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1872년에 편찬된 군현 지도 가운데 부산 개운진을 그린 지도.

[개설]

1866년(고종 3) 병인양요와 1871년(고종 8) 신미양요 같은 외침을 겪은 이후 조선 정부는 국방과 치안을 위한 관제 개정, 군제 개편, 군사 시설의 확충과 경비의 강화, 군기(軍器)의 정비와 실험 등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지방의 실정을 파악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였고, 이를 위해 1871~1872년에 전국적인 차원에서 각 군현의 읍지 편찬과 지도 제작 사업을 추진하였다.

1872년 중앙에서는 전국 각 지역의 군사 시설 및 지역에 대한 파악의 일환으로 총 458장의 군현 지도를 제작하였다. 그 중 『1872 군현 지도』 「개운진 지도(1872郡縣地圖開雲鎭地圖)」는 경상도에서 만들어 올린 개운진과 주변 일대의 지도이다. 경상도의 군현 지도는 모두 104장이 제작되었는데, 이 중 일반 군현 지도가 50장이고 진보(鎭堡), 산성(山城), 목장(牧場) 지도가 54장에 달한다. 현재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다.

[형태 및 구성]

『1872 군현 지도』 「개운진 지도」는 개운진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인근의 부산진, 두모진, 왜관까지 같이 그려 개운진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묘사되어 있다. 지도의 표현 양식이 『1872 군현 지도』 「동래부 지도(1872郡縣地圖東萊府地圖)」와 동일한데, 동래부 지도를 토대로 개운진을 확대하여 그린 수준이다. 아마도 『1872 군현 지도』 「동래부 지도」를 제작할 때 동일한 제작자가 『1872 군현 지도』 「개운진 지도」도 함께 그린 것으로 보인다. 지도의 형태는 낱장의 채색 필사본(彩色筆寫本)으로, 크기는 가로 48.5㎝, 세로 67.2㎝이다.

지도의 북쪽으로는 부산진의 옛 터가 그려져 있으며 그 옆에는 임진왜란 부산진성 전투에서 전사한 부산진 첨사 정발(鄭撥) 장군을 위한 제단인 정공단이 그려져 있다. 지도의 하단에는 왜관이 자세히 그려져 있는데, 1709년(숙종 35)에 동래 부사 권이진(權以鎭)이 왜인들의 출입 통제를 보다 확고히 하기 위해 세운 설문과 석성, 연회를 베풀던 연대청, 일본 사신이 진상물을 바칠 때 숙배(肅拜)하던 객사 등도 묘사되어 있다.

[특징]

1872년에 편찬된 군현 지도는 대부분이 회화적 성격과 지도적 성격이 혼합되어 있다. 그래서 회화적 아름다움을 지니면서도 산과 하천, 고개, 장시 등 지역의 모습이 다른 어느 지도보다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1872 군현 지도』 「개운진 지도」는 기본적으로 군사적인 측면, 특히 해방(海防)이 강조된 지도이기 때문에 군사 시설이 상세하게 표시되어 있다. 개운진을 비롯하여 당시 동래부 소속의 진보였던 부산진, 다대진, 두모진, 서평진과 좌수영 지도는 모두 『1872 군현 지도』 「동래부 지도」와 표현 양식이 동일한 것이 특징이다.

[의의와 평가]

지금까지 개운진을 중심으로 하여 제작된 지도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1872 군현 지도』 「개운진 지도」는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 지도학사적인 측면에서는 현존하는 조선 시대 지도 대부분이 중앙 관서의 감독에 의해 일괄적으로 제작된 데 비해 『1872 군현 지도』 「개운진 지도」는 상대적으로 비전문적인 현지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모아진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