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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210457
한자 言語
영어의미역 Language
이칭/별칭 부산 방언,부산 지역어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지역 부산광역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차윤정

[정의]

부산 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 체계.

[개설]

하나의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한다. 그 결과 별개 언어가 될 정도의 큰 분화를 일으키지 않고 한 언어로서의 공통점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의 분화만을 거친 분화체들을 방언이라 한다. 한 언어의 방언들은 기본 문법은 동일하지만 음운, 문법, 어휘 등에서 체계적인 차이를 보인다. 방언은 분화 요인에 따라 지역 방언(regional dialect)과 사회 방언(social dialect)으로 나뉜다.

지역 방언은 지역의 다름으로 인해 형성된 것으로, 넓은 의미에서는 일정한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언어적 현상과 함께 다른 지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언어 현상까지를 포괄한다. 하지만 좁은 의미에서의 지역 방언은 특정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언어 현상만을 지칭한다. 사회 방언은 사회 계층·연령·성·종교·인종 등의 사회적 변인에 의해 형성된 방언이다.

큰 산맥이나 강 같은 지리적인 장애가 있거나 생활권, 행정권이 다른 두 지역의 언어는 별개의 지역 방언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산 지역은 동남쪽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서쪽으로 낙동강을 끼고 김해, 창원과 분리되어 있어 두 지역과 언어적 차이를 보인다. 주변의 양산 지역과는 특별한 지리적 장애가 없고 과거 동래 지역이 양산 지역과 같은 행정 구역으로 묶여 있던 관계로 큰 언어적 차이를 보이지는 않지만, 부산 방언의 급속한 변화와 함께 앞으로 그 차이가 예견된다.

[부산 방언의 성격]

부산광역시는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의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다. 언어적으로 우리나라 방언권은 동남 방언, 서남 방언, 중부 방언, 서북 방언, 동북 방언, 제주도 방언 등 여섯 개의 대방언권으로 분류되고, 다시 그 하위 방언권으로 분류된다. 부산 방언은 동남 방언 중 경상남도 방언에 속하며, 그 가운데에서도 경상남도 동부 방언권에 속하는 방언이다.

[부산 방언의 특징]

1. 음운적 특징

일반적으로 부산 방언의 자음 목록은 ‘ㅂ, ㅃ, ㅍ, ㄷ, ㄸ, ㅌ, ㅅ, ㅈ, ㅉ, ㅊ, ㄱ, ㄲ, ㅋ, ㅎ, ㅁ, ㄴ, ㅇ, ㄹ’의 18개로 설정된다. 이는 전통적으로 부산 방언에서는 ‘ㅅ’과 ‘ㅆ’이 변별되지 않고 ‘ㆆ’을 음소로 설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부산 방언을 사용하는 40대 이하의 세대에서는 ‘ㅅ’과 ‘ㅆ’을 변별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어서 앞으로 ‘ㅆ’이 자음 목록에 포함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부산 방언의 모음은 일반적으로 ‘이, 애, 어, 아, 우, 오’의 6모음 체계를 가진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부산 방언에서는 중앙어와 달리 ‘에’와 ‘애’, ‘으’와 ‘우’가 변별되지 않고 ‘위’와 ‘외’가 원순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 방언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동남 방언이 그렇듯이 성조에 의해 의미가 변별되는 성조 방언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부산 방언에서는 ‘말[馬]’과 ‘말[斗]’, ‘말[語]’이 모두 성조가 달라, ‘말[馬]’은 ‘고조[H], ‘말[斗]’은 증조[M], ‘말[語]’은 저조[L]로 발음된다. 이러한 성조의 차이 때문에 형식이 같은 3개의 단어는 각각 다른 의미로 구별된다.

부산 방언의 음운적 특징은 음운 현상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경음화는 가장 보편적으로 실현되는 음운 현상 중의 하나인데, 형태소의 내부, 형태소의 경계, 합성어, 파생어 같은 환경에서 고루 실현된다. 특히 ‘돈또[돈도]’나 ‘달또[달도]’, ‘몸또[몸도]’에서처럼 앞의 끝소리가 ‘ㄴ, ㄹ, ㅁ’이고 연결되는 소리가 ‘ㄱ, ㄷ, ㅂ, ㅈ’일 때 경음화가 실현되는 특징을 보이며, ‘찌다[끼다]’, ‘찌리찌리[끼리끼리]’처럼 ‘ㄲ’이 ‘ㅉ’으로 변화하는 현상도 보인다.

또한 ‘꿉다[굽다], 쪼물래기[조무래기]’처럼 어두에서의 경음화는 다른 지역 방언보다 실현 빈도가 높다. 구개음화는 변화하는 자음의 종류에 따라 ‘ㄷ구개음화, ㄱ구개음화, ㅎ구개음화’ 등으로 나뉘는데, ‘지름[기름]’, ‘성[형]’에서와 같이 ‘ㄱ구개음화’와 ‘ㅎ구개음화’가 다른 방언에 비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요즈음 젊은 층에서는 ‘ㄱ구개음화, ㅎ구개음화’가 실현되지 않는다.

