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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204388
한자 新行
영어의미역 Married Couple's First Visit to the Bridegroom's House
이칭/별칭 우귀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지역 부산광역시 금정구 두구동
집필자 박기현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평생 의례|혼례

[정의]

부산 지역에서 신부가 혼례 후 처음으로 시댁에 들어가는 절차.

[개설]

신행(新行)은 전통 혼례 중에서 신부가 대례를 올린 후 신랑을 따라 시댁으로 가서 며느리로서 치르는 과정이다. 이를 ‘우귀(于歸)’라고도 한다. 신행은 신부가 대례를 지낸 그날로 가는 경우가 있고, 3일 또는 길게는 1년이 지난 다음에 가는 경우도 있다. 당일에 가는 경우를 당일우귀(當日于歸)라 하고, 3일 만에 가는 경우를 삼일우귀(三日于歸)라고 한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부산 지역에서는 대개 삼일우귀를 했다.

시댁으로 간 신부는 준비해 간 폐백(幣帛)을 드리고, 처음 시부모를 뵙는 현구고례(見舅姑禮)를 올린 다음, 시부모 외의 다른 가족을 만난다. 폐백이란 원래 며느리가 현구고례 때 올리는 예물을 뜻하는 말로 신부는 준비해 간 대추, 밤, 안주 등을 상 위에 올려놓고 절을 한다. 이때 시부모는 밤과 대추를 신부에게 던져 주며 자식을 많이 낳으라는 덕담을 해 준다. 대추와 밤은 한 나무에 많이 열리기 때문에 다산을 상징하는 열매이다. 대추가 붉은 색으로 ‘동(東)’을 상징하고, 밤은 ‘서(西)’와 ‘나무(木)’가 합해진 글자로 ‘서쪽, 어려움, 두려움(慄)’을 뜻하므로 시부모에 대한 두려움과 공경을 의미하기도 한다.

[연원 및 변천]

부산 지역의 신행과 같은 전통적인 혼례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혼례 제도를 반친영제(半親迎制)라고 한다. 이것은 고유한 처가살이 혼습과 중국의 친영제가 결합된 형태이다. 원래 우리의 고유한 결혼 풍습은 고구려의 서옥제(壻屋制)나 고려의 서류부가혼(壻留婦家婚),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 등에서 발견되듯이 혼례를 치르고 난 뒤 오랫동안 처가에서 살던 처가살이 풍습이었다. 이 풍습은 조선 중기까지 지속되다가 18세기 이후 비로소 반친영제로 일반화되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부산 지역에서 과거와 같이 일정 기간 친정에 머물다가 신행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혼식 자체가 현대식으로 치러지며, 결혼식을 마친 후에는 대부분 바로 신혼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폐백 역시 신부가 시집에 들어갈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개는 결혼식장 안에 폐백을 위한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예전처럼 본격적인 신행이 행해지지는 않더라도 신혼여행을 마친 후에는 보통 친정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머물다가 시집으로 가는데, 이는 전통적인 혼례 과정의 신행이 현대적으로 변모된 것이라 할 만하다.

[절차]

부산 지역의 신행의 대표적인 예로는 금정구 두구동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두구동에서는 혼례 후 3일, 또는 1년 만에 신부가 시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신행간다’ 또는 ‘시집간다’라고 한다. 신행은 크게 출행 시의 의식과 신행 중의 의식, 시가에 도착한 후의 의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출행 시 신부는 반드시 조상 고사를 지내고 떠나는데, 이것을 ‘조상 본다’라고 한다. 또 조상 고사 뒤에는 부엌에서 솥뚜껑을 세 번 만지는데, 이는 조왕신에 대한 하직 인사이며, 동시에 멀미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신행 중에 고개의 성황당이나 개울을 건너게 되면 소금이나 쌀 또는 참종이를 네모로 접어서 귀신이 따라오는 것을 막기 위한 양밥[액땜]으로 던진다. 또 신부는 시부모의 밥그릇을 준비하고, 그 속에 쌀과 엿을 넣는다. 쌀은 복을 가져간다는 의미이고, 엿은 시어머니의 입이 달라붙어 잔소리를 하지 말라는 일종의 양밥이라고 한다. 신부는 가마를 타고 오는데, 가마 안에는 쌀·요강·신발 등을 넣고 가마는 호랑이 담요로 덮는다. 이는 잡신을 막기 위함이며, 신부가 임신한 상태일 때는 방석 밑에 미역과 실을 넣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신부가 시가에 도착하면 잡신을 막기 위해 대문 앞에서 짚을 태우고, 신부를 건너가게 한 뒤 신부에게 감주를 먹이거나 신부의 방석을 지붕 위에 올려놓는다. 신부를 맞는 의식이 끝나면 신랑 신부는 모두 조상 단지 앞에 가서 재배한 뒤 물을 조금 뿌리며 조상에 대한 고사를 지낸다. 이후에는 시부모를 뵙는 현구고례를 하는데, 신부가 폐백을 놓고 절을 올리면 시부모는 아들 많이 낳고 자식 번성하라고 밤과 대추를 던져 준다. 현구고례가 끝나면 신부는 큰상을 받는다. 이때 신부는 밥을 한 술 떠서 상 밑에 넣기도 한다. 신부는 시집에 온 다음날부터 아침저녁으로 시부모에게 문안을 올리고 자신이 가져온 음식을 대접하는데, 이를 ‘조석사관(朝夕伺觀)’ 또는 ‘사관드린다’라고 한다.

이후 신부는 시가의 친척집을 방문하여 인사를 올리는데, 이를 ‘첫걸음 간다’ 또는 ‘회가 돈다’라고 한다. 사흘이 지나 신부가 시댁의 분위기에 어느 정도 익숙하면 제일 먼저 부엌에 나가 밥을 하고 친정에서 준비해 온 양념과 반찬으로 시부모를 봉양하는데, 이를 ‘반감한다’고 한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통과 의례로서 우리나라의 전통 혼례는 개인 간의 결합이라기보다 집안 간의 결합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전통적인 혼례는 크게 혼인을 결정하는 과정과 부부로 결합하는 과정, 그리고 신부가 시집으로 편입되는 과정으로 구분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절차인 남녀의 결합은 모두 신부의 집에서 이루어지며, 마지막으로 신부가 시집으로 편입되는 과정이 바로 신행이다. 신부가 신행 과정에 행하는 현구고례나 조석사관, 친척집 방문, 반감 등은 모두 신부가 신랑 집안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었음을 조상과 가족, 친척 그리고 이웃에게 알리고, 신부에게 새로운 집단에 적응할 시간을 주며, 며느리로서의 역할과 위치를 인식시키는 과정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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