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056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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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梵魚寺羅漢殿佛像 |
영어의미역 | Arhats statue at Beomeosa Temple |
분야 | 종교/불교,문화유산/유형 유산 |
유형 | 유물/불상 |
지역 | 부산광역시 금정구 범어사로 250[청룡동 546] |
시대 | 조선/조선 후기 |
집필자 | 이희정 |
[정의]
부산광역시 금정구 청룡동 금정산의 범어사에 있는 조선 후기의 불상 25구.
[개설]
범어사 나한전에는 석가여래 삼존상을 비롯해 젊은 아난(阿難), 늙은 가섭(迦葉), 십육 나한상, 범천(梵天)과 제석(帝釋)의 천부상, 판관과 사자가 1구씩 총 25구의 불상이 봉안되어 있다. 이들 상들은 얼굴, 신체 비례, 법의 등의 표현 기법이 동일한 것으로 보아 같은 조각가가 동시에 조성한 불상이다.
[형태]
범어사 나한전의 가운데에는 석가여래 삼존상이 봉안되어 있는데 본존인 석가모니(釋迦牟尼)를 중심으로 우측에 제화갈라보살, 좌측에 미륵보살(彌勒菩薩)이 있다. 양측의 보살상은 본존에 비해 크기가 작아 서로 격이 다름을 보여 준다.
석가여래 상을 중심으로 특징을 보면, 건장한 상반신과 다리가 이루는 비례감이 좋은 편이며 허리를 세우고 머리를 약간 숙인 자세이다. 석가모니의 수인(手印)은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으로,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해 무릎 위에 두고 오른손은 손가락이 땅을 향한 촉지인이다. 좌협시는 본존상과 동일한 수인이며, 우협시는 손 위치가 반대이다.
석가모니는 건장한 신체에 비해 머리가 작은 편이다. 육계와 머리는 불분명하며 그 경계에는 큼직한 반원형 중간 계주, 정상에는 정상 계주를 각각 두었다. 갸름한 얼굴형에 가는 긴 눈, 오뚝한 코와 큰 입술 등으로 표현했으며, 인상이 개성 있고 독특하다. 법의는 매우 두꺼우며, 대의를 오른쪽 어깨에 살짝 걸쳐 입어 팔이 드러나는 변형 편단우견(偏袒右肩)의 형식으로 입었다. 가슴 위로 올려 입은 승각기(僧脚崎)는 다섯 개의 연잎 모양으로 주름을 잡아 모양을 내었으며, 양다리 사이에는 두 개의 옷주름으로 나누어 펼쳐져 놓았다.
양측 협시는 본존상과 신체 비례나 얼굴 등의 표현법이 대동소이하다. 보살상은 여래와 달리 머리에 삼산형의 원통형 보관을 썼다. 좌협시인 제화갈라보살은 오른쪽 어깨에 편삼을 입고 그 위 대의를 변형 편단우견식으로 입었다. 우협시는 하반신에는 군의, 어깨에는 천의를 입어 서로 다른 존명의 보살상임을 표현하였다. 특히 천의를 숄과 같이 입어 양팔로 흘러내린 점이나 양 옆구리에 천의가 돌아 나오는 모습은 범어사 관음전 목조 관음보살 좌상(梵魚寺觀音殿木造觀音普薩坐像)의 형식을 계승하고 있는 듯하다.
삼존상의 양옆에는 10대 제자인 아난이 우측에, 가섭이 좌측에 합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일반적으로 아난은 젊은이의 모습으로 가섭은 자애로운 노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아난의 얼굴은 눈이 사선으로 올라가 날카로운 인상을 주고, 가섭은 둥글게 웃고 있는 인자한 인상이다. 그러나 모두 소매통이 넓은 장삼을 입고 있다.
양측으로 각각 아홉 구씩 나누어 봉안된 나한상은 민머리의 스님 형태와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는 두 가지 형태로 표현되었다. 얼굴은 서로 비슷하며, 전체적 모습이 해학적이다. 법의는 장삼과 그 위에 가사를 돌려 입었으며, 몇몇 상은 상반신을 벗은 나형(裸形)이나 가슴이 드러나도록 장삼을 벌리고 있거나 오른쪽 어깨가 드러나는 편단우견으로 가사만을 입은 존상들도 있다. 이와 같은 착의법은 조선 후기 나한상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특징들이다. 자세는 결가부좌를 하고 있으며, 좌·우측 세 번째 상은 각각 대칭이 되도록 한쪽 다리를 세운 윤왕좌와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나한상 중에는 학, 호랑이 등의 상서로운 짐승을 다리 위에 앉혀 위세와 위력을 암시해 주기도 한다.
나한상의 곁으로 제석과 범천이 각각 있다. 머리에는 2단의 삼산형(三山形) 원통 보관을 쓰고, 장삼을 입고 있다. 얼굴과 법의 특징은 다른 존상들과 동일하다.
마지막으로 향좌측 제석의 곁에는 앞이 낮고 뒤가 높아 턱이 진 평정건(平頂巾)과 같은 관모를 쓰고 두 손을 모아 쥔 녹사(綠事) 한 구가 있고, 향우측 범천 곁에는 두건을 쓴 사자상(使者像) 한 구가 있다. 일반적으로 녹사와 사자는 양측에 각각 한 구씩 두는 데 두 구만이 남아 있으며, 인왕상도 보이지 않아 일부의 상이 도난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수염,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는 얼굴 표정은 나한상에 비해 경박한 이미지로 한 눈에 격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징]
범어사 나한전 불상은 조선 후기의 석재 불상의 주재료인 불석(佛石)으로 조성되었다. 범어사 나한전에 있는 석가여래 삼존상을 비롯한 25구의 상들은 조선 후기 석조 불상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석재의 덩어리감이 강한 기법적인 특징을 계승하고 있는 반면 두건을 쓴 머리, 갸름한 얼굴형, 새로운 착의법, 즉 상체를 완전히 드러낸다든지, 옷을 느슨하게 입은 모습들은 조선 후기의 단정한 나한상의 표현에서는 볼 수 없는 요소들이다. 다시 말해 범어사 나한전 불상은 새로운 요소들과 전통적 요소들은 서로 조화를 잘 이루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의 과도기 시점의 양식적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의의와 평가]
범어사 나한전에서 보이는 새로운 요소의 등장은 조선 후기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근대 불상의 시발점을 알려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범어사 나한전의 불상들은 이러한 특징들을 잘 반영하고 있어 근․현대 불교 조각을 연구하는데 자료적인 자치가 크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