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9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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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釜山-釜山-釜山- |
영어의미역 | A Newly Created Image of Busan |
분야 | 정치·경제·사회/사회·복지,문화·교육/문화·예술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문재원 |
[‘만들어지는 전통’과 지역 이미지]
한 조사 기관에 의하면 “부산 하면 무엇이 떠오릅니까?” 라는 질문에 단연 물리적 경관으로 해운대가 가장 높은 응답을 보였다고 한다. 한편 성향이나 속성에 대해서는 개방적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부산 이미지에 관한 조사 연구』, 부산발전연구원, 2009] 개방성이니 혼종성이니 하는 것은 부산이 놓여 있는 지리적 조건과 개항, 이주 등의 역사적 경험에서 기인한다.
이것이 언제부터 어디에서 연유되었는지 정확한 기원을 따져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지역 정체성은 오랜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측면도 없지 않지만, 지역 정체성의 다양한 소재들은 특정한 시공간의 틀 속에서 특정한 개인, 집단, 사회의 판단과 기획에 따라, 특정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배열된다는 점도 있기 때문이며, 후자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개방성’이 다시 부산을 장악하고, 부산의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 이미지와 실재의 합치 여부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미 이미지가 실재를 장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산에 사는 나는 개방적이어야 부산 시민에 합류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외부 사람들은 나에게 개방성을 기대한다.
도시 이미지란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합의된 것으로, 도시의 다양한 특성을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어휘로 표현된다. 최근에는 각 지방 자치 단체 단위로 특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적인 이미지 창출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도시 이미지는 도시의 상징물, 역사적 스토리, 주요 인물 등 인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위치, 지형, 기후 등 자연환경적인 요소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서울, 제주, 대구, 부산 등 특정 지역의 이미지가 형성되고 유포된 원리도 이와 동일하다.
특정 지역의 이미지는 지리적 공간을 토대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관계가 만들어 내는 산물, 즉 언어, 역사, 문화, 제도 등 복합적인 요인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는 시간이 누적되면서 그 지역의 정체성으로 고정되고, 다시 지역은 ‘만들어진 이미지’에 맞추어 재구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논리는 오랜 전통으로 보이는 것이 실상은 어떤 시점에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전통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 에릭 홉스봄의 ‘만들어지는 전통’의 논의와 같다.
D. J. 부스틴(D. J. Boostin)에 의하면 이미지는 특정 사건에 대해 참되고 진실한 면을 보여 주기보다 조작되고 단편적인 면만을 강조한다. 이미지는 여러 가지의 상을 조합한 통합물인데, 이것이 사실과 다르지만 믿을 만한도록 유도하는 힘이 있으며, 그렇지 못하다면 의미가 없다. 이러한 이미지는 고정 관념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대상에 대한 인식의 틀로서 작용하고 행동을 지배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미지는 새로운 정보에 의해 지속적으로 재구성되어 변화한다. 현대 사회에서 매스 미디어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요한 기능을 한다. 신문과 영화와 텔레비전, 최근에는 SNS 등 온갖 전자 매체도 대상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유포하고 또한 인식과 판단의 기준이 되도록 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원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 자치 제도가 실시된 1990년대 이후 각 지역들은 위상을 제고하고, 타 지역과의 차이를 만들어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미지 제고 작업을 활발하게 진행하였다. 이를 위해 각 지역에서는 지역의 문화적 자원을 활용하여 대내외적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적극 전시하고자 하였다. 특히 이전의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였던 곳일수록 이미지 전환 작업이 활발하였다.
오늘날 많은 도시들은 저마다의 독창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는 지금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다른 이미지를 구축하여 낙후된 도시 이미지를 재구축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 사회 주민의 사회 통합까지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도시 브랜드 활용이 선호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의 역사적 인물이나 장소 등 문화적 자원을 발굴하여 기념관, 지역 축제 등을 통해 지역의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이른바 ‘상징적 재구성[symbolic reformation]’ 장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안으로는 지역민의 통합과 긍지를 이끌어 내고, 대외적으로는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를 도모하는 데 의의를 두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역의 이미지는 제고된다.
현대 사회에서 지역의 이미지의 생성, 전달, 제고에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대중 매체, 나아가 실시간 쌍방향성을 갖는 전자 매체이다. 벌교가 ‘꼬막의 나라’인 이유는 수백 년 전의 지리지도 아니고, 벌교 사람들의 증언도 아니고, 조정래(趙廷來)의 『태백산맥』도 아니고 TV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이었다. 이는 지역내부의 시선보다 외부자의 시선이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만들어진 지역의 이미지이다. 그래서 지역들은 역으로 이러한 매체들을 적극 활용하여 지역을 외부로 알리고자 한다.
