어와 비교해 볼 때, 부산말에는 경음화와 같은 음운 현상에 의한 경음의 실현 외에도 어휘적 측면에서 경음이 포함된 어휘들이 많다. 예를 들면 표준어의 ‘데우다’에 해당하는 ‘따수다·떠수다’, ‘서랍’에 해당하는 ‘빼다지’, ‘많이’에 해당하는 ‘짜다라·짜다리’ 같은 것들이다. 이 어휘들은 같은 뜻을 가진 표준어와는 형태가 다른데 경음이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같은 뜻의 문장을 말하더라도 표준어로 말하면 “서랍 좀 열어봐.”가 부산말로는 “빼다지 쫌 빼바라.”가 되어 듣는 이로 하여금 소리가 강하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이외에도 표준어에서는 평음을 포함하고 있는 어휘지만 부산말에서는 경음을 포함하고 있는 어휘들이 많다. 깐알라[갓난아기], 깔꾸리[갈고리], 깔치뜯다[잡아 뜯다], 깝치다[재촉하다] 깨꼼하다[개운하다], 꺼꺼럽다[서먹서먹하다], 깨방[훼방], 께을받다[게으르다], 꼬루다[겨누다], 꼬시다[고소하다], 꾸둑살[굳은살], 똥가리[동강], 똥굴빼이[동그라미], 뻐떡하면[걸핏하면], 삐대다/뽀대다[밟다, 다져질 정도로 밟다], 뽄배기[본보기], 뿔따구[성], 쌔비다·째비다[훔치다], 짜매다[동이다·잡아매다], 짜자부리하다[자질구레하다] 짤리다·짤리가다[닿다·다다르다], 쪼가리[작은 조각], 쪼께[조금], 쪼껜하다[조그마하다] 등이 그 예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부산말에서는 음운적으로 일반적인 경음화 현상뿐만 아니라 어두에서도 경음화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어휘 부분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음이 많이 사용되는 편이다. 표준어에 비해 경음이 많이 사용되는 부산말은, 경음이 평음에 비해 강한 소리라는 점에서 경음의 사용과 비례해서 강하고 거세게 인식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캤다 카드나?: 격음의 사용]
부산말에서는 격음[거센소리]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우리말 자음 중 ‘ㅋ, ㅌ, ㅍ, ㅊ’ 같은 소리를 격음이라 하는데, 격음은 ‘ㄱ, ㄷ, ㅂ, ㅈ’ 같은 평음에 ‘기[aspiration]’가 수반되는 소리이다. ‘기’는 소리를 내기 위해 공기를 압축했다가 터트릴 때 나타나는 공기의 강한 흐름이다. 따라서 ‘기’가 수반되는 격음은 그렇지 않은 평음보다 어감상 강하고 거세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격음이 사용된 ‘팔’과 평음이 사용된 ‘발’을 발음할 때 손등을 입 가까이 대면, 이 소리의 세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부산말에서 격음이 사용되는 경우는 어휘 자체에 격음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외에 격음화 현상과 음절 축약을 통한 격음의 사용을 들 수 있다. 격음화[거센소리되기]는 평음[ㄱ, ㄷ, ㅂ, ㅈ]과 후음[목소리: ㅎ]이 결합하여 격음[ㅋ, ㅌ, ㅍ, ㅊ 등]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표준어를 포함하여 우리말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음운 현상이다. 표준어의 ‘국화, 좋다, 좁히다’가 각각 ‘구콰, 조타, 조피다’로 발음되는 것처럼 부산말에서도 ‘구카, 조타, 쪼피다’로 발음되어 ‘ㅋ, ㅌ, ㅍ’ 같은 격음이 나타난다.
또한 부산말에서는 음절이 축약되면서 격음이 사용되기도 한다. ‘밥 무웄다 카던데, 주웄다 카더라, 간다 캐라, 모른다 카이, 니 뭐라 캤노’에서 나타나는 ‘카던데, 카더라, 캐라, 카이, 캤노’가 이러한 예이다. 이들 형태는 인용을 나타내는 ‘-고 하-’가 ‘카-’로 축약된 경우이다.
