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067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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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平生儀禮 |
영어의미역 | Life-long Rituals |
이칭/별칭 | 통과 의례,일생 의례,추이 의례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부산광역시 |
집필자 | 한태문 |
[정의]
부산광역시 주민들이 일생을 거치면서 인생의 중요한 단계마다 거행하는 의례.
[개설]
평생 의례는 사람이 일생을 경과하면서 마디가 되는 인생의 고비, 곧 출생·성년·혼인·회갑·죽음 등에서 거행하는 의례이다. 이를 ‘통과 의례’, ‘일생 의례’, ‘추이(推移) 의례’ 등이라고도 한다. 평생 의례는 일생을 대상으로 하고 개인에게 되풀이되지 않으며, 가족과 친족 등 혈연 집단과 관련이 있는 의례라는 점이 특징이다.
평생 의례는 그 과정과 내용 및 기능에 따라 이전에 속하였던 집단으로부터의 분리 의례(分離儀禮), 새로운 집단으로의 이행을 위한 전이 의례(轉移儀禮), 그리고 새로운 집단에의 통합을 위한 통합 의례(統合儀禮) 등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이 중 전이 의례는 산육속(産育俗)에서, 통합 의례는 혼례속(婚禮俗)에서, 분리 의례는 상례속(喪禮俗)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의례를 거치면서 사람은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러한 평생 의례에는 우리 민족의 삶과 의식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찰은 조상의 얼을 재발견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된다.
부산 지역에서 행해지는 평생 의례는 산육 의례(産育儀禮), 혼례(婚禮), 수연례(壽筵禮), 상례(喪禮), 제례(祭禮)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산육 의례]
산육 의례는 아기 가지기를 희망하는 기자(祈子)로부터 잉태와 출산을 거쳐 아기가 태어난 후 만 1년이 되는 돌까지 행해지는 의례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을 하면 여자는 대를 잇고 조상의 제사를 받들 아들을 출산해야만 하는 책무가 따랐다. 이 때문에 아들을 낳기를 바라는 풍속인 ‘기자속(祈子俗)’이 생겨난 것이다.
기자속은 크게 치성 기자와 주물 기자로 나눌 수 있다.
치성 기자는 명산·거목·부처·용왕·삼신·당산 등의 대상에게 설날·정월 대보름·사월 초파일·단오·칠석·동지 등에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 그리고 당사자가 기원하거나 정성을 들여 아들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행하는 것을 말한다. 부산광역시 금정구 두구동에서는 아들 낳기를 바라는 사람이나 시어머니가 삼신판[제왕판]을 차리고 삼신할머니에게 49일 동안 아들 낳기를 빌었다고 한다[삼신 치성].
주물 기자는 주술의 힘으로 아들을 얻을 수 있다고 믿어 주물(呪物)을 지니거나 복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부산 지역에서는 남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돌미륵이나 망부석의 코를 갈아 그 돌가루를 마시고, 아들을 낳았던 사람이 입었던 피 묻은 속옷을 받아 임신 때까지 입거나, 아들이 태어난 집의 금줄을 걷어 와 방에 모셔 놓음으로써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태몽’은 여자가 임신한 전후를 기점으로 가족들이 꾸는 꿈으로, 태몽이 아이의 성별이나 미래에 대한 계시를 주는 것으로 믿었는데, 여기에는 남성 우월적 사고가 깃들어 있었다. 부산 지역에서 아들에 해당한다고 믿은 태몽은 ‘호랑이·용·큰 뱀·말·돼지·고추·고구마·무·불·해’ 등과 같이 크고 길거나 밝고 힘센 사물들이 등장하는 꿈이다. 이에 비해 딸을 점지하는 꿈은 ‘작은 뱀·실지렁이·미꾸라지·애호박·풋감·꽃’ 등과 같이 대개 작고 약한 사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 출생한 아기의 이름을 지을 때도 딸의 경우 꼭지·말순·필자 등 딸로서는 마지막임을 바라거나 순남·차남 등 사내 이름으로 지어 다음에 아들을 낳기를 기대했다.
