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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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國際列車殺人事件 |
영어의미역 | A Case of Murder at an International Trai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황국명 |
[정의]
부산광역시의 해운대를 배경으로 소설가 김성종이 1987년에 창작한 장편 소설.
[개설]
김성종은 1941년 12월 31일에 전라남도 구례군에서 출생하였다. 작가이며 정치가였던 앙드레 말로를 흠모한 김성종은 구례농업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정치 외교과를 졸업하였다. 1969년 『조선 일보』 신춘문예에 「경찰관」이 당선되고, 1971년 『현대 문학』 8월 호에 「17년」으로 추천이 완료되면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1974년 『한국 일보』 장편 소설 공모전의 당선작인 『최후의 증인』은 한편으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6·25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한국 근대사의 연원을 탐구한 작품이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개인적·민족적 비극 탐구는 대하 역사 소설 『여명의 눈동자』[『일간 스포츠』 1975~1981년 연재]에서 한 정점을 이루지만, 이후 김성종의 창작은 범인을 추적하는 추리 소설적 경향으로 집중된다. 「제5열」, 「안개 속에 지다」, 「서울의 황혼」, 「나는 살고 싶다」, 「백색 인간」, 「피아노 살인」, 「형사 오병호」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미국의 9·11 테러 사건을 소재로 삼은 「봄은 오지 않을 것이다」[2006년]와 같은 작품은 김성종의 소설적 관심이 여전히 근현대사의 숨겨진 기원에 있음을 보여 준다. 이외의 창작집으로 『어느 창녀의 죽음』, 『고독과 굴욕』, 『회색의 벼랑』, 『죽음의 도시』 등이 있다.
김성종은 제2회 추리 문학 대상[1986년], 제17회 평화 문학상[2002년]을 받은 바 있고,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달맞이 고개에 사설 전문 도서관으로 ‘김성종 추리 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 열차 살인 사건」은 1987년 9월 25일에 추리문학사에서 『국제 열차 살인 사건』 전 3권으로 출간되었다.
[구성]
「국제 열차 살인 사건」은 세 가지의 서사 줄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국제 마약 조직인 트라이어드의 협박을 받은 추동림이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펼치는 일련의 행동이고, 둘째는 추동림을 위협하여 마약을 밀송하려는 트라이어드의 조직적인 움직임과 내부의 배신이며, 셋째는 추동림과 마약 조직을 뒤쫓는 인터폴의 활동이다. 전 3권으로 된 『국제 열차 살인 사건』에서 한국과 홍콩, 프랑스 파리, 로마, 스위스 등의 공간이 교차 배열되며, 다양한 인종과 문화, 이국의 거리 등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가 작품의 사실성을 배가한다.
[내용]
주인공 추동림은 월남전에서 첩보 활동을 전개한 특수 요원 출신으로 월맹군의 포로가 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사이공 암흑가에서 공포의 외인부대라는 별명으로 살인 청부까지 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과거의 전력을 숨긴 채 안온한 일상을 보내던 추동림은 아내 남화의 뺑소니를 목격한 미스터 Y로부터 마약을 배달하라는 협박을 받는다. 뒤늦게 물건이 헤로인임을 파악한 추동림은 마약을 가족을 위협하는 Y에 맞설 무기로 삼다가 우발적으로 조직원을 살해한다.
어린 아들을 납치한 Y는 추동림에게 마약을 유럽으로 배달할 뿐 아니라 조직의 헤로인 판대 대금을 횡령한 황표를 제거하라고 강요한다. 인터폴의 추적을 받는 가운데 추동림은 트라이어드 조직원들을 살해하고, 프랑스 유학생 유무화의 도움을 받아 미라노발 취리히행 국제 열차에서 Y에게 복수한다. 아들이 살해된 것으로 믿고 그 복수를 위해 국내에 잠입한 추동림은 천우신조로 살아남은 아들과 해운대 해변에서 재회한다.
[특징]
「국제 열차 살인 사건」의 특징은 첫째, 고전적인 추리[탐정] 소설과 다른, 하드보일드 범죄 추리 소설이라는 데 있다. 관습적인 추리·범죄 소설은 대개 뛰어난 탐정이나 형사의 추리력에 의존하여 시체나 단서라는 결과로부터 범인이나 범행 동기라는 원인을 추적한다. 그런데 「국제 열차 살인 사건」의 경우, 누가 범인인가를 밝히는 추리나 탐색 과정보다 주인공 앞에 새롭게 펼쳐지는 사건과 행위가 우월하고, 이야기는 원인에서 결과로 나아간다. 그래서 주인공 추동림 앞에 새로운 모험이 펼쳐지고 그의 위험이 전면화된다.
「국제 열차 살인 사건」의 두 번째 특징은 범죄의 조직화, 국제화를 드러낸 데 있다. 서구 사회가 경제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살인, 청소년 비행,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어린이 학대 등의 범죄가 증대하면서 삶의 질이 악화된 것처럼, 1980년대 후반의 한국 사회도 비정성 범죄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의와 평가]
「국제 열차 살인 사건」의 주인공 추동림은 살인 교육을 받은 특수 요원이며, 월남에서의 포로 체험과 청부 살인에서 오는 외상 후 장애를 지닌 인물이다. 정보를 얻기 위해 범죄 조직 하수인들을 고문 살해할 때 추동림의 도덕성은 매우 모호하다. 아내와 아들을 지키기 위한 추동림의 절망적 행동은 영웅적이지만, 동시에 그 행위를 선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추리 소설은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악마성을 다룬다고 작가가 지적한 바 있는 것처럼, 「국제 열차 살인 사건」은 추동림의 내적 악마성을 드러낸 비정성 범죄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소설에서 펼쳐지는 유럽의 여러 도시도 이국취미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타락과 배신, 죽음과 보복이 있는 위험한 장소로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국제 열차 살인 사건」은 국경을 넘어 인적·물적 교류가 일어나는 현대 세계의 도덕적 불확실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