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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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脫鄕 |
영어의미역 | Leaving Hometow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안정민 |
[정의]
6·25 전쟁 당시 부산 지역의 중구와 부산진구를 배경으로 하여 작가 이호철이 1955년에 창작한 현대 소설.
[개설]
「탈향」은 이호철[1932. 3. 15~]의 데뷔작으로, 1955년 7월에 문학과 예술사에서 출간한 『문학예술』에 발표하였다.
[구성]
「탈향」은 시간 순차적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부분적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 역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친밀하던 네 사람의 관계가 점차 벌어지면서 갈등이 고조되어 가는 단순 구성을 보이고 있다.
[내용]
6·25 전쟁 중에 중공군의 참전으로 인한 대규모 1·4 후퇴 당시, 엉겁결에 LST에 올라 한 마을에서 함께 월남한 광석과 두찬, 하원 그리고 나는 부산에서 궁핍한 피란살이를 시작한다. 이들은 부산 부두 하역장에서 노동을 하며 간신히 끼니를 이어가는 생활을 한다. 이들에게는 기거할 방이 없기 때문에 정차되어 있는 화차(火車)에 숨어들어 잠깐씩 잠을 청한다. 이들의 생활은 이처럼 극도로 어렵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함께 이 고통스러운 생활을 이겨 내기를 맹세한다.
그러나 생활이 극도로 어려워지면서 나이가 많은 두찬과 광석은 나와 하원을 귀찮게 생각한다. 하원은 입만 열면 고향 이야기이고, 눈물을 흘린다. 급기야 광석이 화차에서 실족하여 죽는 사건을 계기로 이들의 관계는 점차 소원해지기 시작한다. 이들 세 사람은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며 점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마침내 두찬은 광석이 죽은 후 이들을 버리고 도망쳤으며, 이젠 나 역시 하원을 버리고 타향인 부산에서 실향이 아닌 탈향을 통해 삶의 뿌리를 내리고자 한다.
[특징]
「탈향」은 1·4 후퇴로 흥남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네 젊은이들이 부두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더 이상 고향은 돌아갈 수 없는 공간임을 인식하고 마침내 탈향을 통해 타향에 뿌리내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보여 주는 소설이다. 전쟁으로 인해 뿌리 뽑힘을 체험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절망적 서정시이다. 작가 이호철의 실제 체험이 반영된 작품으로, 고향을 버리고 월남한 실향민의 의식이 반영된 전후 사실주의 문학의 성격을 가진 소설이다.
[의의와 평가]
「탈향」은 우선, 피란지 부산에서 피란민이 느끼는 이질감을 피란민의 시각으로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소설이다. 부산은 처음 피란민들의 입장에서는 ‘부리어’진 곳으로 초량 제3 부두는 피란민들에게 생존의 터전이다. 그곳에서 부산 사람들과 다른 말씨로 이질감을 느끼며, 특히 하원의 “아하, 부산은 눈두 안온다 잉”이라는 탄식에서 그 이질감은 극대화된다. 둘째, 소설 속의 한정된 공간은 오히려 피란지 부산을 그려 내기에 가장 적절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명으로 나오는 초량 뒷산과 영주동 산꼭대기, 부산진역은 모두 부두나 철로변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이는 전시하의 부산에서 피란민들의 삶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장소이자 작가의 체험이 녹아 있는 장소로 피란민들의 삶의 단면을 잘 반영하고 있다.
셋째, 「탈향」은 6·25 전쟁의 후유증이라는 구체적인 현실과, 남한이라는 분명한 공간 속에서 어떻게든 그것을 인정하고 새롭게 살아 나가야 한다는 절박한 실존과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달라진 현실 조건을 인식하는 과정에 전쟁이 놓여 있고, 실향이 아닌 적극적인 탈향이 개인의 선택으로 놓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