이처럼 기자속, 태몽, 이름 짓기 등에는 남아의 출산을 간절히 기원하는 의식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남아의 출산을 통한 가계 전승 의식 외에 부산 지역의 산육속에는 아기의 수복강령(壽福康寧)을 희구하는 의식도 반영되어 있다. 먼저 임신 중에는 임산부에게 많은 금기가 따른다. 기장군·두구동 일대에서 조사된 금기는 대체로 임산부의 음식·행위에 대한 것으로, 주로 태아에 대한 부정과 불길을 예방하기 위한 내용들이다. 이것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임산부의 말과 행동을 경계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부산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난산(難産)’의 기미가 있을 때는 임산부에게 미역국·쌀뜨물·닭 국물·생달걀·참기름 등을 먹게 하거나, 갓을 쓰고 요강 위에 앉게 한다. 또 남편이 장롱 문을 열어 놓거나 부엌의 재를 치기도 하며, 아기를 순산한 사람이 산모의 허리를 세 번 넘기도 하는데, 이들은 모두 막힌 것을 통하게 해 주는 속성을 빗대어 순산을 유도하고자 하는 바램에서 비롯되었다[순산 주술]. 금정구 두구동에서는 대문 고리를 물에 씻어 그 물을 마시게 했는데, 이 역시 문을 여는 대문 고리의 속성을 염두에 둔 사고 방식이다. 또 남편이 다리미를 입에 물고 화장실에 앉아 있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 행해지는 ‘금줄 치기’도 수복강녕을 희구하는 의례의 하나이다. 금줄 치기는 아기의 출산을 외부에 알림과 동시에 아기와 산모의 건강을 위해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함으로써 ‘지역 경계’와 ‘신성 구역 선포’라는 두 가지 기능을 담당한다.
태어난 아이의 수명과 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아명(兒名)을 험하게, 혹은 천하게 짓거나 ‘복(福)’자를 넣어 짓기도 하였다. 또 점복을 통해 아기의 운수가 불길하다고 예언될 경우 자식을 후덕한 이나 바위·거목 등에 파는 ‘자식 팔기’를 한다. 기장군에서는 무당에게 옷을 해 주거나 스님에게 재물을 바치고 자식을 팔기도 하였다.
또 백일에는 ‘백날 떡’이라 불리는 수수경단이나 인절미를 100개 만들어 주로 이웃이나 길가에 오가는 이에게 나누어 준다. 이렇게 하면 아기의 수명이 길어지고 액을 면할 수 있다고 여겼다. 돌에는 삼신상을 차려 놓고 ‘삼신 제왕’에게 아기의 수명·건강·복을 비는 이령수를 올렸다[돌 축원]. 또한 돌 주머니에 붉은 실로 ‘수복귀(壽福貴)’ 세 글자를 수놓거나 돌잡이 행사를 통해 아기의 장래를 점치기도 한다.
오늘날은 생활 환경의 변화와 과학 기술의 발달, 인식의 변화로 산육례가 많이 약화되었다. 출산은 주로 병원에서, 백일과 돌은 예식장이나 뷔페 등 연회장을 빌려 의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
[혼례]
혼례는 신랑과 신부 당사자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족이 형성되는 결합 의례이다. 부산 지역의 혼례는 두 가문의 결합을 통해 공동 가계의 한 부분을 형성하는 전통사회의 가족주의를 표방함과 동시에 입사 통합 의식도 반영하고 있다. 혼례의 절차는 크게 중매인의 개입에 의한 양가의 혼인 결정 및 문서 교환까지의 과정인 ‘의혼(議婚)’과, 신랑이 신부 집에서 치르는 ‘대례(大禮)’, 그리고 신부가 집을 떠난 후부터 신랑 집에서 행하는 ‘후례(後禮)’ 등으로 이루어진다.
신랑이 대례를 치르기 위해 신부 집으로 가는 것을 ‘초행(初行)’이라 하고, 혼례 후 신부가 친정을 떠나 처음 시댁으로 가는 것을 ‘신행(新行)’이라고 한다. 부산광역시 금정구 두구동에서는 신랑이 초행길에 오르기 전에 먼저 조상에게 고사를 지낸다. 고사 상에 물 세 그릇을 떠 놓고 절을 하여 자신의 혼례를 신고하는 것이다. 또 이 마을에서는 신부가 신행을 떠날 때에도 반드시 조상에 대해 고사를 지내고 떠나는데, 이것을 ‘조상 본다’라고 한다. 조상 고사 뒤에는 부엌에서 솥뚜껑을 세 번 만지는데, 이는 조왕신에 대한 하직 인사이며, 멀미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신행 중에 고개의 성황당이나 개울을 건너게 되면 소금이나 쌀 또는 참종이를 네모로 접어서 귀신이 따라오는 것을 막기 위한 양밥[액땜]으로 던지기도 하였다.