이처럼 지역에서 이미지 정치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은 지방자치제 이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하야리아 부대 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몇 년의 논의를 거친 후에 부산 시민 공원으로 자리 잡게 된 데는 무엇보다 지역 내부의 목소리가 깊게 관여되었다. 도심의 시민 공원이 도시의 물리적 상징적 경관을 바꿀 것이고, 이를 통해 도시의 이미지는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러한 작업들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지역의 문화적 자원을 발견, 해석, 기획하여 지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의 이미지가 생성되는 데는 여러 주체들이 개입되고, 그 양상 또한 도시 슬로건에서부터 여러 문화적 재현, 그리고 지역민들의 다양한 실천 등 여러 경로가 있을 것이다. 본 글에서는 부산광역시의 슬로건 ‘다이나믹 부산(Dynamic Busan)’, 축제, 영화, 지역적 실천을 통해 부산의 이미지가 어떻게 생성 유포되는지 살펴보겠다.
[도시 브랜드와 ‘다이나믹 부산’]
1. 도시 브랜드화와 도시 이미지
도시 브랜드화는 브랜드 이미지를 수립하고 이를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로고나 캐릭터의 개발을 포함하여, 지방 자치 단체의 이름 속에 가치나 문화를 담아 고객의 경험을 극대화시켜 주는 과정이자 날로 치열해지는 도시 경쟁 시대에 도시의 가치를 높이고, 고객에게 도시를 마케팅 하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방 자치 단체의 도시 브랜드 전략에는 지역 특징, 브랜드명, 심벌, 캐릭터, 슬로건, 광고, 이벤트, 축제 등 다양한 요소가 활용되고 있다. CI[City Identity]를 압축적,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데, 로고, 심벌마크, 캐릭터, 슬로건, 시화, 시목, 시조 등을 시각화하여 전달한다.
부산광역시의 경우를 보면 다음과 같다.[부산광역시청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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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시 브랜드 슬로건
특히 슬로건은 ‘어떤 단체의 주의, 주장 따위를 간결하게 나타낸 짧은 어구’이다. 다시 말해, 전달자의 입장에서 원하는 전체 메시지를 포괄하는 의미를 핵심적이고 간결한 문구를 통하여 표출함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화시키고 전달 가치를 대상에게 쉽고 효과적으로 이해시켜 주는 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지역이 궁극적으로 완성하고자 하는 도시 이미지와 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 등을 담고 있는 메시지로 그 의미의 중요성이 있다. 특히 브랜드 슬로건은 심벌과 로고가 담지 못한 의미를 언어적으로 구성하고, 이를 다시 각인시켜 줌으로써 도시에 대한 이해나 도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설명해 주는 수단이 된다.
부산의 슬로건은 2002년 월드컵, 아시안 게임 등 국제 행사를 개최하면서 부산의 위상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시민들의 애향심을 높이고 세계 도시로 발전해 나가는 부산의 도시 비전을 제시하고자 개발하였다. 부산 슬로건은 2002년 말 부산 슬로건 개발 기본 계획을 수립하여 2003년 2월 시민 공모를 통해 최종적으로 2003년 10월에 다이나믹 부산이 선정되었다. 이후 2004년 2월 27일 슬로건 선포식을 개최하여 부산 슬로건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다이나믹 부산은 부산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물리적·싱징적 자질들 위에서 취사선택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부산의 브랜드 슬로건 ‘다이나믹 부산’은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부산 시민의 기질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관광,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활기차게 역동적으로 발전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다이나믹’의 자유분방한 서체는 약동하는 부산을 상징하고 중후하고 정돈된 느낌의 ‘부산’의 서체는 세계 물류 비즈니스 ‘중심’ 도시로서 부산에 대한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다. 글자 외에 태양과 파도를 표현하고 있는데, 파도는 해양 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고, 파도 위의 US는 ‘우리 함께’라는 공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함께 세계 도시로 나아가자는 염원을 담고 있다. 색채는 붉은색, 청색, 오렌지색을 사용하고 있는데, 붉은 색은 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 준 부산 시민의 하나 되는 모습을 상징하고, 오렌지색은 부산 시민의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청색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해양 도시와 미래 도시 부산을 상징하고 있다.
다이나믹이 내포하고 있는 역동성은 이미 부산의 기질 혹은 부산 사람의 기질을 이야기할 때, 정적인 이미지보다 동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지역 안팎에서 부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바다이다.[그래서 외지인들이 부산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 생선회 아닌가.]