예를 들어 ‘-고 하다, -고 하면, -고 해서, -고 해라, -고 했나, -고 했노’ 등은 부산말에서 ‘카다, 카면, 캐서, 캐라, 캤나, 캤노’ 등으로 축약되어 나타난다. ‘-고 하-’가 ‘카-’로 축약되는 예들은 부산말에서 아주 빈번하게 나타나는데, ‘카길래, 카는데, 카더마는, 카디이, 칼끼고, 카겠능교, 카나, 카네, 커더나, 카소, 캐도, 캐바야’ 등도 모두 이러한 예들이다.
또 부산말에서 ‘카다’는 ‘-고 하-’가 줄어든 형태 외에도 독립적으로 ‘하다, 말하다’ 등의 의미를 지니는 어휘로 사용되기도 한다. ‘니가 캤다 아이가?’[네가 그랬지 않니?]의 ‘카다’는 ‘-고 하다’의 축약이 아니라 ‘하다, 말하다’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와 카노?[왜 그러니?], 딸래미가 카는데[딸이 말하는데], 백지 카는 소리재?[그냥 하는 소리지?]’ 등에서 나타나는 ‘카다’ 역시 이러한 성격을 지닌다. 이와 같이 격음이 포함된 ‘카다’는 부산말에서 빈번하게 사용됨으로써, 부산말이 거세고 거칠다는 느낌을 주는 데 영향을 끼친다.
이 외에 조사 중에도 부산말에서는 격음을 사용하는 예들이 보인다. ‘서울카마 여가 더 스원치[서울보다 여기가 더 시원하지], 어데로 바도 저거 아버지카마사 낫다 아이가?[어디로 봐도 자기 아버지보다야 낫지 않니?]’의 ‘카마, 카마사’는 조사 ‘보다’의 의미를 지닌 부산말이다. 또 ‘니캉 내캉 두키서만 모린 채 하믄 끝이다[너하고 나하고 두 사람만 모른 척하면 끝이다], 우리캉 같이 가자 마[우리랑 같이 가자]’ 등에서 나타나는 ‘캉’은 조사로서 접속 조사 ‘와, 하고’의 의미를 지닌 부산말이다. 이처럼 조사 중에도 격음을 사용하는 말들이 있어, 부산말이 표준어에 비해 격음이 많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격음의 사용은 듣는 이로 하여금 부산말이 거세고 강하다고 한다.
[니 머 하노?: 억양]
억양은 말에 얹혀 나타나는 소리의 높낮이를 말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노래해’라는 말을 그 끝을 올려서 ‘노래해↗’라고 상승조로 말하면 의문문이 되고, ‘노래해↘’처럼 끝을 낮추어 하강조로 말하면 평서문이나 명령문이 된다. 또 ‘노래해→’처럼 전체를 똑같은 높이의 수평조로 말하면 청유문이 된다.
이처럼 문장에 나타나는 억양에 따라 말하는 이의 듣는 이에 대한 태도가 드러난다. 하강조 억양은 명령문 또는 진술하거나 대답하는 문장처럼 듣는 이에게 대답을 요구하지 않고, 말하는 이가 말을 끝맺는 문장에 주로 사용된다. 이에 비해 상승조 억양은 의문문처럼 말끝을 올림으로써 듣는 이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문장에 사용된다. 하강조 억양으로 말을 끝맺으면 끝음절의 길이가 짧아짐으로써 단정적인 느낌을 둔다. 이에 반하여 상승조 억양으로 끝맺게 되면 끝음절의 길이가 하강조 억양에 비해 길어져서 단정적인 느낌보다는 다소 부드러운 느낌을 주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상승조 억양은 끝을 올림으로써 듣는 이에게 말차례를 넘겨준다는 의미와 함께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을 듣겠다는 태도가 드러난다.
