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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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洛東江-深淵-風景- |
영어의미역 | The Nakdong River: Four Landscapes Reflect Lights on the Abyss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부산광역시 사하구 다대동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수우 |
[정의]
2006년에 간행된 『초록 거미의 사랑』에 수록되어 있는,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낙동강을 배경으로 시인 강은교가 창작한 현대 시.
[개설]
강은교(姜恩喬)[1945. 12. 13~]는 함경남도 홍원에서 태어나, 출생한 지 100일 만에 서울로 이주하여 성장하였다. 1968년 『사상계』 신인 문학상에 「순례자의 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초기에는 죽음과 허무에 관한 이미지를 천착, 애상적·서정적 음색을 기조로 삼았으며, 이후 개인과 사회의 균형이 균열됨으로써 빚어지는 비인간화의 문제를 주제로 삼았다.
시집 『허무집』[1971년], 『풀잎』[1974년], 『빈자 일기』[1977년], 『소리집』[1982년], 『붉은 강』[1984년],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1989년], 『벽 속의 편지』[1992년], 『어느 별에서의 하루』[1996년],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1999년],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2002년], 『초록 거미의 사랑』[2006년], 『네가 떠난 후 너를 얻었다』[2011년] 등을 비롯하여 다수의 산문집과 시선집, 동화집, 번역집 등의 작품을 출간하였다. 강은교는 1975년에 한국 문학상을, 1992년에 현대 문학상을, 2006년에 정지용 문학상을, 2012년에 유심 작품상 및 박두진 문학상 등을 받은 바 있다.
「낙동강-심연에 비추는 풍경 넷」은 강은교가 2000년대 전후 부산에 정착할 무렵 다대포에 6년간 살면서 쓴 시로, 2006년에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간한 『초록 거미의 사랑』에 수록되어 있다.
[구성]
「낙동강-심연에 비추는 풍경 넷」은 총 4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1연에서는 강물에서 오래 응축된 진하디 진한 존재와 역사의 핏물을 읽어 내고 있으며, 2연과 3연에서는 먼 데에서 흘러온 강물이 다대포 바닷가 모래밭과 새떼로 확장되면서 그 물결이 우리가 더 깊게 들여다보아야 할 눈물의 세계임을 강조한다. 4연에서는 이러한 고뇌와 고통의 진실은 결국 더 큰 강물로 우리의 삶 속으로 흘러오며, 결국 다대포가 생명에 대한 희망이 일어서는 아름다운 장소성을 획득함을 보여 준다.
[내용]
강물은 원래 눈물이야. 깊고 깊은 눈물이야./ 거기 살도 빠져 있고. 피도 빠져 있고./ 그래서 강물엔 원래 피고름이 흐르는데 아무도 그걸 모르지.// 다대포 바닷가 모래밭엔/ 매일 피고름이 흘러/ 흘러 흘러 넘쳐/ 새 떼들이 들고 오는 파도와 산(山) 조각들/ 한데 맞춰 들고 들여다봐// 아, 들여다봐/ 네 눈물이 있다가/ 출렁출렁 있다가/ 저녁 해에 얹혀, 또는/ 아침 분홍 구름에/ 얹혀/ 일어서는 것을// 넓고 넓은 낙동강 강물로 일어서는 것을.
[특징]
다대포 해수욕장은 낙동강이 바다와 몸을 섞는 장소이다. 저녁 해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바다에 잠기는 붉은빛 속에서 시인은 낙동강이라는 물결의 역사와 존재론적 문제를 미세하게 응시하고 있다. 「낙동강-심연에 비추는 풍경 넷」은 풍경의 심층을 의식하는 시인의 깊은 통찰과 생명을 향한 의지가 아름다운 이미지로 다가오는 시이다.
「낙동강-심연에 비추는 풍경 넷」에서 강물은 눈물의 은유를 담고 있고, 눈물은 삶의 진실과 고난의 역사를 은유하고 있다. 이러한 은유들은 결국 존재론적 풍경으로 다가와 사회 역사적인 생명의 진실을 아프게 관통한다. 그러나 우리 목숨을 구성하고 있는 본연적 힘은 결국 다시 일어서는 자세이다. 그 일어섬이 만들어 낸 것이 바로 물결이고 파도이고 구름이다. 눈물이 가지고 있는 절망과 희망의 이미지들이 끈적끈적하고 절실하고 아름답다. 실존적 형이상학의 무게가 강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의의와 평가]
염원이란 무엇일까. 가파르고 거친 현실을 넘어 인간에 대한 상상력으로 절실하게 전달되는 것이 염원이 아닐까. 다대포 해수욕장은 일몰로 유명하다. 강은 해가 기우는 자리에 도착한다. 시인은 그곳에 도착하는 낙동강이 붉게 물드는 것을 자주 보면서 피고름 같은 민족의 아픈 역사를 그대로 읽는다. 낙동강은 민족의 강이고 역사의 강이고, 동시에 먼 길을 흘러오면서 응축된 시간과 진실이 바다에 도착하는 강이다.
시인은 섬세한 하나하나의 물결 속에 있는 생명의 힘을 믿는다. 강은 단답형이 아니다. 1968년 등단 이래 지금까지 간단 없는 자기 심화와 정련의 과정을 겪은 시인에게 강은 첨벙첨벙 노는 여유나 낭만이 아니다. 매일 피고름 같은 일상이다. 그러나 시인은 우리에게 희망을 가르치고 싶어 한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세상의 짐을 진 어떤 개인도, 어떤 사회도 결국은 자기를 실현해 내기 위해 일어서는 삶이어야 한다.
시인의 연민 어린 시선은 넘어진 아기를 일으켜 세우듯 아픈 삶을 일으켜 세운다. 그것이 시인이 노래하는 방식이다. 영혼의 눈높이를 우리에게 주고 싶어 하는 시인의 염원을 읽는다. 허무의 바다에서 돛을 돌리는 시인의 염원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