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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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洛東江河口- |
영어의미역 | In the Mouth of the Nakdong River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부산광역시 사하구 하단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수우 |
[정의]
1999년에 간행된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에 수록되어 있는, 부산 지역의 낙동강 하구를 배경으로 시인 허만하가 창작한 현대 시.
[개설]
허만하는 1932년 3월 29일에 경상북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51년에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였는데, 그 무렵 생철학과 실존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았다. 1957년에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하였으며, 1962년부터 ‘현대시’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그동안 시집 『해조』[1969년],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1999년],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2003년], 『야생의 꽃』[2006년], 『바다의 성분』[2009년], 『시의 계절은 겨울이다』[2013년]와 산문집 『부드러운 시론』[1992년], 『낙타는 십 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2000년] 등 다수의 작품을 출간하였으며, 제1회 박용래 문학상과 제2회 한국시인협회상, 제15회 이산 문학상, 2013년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받은 바 있다. 「낙동강 하구에서」는 1999년에 솔출판사에서 간행한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에 수록되어 있다.
[구성]
「낙동강 하구에서」는 총 6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1연에서는 바다에 도착하는 강의 물결을 응시하고 있는데, 두려움과 미련이 담긴다. 하지만 2연과 3연에서는 빛깔이 바뀐 강물에서 섭섭한, 그러나 적멸을 읽는다. 4연에서는 바다라는 미지를, 두렵지만 동시에 긍정으로 받아들이며 고요해지는 자연을 노래한다. 5연과 6연에서는 두려움이 아니라 대긍정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다로 바꾸며 자신을 완성하는 강의 실존을 형상화하고 있다.
[내용]
바다에 이르러/ 강은 이름을 잃어버린다./ 강과 바다 사이에서/ 흐름은 잠시 머뭇거린다.// 그때 강은 슬프게도 아름다운/ 연한 초록빛 물이 된다.// 물결 틈으로/ 잠시 모습을 비쳤다 사라지는/ 섭섭함 같은 빛깔./ 적멸의 아름다움.//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커다란 긍정 사이에서/ 서걱이는 갈 숲에 떨어지는/ 가을 햇살처럼/ 강의 최후는/ 부드럽고 해맑고 침착하다.// 두려워 마라, 흐름이여/ 너는 어머니 품에 돌아가리니/ 일곱 가지 슬픔의 어머니.// 죽음을 매개로 한 조용한 전신(轉身)./ 강은 바다의 일부가 되어/ 비로소 자기를 완성한다.
[특징]
강원도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274.91㎞[700리]를 흐르면서 부산 구포를 지나 하구에 이르러 남해에 이르게 된다. 긴 여로 끝에 마침내 얻게 되는 물길의 최후는 또 다른 최초를 만든다. 오랜 흐름의 휴식과 순화는 이제 다시 기대와 설렘으로 전신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여는 것이다.
이는 첫 시집 『해조』를 상재한 후 학자적 양심으로 병리학자를 지내고 정년한 후 다시 문학적 양심으로 돌아오면서, 30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를 발간한 시인의 삶과도 닮아 있다. 경상북도 대구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공부하였지만 부산에서 삶을 펼친 시인은 낙동강을 따라 흘러온 셈이니, 낙동강과 인연 깊은 시인이 노년에 이르러 강 하구에서 자신의 인생을 다시 읽어 내면서 생명의 진정한 완성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강이 바다에 이르는 지점은 사실 거대한 전환이다. 「낙동강 하구에서」는 낙동강 하구에서 강과 바다를 바라보며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변환을 이루는 한 기점을 응시하고 있다. 그것은 두렵고, 일순 죽음이기도 하지만 훨씬 광대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하다. 거대한 자연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삶을 긍정해 내는 관조의 자세가 돋보인다.
삶은 어떤 지점에서 변신하게 마련이고, 그 변신은 하나의 죽음과 침잠으로 다가오는 것 같지만 더 큰 우주, 더 큰 자연을 발견하면서 그것은 보다 큰 완성의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모든 자연을 통해 인간은 이러한 생명의 지혜를 깨닫는다.
[의의와 평가]
「낙동강 하구에서」는 바다에 도착하는 강을 통해 인생의 전반적인 지혜를 통찰하고 있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다. 그 흐름은 끊임없는 소멸과 생성으로 구성된다. 소멸을 사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강은 바다를 향하여 끝없이 흘러왔고, 자기 이름을 버릴 때 더 큰 긍정의 우주적 존재를 획득하게 된다.
우리의 일상도 그러하다. 일견 우리는 머뭇거리고, 그것은 상실의 슬픔으로 인지되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의 몸은 보다 거대한 자연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 모든 순간에 우리의 삶은 물결을 이루고 흐름을 구성한다. 조용한 전신(轉身)을 통해 우리는 성장하게 되고 새로운 자신과 만난다. 자연의 풍경은 결국 이 지상 생명의 진정한 교감을 끌어내기 위해 있다. 뛰어난 철학적 사유의 많은 연구와 산문으로 알려진 시인은 낙동강 하구에서 더 먼 우주적인, 원시적인 생명의 근원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