부산말의 경우 평서문에서는 ‘배고파 죽갰다↘[배고파 죽겠다], 내는 밥 무웄다↘[나는 밥 먹었다]’처럼 대부분이 하강조 억양을 나타내는데, 이는 표준어의 평서문에서 나타나는 억양과 같다. 하강조 억양은 문장 끝을 내림으로써 다소 단정적인 느낌을 준다. 특이한 것은 부산말의 의문문의 억양이다. 의문문의 경우 부산말에서는 ‘니 무순 공부하노?↘[너 무슨 공부하니?], 머하노?↘[뭐하니?], 니 숨쿠능 기 머꼬?↘[너 숨기는 게 뭐니?], 내가 어데로 가꼬?↘[내가 어디로 갈까?]’와 같이 의문사가 있는 의문문에서 문장 끝의 억양이 하강조이다. 또 ‘이거 니가 산 거 만나?↘[이거 네가 산 것 맞니?], 내 거어 가까?↘[내가 거기 갈까?]’ 같은 의문사가 없는 문장에서도 문장 끝의 억양이 내려간다. 하지만 ‘바깨 누가 안나? →[밖에 누가 왔니?], 어대 가나? →[어디 가니?], 더 무울래? →[더 먹을래?]’ 같은 듣는 이에게 예, 아니오의 간단한 대답을 요구하는 의문문의 경우에는 수평조 억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부산말에서 대부분의 의문문 억양이 하강조로 나타나는 것은, 우리말에서 의문문의 억양이 일반적으로 상승조로 나타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하강조 억양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부산말이 무뚝뚝하고 거세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상승조 억양이 문장 끝음절의 길이가 길어짐으로써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들을 이에게 말차례를 넘김으로써 상대방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이에 반해, 부산말의 하강조 억양은 문장 끝음절의 길이가 짧아 단정적인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들을 이에게 다음 발화에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고 닫힘으로써 대화가 일방적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명령문에서도 부산말에서는 ‘방 쫌 치아라↘[방 좀 치워라], 이거 가따 나아라↘[이거 갖다 놓아라]’처럼 ‘-아라’로 끝날 때는 거의 하강조 억양이 나타난다. 단지 ‘방 쫌 치아래이→, 이거 가따 나아래이→’ 에서처럼 ‘-래이’로 발음할 때는, 문장의 끝이 약간 올라가는 듯한 느낌의 수평적 억양으로 나타날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명령이지만 부탁의 느낌이 강하게 드러나 좀 더 부드럽고 간곡한 의미를 드러내게 된다. 청유문의 경우도 부산말에서는 하강조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분[이번]에는 하지 말자↘, 밥 묵자↘’ 같은 경우가 그러한 예이다. 하지만 ‘장난치지 말자→, 같이 인사하자→’ 같은 경우는 수평조 억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부산말에서는 하강조 억양이 많이 나타나고, 상승조 억양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억양적 특징은 대화 시 듣는 이로 하여금 단정적이고 일방적인 느낌이 들도록 하여 부산말은 무뚝뚝하고 강하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지우개까 지아뿌라: 문법화]
부산말에서는 표준어에서는 보조 용언으로 나타나는 말이 하나의 문법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떠나 버리다’의 보조 용언 ‘버리다’는 본용언 ‘떠나다’에 연결된 것으로, ‘버리다’가 원래 가졌던 의미가 아닌 ‘어떤 동작이 완료되었다’는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이 보조 용언 ‘버리다’가 부산말에서는 ‘-삐다’ 혹은 ‘-뿌다’로 나타난다. ‘가는 벌씨로 가삣다.’, ‘댔다 마, 치아뿌라’에서 나타나는 ‘-삐다’, ‘-뿌다’가 그것이다. 그런데 ‘버리다’가 ‘-삐다, -뿌다’로 나타나는 것은 부산말이 지닌 발음의 경제적인 원칙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음절로 나타나는 것을 2음절로 축약시켜서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말에 이러한 경제적 원칙이 작용하는 것은 보조 용언 ‘가지고’에서도 나타난다. ‘빵을 사 가지고’는 본용언 ‘사’에 보조 용언 ‘가지고’가 연결된 것이다. 이때 ‘가지고’는 앞의 상황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음 사건이 발생함을 나타낸다. ‘빵을 사 가지고 갔다.’