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03509 |
---|---|
한자 | 三國時代-佛敎文化 |
영어의미역 | Buddhist Cultures of the Three Kingdoms Period |
분야 | 역사/전통 시대,종교/불교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고대/삼국 시대 |
집필자 | 조원영 |
[정의]
신라 영토로 편입된 이후, 부산 지역에 형성된 삼국 시대의 불교 문화.
[개설]
부산의 삼국 시대 불교 문화는 다른 지역에 비한다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이는 무엇보다도 부산 지역에 사찰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점에서 그러하다. 조선 전기의 자료인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권 23 동래현 불우조에 의하면 금정산에 범어사(梵魚寺)와 효의사(曉義寺)가 있다는 기록이 보일 뿐이다. 조선 후기 읍지의 기록에도 이와 같은 2개의 사찰 외에 마하사(摩訶寺), 선암사(仙巖寺), 운수사(雲水寺), 국청사(國淸寺), 해월사(海月寺), 명월사(明月寺) 등이 있고, 기장군 일대에는 선여사(船餘寺), 안적사(安寂寺), 장안사(長安寺), 척판암(擲板庵), 취정사(鷲井寺), 옥정사(玉井寺) 등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널리 알려진 범어사는 기록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다. 또 부산진구 당감동에 있는 선암사는 1867년(고종 4)에 쓴 중수기가 있어, 802년[신라 애장왕 3]에 동평현 성내에 세워졌으며 본래 이름은 견강사(見江寺)였다는 사실과 이후 내력을 부분적으로 접할 수 있다. 『기장현 읍지』에는 선여사, 취정사, 안적사, 장안사 등을 기장의 4대 사찰로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문헌상 부산의 삼국 시대 불교와 관련한 기록은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다. 또한 불교 문화재도 현재 남아 있는 자료는 범어사와 그 부속 암자에 소재하고 있는 유물과 기장 석탑사 경내의 탑재 정도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한편 강서구 녹산동 일대는 가야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가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적어도 452년[금관가야 질지왕 2년] 이전이므로 신라 영토로 편입되기 이전에 이미 불교를 접했던 지역이었다. 따라서 김해 지역에 전래된 불교가 이 지역에 파급되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불교문화의 사상적 경향과 특징]
부산 지역의 삼국 시대 불교 문화는 지역적, 문화적으로 크게 세 가지 사상적 경향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강서구 녹산동 일대의 전승 자료를 통해 가야불교의 성격과 전통을 살펴볼 수 있다. 둘째는 기장군 관내에 남아 있는 유물과 사지를 통해 신라 불교가 동해안을 따라 확산된 원효(元曉) 계통의 사상을 들 수 있다. 셋째는 금정산 범어사를 중심으로 신라 불교 가운데서도 의상(義湘)의 화엄종 사상을 들 수 있다.
1. 가야 불교의 전통
먼저 강서구 녹산동 일대의 불교 성격을 살펴보면, 현재 남아 있는 유물로 범방동 삼층석탑이 있다. 이 석탑은 고려 시대에 세워진 탑으로 신라 불교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석탑의 형식은 신라 석탑의 전통을 잇고 있다. 범방동 인근 지역은 허황후(許王后) 설화가 남아 있는 명월사, 왕후사(王后寺) 등이 있었던 곳으로 명월사는 가야의 김수로왕(金首露王)과 혼인한 허왕후가 폐백을 드린 곳이라는 전설이 전하는데, 강서구 지사동 명동 마을에 있는 흥국사(興國寺) 주변 지역에 있었다고 한다. 향후 본격적인 학술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이 지역 불교 문화의 특징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지역은 신라 말 고려 초에 김해 일대에 번성했던 선종 9산문 가운데 봉림산문의 선(禪) 사상 영향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곳의 선 사상은 고려 시대로 접어들면서 낙동강을 건너 확산되었는데, 선 사상의 영향으로 창건된 대표적인 사찰이 현재 만덕 고개에 절터가 남아 있는 만덕사(萬德寺)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 원효 계통의 사상
두 번째로 기장군 일대에 확산되었던 원효 계통의 사상에 대해서 살펴보면, 기장을 대표하는 4대 사찰이 모두 원효가 창건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당시 인근의 범어사나 통도사(通度寺) 같은 사찰은 의상이나 자장(慈藏)이 창건했다고 하는데 유독 기장에 남아 있던 4대 사찰은 하나같이 원효대사의 창건으로 전하고 있다.
