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신라와 통일 신라 시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당감동 일대에 설치된 지방 통치 구역.

[제정 경위 및 목적]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이후 전제 정치 확립을 위한 왕권 강화 정책을 시행하였다. 문무왕은 진골 귀족 세력에 대한 군사적 기반을 박탈하고, 관료적인 질서를 확립하였다. 이후 신문왕은 전제 정치를 뒷받침하는 정치 및 군사 등과 같은 제도 정비에 힘을 기울였다. 특히 대당(大唐) 외교의 활성화를 통해 왕권을 강화하려 한 경덕왕은 귀족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대대적인 관제 개혁을 하였다.

즉 경덕왕 16년[757]과 18년에 9주를 비롯한 지방 군현의 명칭과 중앙 관부의 명칭을 모두 한자식으로 고쳤다. 이러한 한화(漢化) 정책은 단순한 명칭의 변경이 아니라 중국의 전제주의적 정치 체제를 도입하여 왕권의 전제화를 이룩하려는 의도에서 시행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동래군의 영현(領縣)이던 대증현(大甑縣)은 동평현이 되었다.

[관련 기록]

『삼국사기(三國史記)』 권34, 지리1 동평현조에 “동평현은 본래 대증현이다. 경덕왕이 이름을 고쳤는데, 지금 그대로 쓰고 있다”, 『삼국사기』 권34 잡지(雜志)3 동래군조에 “동래군은 본래 거칠산군이다. 경덕왕이 이름을 고쳐 지금도 이에 따른다. 영현이 둘이다. 동평현은 본래 대증현인데, 경덕왕이 이름을 고쳐 지금까지 그대로 부르고 있다. 기장현은 본래 갑화량곡현인데, 경덕왕이 이름을 고쳐 지금까지 그대로 부르고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권23 동래현 속현조에 “동평현은 [동래]현의 남쪽 10리 떨어진 곳에 있다. 본래 신라의 대증현인데, 경덕왕이 지금 이름으로 고쳐 동래군의 속현으로 하였다. 고려 현종이 양주에 예속시켰으나, 태종 5년 다시 동래군에 귀속시켰고, 뒤에 다시 양주에 예속되었다가 세종 때 다시 동래군에 귀속되었다”라고 적혀 있고, 같은 책 동래현 산천조에 “부산(釜山) 동평현에 있으며, 산이 가마솥 모양 같아서 이름 지었다. 그 아래가 부산포이며, 늘 살고 있는 왜호(倭戶)가 있다. 북쪽으로 현까지의 거리는 21리이다”라고 되어 있다.

[내용]

대증현이 있던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당감동 지역은 삼한 시대 이래로 변한의 독립된 소국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 지역은 동래에 있던 독로국 혹은 거칠산국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규모면에서 4세기 때 부산 복천동 고분군의 지배자이던 거칠산국에 비해 규모가 많이 작았다. 조선 시대 자료인 『경상도지리지(慶尙道地理志)』에 의하면, 대증현의 후신(後身)인 동평현은 호구가 108호로 거칠산국의 후신인 동래현[290호]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처지이었다.

신라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특히 400년 광개토 대왕의 남정(南征)을 계기로 부산 지역은 신라의 영역에 편입되었다. 신라는 독립국이던 거칠산국을 거칠산군으로,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당감동 지역은 대증현으로 편제하였다. 대증현은 산의 모양이 ‘시루’ 모양을 한 데서 붙여진 것으로, 그 산의 위치는 부산광역시 동구 좌천동에 있다.

[변천]

대증현은 신라 통일 이후 경덕왕이 전국 지명을 한자식으로 변경할 때 동평현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증현은 동래군의 속현으로 강등되었다.

[의의와 평가]

부산(釜山)이라는 지명은 대증현에서 유래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부산은 동평현에 있는 산의 모양이 가마솥[釜]과 같아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동평현이 대증현이었던 만큼, 부산의 가마솥은 큰 시루를 뜻하는 ‘대증(大甑)’과 뜻이 서로 통한다. 따라서 15세기에 부산광역시 동구 좌천동의 증산(甑山)은 ‘부산(釜山)’으로 불렸다. 이 때문에 ‘증산=부산’의 아래에 있는 포구를 ‘부산포(釜山浦)’로 불렀고, 이 과정에서 산의 의미이던 부산은 지역 혹은 땅의 이름으로 변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