는 부산말에서 ‘빵을 사 가꼬 갔다’나 ‘빵을 사가 갔다’로 표현된다. ‘가지고’가 ‘가꼬’에서 다시 ‘가’로 변화해 가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표준어에서와 달리 부산말에서는 이렇게 보조 용언의 형태가 축약되어 하나의 문법적인 형태로 변화해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짧은 언어 표현을 사용하여 최대의 효과를 누리고자 하는 경제적인 원칙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말에서는 ‘사용하다’나 ‘도구’의 의미를 지닌 ‘가지고’가 1음절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우개 가지고 지워봐라.’는 부산말로 ‘지우개까 지아바라.’로 표현된다. 이 예에서 ‘가지고’는 ‘까’로 줄어들어, 3음절이 1음절로 줄어드는 축약 현상을 보여 주는데, 이때 ‘까’는 명사 뒤에 붙어서 ‘사용하다’나 ‘도구’의 의미를 나타낸다.
또한 이러한 축약은 앞에서 살펴보았던 인용말의 경우에도 나타난다. ‘아깨 간다 카드만 안즉또 안 갔나?’[아까 간다고 하더니만 아직도 안 갔니?]와 같은 예가 그것이다. 이 예에서는 인용을 나타내는 ‘-고 하-’가 ‘카’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부산말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축약 현상은 경음화와 관련이 깊다. 특히 부산말에서 ‘버리다’가 ‘삐다, 뿌다’로 나타나는 현상과, ‘사용하다, 도구’의 의미를 지닌 ‘가지고’가 ‘까’로 나타나는 현상은 일반적인 경음화 현상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보조 용언 ‘가지고’가 부산말에서 ‘가꼬’로 축약되면서 경음화 되는 것은, 축약될 때 ‘ㅈ’ 아래서 ‘ㄱ’가 경음화된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경적 조건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가삐다’나 ‘치아뿌라’의 경우나 ‘지우개까’에서 경음화가 발생한 것은 환경적 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경음화가 발생할 환경이 아닌데 경음화가 발생한 ‘삐다, 뿌다’, ‘까’는, 음성적인 요인에 의한 경음화라기보다는 의미적 차원과 관련된 경음화라고 할 수 있겠다. 즉 ‘버리다’가 축약되면서 그것이 가진 완료적 의미를 더욱 강화하고 분명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더욱 강한 소리인 경음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가지고’가 ‘까’로 축약되면서 그것이 가진 도구나 사용하다의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발음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부산말에서는 축약과 함께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경음이나 격음의 짝이 있는 소리들을 경음이나 격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음이나 격음의 사용은 듣는 이에게 거세고 강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언어 사용에 있어서 축약된 형태는 원래의 형태에 비해 단정적이고 강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부산말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음절이 축약되는 현상은, 경음이나 격음의 사용이라는 측면과 함께 음절수가 줄어듦으로써 상대적으로 완곡함보다는 직접적이고 강한 태도를 드러내게 되고, 듣는 이로 하여금 부산말이 거세고 강하다는 인상을 받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 아래는 부산 사람들의 경제적 원칙에 따른 언어 사용의 원리와 함께 그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들어 있다.
[물 쫌 주소: 짧게 말하기]
언어의 기본적인 기능은 의사소통이다. 오해 없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상호 작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충돌을 최소화함으로써 개인 간의 교류와 상호 작용이 용이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필요한 것이 예의이다. 미국의 인지언어학자인 레이코프(Lakoff)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대화 참여자들은 상대방의 일에 개입하거나 강제하지 말아야 하며, 상대방에게 선택의 여지를 제공하고,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함으로써 서로 대등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예의 규칙을 제시하였다.