부산의 대표 브랜드로 선정된 해운대, 광안 대교 역시 바다와 인접해 있다. 부산광역시에서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부산을 연상하는 브랜드가 무엇인가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바 있다.[2010년 10월 10일] 답변은 해수욕장, 해변, 모래사장, 갈매기, 광안리 등으로 바다와 인접해 있다. 그래서 부산 사람에게는 언제나 ‘바다 냄새’가 날 것이라 기대한다. 이 바다 냄새는 거친 바람과 파도를 견디고 살아남은, 그래서 억센 경상도의 사투리가 잘 어울리는 ‘부산 사나이’ 혹은 자갈치 시장의 억센 어멈을 연상시킨다.
‘다이나믹’은 이러한 지리적 환경 탓만은 아니다. 여기에다 부산은 개항, 6·25 전쟁 등 역사적 전환기마다 사람들이 몰려들고 나가는 이동의 최적지였다. 지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이동과 교류가 어디보다 활발한 현장이 누적되면서 부산은 이미 정적 감정이 아닌 동적 감정에 자연스럽게 더 많이 노출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1960~1970년대 산업화 시기에 부산 경제의 도약과 역동적인 산업 역군의 표상은 최적의 조합이 되었다.
도시 슬로건이 궁극적으로 완성하고자 하는 도시 이미지와 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 등을 담고 있는 메시지라면, 2000년대 부산의 슬로건으로 호출된 ‘다이나믹 부산’은 부산이 오래 전부터 내장하고 있었던 역동성을 다시 불러내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제2의 도약에 의지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부산광역시의 비전이 ‘동북아 시대 해양 수도 부산’이며, 개방성과 역동성을 통한 해양 도시 브랜드 구축을 위한 여러 전략들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 축제와 이미지 재구축]
1. 부산 지역 축제
본격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1990년 이후, 각 지방 자치 단체별로 다양한 형태의 지역 축제가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역민의 정치 통합과 지역 경제의 발전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민선 지방 자치 단체들이 지역 축제를 이를 위한 좋은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지역 축제들은 사라진 전통을 재건하거나 지역의 문화 자원을 활용하여 새롭게 구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지역 축제, 즉 국가 심성에 기반을 두어, 이른바 정당화 정체성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축제들과 일정한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축제를 통해 내부적으로는 지역 내부의 동일화와 단합을 이끌어 낸다는 측면과 외부적으로는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의 창출, 이른바 ‘장소 마케팅’ 전략으로 연결된다는 측면이 있다. 차별화된 지역 이미지는 다시 지역 정체성의 강화로도 이어져 지역민을 동원하는 데도 기여한다.
지역 축제는 지역 주도 세력이 자신들이 원하는 기획 정체성을 만들어 가려는 일종의 문화 전략이 행해지는 장소로 볼 수 있다. 지역민들은 주도 세력이 배치한 다양한 문화 기제를 거치면서 이들이 제시하는 정체성과 타협하고 한편으로 포섭되어 간다. 따라서 지역 축제는 문화 기제를 통해 상징 통합 기능, 정체성 기능, 헤게모니 기능이 수행되는, 이른바 정체성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장인 것이다. 지역 축제가 지역 발전이나 장소 마케팅을 통해 기획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지역 정체성을 만들어 가려고 할 때, 이는 전형적인 기획 정체성의 모습을 띠고 나타나게 된다.
부산축제위원회 주관으로 개최되고 있는 축제를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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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축제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바다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부산 바다 축제는 이미 명칭에서 바다가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고, 개최 장소도 해운대, 광안리 일대이다. 부산항 축제는 세계 5대 항만인 부산항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8년부터 개최되었다. ‘아시아 게이트웨이, 부산항’을 드러내면서, 동북아의 해항 도시 비전의 정당성을 설득하고 전파하고 있다.