혼례 때 신랑 집에서는 상객·함진아비·기럭아비 등이, 신부 집에서는 상객과 수모가 각각 동행한다. 이때 상대 집안사람에게 대접하는 음식을 ‘큰 상 돌리기’ 또는 ‘이바지’라고 하며 친척, 이웃과 나눔으로써 상대 집안의 음식 솜씨와 가풍을 짐작하기도 한다.
혼례를 치르기 전에 신랑 측 행렬이 나무 기러기를 네 귀 보자기에 싸들고 가서 신부 집에 바치는 ‘전안례’를 행하는데, 대례와 구분하여 ‘소례’라고 한다. 이처럼 신랑이 신부 집에 기러기를 바치는 것은 한 지아비로서의 믿음을 보여 주는 동시에 건전한 가정을 이루겠다고 하늘에 맹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장군에서는 신부의 어머니가 기러기를 받아 치마폭으로 감싸거나 시루로 덮기도 하였는데, 부부가 백년해로를 누리라는 의미이다. 전안례가 끝난 후 나무 기러기는 신부 집안사람들에 의해 신방의 구석에 놓이게 된다.
대례 상에는 쌀·대추·밤·닭·솔가지와 대나무 가지 등과 같은 진설물이 차려진다. 초야의 ‘신방 엿보기’ 풍속 등에는 잡귀의 근접을 막고 다산을 희구하는 가족 및 집단의 배려가 잘 묻어난다. 이 밖에 신부의 집에서 이루어지는 ‘신랑 다루기’와 신랑의 집에서 이루어지는 신부의 ‘현구고례(見舅姑禮)’ 등은 새로운 집단에 대한 입사 통합 의식의 성격도 지닌다.
오늘날은 충렬사[부산광역시 동래구 안락동 838번지]와 지역 복지관 등에서 전통 혼례가 베풀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전문 예식장에서 현대식으로 치르는 편이다.
[수연례]
우리 민족이 손꼽는 오복(五福)은 수(壽)·부(富)·귀(貴)·강녕(康寧)·다남(多男) 등으로 그 가운데 첫째가 장수였다. 따라서 회갑(回甲)과 회혼(回婚)은 그 어느 의례보다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들 수연례에는 경로 효친의 장수 축하 의식과 가문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식이 깃들어 있다.
부산에서 행해지는 경로 효친의 장수 축하 의식으로는 회갑을 맞은 당사자가 부모님을 업고 추는 ‘색동옷 입고 춤추기’, 장성한 자녀들이 회갑을 맞은 당사자에게 술과 절을 올리는 ‘헌수 배례’ 등이 있다. 또 가문의 위상 과시로는 과실, 유과류, 조과류, 오색편류, 편육, 생선, 떡 등 갖은 음식들로 차려진 ‘큰상’을 통해, 자식들의 부와 권세, 그리고 수연의 대접을 받는 당사자의 다복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뷔페를 비롯한 전문 연회장을 빌려 의례를 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상례]
상례는 망자가 숨이 끊어져서 죽는 순간부터 시체를 매장해 봉분을 조성하고 가까운 친척들이 상복을 입는 기간 동안 치르는 각종 의례를 말한다. 우리 민족은 죽음을 삶의 영원한 종말이 아니라 재생의 과정으로 여기는 영혼 불멸 사상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의식을 반영하는 상례 역시 이승에서의 고별 의례이면서 더불어 저승에의 편입 의례도 된다. 부산에서 행해지는 상례에 대해서는 초혼(招魂), 반함(飯含), 상여의 장식, 「향두가[상여 소리]」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초혼은 육신을 떠나는 영혼을 다시 불러 재생시키기 위해 망자가 입던 상의를 들고 지붕 위에 올라가 망자의 주소와 이름을 세 번 부른 뒤 “복, 복, 복”이라고 외치는 의식이다. 이때 지붕 위에 올라가는 것은 영혼이 허공에 있다는 믿음 때문이고, 세 번 망자를 부르는 것은 영혼이 하늘과 땅, 그리고 공간의 세 곳에서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함은 저승까지 가는 길에 필요한 식량과 노자를 망자의 입속에 넣어 두는 것으로 입속에 쌀을 넣어 두는 것은 ‘반(飯)’이라 하고, 옥을 넣어 두는 것은 ‘함(含)’이라고 한다.