의사소통 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과, 그것을 관련되는 다른 표현으로 돌려 말함으로써 목적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란 궁금한 정보가 있을 때는 질문을 통해 표현하고, 요구 사항이 있을 때는 명령을 통해 표현하는 것 같은 직접적이고 단선적인 표현 방법이다. 이에 대해 간접적인 방법은 질문의 형식으로 나타나지만 실제적으로는 요구나 주장 등의 의미를 표현하는 경우와 같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형식과 실제적으로 전달되는 의미가 다른 경우이다. 예를 들어 목이 마를 때 ‘물 좀 줘.’라고 말할 수 있지만 ‘물 좀 줄래?’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물 좀 줘’는 말하는 이가 물을 달라는 자신의 요구 사항을 명령문으로 직접 표현하고 있다. 이에 비해 ‘물 좀 줄래?’나 ‘물 좀 주시겠어요?’는 말하는 이가 듣는 이에게 물을 줄 수 있는지를 물음으로써, 듣는 이가 말하는 이의 질문 의도를 짐작하도록 한다. 이에 대해 듣는 이는 말하는 이가 목이 마르기 때문에 이 질문을 했다고 추론하고 물을 주게 된다.
이처럼 두 가지 표현이 모두 물을 주는 행위로 이어지지만, ‘물 좀 줘’가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면, ‘물 좀 줄래?’는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명령문은 일방적으로 말하는 이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상대방에게 가부 판단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는 직접적인 표현은 듣는 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표현이 될 수 있다. 후자의 의문문은 듣는 이에게 상황에 따른 가부 판단의 기회를 줌으로써 듣는 이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있다.
이처럼 간접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행위는, 레이코프가 제시한 예의 규칙에서와 같이 대화 시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야기나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는 이야기를 둘러말함으로써, 사회적인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인간적인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예의 바르고 정중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산 사람들의 대화에서는 간접적인 표현보다는 직접적인 표현이 더 많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부산 사람들은 물이 마시고 싶을 때 상대방에게, ‘물 좀 줄래?’나 ‘물 좀 주시겠어요?’라고 의문문으로 말하기보다는, ‘물 쫌 도’나 ‘물 쫌 주소’ 등의 명령문 형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표현들이 명령조로 무례하고 거칠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부산 사람들은 ‘물 쫌 도’나 ‘물 쫌 주소’라는 표현이 그렇게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표현이 명령문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그것이 명령문이라는 형식이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정도의 명령의 의미를 가진다고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듣는 이는 말하는 이가 명령을 하기보다는 물이 먹고 싶다는 표현을 했다고 생각한다. 부산 사람들은 오히려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여 요구 사항을 명확히 밝힘으로써 자신의 말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즉 듣는 이가 말하는 이의 의도를 추측하는 단계를 없앰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명확한 의사소통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 역시 언어 사용에 대한 경제적 원칙의 한 측면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부산 사람들은 말할 때 일반적으로 군더더기 말이나 인사치레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부산 사람들이 대화 시 본론과 관계없는 말을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말하는 경향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남자들의 말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이러한 경향은 인터넷에서 우스갯소리가 되어 회자되기도 한다. 부산 출신의 남편이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아내에게 하는 단 세 마디의 말이 ‘아는? 밥 묵자, 자자’라는 것이다. 이러한 우스갯소리는 필요한 말만 하는 무뚝뚝한 부산 사람들의 경향을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우스갯소리는 과장되고 희화화한 것이며, 모든 부산 사람들의 말의 특성을 포괄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부산 사람들의 말하기 방식의 특징을 대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데에는 동감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특징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서 부산 사람들의 말하기 방식의 특징으로 사용된다. 다음은 부산 출신 영화감독 윤제균이 만든 영화 「해운대」에 나오는 대사이다.
- 금련: 여기 앉아 보라고!
