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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의 신앙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203068
한자 高麗時代-信仰
영어의미역 Religions of the Goryeo Dynasty
분야 종교/불교,역사/전통 시대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부산광역시
시대 고려/고려
집필자 최연주

[정의]

고려 시대 부산 지역의 신앙.

[개설]

고려는 다원 종교 및 다원 신앙의 시대였다. 불교가 국교(國敎)로서 크게 융성하였고, 유교(儒敎)는 정치사상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불교와 유교에는 미치지 못하였으나 도교(道敎)도 널리 성행하였다. 그 밖에 지리 도참, 천신·산신·수신 숭배와 같은 전통 신앙, 무속 신앙과 성황 신앙도 성행하였다.

[불교]

부산 지역의 불교는 원효 대사(元曉大師)가 673년(신라 문무왕 13)에 장안사척판암을 창건하고 흥덕왕 대에 범어사가 대규모 사찰로 건립된 것으로 보아 통일 신라 시대에 이미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고려사(高麗史)』충혜왕의 서자 석기(釋器)만덕사에 유폐시켰다는 기록이 있어 고려 때도 불교 세력이 일정하게 유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장안사를 비롯하여 범어사, 만덕사 등을 중심으로 연등회, 팔관회 같은 불교 의식이 성행하였을 것이다.

[지리 도참]

지리 도참은 풍수지리설(風水地理說)과 도참사상(圖讖思想)을 합쳐서 이르는 말이다. 풍수지리설이란 ‘지형이나 방위를 인간의 길흉화복과 연결시켜, 죽은 사람을 묻거나 집을 짓는 데 알맞은 장소를 구하는 이론’이다. 도참사상은 ‘앞날의 길흉에 대한 예언을 믿는 사상’으로, 통일 신라 말기에 들어왔다. 고려에서는 건국 직후부터 지리 도참이 성행하여 양택(陽宅) 즉 도읍이나 거주지를 정하는 데 주로 이용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부산의 토착 세력인 동래 정씨(東萊鄭氏)가 개경에 진출하여 출세한 것도 풍수지리 덕분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부산진구 양정동에 터를 잡아 동래현 호장을 지냈던 동래 정씨 집안이 과거 급제로 중앙 정계에 진출함에 따라 명문가로 이름을 떨치게 된 것도 좋은 집터를 잡고 명당에 무덤을 쓴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악신앙]

우리 민족은 예부터 하늘을 숭배하였는데, 이는 농경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농사는 하늘에 달렸다는 말이 있는 만큼, 농사를 지으려면 기상 변화 같은 하늘의 조화를 필수적으로 이해해야만 했다. 옛 사람들은 하늘과 인간 세상을 잇는 연결 고리가 산이라 생각하였고, 이런 믿음이 산악신앙의 모태가 되었다. 나라의 도읍이나 고을 뒤쪽에 있는 큰 산을 진산(鎭山)이라 하여 천상(天上)의 대화를 이룰 수 있는 축으로 이해하였는데, 이는 우리 민족의 산악숭배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산신(山神)은 대부분 여신이다. 지리산 천왕봉의 성모신(聖母神), 경주 도산의 성모 설화를 비롯하여 고려 시대 경상북도 영일현 서쪽에 있었던 운제산(雲悌山) 성모사(聖母祠)에 산신을 모셨던 점, 전라남도 나주에서 금성산신(錦城山神)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 등으로 유추해 볼 때 부산은 금정산과 관련된 산악신앙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고려 시대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 고당봉의 ‘고당신’을 모시던 ‘고당할매신당’도 산악신앙과 관련이 있다고 보여진다.

[성황 신앙]

성황(城隍)의 성은 흙이나 돌을 쌓아 만든 것이고, 황은 성 주위를 움푹하게 파 놓은 일종의 공호(空壕)[해자를 지칭]로서, 방어 시설의 명칭이다. 고대인들은 성황에도 신이 있어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 믿었는데, 이것이 성황 신앙이다. 부산 인근인 경상남도 양산의 성황신은 후삼국 시대에 이 지역을 장악하였던 장수 김인훈(金忍訓)을 모시고 있다. 고려 후기 경상남도 고성군의 이금(伊金)이 미륵불을 자칭하고 백성을 현혹하자 무격(巫覡)들이 성황사묘(城隍祠廟)를 헐고 이금을 부처처럼 섬기기도 하였다. 성황 신앙이 다양한 형태로 오랜 기간 존속하였고, 부산 인근에 넓게 퍼져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지역의 토착 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유지·성행하였을 것이다.

[무격신앙]

고려 시대에 무격신앙(巫覡信仰)[무당과 박수를 신과 인간의 매개체로 생각하는 신앙]은 삼국 시대 때부터 성행하였다. 조정에서도 기우제나 별기은(別祈恩)[국가의 안정과 평안을 위하여 명산대천에서 지내던 산신제] 행사를 주관한 것으로 보아 이를 인정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부산은 인접해 있는 낙동강과 바다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았다. 강이나 바다에서 수신(水神) 또는 용신(龍神)에게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신앙 행위는 오늘날 별신굿 형태로 남아 있어 부산광역시 수영구 민락동, 영도구 동삼동, 기장군 일광면 칠암리 등지에서 행해지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인 민속인 동래 지신밟기를 보면 먼저 주산(主山)과 당산(堂山)에 가서 고사를 지내고, 우물풀이를 마치고 나서, 각 가정을 찾아가 지신을 밟는다. 지신밟기는 종교성이 강한 제의적 놀이지만 주산과 당산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민간 신앙의 성격을 띤 마을굿이다. 따라서 부산 지역에서 행해지는 별신굿과 지신밟기 등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수신 신앙, 산악신앙, 무격신앙 등이 합쳐진 전통 신앙의 한 줄기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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