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059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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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佛敎 |
영어의미역 | Buddhism |
분야 | 종교/불교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부산광역시 |
집필자 | 최연주 |
[정의]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석가모니를 교조로 하는 종교.
[개설]
부산은 일찍부터 신라의 영향권 아래에 있어 영남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불국토사상 및 의상(義湘)과 원효(元曉)에 의해 각각 주도된 화엄 및 원융(圓融) 사상이 중심적으로 전개되었다. 한편으로는 금관가야(金官伽倻)가 신라 법흥왕 대 신라로 흡수되었지만 이 지역에는 가야(伽倻) 불교적 요소가 일부 남아 있다.
668년 삼국 통일 이후 사찰의 창건과 고승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원효 대사(元曉大師) 주도하에 장안사(長安寺) 및 척판암(擲板庵)이 창건되었고, 의상 대사(義湘大師)와 표훈(表訓)에 의해 범어사(梵魚寺)가 창건되면서 지속적으로 사격(寺格)을 유지하였다. 이들 사원들은 통일 신라 시대 부산 지역의 불교계를 이끌어 가고서, 선암사(仙巖寺)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신라 말과 고려 시대에는 범어사와 장안사, 그리고 만덕사(萬德寺) 등의 주요 사원이 불교계를 주도하였다. 조선 시대에는 범어사와 효의사(孝義寺), 마하사(摩詞寺), 선암사, 운수사(雲水寺), 국청사(國淸寺), 해월사, 명월사(明月寺) 등과 기장의 선여사(船如寺), 안적사(安寂寺), 장안사, 척반암, 위정사, 옥정사 등 10여 개 사찰이 존재하면서 지역 불교계를 주도하였다. 일제 강점기에도 범어사를 비롯하여 지역의 주요 사원이 민족 불교의 정통성을 계승하고자 노력하면서, 3·1 운동을 주도하였다. 지금은 2,500여 개의 크고 작은 암자와 3,000여 명의 승려, 그리고 200만 불자들이 불교를 신봉하고 있다.
[삼국 및 통일 신라 시대 부산의 불교]
부산 지역에서 창건 연대가 확실하고 가장 오래된 사찰은 부산광역시 기장군의 장안사와 척판암이다. 이들 사원은 673년(문무왕 13) 원효 대사에 의해 함께 창건되었다. 원효 대사가 불교 대중화에 힘쓸 시기에 장안사와 척판암을 창건하였는데, 『송고승전』에 따르면 척판암 창건은 원효 대사가 위급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옆에 놓여 있는 소반에다 ‘해동원효척반구중(海東元曉擲盤救衆)’이라는 여덟 자를 적어 힘껏 던져 1,000여 명의 승려를 구하였다고 하여 그 소반을 던졌던 곳에 암자를 지었다고 한다.
조선 중기에 찬술된 『기장군읍지(機長郡邑誌)』에는 선여사, 취정사, 안적사, 장안사 등을 기장의 4대 사찰로 기록하고 원효가 모두를 창건하였다고 한다. 범어사는 의상 대사가 당나라로부터 귀국한 670년(문무왕 10) 이후에 창건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오늘날의 범어사는 흥덕왕 대에 비로소 대규모 사찰로 건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범어사는 의상이 창건하고 그의 제자 표훈이 주석했던 화엄 십찰의 하나로서 지리산 화엄사(華嚴寺), 가야산 해인사(海印寺) 등과 함께 화엄의 도리를 전법하는 주요 사원 중 하나이다. 한편 지금의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당감동에 위치한 선암사는 본래 이름은 견강사(見江寺)이다. 1867년(고종 4)에 쓴 중수기에 따르면 척판암과 비슷한 시기인 802년(애장왕 3)에 동평현[지금의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당감동] 성내에 창건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부산 지역에 창건된 통일 신라 시대의 사찰 상당수는 비보사찰(裨補寺刹)의 성격을 띠고 있다. 범어사의 창건과 관련하여 부산이 일본과 가장 근거리에 있기 때문에 왜구를 진압하는 비보사찰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왜적의 침입이 잦았던 변경 지역에 사찰을 세움으로써 부처님의 힘으로 왜적을 막으려 하였고, 또한 왜적을 막는 군사 거점으로 활용하였을 수도 있다.