부산 바다 축제나 부산항 축제를 제외하면 명칭에서 바다가 직접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축제의 개최 장소를 해운대나 광안리 바다를 주 무대로 하여 바다와 인접성을 높이고 있다.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은 부산 바다 축제가 개최되는 기간 안에 동시에 진행되며, 장소 역시 대부분 겹친다. 부산 불꽃 축제는 사실 명칭에서는 바다와 거리가 있다. 그러나 축제의 장소가 광안리 바다라는 점에서 바다와 인접성을 발견할 수 있다.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부산 불꽃 축제, 해맞이 부산 축제 등은 굳이 부산의 지역적 특색이 차별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는 더욱 관건이 된다. 이 차별화의 하나로 부산 하면 떠오르는 바다의 이미지를 최대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축제들이 부산의 장소성이나 역사성과 어떻게 연결되는가의 문제에서는 그리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GC04219005_04_부산 바다 축제
@@GC04219005_05_부산항 축제
2. 부산항 축제
부산항 축제는 역사가 가장 짧다. 부산항 축제는 세계 5대 항만인 부산항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8년 개최하였다. 이는 2000년 후반에 원도심 개발이나 북항 개발 등과 연결되면서 부산항의 장소성과 역사성이 부각된 것이나, ‘동북아 해양 수도’라는 도시 아젠다와도 연관되어 있다. 특히 2013년 ‘아시안 게이트웨이 부산항’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이는 ‘21세기 동북아 해항 도시’의 비전을 내세우고 있는 부산광역시가 부산항의 역사를 호출하여 현재적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3. 부산 불꽃 축제
부산 불꽃 축제는 상대적으로 지역민들이 참여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해 나가는 성질과는 거리가 있다. 지역 내부의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오감으로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행위에 초점이 있으며, 순간적이고 단발적이며, 소모적이다. 그럼에도 부산 불꽃 축제가 지속되고, 외양이 점점 커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특히 부산 불꽃 축제의 경우 오히려 뒤늦은 주자이기도 하고, 여느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콘텐츠이다.
당초 부산 불꽃 축제는 2005년 APEC 경축 행사로 단발성으로 시행하고자 하였으나, 전시성이 높아 이후 지속되고 있다. 6회째부터는 부산 불꽃 축제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불꽃 축제로 육성하기 위해 행사 명칭을 부산 세계 불꽃 축제로 바꾸면서 규모를 확대하였다. 광안 대교를 배경으로 국내 최장 길이의 1㎞ ‘나이아가라 불꽃 쇼’가 진행되는 동안 부산은 화려한 대도시의 이미지로 전시된다. 이러한 볼거리는 관광 효과를 톡톡히 만들어 내었다. 이는 부산의 스펙터클한 이미지를 외부에 전파하였고, 이를 통해 부산에 대한 이미지는 화려한 소비 도시로 구축되어 갔다.
4. 부산 국제 영화제
부산에서 개최되는 축제 중 인지도나 영향력 면에서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부산 국제 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이다. 1996년 처음 시작된 부산 국제 영화제[PIFF-BIFF]는 부산의 대표적인 축제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된 영화제이면서, 이후 다른 지역에서 영화제가 개최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하였다.
현재는 국내 최대 규모와 역사와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에서도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 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축제 규모, 지역 안팎에서 참여하는 관광객들 수,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미지 효과 등 여러 면에서 다른 축제에 비해 영향과 효과가 압도적이다. 부산의 거의 모든 홍보물들에는 “한국 제2의 도시로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무역항 중의 하나이며……” 등으로 시작하여 “월드컵 조 추첨을 성공적으로 치렀으며 부산 국제 영화제가 개최되는 축제의 도시……”라는 등의 문구가 들어 있다. 여기에서 부산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축제 중에서 가장 큰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부산 국제 영화제를 대표로 선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산 국제 영화제라는 언표(言表)는 앞뒤로 ‘문화 불모지’, ‘영상 도시’를 대동한다. 다시 말해 문화 불모지였던 부산광역시가 부산 국제 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로 문화 불모지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문화 도시의 이미지를 국내외로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부산광역시도 부산 국제 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발판으로 ‘축제의 도시에서 영상 산업 도시로, 나아가 창조 도시로 발전’한다는 기본 구도를 세웠다. 이를 통해 부산광역시는 지역의 문화 운동에서 출발된 부산 국제 영화제를 축제보다는 영상 산업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역의 문화 운동에서 출발된 축제가 도시 브랜드 정책에 수렴되면서 ‘영상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갔다. 영화 영상 타운 조성을 목표로 영화의 전당, 부산 문화콘텐츠 콤플렉스, 부산 영화 촬영 스튜디오, 부산 영상 후반 작업 시설, 영화체험박물관 등 영화 영상 관련 경관들을 구축하면서 영화 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강화시켜 나갔다. 이러한 이미지는 부산의 도시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켰다. 지역 내부에서는 우리나라 최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라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고, 외부 사람들에게는 문화의 불모지에서 ‘시네마 시티’로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여름이 피서지로서의 바다 이미지가 강하였다면, ‘영화의 바다’는 ‘낭만적인 가을 바다’의 이미지를 경험하게 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초창기 이후 부산 국제 영화제의 주요 개최 장소가 해운대로 옮겨오면서, 스펙터클한 해운대의 이미지와 영화제의 국제적 규모는 지방 부산의 이미지를 세계 도시의 이미지로 옮겨가게 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언론 미디어에서 표현되는 ‘영화의 바다’라는 은유적 표현은 문화로서의 영화와 부산 바다의 지리적 특성이 결합되어 있다. “가을만 되면 ‘영화의 바다에 빠져보자’고들 한다.”[『조선 일보』, 2013. 9. 30] 부산 국제 영화제[BIFF]가 열리는 ‘부산 영화의 전당’이 해운대와 지척이라 나오는 말이다. 전야제와 폐막제가 진행되는 야외 상영장에 대해 “해운대 하늘과 광안 대교 불빛, 바다 내음이 어우러지는 BIFF의 상징적 장소”[『조선 일보』, 2010. 10. 6]라고 하면서 부산의 장소적 특성과 문화를 결합시켜 낭만적인 도시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처럼 언론 매체에서 전파되는 부산 국제 영화제는 대체로 부산의 브랜드를 상승시키면서 특히 지역을 넘어 글로벌스케일의 문화적 이미지로 전환된다.
