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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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洛東江 |
영어의미역 | The Nakdong River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근대/일제 강점기 |
집필자 | 황국명 |
[정의]
부산 지역을 걸쳐 흐르는 낙동강을 주제로 조명희가 1927년에 창작한 현대 소설.
[개설]
조명희(趙明熙)는 1894년 8월 10일에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벽암리에서 출생하였다. 출생 월일에 대하여 6월 10일, 7월 19일, 8월 10일의 여러 견해가 있으나, 유족의 의견을 따라 8월 10일로 본다. 조명희는 서당과 소학교를 거쳐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였지만 중퇴하고 북행을 시도한 바 있다. 북경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북행이었지만, 평양에서 가족에게 붙들려 귀가하였다. 3·1 운동 당시에는 일경에 체포되어 옥중에서 고초를 겪었다.
조명희는 일본 동양대학교 인도철학과에 입학하면서 무정부주의 계열의 ‘흑도회’에 가입하고 사상운동을 경험하였다. 또 연극인 김우진을 만나 극예술협회를 창립하는 데 일조하였을 뿐 아니라 희곡 「김영일의 사」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1923년에 귀국하고 시를 썼으며, 1925년에 단편 소설 「땅속으로」를 발표하였다.
1925년에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결성에 깊이 관여한 조명희는 비참한 민족적 현실에 고리키류의 사실주의 소설로 대응하고자 하였다. 그 중요한 성과물의 하나가 「낙동강」이다. 조명희는 1928년에 「아들의 마음」을 발표한 이후 소련으로 망명하여 연해주 신한촌에 있으면서 조선사범학교 교수와 신문 『선봉』의 편집자로 일하였다. 그러나 1938년 5월 11일에 소련에서 친일파, 반혁명 분자라는 이유로 비밀리에 총살되었고, 1956년에 가서야 무혐의 처분을 받고 복권되었다.
「낙동강」은 1927년 7월에 『조선지광』 69호에서 발표되었다. 1988년에 풀빛사에서 출간한 『한국 근현대 민족 문학 총서』 1권과, 1996년에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간한 『한국 현대 대표 소설선』 2권에 수록되어 있다.
[구성]
「낙동강」은 박성운이라는 운동가의 파란만장한 투쟁사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병보석으로 출감하는 박성운과 박성운을 맞이하는 여러 사람들이 강을 건너는 장면이 도입부이고, 이어서 해외를 떠돌며 민족주의자에서 사회주의 혁명가로 변모하고 사상적으로 더욱 강고하게 무장되는 박성운의 행적, 낙동강변의 농민, 형평사원, 여성들과 함께 투쟁하는 모습이 형상화된다. 마지막 대미는 혹독한 고문의 후유증에 따른 박성운의 죽음과 만장 행렬, 박성운을 따라 혁명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로사가 북행 열차를 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내용]
군청의 농업 조수로 일하던 박성운은 기미년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고초를 겪은 후 아버지와 함께 서북간도로 이주한다. 해외의 여러 곳을 풍찬노숙하며 사회주의 운동가로 단련된 박성운은 5년 만에 귀국한다. 서울의 운동 단체들이 보이는 병폐와 파벌 싸움에 환멸을 느끼고 낙동강 하류 고향으로 돌아온 박성운은 대중과 더불어 착취와 억압에 대항한다. 무쇠 같은 ‘시퍼런 의지’로 선전, 조직, 투쟁에 매진하는 박성운은 농촌 야학을 열어 농민을 교화하고, 소작 조합을 만들어 지주와 동척의 착취에 대중과 더불어 저항한다.
동척과 관헌의 압박이 극심해지자 이곳을 떠나려는 동료도 있었지만, 박성운은 ‘죽어도 이 땅 사람들과 같이 죽어야 할 책임감과 애착’을 강조한다. 낙동강변의 수만 평에 이르는 갈밭이 일본인 유력자에게로 그 소유권이 넘어가자, 박성운은 혈서 동맹까지 감행하며 조직적으로 항거한다. 그러나 선동자라는 혐의로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고, 병이 위중하여 병보석으로 출옥한다. 끝내 회복하지 못한 박성운은 죽음에 이르고, ‘최하층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탄’이 되어야 한다는 박성운의 가르침을 따라 로사는 사회주의 여성 혁명가가 되기 위해 북행 열차에 오른다.
[특징]
「낙동강」의 특징은 첫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까지 펼쳐지는 시간 지평뿐 아니라 낙동강변과 서울, 만주, 노령,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으로 소설적 공간을 확장한 데 있다. 물론 장편 소설을 무리하게 단편 형식에 구겨 넣었다고 해석될 수도 있지만, 서사시적인 배경은 「낙동강」의 중요 특징임이 분명하다.
둘째, 박성운을 마중 나온 사람들의 옷차림과 다채로운 만장이 보여 주듯, 「낙동강」은 지식인과 노동자, 농민, 신여성 등 다양한 계층의 유대를 보여 준다. 형평사원과 장꾼들 사이의 갈등이 암시하듯, 다양한 운동 집단을 단일한 이념으로 묶어 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운동 집단과 주체들 사이의 동지적 유대를 강조한 박성운이 곧장 사회주의적 이상향을 가리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의의와 평가]
「낙동강」은 선명한 사회주의 이념과 투쟁적인 계급 의식을 드러냄으로써, 자연 발생적인 프로 문학이 목적의식적 프로 문학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고 평가된다. 물론 작품의 서두에 암시된 역사 이전의 민중적 삶을 두고 유토피아적 이상화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낙동강」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것은 로사의 아버지가 보여 준 태도와 의식 수준이다. 백정의 딸로서 소학교 교원이 된 로사를 두고 로사의 아버지는 딸이 마치 판임관 벼슬이나 한 것처럼 거들먹거리고 딸의 사회 운동을 반대한다. 이는 당대 기성세대의 의식 수준을 객관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낙동강」이 계급에 대한 관념적 급진성에 매몰되지 않은 작품임을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