상여는 단순히 주검을 나르는 운반 도구가 아니라 이승과 저승을 이어 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상여에는 용·봉황·연꽃·호랑이·병아리 등 동식물이 망라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병아리와 연꽃 조각에서 보이듯 저승에서의 새로운 탄생을 희구하는 의미가 반영되어 있다.
금정구 두구동에서는 발인 전날 상주와 상두꾼들이 모여 상여를 어르는 놀이를 하는데, 빈 상여를 메고 선소리꾼과 상여를 멜 상여꾼들이 모여서 발을 맞추어 보거나 상주를 위로하기도 하였다. 상여 소리 「향두가」에도 영혼 불멸관이 반영되어 있다.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공원묘지나, 각종 병원의 전문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른다.
[제례]
제사를 지내는 의식을 제례라고 하는데, 신앙의 영역으로 볼 수도 있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서는 평생 의례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혼상제(冠婚喪祭)’에 제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전통적으로 인간에 관계되는 중요한 의례 중의 하나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 섬기기를 살아 있을 때처럼 하라는 『중용(中庸)』의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민족은 조상 섬기기를 살아 있을 때와 같이 한다는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부산 지역에 전승되는 조상에 대한 제례는 기제(忌祭), 시제(時祭), 그리고 차례(茶禮) 등이 있다.
기제는 돌아가신 조상의 기일, 즉 돌아가신 날 지낸다. 대상은 4대 고조부모까지인데, 이것은 조혼의 풍습으로 고조부모는 생전에 뵐 수 있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제사를 지내는 시각은 돌아가신 날 첫 시간(子時)에 시작해서 닭 울기 전에 끝내는 것이 원칙이다. 제물의 진설은 가문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기제사의 순서는 신위 봉안(神位奉安), 분향(焚香), 강신(降神), 참신(參神), 진찬(進饌), 초헌(初獻), 독축(讀祝), 아헌(亞獻), 종헌(終獻), 유식(侑食)[첨작], 합문(闔門), 개문(開門), 진다(進茶), 사신(辭神), 분축(焚祝), 철상(撤床), 음복(飮福) 등의 유교식 가례를 따라 진행한다.
차례는 명절에 조상에게 올리는 제사를 말한다. 차례는 설, 동지, 매달 초하루와 보름, 각종 명절 등에 지냈다. 그러나 요즘은 일반적으로 설과 한가위에만 지낸다. 차례를 지내는 대상은 기제와 마찬가지로 4대까지인데, 다만 차례 때에는 돌아가신 조상을 함께 모신다. 차례의 제수 음식은 기제사와 별 차이가 없지만 계절적인 별식을 장만하여 올리게 되므로 설에는 메[밥] 대신 떡국을, 추석에는 송편을 올린다. 그리고 기제사에는 술을 세 번 올리지만 차례에는 한 번만 올리며 축을 읽지 않는다.
시제는 시사·세사 등이라고도 하는데, 5대조 이상의 조상 제사를 음력 10월 중 날을 잡아 1년에 한 번 묘에 가서 지낸다. 제수는 기제사에 준해서 마련하지만 형편에 따라 증감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예전보다 간소하게 치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신앙 의식에 따라 지내거나, 제사 자체를 지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의의와 평가]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평생 의례는 이미 그 사회적 의의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부산 지역의 평생 의례에는 편리함에 기대어 집단을 몰각하는 개인주의보다,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집단의 가치를 중시하는 지역 공동의 의식이 깃들어 있다. 따라서 소중한 우리 것들이 자취를 감추고 국적 불명의 기념일이 만연하는 요즈음 부산 지역 고유의 평생 의례를 되새겨 보는 것은 가치 있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