- 만식: 와? 먼 일 있어요?
- 금련: 니 연희 그년한테 관심 있나?
- 만식: 예?
- 금련: 이 비러물놈아! 동네 사람들이 내보고 머라카는 줄 아나! 빙신 축구라 카더라! 빙신 축구!
어머니 금련은 집으로 들어오는 아들 만식에게 잘 다녀왔느냐는 말 한 마디 없이 앉으라는 말을 하고 다짜고짜 연희에게 관심이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놀라서 되묻는 아들에게 바보라고 욕을 한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아들의 상황을 묻거나 아들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묻고 싶은 것을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것이다. 또 나아가서는 ‘비러물놈, 빙신, 축구’ 등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말하기 방식은 영화의 다른 부분이나 부산말이 많이 사용되는 다른 영화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실제로 부산 사람들은 인사치레 말과 같은 관계 형성을 위한 말이 포함된 대화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본론에 앞서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해 상황을 설명하거나 인사치레 말을 늘어놓게 되면, 아첨한다는 생각을 하거나 기다리지 못하고 ‘본론이 머꼬?’라고 본론을 재촉한다. 이처럼 듣는 이와의 관계 형성을 위한 표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부산 사람들의 말하기 방식은, 부산말이 직설적이고 무례하다는 인상과 함께 부산 사람들이 성급하고 비사교적이며 예의 없다는 인상을 주는 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예의 없고 비사교적으로 보이는 부산 사람들의 말하기 방식의 이면에는 의사소통과 관련된 또 다른 의미들이 자리한다. 부산 사람들은 관계 형성을 위한 겉치레 말이나 군더더기 말은 수식적인 의미를 가질 뿐, 전달하려는 본래의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본인의 요구 사항을 솔직하고 명확히 밝히고, 상대방에게도 요구 사항을 정확히 전달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즉 불필요한 내용을 줄임으로써 의사소통에 오해가 없도록 하려는 언어 사용의 경제적 원칙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말하기 방식에는 부산 사람들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격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부산말에서는 상황을 압축하여 한두 마디의 짧은 말로 표현하는 현상도 많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는 야구 응원에서 등장하는 ‘마!’라는 응원 문구이다. ‘마’는 ‘아 주라’와 함께 부산 사직 야구장의 응원 문화를 대표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마’와 ‘아 주라’라는 말 속에서도 짧게 말하기를 좋아하는 부산말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마’는 ‘이놈아’를 줄인 ‘인마’의 줄임말이다. 야구장에서는 견제구를 던지는 투수에게 우리 선수를 견제하지 말라는 뜻으로, 즉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하기 위한 공격적인 응원의 한 방법으로 사용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마!’라는 한 마디의 말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또 ‘아 주라’는 ‘아이에게[공을] 줘라’라는 말이다. 파울 볼을 잡은 어른에게 공을 아이에게 주라고 외칠 때 사용하는데, 아이에게 공을 선물로 주자는 뜻으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그 속에 들어 있다. 이 역시 공을 가지고 옥신각신할 수 있는 상황을 간단한 말로 정리해 버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와 ‘아 주라’를 대신할 수 있는 적절한 말이 있을까? 이처럼 복잡한 상황을 짧은 한두 마디 말로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특징을 가진 부산말은, 긴급하고 복잡한 상황에서 아주 적절하게 가치를 발휘한다.
[문디 가시나, 지랄하네: 비속적 표현]
부산에서는 친밀한 관계의 대화에서 비속적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산말에서 흔히 사용되는 ‘가시나’는 여자아이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그 자체로는 비속적 표현이다. 하지만 아래의 대화에서 보듯이 ‘가시나’는 반드시 상대방을 낮추거나 욕설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 연희: 울 아부지랑 싸웠나. 와 그라고 있노, 일로 온나.
- 만식: [피식 웃으며 돌아선다] 가시나…….