한편 부산광역시 강서구 지사동 명동 마을에 있는 흥국사 경내에 ‘가락국 태조 왕영후 유허비(駕洛國太祖王迎后遺墟碑)’가 서 있다. 이곳은 가야 시조인 수로왕과 허왕후가 폐백을 드린 전설이 전해지는 명월사 터이다. 이 시기의 부산 불교는 금정산 범어사를 중심으로 의상 계통의 불교가 주류를 이루고, 기장 지역의 사찰들은 원효 계통의 흐름을 계승하고 있었다. 불교 전래와 관련하여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부산광역시 강서구 녹산동·범방동 일대의 절터와 유물을 통해 가야 불교가 상당히 확산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고려 시대 부산 불교]
고려 시대 부산 지역의 사원은 삼국 및 통일 신라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조선 전기 자료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권23 동래현 불우조(佛宇條)에 금정산 범어사와 효의사가 있었다는 기록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다만 부산광역시 강서구 범방동에 소재하고 있는 삼층 석탑의 양식과 제작 기법이 신라 석탑 양식을 충실히 계승한 고려 초기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어 고려 초기에 범방동 일대 사원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산의 지방 세력은 중앙 권력으로부터 배제된 채, 고려의 동남에 위치하고 있던 변방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보면 고려 시대 부산 지역의 불교계는 매우 침체된 것으로 보인다. 즉 고려 시대 부산 지역의 동래현과 동평현은 울산과 양산의 속현으로 편성되어 열악한 위치에 있었다. 고려 시대 부산은 수도였던 개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던 변방으로 불교는 다른 지역에 비해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하였다.
만덕사지(萬德寺址)는 발굴 조사 당시 출토된 대부분의 유물들의 내용과 특징으로 보아 통일 신라 말기 또는 고려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만덕사의 창건 연대와 폐사(廢寺)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없으나, “1351년(공민왕 즉위년) 12월 충혜왕의 서자 석기(釋器)를 머리 깎아 만덕사에 두었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고려 후기까지 존재하였던 사원이다. 석기 추대 음모 사건은 당시 친원(親元) 분자의 잔당을 숙청하려는 구실이 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고려 시대 부산 지역의 불교계는 중앙 정부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려 후기에 이르면 왜구의 침입으로 그들이 자행했던 노략질은 다른 지역보다도 심했을 것이다. 금정산 범어사를 비롯하여 만덕사 등과 같은 대규모 사원은 부산 지역에 자주 침범하던 왜구의 퇴치를 위해 세워졌던 비보사찰과 같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였을 것이다.
[조선 시대 부산 불교]
조선 건국 후 성리학적 지배 질서가 강조되면서 여러 억불 시책이 시행되어 불교계는 그 위세가 크게 위축되었다. 금정산 범어사와 효의사, 그리고 마하사 등과 기장의 선여사, 안적사, 장안사, 척반암 등 10여 개가 있었다. 하지만 선암사는 왜 사절 접대소로, 범어사·국청사는 왜 침략 수비소로 또는 공물 생산 담당소 등으로 군현 정부의 천역·군역 담당 기관으로 전락하는 등 숭유 억불 시책으로 사원들은 그 기능을 일부 상실하기도 하였다. 이에 지역의 사원은 민간 신앙의 대리 역할을 하면서 유지하고 있었다.
18세기 봉건 질서 해체기에 승려들이 조직적이고 단합된 역량을 구축할 수 없도록 부역 승군으로 대규모 요역에 징발되기도 하였다. 범어사에는 산성(山城)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형태의 승작대(僧作隊)를 두어 승역(僧役)을 부과하여 사원 경제력 피폐로 이어졌다. 이에 일부 승려들은 개별적으로 탁발, 전지(田地)의 개간을 비롯하여 누룩 만들기, 품팔이까지 하여 사원 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하였으나, 개발적인 소량의 수입만으로는 사원을 운영하는데 한계를 가졌다.
[현대 부산 불교]
부산 지역에는 2,500여 개의 크고 작은 암자와 3,000여 명의 승려, 그리고 200만 불자들이 있다. 범어사와 선암사, 운수사, 마하사, 해운정사, 혜원정사, 내원정사 및 홍법사 등의 사찰에서 많은 신도를 보유하고 있는데 전통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이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편 대한불교천태종인 백양산 삼광사가 1960년대 중반에 가람불사를 시작한 이후 많은 신도가 운집하여 그 사세가 매우 크다. 그 밖에 법맥을 이어오는 한국불교태고종, 대한불교법화종, 일붕선교종, 원효종 등 25개 종단에서 불자들이 종교 활동을 하고 있다.
범어사 불교대학, 삼광사 불교대학과 부산불교교육대학 등 30여 교육 기관에서는 매년 7~800명의 불자들을 육성 지도하고 있다. 공교육 기관으로는 해동중학교, 해동고등학교, 금정중학교, 부산정보고등학교, 동해중학교, 학산여자중학교, 학산여자고등학교가 있다. 그 밖에 30여 개소가 넘는 각종 복지관 및 이에 관련한 단체가 불교 복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