신라 화엄종의 계보를 살펴보면, 의상으로 대표되는 주류 화엄종 외에 비주류로서 원효 계통, 법장 계통, 연기 계통의 화엄종이 있다. 원효 이후의 화엄승들이 원효의 학설이나 불교 교리의 통합 의지를 존숭하여 그를 흠모한 사실을 보면 비주류로서 원효 계통을 충분히 상정해 볼 수 있다. 원효는 의상과는 달리 그의 법맥을 잇고 있는 제자들의 존재가 보이지 않지만, 그의 정토 신앙은 신라 불교 대중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그것은 왕경인 경주에 한정되지 않고 각 지역으로 파급되었을 것이다.
원효 사후에도 원효를 받드는 화엄종 비주류 계통의 승려들이 신라 통일기 이후 고려 시대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이들에 의해 원효 사상은 지방 사회까지 두루 미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기장 지역에도 원효의 학풍을 존경하였던 일군(一群)의 승려 집단이 존재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의해 기장의 사찰들이 모두 원효에 의해 창건되었다는 설화가 전승되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기장군 지역의 사찰들은 이후에도 폐사될 때까지 원효의 사상적 경향을 면면히 이어나갔던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기장 장안사의 창건에는 독룡을 항복시키는 혜통법사(惠通法師)의 전설이 전해져 온다. 장안사에 얽힌 설화를 분석해 보면 신라 통일기 중앙에서 배제되어 차츰 민간으로 밀교를 전한 혜통법사가 독룡을 조복시키는 항룡 사상(降龍思想)이 담겨 있다. 사료 상에서 살펴보면, 혜통의 밀교는 주 기능이 병을 고치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어 제병밀교(除病密敎)의 성격을 갖는다.
장안사를 원효가 창건했다는 전설로 미루어 보면 원효의 정토 신앙이 이 지역까지 미쳐 불교의 대중화에 기여하였고, 뒤이어 혜통의 제병 밀교가 이 지역에 전파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로써 이 지역 불교 신앙은 보다 다양해질 수 있었으니 미타정토 신앙의 확산과 관음 신앙, 제병과 관련한 밀교가 그 당시 이 지역 불교의 특색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와 함께 수도인 왕경과는 다른 이 지역 특유의 토속성 짙은 불교 문화를 향유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3. 의상의 화엄종
세 번째로 의상 계통의 화엄종이 부산 지역에 존재하였음을 알려 주는 증거가 되는 것이 바로 범어사의 창건이다. 먼저 범어사에 관한 현존하는 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쓴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이다. 이 기록에 의하면 범어사는 해동 화엄종의 십찰(十刹) 가운데 하나로 되어 있다. 이는 승려 일연(一然)의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신라의 화엄 십찰을 열거할 때 범어사가 기록되어 있는 것과 일치한다.
일반적으로 범어사는 678년(문무왕 18)에 의상이 창건하고 흥덕왕 때 크게 개창되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현재 범어사에는 초창기에 해당하는 석조 유물이나 근거 자료는 남아 있지 않지만 현재 범어사 관내에 남아 있는 원효대, 의상대 등을 고려한다면 범어사는 신라 통일기 초반인 문무왕 때 창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흥덕왕 때에 크게 개창되었음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창건 설화에 흥덕왕이 나올 뿐 아니라 대체로 9세기경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범어사 대웅전 앞 삼층석탑과 석등, 원효암의 동, 서삼층석탑 등이다. 이처럼 9세기에 범어사가 대규모의 사찰로 건립되었다는 것은 부산의 불교 문화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즉 종파 불교의 중심 교단이라 할 수 있는 화엄종이 9세기경에 이르러 지방 사회로까지 확산, 성장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신라 통일기를 전후하여 왕실과 귀족을 중심으로 수용되었던 불교가 화엄종, 신인종, 법상종 등 종파 불교가 발전하면서 지방사회에까지 확산되어 화엄 십찰과 같이 지방에 사원이 건립되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이때 부산 지역에는 화엄종의 사상과 의례가 범어사를 중심으로 확산되었던 것이다.
한편 창건 설화에 나타난 왜적을 물리치기 위한 영험담은 왜의 침입 예상 지역에 사찰을 건립하여 부처님의 힘에 의해 왜구를 막고자 하는 신앙적 기원과 사찰의 무력적 기반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국가의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지방으로 확산된 화엄종의 신앙적 성격뿐만 아니라 사찰에서 국가 방어의 군사적 거점 역할까지 수행하였다는 점도 부산 지역 불교 문화의 하나의 특징으로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