친밀한 관계에서는, 좋고 부끄러운 감정을 ‘가시나’라는 말에 담아 표현하기도 하고, 또래의 여자나 여자아이를 정감 있게 부를 때 ‘가시나’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가시나’는 본래 의미보다는 친밀감을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표현의 또 다른 것으로는 ‘문디’가 있다. ‘문디’라는 표현은 본래 ‘문둥이’의 경상도 방언으로, 나병 환자를 낮잡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아래의 예에서 ‘문디’는 본래의 의미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 장난이 심한 손자에게 할머니: 아이고 문디손아! 와 이래 장난질이 심하노?
- 성적이 나쁘게 나온 딸에게 어머니: 문디가시나야, 이걸 성적이라고 받아 왔나? 니는 눌 닮아서 이렇노.
-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를 만난 상황: 문디가시나, 이기 얼마만이고.
- 여자 친구에게 선물을 받는 상황: 문디가시나, 이기 먼데?
‘문디’라는 표현은 단독으로, 또는 ‘손[자식]’이나 ‘가시나’, ‘머시마’ 같은 표현들과 결합되어 사용되기도 하는데, 가깝고 친밀한 관계에서 주로 사용된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손자나 딸을 가볍게 나무라는 상황이나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움을 표현하는 상황, 부끄럽고 겸연쩍은 상황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된다. 모두 서로가 가깝고 친밀한 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산말에서 ‘가시나, 머시마, 문디, 문디자슥, 문디가시나, 지랄하네’ 와 같은 비속적 표현들이 반가움이나 친밀감을 나타내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다른 지역 사람들은, 부산말이 거칠고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말의 비속적 표현이라는 형식 아래에는 친밀감의 소통이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즉 ‘문디가시나, 이기 얼마만이고.’라는 말 속에는 ‘문디가시나’라는 비속적 표현을 사용해도 그것을 욕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의 끈끈한 애정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겉으로는 비속적 표현이 사용되어 무례하고 거칠어 보이는 부산말이지만, 그 거친 형식의 이면에는 친밀함의 표현이라는 숨은 의미가 자리하고 있다.
[무뚝뚝하지만 솔직하고 은근한 부산말]
흔히 부산말은 ‘무뚝뚝하다, 거세다, 직설적이다’ 같은 말들로 이미지화 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부산말이 가지고 있는 음운적 특징이나 축약 현상, 또는 말하기 방식의 특징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음운적으로 강하고 센 소리인 경음이나 격음의 사용이 많고, 음절 축약 같은 축약 현상은 소리의 강화를 동반함으로써 부산말을 강하고 거센 말로 이미지화한다. 또 상황을 압축하여 짧게 말하는 방식이나 관계 형성을 위한 표현이나 겉치레 말을 사용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기보다는 본론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방식 등은 부산말이 직설적이고 무례해 보이게까지 한다. 게다가 비속적인 표현을 섞어서 쓰는 표현 역시 부산말이 언어 예절을 중시하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부산말이 가진 특징의 한 측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부산말이 표면적으로 보여 주는 이러한 특징들 이면에는 또 다른 의미들을 읽어볼 수 있다.
부산말에서 묻어나는 직설적이고 거센 이미지는 부산 사람들의 무뚝뚝하고 사교성이 없는, 하지만 솔직한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 축약이 많고 직설적인 말하기 방식이 많이 사용되는 부산말은, 언어 사용의 경제적 원칙과 함께 비위를 맞추는 말로 인심을 얻기보다는 상대방에게 분명하고 꾸밈없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려는 솔직함이 반영되어 있다. 또 말보다는 행동으로 믿음을 주려는 부산 사람들의 성향 역시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겉으로는 명령하는 표현이나 비속적인 표현들이 사용되어 무례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형식적인 언어 표현을 넘는, 친밀함이라는 관계적 의미가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거세고 직설적이고 무뚝뚝하게 보이는 부산말 속에는 언어 사용의 경제적 원칙과 함께 다른 말로는 대체할 수 없는 솔직함과 은근함, 친근감이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