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119 |
---|---|
영어의미역 | On the Seashor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황선열 |
[정의]
1987년에 출간된 동시집 『바닷가에서』에 수록되어 있는,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정진채의 동시.
[개설]
정진채[1936~]의 동시집 『바닷가에서』[시로, 1987]에는 81편의 동시가 실려 있다. 가사에 곡을 붙인 작품이 9편 있으니, 순수 동시는 72편인 셈이다. 그중에 동시 「바닷가에서」는 “국민학교 4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품으로 노래로도 불린 작품이다.
『바닷가에서』는 “1965년 첫 시집 『꽃밭』으로부터 22년, 1971년에 낸 두 번째 시집 『꽃동네』로부터 16년 만에야”[동시집 『바닷가에서』 꼬리말 중에서] 낸 것이다. 정진채의 말에 따르면, 작가는 과작의 시인이다. 그동안 정진채가 동시보다는 동화에 심취한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의 “난해성이란 문제”로 고민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구성]
「바닷가에서」는 전체 4연 11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2·3음보의 율격을 번갈아 사용하여 리듬감을 살리고 있다. 4음보의 안정된 율격을 취하지 않고, 2·3음보를 번갈아 사용한 것은 운율의 변화를 통해서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내용]
파도가 밀려간/ 바위 틈/ 소라게가 집을 업고 놀러 나왔다.// 동그란 처마 밑으로/ 빨갛고 예쁜 발이/ 햇빛에 반짝인다.// 이 넓은 바다의 한쪽에/ 요렇게 작은 꼬마 소라게가/ 용하게 살고 있다.// 바다의 한 식구/ 소라게가.
[특징]
동시 「바닷가에서」에는 난해한 비유나 상징이 들어 있지 않다. 화자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동심은 곧 천심이고, 천심은 곧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다. 시란 사악한 마음이 없는 것이라는 오래된 시학의 명제에 충실하면서, 정진채의 동시는 말 그대로 자연의 마음으로 사물을 보고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정진채의 동시에는 군더더기 말들이 필요 없다. 「바닷가에서」는 시의 기교를 강조하는 측면에서는 어쩌면 밋밋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시의 본질을 따지는 측면에서 볼 때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동시라고 할 수 있다.
말들이 무성하고 언어의 기교가 무성한 최근의 동시에 비하면 전혀 기교가 들어가지 않는 이 동시는 사실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자연을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자연의 내적 진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의 빛깔은 가장 아름다운 것이며, 어떤 기교로도 묘사할 수 없다. 그러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면, 그 아름다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어떤 뛰어난 화가나 시인이라도 자연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는 없으며, 영화와 사진으로 형상화한 자연의 풍경이라 하더라도 화면의 영상과 카메라의 앵글 속에 잡히는 부분만 볼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자연의 빛깔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은 오직 자연의 모습 그대로 바라볼 때 가능한 일이다.
다음으로 「바닷가에서」는 순수한 자연의 원리 속에서 깊은 동심을 읽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작은 소라게일망정 그것은 자연의 일부이고, 그것이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에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동심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바닷가에서」는 바닷가에 살고 있는 소라게 한 마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말고는 다른 의미는 없다. 그러나 그 작은 발견일 뿐인데도 「바닷가에서」는 바닷가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풍경을 잘 담아내고 있다. 소라게가 업고 있는 것은 ‘집’이다. 동그란 처마 밑으로 발을 내고 있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넓은 바다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소라게는 자칫 무의미한 존재일 수 있지만, 화자의 눈에 비친 소라게는 “바다의 한 식구”이다. 그 단순한 존재 방식이 소라게를 소중한 존재로 받아들이게 한다.
[의의와 평가]
부산광역시의 해운대를 배경으로 지은 「바닷가에서」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생명의 의미를 작은 소라게를 통해서 발견하고 있다. 비록 작은 소라게라고 하더라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듯이, 자연은 작은 생명들이 모여서 커다란 생명의 화음을 내고 있다. 「바닷가에서」는 자연에서 들려오는 생명의 울림을 소라게의 모습을 통해 발견하고 있다. 자연 속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각자의 의미가 있으며, 사물은 그 놓인 자리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