[영화가 만드는 부산]
1. 대중 매체와 이미지
문화 예술의 상징 권력은 화폐 자본보다 더 무서운 상징 자본을 가지며, 정보의 헤게모니를 강력하게 행사한다. 이때 매체 담론의 효과는 그것에 의한 현실의 특정한 재현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점이며 이로써 이데올로기 자체가 은폐된다. 매체의 포함과 배제의 원칙은 대중들에게 문화의 소비와 취향에 대한 자명성과 오인 효과를 생산한다. 이러한 오인의 효과를 지배하는 것이 무엇인가. 여기에는 말할 것도 없이 자본의 논리가 개입되어 있다. 그로 인해 야기되는 상징 폭력은 대중 문화의 장에서 표상의 이데올로기를 낳는다. 다시 말해 대중 문화의 경향이 하나의 트렌드에 의해서 획일화되고, 그 획일화가 문화 자본의 독점을 낳으며, 정보의 과잉을 낳고, 다른 문화적 자원과 정보가 배제되는 표상의 이데올로기를 낳게 되는 표상의 논리는 개인의 감정 상태를 지배하기도 한다.
특히 영화는 직접적인 메시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미학적 경험으로 지각되기 때문에 다른 커뮤니케이션 매체들과는 구별되는 특정한 매력을 지닌 것으로 취급된다. 이처럼 영화를 대중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이해하고자 할 때, 영화가 특정한 메시지를 이데올로기 혹은 담론 체계로서 구축하고 전달하는 방식, 그리고 관객이 그것을 수용해서 현실화하는 방식에 주목하면서 상업 영화가 부산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살펴보자.
2. 범죄 도시에서 스펙터클 세계 도시로
곽경택 감독의 「친구」[2001년]의 흥행은 영화 안팎의 대중들을 부산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였으며 이로 인해 ‘유사’ 「친구」들이 부산의 이곳저곳을 점령하였다. 부산의 어두운 골목과 거친[비하되었던] 사투리가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곽경택 감독의 「친구」라는 사실에는 이의가 없다. 개봉 당시 관객 800만 명을 넘은 영화의 인기는 마치 부산이, 부산의 사투리가, 부산의 조폭이 전국을 접수한 듯하였다.
“내가 니 시다바리가.”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GC04219005_05_영화 「친구」
30군데나 칼을 맞으면서도 또박또박 뱉어내는 부산 사투리는 한때 표준어를 간단하게 제압하고 돌아다녔다. 특히 친구들 우정의 클라이맥스인 자갈치 시장 골목~기찻길[부산진 시장 뒤] 육교~삼일 극장[범일동 철길 육교에서 삼일 극장까지 ‘친구들의 질주’ 600m 길을 ‘친구의 거리’로 명명]에 이르는 달리기 장면은 피보다 진한 우정으로 뭉친 형제애의 압권이다. 이들이 달리는 자갈치 시장 골목, 보수동 골목, 용두산 공원, 문현동 곱창 골목 등 부산의 장소들과 결합하면서 부산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가 상품화되어 갔다. 「친구」는 동일한 감독에 의해 다시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라는 타이틀로 TV 드라마[MBC, 2009년 6~8월]로 리메이크되기도 하였다.
