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현대 부산 출신의 재일 한국인 사학자.

[가계]

본관은 경주(慶州). 아버지 이상환(李相環)과 어머니 이강련(李康連)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인은 오문자(吳文子)이며, 이경순(李京順)·이명호(李明浩)·이영철(李英徹) 등 1녀 2남의 자녀를 두었다.

[활동 사항]

이진희(李進熙)[1929~2012]는 1929년 경상남도 김해군 녹산면 미음리 와룡 마을[현 부산광역시 강서구 녹산동 와룡 마을]에서 태어났다. 1944년 3월 24일 녹산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상업실천학교[중학 과정]를 다녔다. 경남상업학교[현 부경고등학교] 5학년인 1948년 9월[18세] 일본으로 건너가 조총련 계열의 미토(水戶)소학교 교원으로 취임하였다. 1950년 4월 메이지대학[明治大學] 문학부 사학과에 입학하여 고고학을 전공하였으며, 1954년 3월 졸업하였다. 1957년 3월에는 메이지대학 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1955년 4월부터 1961년 4월까지 도쿄 조선고등학교, 1961년부터 1971년까지 조선대학 교수로 활동하였다. 조선대학에서는 역사 지리학과 소속으로 고고학과 조선 고대사를 담당하였다. 이진희는 조선대학 교수 시절인 1966년 무렵 일본에 건너오면서부터 지지한 사회주의에 염증을 느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바로잡는 일을 주저하지 말라”는 『논어(論語)』의 한 구절을 마음속 깊이 되새기며 사회주의와 결별하였다. 1971년 조선대학도 사직하였다.

조선대학을 사임하고 나서는 1976년 4월~1994년 3월 메이지대학 동양 고고학 시간 강사, 1978년 4월 와코대학[和光大學] 1년간 출강, 이후 2000년 3월까지 와코대학 교수를 지냈다. 와코대학을 정년 퇴임하고는 명예 교수로 추대되었다.

이진희는 문필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교토의 재일 교포 사업가 정조문이 1968년부터 발행한 『일본 속의 조선 문화』의 발행에 중심적 역할을 하였으며, 1975년 2월에는 서채원·김달수·이철·강재언·사토 노부유키·위양복 등과 『계간 삼천리』의 창간을 주도하여 편집장으로 취임하였다. 『계간 삼천리』는 근대 100년의 한·일 관계를 주제로 한 문화 종합지였다. 일본에서 한때 가장 애독된 『계간 삼천리』는 1987년 5월 제50호로 종간하였다. 『계간 삼천리』를 잇는 『계간 청구』의 창간도 주도적으로 하여 편집장으로 취임하였다. 1989년 8월 창간된 『계간 청구』는 1996년 5월 제25호로 종간하였다.

이진희는 대학 교수로서의 학자, 문필가였지만 정치에도 관심이 높았다. 1974년 박정희 군사 정권은 긴급 조치 위반 등 반정부 운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시인 김지하(金芝河)에게 사형을 구형하였다. 이에 이진희는 김지하의 석방을 요구하는 단식 투쟁을 두 차례에 걸쳐 결행하였다. 『계간 삼천리』의 창간 특집을 김지하에 대한 내용으로 채우는 등 지식인으로서의 사회 참여 의식을 보여 주었다.

1981년 3월 김달수, 강재언과 해방 이후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하였다. ‘재일 교포 수형자들에 대해 관용을 청원하는 교포 문필가들의 고국 방문단’의 일원으로서였다. 방문의 목적은 일본의 문학계·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필가로서 재일 교포 수형자에 대한 관용적인 배려를 법무부 장관에게 청원하고, 고국의 변모를 실제로 살펴봄과 동시에 고대 유적을 견학하고 고향을 방문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수형자라 함은 ‘5·18 민주화 운동’을 포함한 민주화 운동을 하다 수감된 정치·사상범을 말한다. 1984년 한국 국적을 취득하였으며, 이후 자유로이 고국을 방문하였다.

1985년 7월에는 한국 국적으로 처음 중국을 방문하였고, 1998년 4월 중국 동북 지방의 고구려 유적을 탐방하였다. 2012년 4월 15일 일본에서 폐암으로 투병하다 82세로 사망하였다.

[학문과 저술]

이진희는 고고학을 전공하였지만 관심 분야는 일본 속의 조선[한국] 문화, 조선 통신사, 광개토왕릉비, 일본 열도의 고대 산성 등 다양하였다. 사학자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광개토왕릉비에 대한 연구 때문이다. 이진희가 광개토왕릉비 연구에 관심을 둔 것은 4세기 후반 왜(倭)의 야마토[大和] 정권이 한반도에 출병하여 남부 지방을 지배 통치하였다는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의 근거가 된 것이 비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진희는 20세기 초 현지 조사 과정에서 찍은 각종 사진들과 탁본을 근거로 일본의 참모 본부가 비의 표면에 석회를 바른 후 글자를 왜곡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중국의 탁공[탁본을 떠는 사람]이 탁본의 질과 양산을 위해서 비에 석회를 발랐다는 현재 통설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진희의 주장이 광개토왕릉비에 대한 관심과 주목을 불러일으킨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비의 표면에 석회가 발린 것은 확실한 만큼, 글자의 왜곡이 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이가 이진희였다.

이진희의 저작 중 단행본은 1966년 7월 『朝鮮文化と日本』[朝鮮靑年社]을 시작으로 1972년 10월 『廣開土王陵碑の硏究』[吉川弘文館, 이 책은 1982년 『광개토왕릉비의 탐구』(이기동 옮김, 일조각)로 한국에 소개되었다], 1973년 11월 『好太王碑の謎』·1976년 11월 『李朝の通信使』[講談社], 1977년 10월 『好太王碑と任那日本府』[學生社], 1980년 1월 『日本文化と朝鮮』[日本放送出版協會], 1980년 11월 『廣開土王陵碑と七支刀』[學生社], 1982년 12월 『한국과 일본 문화』[을유문화사]가 있다.

또한 1984년 1월 『倭館·倭城を步く』[六興出版], 1986년 5월 『한국 속의 일본』[동화출판공사], 1987년 4월 『江戶時代の朝鮮通信使』[講談社], 1988년 9월 『韓國の古都を行く』[學生社], 1994년 9월 『韓國と日本の交流史』[明石書店], 1995년 3월 『新版日本文化と朝鮮』[日本放送出版協會], 1997년 10월 『歷史紀行 高句麗·渤海を行く』·2000년 4월 『海峽­ある在日史學者の半生』·2003년 6월 『好太王碑硏究とその後』[靑丘文化社]까지 모두 18권이 있다. 이 외 공편 및 편저 12권, 논문과 서평,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은 400여 편이 있다.

[묘소]

부산광역시 강서구 미음동 와룡 마을 뒷산에 묻혔다.

[상훈과 추모]

2001년 3월 KBS 해외 동포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