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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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미역 | The Moon Weaved with Threads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필남 |
[정의]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소설가 정영선이 2007년에 창작한 장편 소설.
[개설]
부산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여성 소설가 정영선[1963~]은 1997년에 중편 「평행의 아름다움」으로 『문예 중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다작은 아니지만 활발히 소설 창작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이다. 2010년에 장편 소설 『물의 시간』과 2011년에 청소년 연작 장편 소설 『부끄러움들』을 출간하는 등 주로 장편 소설을 창작하였다. 『실로 만든 달』이나 『부끄러움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부산의 구체적인 장소성에 주목하며 부산의 역사성 등을 조명하고 있다.
정영선은 2001년에 ‘부산 소설 문학상’을, 2006년에는 ‘부산 작가상’을 받은 바 있다. 「실로 만든 달」은 문학수첩에서 2007년 9월 5일에 간행한 『실로 만든 달』에 수록되어 있다.
[구성]
장편 소설 「실로 만든 달」은 1919년과 2004년을 살아가는 각각의 여성 화자가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내용]
이야기는 2004년 부산에 사는 정원이란 여성이 값싼 방을 찾아 귀신이 든 수백 년 수령의 팽나무가 있는 동네로 들어가는 데에서 시작한다. 정원은 막다른 골목에서 1919년에 죽은 관옥이란 여성을 만난다. 정원은 나무옹이를 닮은 관옥의 텅 빈 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데, 이때부터 두 사람의 삶이 교차되어 진행된다.
정원의 어머니는 일본 여자를 아내로 맞았던 아버지의 씨받이로 들어갔다가 정원을 낳자마자 죽는다. 정원의 큰어머니는 일본 여자란 이유만으로 시어머니에게 모진 구박을 받는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큰어머니는 정원에 앞서 아들 덕재를 입양하였으나 구박은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사춘기에 들어선 덕재가 정원의 몸을 범하고, 임신 중절을 받은 정원은 가족에게서 버림을 받는다.
한편, 관옥은 아버지의 결혼 종용을 한사코 거부한다. 관옥의 꿈은 공부를 하는 것이다. 관옥은 아버지 친구의 소개로 일본 가정의 불구 소녀 스에코의 몸종이 된다. 스에코 역시 불행한 가족사를 갖고 있다. 스에코의 아버지가 이웃집 과부와 정분이 나면서 어머니는 스에코를 안고 기차에 뛰어드는데, 어머니만 죽고 스에코는 다리를 잃게 된 것이다. 관옥과 스에코는 한국과 일본,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차이를 넘어 여성으로서 공감을 쌓아 간다.
정원은 수산 회사 직원인 남편과 결혼한다. 부모 없이 자란 남편은 가학적 성행위와 폭력으로 정원을 괴롭힌다. 정원은 남편이 죽기를 바라고, 우연한 사고로 남편은 목욕탕에서 죽는다. 남편의 장례식에 옛 애인인 소향이란 여자가 찾아오고, 정원과 소향은 친구가 된다. 남편의 명복을 빌기 위해 49제를 지내던 정원은 죽은 사람들의 혼령인 흰 나비를 보게 된다. 또 생활고 때문에 접대부가 된 소향과 함께 성매매 특별법 반대 시위에 나선다.
한편 국상(國喪)을 계기로 관옥은 스에코의 집에서 나오고, 자신이 동경하던 여학생들 틈에 끼여 3·1 운동에 참가하였다가 체포되어 죽는다. 관옥이 나가고 새엄마가 아들을 낳자, 스에코는 지나가던 만두 장수에게 돈을 주고 팽나무 앞에 데려다 달라고 한 뒤 어머니가 남긴 금반지와 함께 나무속으로 들어간다.
[특징]
「실로 만든 달」은 여성들 사이의 계급적·정치적 차이를 드러내는 동시에 여성들이 피해자였던 역사를 보여 주는 특징을 보인다. 여성 대 남성의 단순한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지배자·피지배자, 동성애·이성애, 순종·혼혈 따위의 다양한 변주를 거듭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또한 소설의 무대가 되는 부산이라는 특정 장소의 역사적 형성을 서술하는 대목에서 부산이 지닌 독특한 심상 지리가 작가에 의해 묘파되고 있다. 「실로 만든 달」은 전통의 부산 동래와 일본에 의해 새롭게 형성된 오늘의 원도심 부산을 교차시켜 보여 주는데, 동래부 동헌(東萊府東軒), 세병교, 40계단, 소라 계단, 용두산 공원, 완월동, 해운대 사창가 등을 역사성과 함께 장소의 이름을 실명으로 쓰고 있다.
[의의와 평가]
85년이라는 시간을 오가는 「실로 만든 달」의 구성만큼이나 도드라지는 건 부산의 공간이다. 「실로 만든 달」의 해설을 쓴 교수 한수영의 말처럼 ‘부산이 또 하나의 등장인물’이라 할 정도로 소설에는 구체적인 장소들이 역사성을 띠고 등장하고 있다. 해운대 집장촌 609와 첨단을 대표하는 벡스코, 봉건 조선을 대표하는 동래읍성 주변, 식민지 근대 부산의 중심지인 동광동과 대청동이란 공간 자체가 비극을 설명하는 등장인물이 된다.
작가 정영선은, 부산이라는 도시가 근대적 대도시로 형성되는 과정은 곧 식민지적 혼종의 형성 과정이기도 하였음을 반복적으로 환기한다. 부산이 이런 맥락으로 묘사된 사례를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장소들은 그 장소와 관련된 일종의 심상 지리를 만들어 낸다. 부산이 최초의 개항장이고, 부산을 통해 무수한 박래품들 특히 일본인, 일본 문화, 일본화된 서구 문물들이 흘러들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부산이라는 특정한 장소를 묘사하면서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일종의 심상 지리의 차원에서 환기한 소설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실로 만든 달」은 그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