다음 블로그 글을 보면, 「친구」의 콘셉트를 이용하여 「친구」 촬영지를 둘러보는 여행 일정이 있으며, 이는 영화 「친구」의 파생품으로 볼 수 있다. “자 이번 부산 여행은 정말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하시길 빌며, 친구 네 명 이상 함께 나오시는 분들은 3만 5,000원으로 부산 여행을 다녀오실 수 있으니 서둘러 친구들에게 연락 한번 해보심이 어떨지…… 친구들이여! 무작정 떠나자 부산으로. 영화 「친구」 촬영지 둘러보기~영도 대교[어린 시절 영도 대교를 건너던 장면]~자갈치 시장[넷이 달리기 경주를 하던 장면 외……]~용두산 공원[부산탑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12:00 점심 식사[자유식]~13:00 영화 「친구」 촬영지 둘러보기~국제 호텔[동수가 안타깝게 죽던 마지막 장면]~삼일 극장[극장 내에서 패싸움을 하던 장면]~낙동강 하구둑[교복 입고 사진을 찍은 장소]”(http://cafe.daum.net/smwueco)
@@GC04219005_07_영화 「무적자」
@@GC04219005_08_영화 「범죄와의 전쟁」
「친구」의 흥행 이후 부산을 영화적 공간으로 차용하고 있는 많은 영화들이 깡패들과 부산을 손잡게 하고 있다. 그리하여 부산의 재구성이 일어난다. 이미 표상되어 있는 거친 바다의 도시 부산이 남성 조폭들과 결합되어 그 이미지가 더욱 강렬해지고, 부산의 이곳저곳은 불안과 공포를 야기하는 공간이 된다. 원도심의 어두운 골목이나 부산항을 주 무대로 활동하던 깡패들은[「인정사정 볼 것 없다」, 「친구」, 「사랑」, 「사생결단」, 「무적자」, 「범죄와의 전쟁」, 「부산」, 「도둑들」], 이제 광안리, 수영만, 해운대 등지로 이동하며[「우아한 세계」, 「푸른 소금」, 「마린 보이」, 「마이 뉴 파트너」] 부산 전역의 범죄화를 선언한 셈이다.
@@GC04219005_09_영화 「부산」
영화 「친구」가 부산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면, 영화 「부산」[박지원, 2009년]은 이미 제목에서 부산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분명히 한정하고 들어간다. 「부산」의 관객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도대체 부산은 어떤 곳?”,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부산에 대해서 답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부산항, 광안 대교, 해운대 마린 시티 등 부산의 화려한 야경을 화면 가득 채운다. 뒤이어 이 모자이크를 종합이라도 하듯이 ‘부산’이라는 삐쳐 날림체의 글씨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영화 안에서 부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응답하듯 화려한 야경 뒤로 세 남자가 등장한다. 20년을 속칭 ‘냄비 장사’를 하면서 살아 온 ‘독사’라는 별명을 가진 폭력배, 삼류 양아치로 살아온 남자, 강수를 아빠로 알고 살아 온 아이. 이 세 남자들의 이야기다.
바다가 주는 거칠고 따뜻한 이미지를 이 세 남자에 덧씌우고 이들을 혈연 공동체로 묶어 낸다. “우리가 어데 남이가?” 이 한마디에 ‘묻지 마 가족’은 형성된다. 20년 냄비 장사의 악랄함이나 아들의 지갑에서 돈을 빼앗는 삼류 양아치의 존재는 일시에 제거되고 거룩한 이름, ‘아. 버. 지’로 봉합된다. 그래서 엔딩 장면에 부산(釜山)이 부산(父山)으로 전이되어도 별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아……”라는 이해와 공감의 탄성이 나온다. 그러니까 영화 시작 때 제기된 “부산이 뭘까요?”라는 질문에 영화는 아버지로 응답한다.
“우리가 어데 남이가?” 이 말은 모든 질문들을 봉쇄하는 경상도[부산]의 대표적인 관용구다. 위의 포스터를 보라. ‘부산’이라는 말달리는 글씨체와 “우리가 어데 남이가?”가 서로 대응하고 있지 않은가. 상처투성이 두 아버지와 말간 아들의 얼굴이 대조적이다. 영화 안에서 아들이 감당해야 하였던 가난, 폭력, 상처들은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다. 목숨 걸고 아들을 살려 낸, 지켜 낸 그 한방으로 아버지는 건재함을 증명한다.
「친구」에서 시작되는 영화 포스터를 보자.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잔뜩 힘을 주고 있는 얼굴, 이쪽과 저쪽으로 나뉘는 긴장의 대열. 이들이 모두 남자들이라는 점. 아이건 어른이건. 이러한 배치가 부산과 인접해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우정과 의리가 강조되는 남성들의 세계. 현재 민선 5기의 구호 ‘크고 강한 부산’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겹쳐진다.