2. 문법적 특징

국어 문법의 특징인 높임법은, 부산 방언에서 비격식체를 제외할 때 4등급 체계로 나타난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거나 지위, 나이가 많은 상대를 높이기 위해서 사용하는 아주높임에는 ‘-습니더, -십니더[평서형], -습니꺼, -습디꺼[의문형], -입시더[청유형], -이소[명령형]’ 같은 어미들이 사용된다. 상대를 어느 정도 대우해 주는 예사 높임에는 ‘-소, -요[평서형], -는교, -을랑교[의문형], -ㅂ시더[청유형], -소[명령형]’ 같은 어미가 사용된다. 예사 낮춤에는 ‘-데[평서형], -는가, -[는]강/공[의문형]’ 같은 어미가 사용되는데, 다른 등급에 비해 어미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아주낮춤에는 ‘-는대이, -꾸마[평서형], -가/-고, -나/-노[의문형], -아래이[명령형]’ 등이 사용된다.

부산 방언의 문법적 특징 중의 하나인 의문형 종결 어미에는 ‘-가/-고, -나/-노, -[는]강/-공, -을까/-꼬’ 등이 있다. ‘-가, -나, -[는]강, -을까’는 문장 속에 의문사가 없을 때 사용되며, ‘-고, -노, -[는]공, -을꼬’는 문장 속에 의문사가 있을 때 사용된다. 또 ‘-가/-고, -나/-노’가 순수한 의문을 나타내는데 비해, ‘-[는]강/-공’은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데 사용된다.

부산 방언에서는 관형사형 구조에서 특징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거서 살안 사람[거기서 산 사람]’, ‘펜지를 햇는 모양[편지를 한 모양]’, ‘갓는 기라[간 것이야]’에서와 같이 ‘동사 어간+안/앗는’의 구조를 보이기도 한다. 조사의 경우, 호격 조사 중 상대를 높여 부르는 경우에 ‘요’[할배요, 행님요]가 사용되기도 하고, 보조사는 중앙어와 유사한 형태로부터 의미는 유사하나 형태는 전혀 다른 것까지 다양한 형태들이 사용된다. 보조사 ‘부텀, 부텅, 버텀’, ‘꺼정, 꺼지, 꺼짐’, ‘보담’은 각각 중앙어의 ‘부터’, ‘까지’, ‘보다’에 대응하는데, 중앙어와 비교하면 이들 형태에는 ‘ㅁ’이나 ‘ㅇ’이 덧붙은 형태이다. ‘매쿠로, 맨쿠로, 맨치로’는 중앙어 ‘처럼’에 대응하는데, 이는 중앙어와는 형태가 완전히 다르다.

또한 부산 방언에서는 특징적인 어미 형태들이 사용된다. 평서형 어미로는 약속의 의미를 가진 ‘꾸마’, 후회의 의미를 가진 ‘-ㄹ꺼로’, 추측의 의미를 가진 ‘-ㄹ랑갑다’ 등이 있다. 연결 어미로는 가정의 ‘-[으]먼’, ‘-마’, 이유, 원인의 ‘-이’ 등이 있으며, 선어말 어미로는 미래, 추측의 ‘-것-’, 회상의 ‘-디-’, 확정의 ‘-니-’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3. 어휘적 특징

부산 방언의 모든 어휘를 다른 방언과 비교해 그 특징을 기술하기는 어렵다. 이에 부산의 지형적 특성과 관련된 방언의 특징과 중앙어와 차이를 보이는 몇 가지 예들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부산은 지형적으로 바다를 끼고 발달한 해양 도시라는 점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해산물에 관련된 어휘가 발달해 있으며, 일본과의 왕래가 잦은 관계로 일본어의 어휘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중앙어의 ‘멸치’에 해당하는 어휘는 크기와 용도에 따라 ‘가이지, 고바[작은 멸치], 다시, 기르메이, 기릿가이지, 오바, 주바, 고바, 띠포리[다시용], 지리멸[볶음용], 고주바[안주용 중멸치], 오주바[다시용 다시멸], 가이리[자멸치]’ 등으로 구분되는데, 여기에는 일본어 어휘도 섞여 있다.

