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부산광역시 강서구 송정동에서 국부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국부가 망한 까닭」은 집 앞에 있는 큰 늪을 막고 집 뒤에다 골목을 내어 명당의 기를 끊어 손님을 막았다는 명당 파손담이자,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큰 집을 지었다가 역적으로 몰려 망하게 되었다는 부자의 탐욕담이다.

[채록/수집 상황]

1983년 12월 30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발행한 『한국 구비 문학 대계』- 경상남도 김해시·김해군편에 「국부가 망한 까닭」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는 1982년 7월 27일 김승찬·김경숙 등이 부산광역시 강서구 송정동[구 경상남도 김해군 녹산면 송정리]로 현지 조사를 나가 주민 김종만[남, 70]으로부터 채록한 것이다.

[내용]

옛날에 도솔산[구덕산] 뒤의 골짜기에 국부가 살았는데, 집주인이 국부이다 보니 그 집엔 항상 손님이 많았다. 그런데 손님이 하도 많다 보니 안주인이 못 견뎌내었다. 그래서 하루는 도사가 찾아오자 도사에게 손님이 많이 안 오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도사는 집 앞에 있는 큰 늪을 막고 집 뒤에다 골목을 내면 손님이 안 올 것이라고 했다. 국부가 그 말을 따랐더니 정말 손님이 안 왔다고 한다.

그 후 국부가 아들을 낳았는데, 아들이 먹고잽이[식탐이 많은 사람]였다. 그 아들은 소 먹이를 먹이러 보내면 소 한 마리를 다 잡아먹고 들어오고, 돼지 먹이를 먹이러 보내면 돼지 한 마리를 다 잡아먹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도 국부는 여전히 재산이 많았다.

하루는 국부가 엽전을 여섯 배에 가득 실어 남창에 갖다 대고, 조금 올라가면 있는 와석이라는 곳에 집을 지었다. 그때 국부의 할아버지가 조정에 일을 보러 가며 집을 너무 크게 짓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돈이 많은 국부는 그 와석에다가 백 수십 간의 집을 지었다. 그러자 이 소문이 조정에까지 들어갔다. 조정에서는 국부가 역적질을 계획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재산을 전부 빼앗아서 그 집을 망하게 했다. 그래서 국부가 남창에 남창남창 싣고 가서 와석에 가서 와삭 부서졌다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국부가 망한 까닭」의 주요 모티프는 ‘명당 파손’, ‘탐욕’ 등이다. 부자가 망한 이야기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탐욕이나 실수, 운수 때문에 망하게 된다. 대개 부자들이 망하게 되는 근본 원인은 탐욕이다. 인간의 탐욕을 자극하여 스스로 점유한 명당을 파손하게 하고, 그 결과로 몰락을 초래하게 하는 것이다. 「국부가 망한 까닭」은 안주인은 손님 접대를 안 하고 싶기에 도사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집 앞에 있는 큰 늪을 막고 집 뒤에다 골목을 내는 등 명당의 기를 막아 손님이 끊어졌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집터나 묫자리를 옮기는 일에는 신중을 기하여 풍수지리를 따져 가며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집안이 몰락하기 때문이다. 「국부가 망한 까닭」에서는 망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국부가 할아버지의 명을 어기며 집을 너무 크게 지어 역적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국부가 망한 까닭」은 마지막에 부산의 지명인 남창[부산광역시 북구 구포동]과 와석[부산광역시 북구 화명동] 등을 이용한 언어유희를 통해 재미를 한층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