남성적인 분위기, 사나이의 우정하면 인접해 있는 것이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이다. 「부산」의 포스터에서 “우리가 어데 남이가?”는 다른 조폭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고, 이러한 가족주의가 사직 야구장 롯데 자이언츠 응원단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응원가 「부산 갈매기」에서 상상해 볼 수 있는 경상도 사나이의 순정도 그러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마!”가 가두는 우리 식구의 분위기도 그렇다.
그래서 외부에서 볼 때 ‘무서운 느낌’마저 드는 응원이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이 아니던가. 2010년 모 일간지에서 8개 팀 응원단장에게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느낀 가장 위협적인 응원가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하였을 때 1위가 바로 「부산 갈매기」였다. 이유인즉, “너무나 열광적으로 다함께 불러” 주술 같은 위력을 발휘하는 「부산 갈매기」 앞에 모두 “주눅 들었다”는 것이다. 대단한 단결력을 보여 주며 사직 운동장을 가르는 함성은 부산의 야성미 넘치는 기질을 대변해 주며, 이제 아예 관광 상품이 되었다. 최근 부산을 보여 주는 영화에 사직 운동장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2000년대 이후 해운대가 급부상하였다. 영화 안에서 해운대의 이국적이면서도 화려한 스펙터클이 호출되었다. 부산이라는 인증 샷이 된 광안 대교, 벡스코, 센텀 시티, 마린 시티의 초호화 고층 건물들은 스펙터클한 소비 도시의 이미지를 영화에 담아내기에 적합하였다. 잊을 만하면 카메라는 현실의 생존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도시의 풍경을 관망하도록 하는 광안 대교의 위치에서 해운대 상공을 돌며 초고층의 건물들을 확인시킨다. 이러한 카메라의 시선이 관객에게 요구하는 위치는 무엇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해운대의 스펙터클은 부산이 촌스러운 동네가 아니라, ‘남부럽지 않은 대도시’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특히 센텀 시티, 마린 시티 등 아시아 최대의 마천루를 모방하는 도시 해운대는 더 이상 지방 소도의 엘레지를 연출하는 해운대를 상상하기 어렵게 하였다. 이런 점에서 원도심에서 해운대로의 이동은 로컬 규모에서 글로벌 규모의 이동과 연결된다. 그러나 여전히 쫓고 쫓기는 깡패와 형사의 추격전은 계속된다.
「태풍」의 주인공 ‘씬’은 수영만 요트장을 통해 유유히 탈주에 성공한다. 「무방비 도시」의 국제적 소매치기 백장미 역시 수영만 요트장을 통해 일본으로 떠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제적인 조직망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씬은 탈북자로 북한~동남아~서울~부산이라는 이동 통로에 있는 사람이고, 백장미는 서울~일본~서울~부산이라는 통로 위에 있다. 여기에서 부산은 단지 탈주를 위한 통로로만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열려 있지만, 마지막 보루의 이미지를 제공하였던 부산항과 달리 탈주의 길을 열어 주는 통로의 이미지는 위로는 광안 대교, 앞으로는 태평양 바다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GC04219005_10_「태풍」의 주인공이 탈주하는 장면.
씬은 한국 정보부와의 추격전 끝에 해운대에서 요트를 타고 탈주에 성공한다. 이때 플라이 캠을 이용하여 광안 대교와 해운대 먼 바다까지 잡아내고 있다. 푸른 바다의 영상을 탈주의 표상으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마린 보이」나 「푸른 소금」에서 해운대는 새로운 파라다이스로 향하는 길목이 되기도 한다. 부산항이 막다른 골목으로 재현되었다면, 해운대 바다는 범죄와 바다의 낭만적 결합이 발견된다. 이러한 낭만적 결합은 음습하고 칙칙한 부산항의 영상 이미지와는 다르게 표현되게 한다. 남녀 주인공들의 멜로가 메인 플롯이 되고, 이 멜로의 완성을 위해 바다를 밝고 푸른 오아시스 같은 이미지와 결합시킨다. 금기의 마약과 연계되어 있는 바다지만, 해운대 바다의 소실점은 아득한 태평양으로 이어지고 있음은 이 때문이다. 「마린 보이」에서는 마약 운반책인 천수와 보스의 딸 유리의 파라다이스인 팔라우 섬으로 이어지고, 「푸른 소금」에서는 조직에서 탈퇴한 두헌과 킬러 세빈의 꿈을 이루는 남태평양의 섬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된다.