부산 방언의 명사 중에는 중세 국어나 그 이전 시기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들이 있다. ‘입수구리, 나불, 눈시불, 가분대, 야시’ 등은 중앙어의 ‘입술, 놀, 눈시울, 가운데, 여우’에 해당하는데, 이것들의 중세 국어 어형인 ‘입시울, 올, 눈시욹, 가, 여’보다 앞선 시기의 모습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대명사 중 사람을 나타내는 대명사로는 1인칭의 ‘나, 지, 우리’와 2인칭의 ‘니[너], 너거[너희], 재개[자갸], 이녁, 이핀[이편]’, 3인칭의 ‘이사람, 거사람[그사람], 저거[저희]’ 등이 있다. 장소를 나타내는 것으로는 ‘여어·여개[여기], 거어·거개[거기], 저어, 저개[저기] 등이 있다.

동사로는 가리다[가르다, 나누다], 구불다[구르다, 뒹굴다], 까래비다[할퀴다], 깨배다[깨우다], 꺼실다[그을다], 낑구다[끼우다], 대피다[데우다], 댕기다[다니다], 디비다[뒤집다], 떠수다[덥히다], 달개다[달래다], 말기다[말리다], 빼떨다[뺏다], 뽀수다[빻다], 쌔리다[때리다], 새아리다[세다], 숨구다[심구다], 숭쿠다[숨기다], 애우다[외다], 자불다[졸다], 쌔비다·째비다[훔치다] 등이 있다.

형용사로는 가당찮다[대단하다], 가죽다·가찹다[가깝다], 기럽다[그립다], 까꿉다[갑갑하다], 깨꺼럽다[까다롭다], 깰밧다[게으르다], 내그럽다[냅다], 무십다[무섭다], 붋다[부럽다], 새거럽다·시거럽다[시다], 새첩다[이쁘다], 애비다[여위다], 앵간하다[어지간하다], 앵꼽다[아니꼽다], 지그럽다[가렵다], 우숩다[아쉽다], 자부럽다[졸립다], 지엽다[지루하다], 추접다·추집다[더럽다], 해꼽다[가볍다] 등이 있다. 형용사 중에 ‘씹다, 찹다, 짭다’는 중앙어의 ‘쓰다, 차다, 짜다’에 대응하는데, 이것은 중간 자음 ‘ㅂ’가 개입된 형태이다.

또 어휘 가운데 다른 방언과 차이를 보이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부사이다. 이들 부사는 단순 부사나 합성 부사뿐만 아니라 동사나 형용사에 접미사 ‘-이’가 붙어서 파생한 것들도 많다. 겍강시리[엉뚱하게], 꼭닥시리[까다롭게, 꼬치꼬치], 남사시리[창피하게], 다담시리[다부지게], 디비[거꾸로, 뒤집어], 미꿈하이[미끈하게], 말키[말갛게, 모두], 맬가이[말갛게], 단디이[단단히, 조심해서], 무단이[공연히], 벨시리[별스럽게], 뽀돗이[빠듯이], 실찌기[너지시, 슬쩍], 야무치기[야무지게], 엉가이[아주, 너무나도], 오지기[대단히, 된통], 쪼매이[조금], 짜달시리[그렇게] 등이 이러한 예이다.

또한 부사들 중에는 미묘한 어감 차이에 의해 구분되는 것들도 있다. 중앙어의 ‘많이, 가득’에 대응하는 부산 방언에는 가뿍[심리적으로 푸짐한 느낌], 다북다북[천천히 정성스럽게 가득가득 담는 모양], 바리바리[짐을 잔뜩 실어 부피가 아주 큰 모양], 항거[양이나 부피가 많음], 불씨기[규모나 양이 많게] 등이 있고, ‘아주, 많이’에 대응하는 말로는 데기[아주 많음], 지독바시[부정적인 경우에 몹시 고집스럽게], 지지리[부정적인 경우에 아주 불운일 때], 태배기[부정적인 경우에 아주 심하게], 오지기[부정적인 경우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영판[아주 그럴듯하게 비슷하여 완전히], 억시기[긍·부정적인 경우 모두, 아주 많이], 엉캉[중립적 의미로 워낙] 등이 있다.

[과제와 전망]

언어는 특정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사용된다. 따라서 언어에는 그것이 사용되는 사회의 특성과 인간의 삶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이런 관계로 인간과 사회의 변화는 곧 언어의 변화를 수반한다. 현재 부산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언도 부산 사람들의 삶의 변화와 함께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정치·경제·문화 등의 중앙 집중화와 함께 방언에 대한 편견, 교육 및 방송 매체를 통한 표준어의 확산은 부산 방언의 급속한 소멸을 야기하고, 전통적인 부산 방언이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방언의 소멸은 곧 그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의 소멸로 이어지고, 이는 곧 언어의 획일화와 함께 사고와 문화의 획일화로 이어진다. 창의적이고 지속적인 문화의 발전은 다양성의 확보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방언의 보존은 곧 언어의 다양성 확보를 넘어 문화와 사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사라져 가는 부산 방언을 조사하고 보존하는 일에 마음과 힘을 모아야겠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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