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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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淚痕 |
영어의미역 | Traces of Tears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손남훈 |
[정의]
1947년에 간행된 시집 『소연가』에 수록되어 있는,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던 시인 김수돈의 현대 시.
[개설]
김수돈(金洙敦)[1917. 3. 21~1966. 7. 4]은 경상남도 마산 지역의 오동동에서 태어나 1936년에 나고야중학교를 졸업하고 마산창신학교 교사로 부임하였다. 1939년에 『문장』지에 「소연가」와 「고향」, 「동면」, 「낙타」가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1942년에 도쿄사범대학 고등사범부를 중퇴하고 경성인문중학교와 경남여자중학교, 동래중학교, 진해고등학교, 마산 창신농업학교, 마산제일여자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60년부터는 마산대학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문협 경남지부장에 선출되어 오랫동안 지역 문단의 발전에 기여하였고, 1966년에 숙환으로 사망하였다. 「누흔」이 수록되어 있는 시집 『소연가』는 부산 문예신문사에서 출간한 김수돈의 첫 시집이다.
[구성]
「누흔」은 3연 47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
무엇이 나를 그렇게 했을까/ 그날 밤부터 나는 마음 가난한/ 사나이가 되고 말았다/ 도정(道程)과 결과(結果)가 서로 얽히여/ 불가사의(不可思議)의 호수(湖水)가에서 목 놓고 우는/ 청춘(靑春)의 유조(流鳥)였다/ 수수께끼처럼 알 수 없는 일/ 세상은 일러 꿈이라 말 하노니/ 차라리 나에게도 한 페-지 꿈의 책장이였어라/ 저녁 하늘에 걸린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별들만 속삭이는 어둠 속에서/ 너는 환영(幻影)의 치마자락을 스치고/ 어디로 갔느냐/ 망막(茫漠)한 나그네의 노상(路上)에서처럼/ 나는 허공(虛空)을 더불어 탄식(歎息)하노니/ 끝일 줄 모르는 목메인 눈물아/ 유랑(流浪)의 날이 가면/ 괴로움도 슬픔도 가시고/ 그러면서 오직 마음은/ 허망(虛妄)을 꼬리 잡고 맴도는 팽이/ 밤이면 밤마다 나는 본다/ 철로(鐵路)와 강(江)물과 아스팔트와······/ 모든 야광(夜光)이 찬연(燦然)한 숙명(宿命)과 벗하여/ 내 영혼(靈魂)은 피로(疲勞)하는 것을/ 고뇌(苦惱)와 동경(憧憬)/ 오직 순진(純眞)한 종의 습성(習性)으로/ 너를 울어러 아름답고 풍우(豊祐)하기만/ 기도(祈禱)하였노니// 내 너를 사랑한다 하지 안 했으며/ 너는 또한 내 마음 깊은 창동(蒼洞)을/ 엿볼 리 없노니// 내 사랑은 구첩(九疊)의 문을 닫고/ 대낮에는 수치(羞恥)에 처녀(處女)처럼 낯 붉히고/ 밤이면 장막(帳幕)의 그늘에 숨어 아로새기노니/ 아아!/ 끝없이 불타고/ 빛나고/ 오색(五色) 아름답게 물드는 것/ 너의 자취가 멀리 내 눈을 스치면/ 내 가슴은 지진(地震)하는 땅처럼/ 떨리고/ 너의 목소리가 가늘게 부드럽게 내 어두운/ 침상(寢床)에 흘러 들리면 내 귀는 전성(電聲)을/ 들은 듯 놀라노니/ 아 이 천혜(天惠)의 비밀(秘密)/ 내 영원(永遠)한 사랑의/ 기쁨이여!
[특징]
「누흔」은 사랑하는 대상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번민하는 시적 화자의 내면을 감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수돈의 시는 보들레르(Baudelaire)[1821~1867]의 영향을 받아 격정적인 관능과 파괴, 죽음 충동이 전면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김수돈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술과 꽃, 여인은 그의 피로한 생활을 잊게 해 주고 잠시나마 위안을 가져다주는 대상으로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누흔」에서도 짝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심적 고통을 토로하다가, 시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대상에 대한 사랑을 환희[“내 영원한 사랑의/ 기쁨이여!”]의 정서로 전환한다. 사랑은 고통이지만 동시에 기쁨이기도 하다는 이와 같은 시적 인식은, 김수돈이 격정적이면서도 또한 섬세한 감정의 결을 잘 보여 주는 시인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의의와 평가]
감상적 우울과 낭만적 방황의 시 세계를 보여 준 김수돈의 시는 1920년대 이후 거의 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퇴폐적 낭만주의의 시적 경향을 이어 왔다. 그러나 김수돈에게 이것은 해방 이후의 극심한 이데올로기적 대립, 즉 4·19 혁명에서 5·16 군사 정변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격변을 거친 와중에 시대와 삶에 대한 절망적인 인식에서 비롯되는 경향이 크다. 이런 점에서 김수돈의 낭만적 시 세계는 재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