@@GC04219005_11_「마린 보이」의 한 장면.
마약 운반책을 하고 있지만 요트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며 팔라우 섬에 대한 꿈을 접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장면이 원도심 주변의 부산항에 비해 대낮이라는 시간, 먼 바다까지 잡고 있는 카메라의 시선이 다르다.
@@GC04219005_12_「푸른 소금」의 주인공 두헌이 요리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방파제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장면.
해운대의 공간에서는 더 이상 국민 국가의 경계가 작동하지 않는 곳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글로벌 자본이라는 더 강력한 경계를 만나면서 또 다른 경계 지점을 은폐하고 있다. 이처럼 원도심에서 해운대로의 이동은 영화 안에서 막힘/열림, 오래됨/새로움, 밤/낮, 낙후/발전, 과거/미래, 인정/비정, 아날로그/디지털, 근대/탈근대 등등으로 은유되면서 다시 공간적 이분화 양상이 발견된다. 이러한 점은 부산 관광에서도 잘 드러난다. 근대적 역사 문화 자원에 바탕하고 있는 원도심 일대의 관광 경로와 부산 국제 영화제, 벡스코, 아시아 최대 쇼핑센터 등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해운대 주변의 관광 경로에서도 명확하게 구분된다.
이러한 깡패 영화의 반복된 장르가 지속되는 동안 부산의 공간은 미디어의 ‘상징 폭력’에 의한 자명성과 오인의 효과를 생산해 내었다. 이제 오히려 현실은 영화가 이미지로 구현한 파생 실제 속에 흡수되어 그 자체의 실재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유사 반복의 영화적 관습이 지속될수록 부산 지역 내부의 다양한 주체들은 타자화되고 모든 사건들이 지니는 고유한 성격들은 약화되고 등가적이고 동질적인 기호가 된다. 그래서 부산은 ‘범죄 도시’의 그늘이 구석구석을 점령하며 폭력적인 동질화를 구현하고 있다.
[이미지 전환과 지역적 실천]
지역의 이미지가 고정적이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특정 국면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그 전유와 기획의 측면이 강하게 작동된다면, 역으로 ‘우리가 사는 터전에서’, ‘아래로부터’ 생성되는 이미지 정치도 상상할 수 있다. 최근 지역 공동체 운동 등을 통해서 지역 내부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이러한 지역의 이야기는 내가 발 딛고 있는 구체적인 장소에서 출발된다.
이러한 장소 감각에 착안해서 지역에서는 장소의 일상들을 추적하면서 곳곳의 ‘리듬’을 살려 내고자 한다. 지역 공동체 운동이나 지역 문화 실천 등은 이러한 맥락에 놓여 있다. 가령 현재 핫 이슈가 되고 있는 부산 산동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범죄나 향수의 분위기를 전파시켰던 상업 영화에 반해, 그곳에서 한 평생을 보낸 거주자의 시선에서 산동네의 서사를 풀어내는 영화나 문학 작품들이 생산되었다. 이러한 작업은 무엇보다 미디어가 동질화시키는 세계에 대한 저항, 대안의 지점을 모색할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폭력의 공간이거나 회한의 고향의 이미지는 전환될 수 있다.
김지곤 감독 「할매」[2011년]는 산복 도로에서 50년을 살아온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후속작인 「할매-시멘트 정원」[2012년]은 개발로 인해 자신의 세월이 묻어 있는 정든 집을 떠나야 하는 할매들의 모습과 산복 도로의 풍경을 묵묵히 보여 주며, 사라지는 것과 남아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회화처럼 보여 준다. 두 편의 영화가 앞의 상업 영화에서 보여 준 산복 도로 공간과 가장 다른 점은 초월적 시선 주체의 조망권 안에 들어오는 산복 도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할매를 따라 골목을 천천히 걷거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이웃을 만날 수 있고, 바닥에 한참을 주저앉아야 ‘시멘트 정원’을 볼 수 있음을 말해 준다.
@@GC04219005_13_영화 「할매」
@@GC04219005_14_영화 「할매」
@@GC04219005_15_영화 「할매」
50년 동안 산동네를 오르내린 산동네의 체험적 기록인 김지곤 감독의 산복 도로 연작에서는 최근 일간지에서 앞 다투어 ‘전국적인 명소’의 수식어로 탈바꿈된 것을 경계한다. 부산의 역사가 녹아 있는 역사적 자원이면서, 부산의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는 산동네는 부산 안팎에서 부산의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다. 이 공간의 이미지는 역사적 계기, 주체, 수용자의 여부에 따라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