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06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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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日常生活-關聯-禁忌 |
영어의미역 | Taboo for Daily Life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부산광역시 |
집필자 | 황경숙 |
[정의]
부산광역시 기장군·가덕도·두구동·산성 마을 일대에서 일상생활과 관련하여 특정한 행동을 꺼리는 일.
[개설]
일상생활과 관련된 금기는 대체적으로 주술적 금기로 특정 대상이나 사물 등에 내재되어 있는 주술적인 힘으로부터 발생될 수 있는 불길하고 위험한 사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그것을 기피하는 방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부산광역시 일대에서는 특정 시간과 관련하여 행위를 규제하는 금기를 비롯하여 특정 대상물을 함부로 다루는 행위를 규제하는 금기, 특정 공간에 대한 금기 등이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
[연원 및 변천]
일상생활과 관련된 금기가 언제 어떻게 발생하여 전승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명백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생활 문화의 또 다른 질서와 규제로 자리하고 있는 금기는 각 시대와 상응하면서 전승되거나 소멸되고 또 새로이 만들어져 왔다. 시대가 변화해 감에 따라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금기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나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대에서는 아직도 생활 규범으로 여겨 이러한 금기를 이행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내용]
일상생활과 관련된 금기 중 상대적으로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금기는 하루 중 새벽과 식전, 그리고 밤에 특정 행위를 기피하는 금기다. 식전에 손톱·발톱 등을 깎으면 하루 종일 재수가 없으며, 식전에 남의 집에서 물을 길어 오면 그 집의 복이 나가게 된다 하여 기피한다. 뿐만 아니라 식전에 빨래를 하게 되면 그 집안에 병이 생기거나 도깨비가 생기게 될 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에 복이 나가게 된다 하여 기피한다. 특히, 기장군에서는 새벽에 거울을 보게 되면 빨리 늙거나 매구가 된다 하여 이를 금하기도 한다.
밤에는 특히 많은 행위들을 금한다. 밤에 빨래하거나 빨랫방망이 소리를 내면 허깨비가 나오거나 동네에 싸움이 발생하는 등 궂은일이 생기게 된다 하며, 밤에 벽에 못을 박거나 문구멍을 바르면 논에 삼이 생기거나 눈이 어두워지고 좀도둑이 들게 된다 한다. 또한 밤에 문구멍으로 사람을 들여다보면 방안에 있는 사람이 해롭게 되며, 자는 사람의 수를 손가락으로 헤아리면 가운데 자는 사람을 호랑이가 물어가게 된다 한다. 잠을 잘 때에는 머리맡에 양말을 두고 자는 것을 금하는데, 이를 어길 경우는 꿈자리가 시끄럽게 되거나 근심 드는 일이 많이 생기게 된다 한다. 더불어 밤에 방에 베개를 세워 놓게 되면 도둑이 들거나 사람이 죽게 되기도 하며, 죽은 시체가 서게 되기도 한다고 여긴다.
특히 밤에는 신체와 관련한 특정 행위들을 엄격하게 금한다. 귀의 귀지를 후벼 내면 몸이 다치게 되거나 기막힌 일이 생기게 되며, 손톱 발톱을 깎으면 부모상을 보지 못하게 되기도 하고, 허깨비나 귀신이 따라 나오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밤에 화장을 한 얼굴로 자게 되면 자는 동안 자기 혼이 나갔다가 돌아올 때 자기 얼굴을 찾지 못하여 죽게 되며, 머리를 감으면 범이 물어가고, 휘파람을 불면 집안으로 뱀이 들어오거나 귀신이 오게 된다고 한다. 가덕도에서는 이 외에도 밤에 거울 보는 것을 금하는데, 이를 어기게 되면 곰보 배우자를 만나게 되거나 저녁에 문둥이를 만나게 된다고 한다. 두구동에서는 복이 나가고 가난해진다 하여 밤에 금전이나 곡식을 밖으로 내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특정 대상과 관련한 금기로는 베개를 깔고 앉으면 혼인날이 늦어지거나, 혼인날 손님들이 안 오게 된다고 하고, 문지방에 걸터앉으면 엉덩이에 부스럼이 나거나 복이 나가게 되고 농사가 흉년이 든다고 한다. 또한 다듬잇돌을 깔고 앉으면 정강이가 터지거나 밑구멍이 솥이 나며 언청이가 되기도 한다.
특정 행위와 관련된 금기로는 밤을 먹을 때 모자를 쓰고 먹게 되면 방랑 거사가 되며, 밥을 먹다가 자리를 옮기면 이사를 자주 가게 되거나 큰 인물이 못되는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밥을 먹고 나서 곧바로 머리를 빗으면 집에 손님이 안 오거나 빌어먹게 되거나 살림이 망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밥상 위에 바가지를 올려놓는 것을 금하기도 한다. 이를 어겼을 경우에는 남자가 출세를 못하게 되며, 가족 중 먼데 나간 사람이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그릇을 방안에서 두드리는 행위도 금한다. 이를 어기게 되면 평생 밥을 빌어먹게 되거나 장차 출세를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집안의 특정 공간을 함부로 손대지 못하도록 한다. 대문을 함부로 고치면 사람이 다치거나 죽거나 집이 망하게 되며, 변소를 갈 때 변소 앞에서 헛기침을 하지 않으면 정낭 주당을 만나 곤혹을 치르게 되기도 하며, 주당 각시가 노하여 잘못하면 죽게 된다고 한다.
그 외, 장독 위에 빨래를 널면 장맛이 없어지게 되어 이를 금하며, 빈 절구질을 하면 재수가 없게 되거나 마마를 앓게 된다 하고, 지게를 방문 앞에 세워 두면 사람이 죽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바늘에 실을 꿰어 실매듭을 지어 주면 매듭이 풀릴 때까지 싸움하거나 내 재주가 바늘 실을 따라간다 하여 이를 기피하며, 우산을 방에서 펼치면 집안이 망하거나 앞날이 막히며 바람을 피우게 된다고 하여 금한다. 특히 산성 마을에서는 요강을 깨게 되면 집안이 망하게 된다 하여 이를 기피한다.
한편, 마른 때를 벗기면 애가 많아지고 남한테 원망을 듣는 일이 생기거나 구설수가 든다고 하여 이를 금하며, 남에게 천대 받게 된다 하여 손톱 발톱을 깎아 한데 섞는 일도 금한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일상생활과 관련된 금기 중에는 민간 신앙과 통과 의례의 전통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형성된 것이 많다. 손톱·발톱에 대한 금기는 예로부터 손톱과 발톱에 그 사람의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여겼던 주술적 관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상례에서 입관 때 죽은 자의 손톱·발톱·머리카락 등을 조발랑에 담아 함께 관에 넣은 것과 맥을 같이한다. 밤에 휘파람 부는 것을 금하는 것은 무속 신앙에서 귀신들이 주로 밤에 활동하며, 무당이 휘파람을 불며 신을 청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그리고 얼굴에 화장을 하고 자는 것을 금하는 것은 인간의 영혼이 잘 때 육체에서 빠져 나와 아침에 다시 육체로 돌아간다고 여기는 전통적 영혼관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한편, 지게를 방문 앞에 두는 것을 금하는 것은 민간에서 상례 시 시신을 지게에 얹어 운송하였던 풍속과 관련하여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