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05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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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嶠南鴻爪 |
영어의미역 | Travelogue of Busa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근대/일제 강점기 |
집필자 | 윤인로 |
[정의]
1909년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이 경부선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던 중에 쓴 기행문.
[개설]
「교남 홍조(嶠南鴻爪)」는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와 함께 한국 근대 문학사에서 이른바 2인 시대를 이루었던 인물 중 한 명인 육당 최남선의 학구적 기행문으로, 1909년 9월호 『소년』 지에 수록되었다. 교남(嶠南)은 문경 새재 이남 지역의 별칭이고, 홍조(鴻爪)는 손가락을 활짝 펼친 것처럼 넓은 낙동강 끝 부분을 가리키는 표현이니, 곧 부산만과 김해만 일대 삼각주 지역을 지칭한다.
[구성]
경부선이 개설된 지 4년 정도가 지난 어떤 때, 최남선은 최고의 신문물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경부선 열차에 올라 부산으로 기행을 떠난다. 출발하는 서울역의 사람들과 풍경들을 다루고 있는 부분,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각국 사람들과 바깥 풍경들에 관한 부분, 그리고 그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의 이면에서 움직이고 있는 제국과 식민지의 다양한 관계들을 다루는 부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
최남선이 열차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한성전기회사를 일본에 매각하여 엄청난 이득을 챙긴 콜브란(Corlbran)[당시 한성전기회사의 사업 담당자], 청일 전쟁의 격전지를 지나면서 서투른 조선어로 청일 전쟁의 승리를 자랑하는 일본인, 혹은 조선인이 무지몽매하다고 대놓고 무시하는 일본인 등이다. 차창을 통해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은 대개 선로 주변을 따라 번창하는 일본인 거리이거나 참혹하게 발가벗은 산으로 대표되는 피폐한 조선의 모습이다.
기차 안에서 마주친 일본인들 중에는 유럽 여러 나라 같으면 절대로 함께 다니지 못할 정도의 추한 여인들이 있고, 최남선은 그녀들을 대상으로 상상력을 한껏 펼치면서 제국에서 식민지를 향해 일방적으로 작동하던 멸시와 동정의 시선을 역전시킨다. 마지막 부분에서 발가벗은 산의 참혹함을 보며 ‘어리석고 게으른 백성’을 향한 울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울분은 조선인 전체를 향하지는 않는다. 최남선의 표현에 따르면 게으름은 ‘낮잠이나 자고 담배나 피우면서 농군의 피와 땀을 빨아먹고 사는’ 양반 계층의 특성일 뿐이다. 이러한 계급 모순의 인식은 최남선이 중인 출신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를 ‘민족적인 결함’으로 인식하는 것에 빈부와 신분의 차이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의의와 평가]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이주 정책이 주로 돈이 없는 사회 하층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때, 조선인과 일본인의 만남에는 계급적 모순과 민족적 모순의 충돌이 빚어내는 다양한 양상이 나타난다. 최남선의 「교남 홍조」는 1909년 당시 식민지 조선에서 벌어지고 있던 여러 모순과 대립의 상황들을 이른 시기에 포착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