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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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미역 | The Eyes of the Night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문헌/단행본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필남 |
[정의]
2012년에 간행된 부산 출신의 작가 조갑상의 소설책.
[개설]
조갑상[1949. 10. 24~]은 부산이 배출한, 부산을 대표하는 소설가로서 중앙대학교 문예 창작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80년 『동아 일보』 신춘문예에 「혼자 웃기」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래 소설 창작에 열중해 왔으며, 이와 동시에 경성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조갑상은 엄격히 짜인 구조와 건조한 문체[짧은 문장 등의 서술 방식]로 소시민의 일상적 삶과 그 삶에 깃든 허무 의식 혹은 존재론적 고독을 그려 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조갑상은 소설 창작 이외에 부산 지역과 관련한 작업도 꾸준히 해 왔다. 『소설로 읽는 부산』과 『이야기를 걷다-소설 속을 걸어 부산을 보다』는 부산 지역의 변화 과정과 더불어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소설에서 부산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등을 탐구하고 있다. 조갑상은 1997년에 제2회 부산 소설 문학상을, 2004년에 제20회 요산 문학상을, 2010년에 제53회 부산시 문화상을, 2011년에는 향파 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과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한국작가회의 고문으로 있다. 『밤의 눈』은 2012년 12월 3일에 산지니에서 간행하였다.
[구성/내용]
장편 소설 『밤의 눈』은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희생당하는 개인을 다루는 데 있어 담담하고 침착한 어법을 구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과거와 현재가 혼재되는 서술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성 방식은 정치적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사건의 양상을 더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972년 겨울. 한용범과 옥구열은 유신 헌법 국민 투표를 마치고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하였다가 근 10년 만에 우연히 조우한다. 둘은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지만 드러내 놓고 아는 체할 수도, 반가워할 수도 없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며 그 여름을 회상하는 데에서 소설은 시작한다.
한용범은 조부 대에 대진읍에 들어온 지주 가문의 셋째이다. 부유하고 학식과 인품이 뛰어나며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 온 탓에 대진읍의 터줏대감이자 권력자인 지서 주임·1부읍장·방위 대장·의용 경찰 대장 등 ‘사인방’에게 은근한 미움을 사 왔다. 그러던 중 6·25 전쟁이 발발하고 대진에 해군 첩보대가 파견되자, 사인방을 비롯한 대진의 실력자들은 첩보대 대장 권혁 중사와 함께 한용범을 사상범으로 몰아넣는다. 한용범은 감금되어 혹독한 고문을 받고 보도연맹 가입자들과 함께 학살 장소로 끌려갔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지지만, 여동생 한시명이 처참하게 대살(代殺)당한다.
옥구열 역시 대진읍 사람으로, 아버지가 보도연맹 가입원이라는 이유로 처형당한 뒤 마산에서 운수업을 하며 살아가다가, 4·19 혁명 이후 보도연맹 가입자 행방 공개를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보고 유족회를 결성하기로 마음먹는다.
옥구열은 한용범을 자문으로 초빙하고 자신은 대금유족회 회장이 되어, 유족들을 모아 시신을 발굴하고 합동 묘를 만드는 등 희생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애쓴다. 그러나 5·16 군사 정변 이후 국가 정세가 어지러워지자 ‘사망한 좌익분자를 애국자로 가장하고 군경이 양민을 학살한 것처럼 왜곡 선전하여 국민을 오도’하였다는 명목으로 한용범 등과 함께 체포되어 갖은 고초를 겪는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가 아니라 유족들이 직접 결성한 ‘유족회’ 역시 5·16 군사 정변 이후 합동 묘지가 파헤쳐지는 등 탄압을 받는다. 소설은 크게 옥구열과 한용범 두 인물을 통해 진행되지만, 전쟁으로 인해 희생되고 성격 등이 변화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수많은 학살을 저질러 이제 무감각해지는 권혁 중사, 남편은 전사하고 시아버지까지 좌익 성향을 띠었다는 이유로 잡혀가자 방위 대장에게 의존하게 되는 한시명의 친구 양숙희, 아들의 입대를 볼모로 재산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는 용주골 이 부자, 학교를 세우고 약자들의 권리를 지키려 애쓰다 대진읍 실력자들의 눈 밖에 나 살해당한 목사 남상택 등 한용범과 옥구열을 비롯한 그 시대 사람들의 제각기 고통과 갈등도 소설에서 드러나고 있다.
[의의와 평가]
『밤의 눈』은 과거사를 조명하고 있는 여타의 소설들과 달리 1950년대 6·25 전쟁, 1960년 4·19 혁명, 1961년 5·16 군사 정변, 그리고 소설 말미에 터지는 1979년 부마 항쟁까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면서 국민 개개인의 삶과 그들의 내면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이것은 국가에 의해 희생을 당한 국민이 오히려 국가의 표적이 되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아 왔음을 인지시키는 것으로, 우리 역사가 들추어 보고 싶지 않았던 잔인함을 보여 준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밤의 눈』에 등장하는 가상의 공간인 대진은 사투리로 보아 부산·경상남도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소설 속에는 남포동과 부산진 일대를 배경으로 한 부산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조갑상은 2013년에 『밤의 눈』으로 창작과 비평사가 주관하는 상으로서 우리나라에서 권위 있는 상 중 하나인 만해 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중에서 유일하게 1994년에 작가 송기숙이 수상한 이후로, 처음으로 조갑상이 수상하였다. 송기숙의 장편 소설 「녹두 장군」이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간된 것을 감안한다면, 조갑상의 경우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지역 출판사에서 『밤의 눈』을 펴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