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05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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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男子 |
영어의미역 | Gastropods Bride and the Groom Who Became a Silkworm |
이칭/별칭 | 「누에가 된 남자」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대라리 |
집필자 | 신주영 |
[정의]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대라리에서 고둥 각시와 누에 총각에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고둥 각시와 누에가 된 남자」는 우렁이 각시 설화 유형과 같이 고둥이 변신한 각시와 가난한 총각이 함께 살지만 금기를 어겼기 때문에 각시를 어사에게 빼앗기고 총각은 죽어서 누에가 된다는 변신담이자 누에 유래담이다.
[채록/수집 상황]
1993년 4월 17일 평민사에서 발행한 『임석재 전집』10권의 165~166쪽에 「누에가 된 남자」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는 1979년 3월 임석재가 기장군 기장읍 대라리로 현지 조사를 나가 주민 오기선[여, 56]으로부터 채록한 것이다.
[내용]
옛날 한 두메산골에 가난한 한 총각이 살았다. 총각은 팥 밭을 일구어 생계를 이었는데, 하루는 총각이 밭을 갈면서 ‘이 밭을 갈아 누구랑 먹고 살지.’ 하고 혼잣말을 하였는데 “니랑 나랑 먹고 살지.”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총각이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거기에는 아무도 없고 고동 하나만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총각은 고동을 주워 와서 방 안의 농에다 넣어 두었다. 그 후로부터는 밭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면 잘 차린 밥상이 방 안에 놓여 있었다. 총각은 까닭을 몰라 하루는 일을 나가는 척 하고 키 밑에 숨어서 방 안을 살폈다. 점심때가 되니 농 안에 있던 고동이 예쁜 색시로 변해 밥상을 차리는 것이었다. 총각이 키에서 나와 각시를 붙들고 함께 살자고 하니 각시는 삼 년만 참으라고 하였다. 하지만 총각이 자꾸 졸라대는 탓에 둘은 살림을 차리고 살게 되었다.
하루는 각시가 점심밥을 챙겨 밭으로 가는데 어사가 출두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각시는 황급히 밭둑에 몸을 숙였는데, 지나가던 어사가 거기에서 상서로운 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다가와 각시를 발견하였다. 각시의 미색에 반한 어사는 각시를 데리고 가 버렸고, 각시를 그리워하던 총각은 죽어서 새가 되었다. 새가 된 총각은 어사의 집 나무에 앉아 울었다. 각시는 새 울음소리를 날마다 들었는데, 결국 새는 울다 지쳐 떨어져 죽었다. 각시는 죽은 새를 속적삼에 싸 두었는데, 그것이 벌레로 변하였다. 각시가 벌레에게 먹을 것을 주어 보았으나 다른 것은 먹지 않고 뽕잎만 먹었다. 이 벌레가 누에로, 누에는 각시를 잃은 총각이 죽어 된 벌레라고 전해진다.
[모티프 분석]
「고둥각시와 누에가 된 남자」의 주요 모티프는 ‘우렁이 각시’, ‘변신’, ‘이물 교구(異物交媾)’, ‘관탈 민녀(官奪民女)’ 등이다. 보통 고동[우렁이]이라는 이물(異物)과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되는 우렁이 각시 유형의 설화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금기가 있다.
「고둥 각시와 누에가 된 남자」의 경우, 삼 년 뒤라야 혼인을 할 수 있다는 금기가 제시되었으나 총각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3년은 신성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이물이 인간과 교류하기 위한 통과 의례의 기간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부정한 총각은 비극적인 결말의 주인공이 된다. 다른 지역의 전승의 경우 행복한 결말로 맺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비극적 결말을 가진 전승이 수적으로 우세하다. 그중에서 총각과 각시가 모두 비극적으로 죽는 경우도 있지만 「고둥 각시와 누에가 된 남자」에서는 총각만 죽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편 원님, 어사 등 권력자가 힘없는 백성의 여자를 빼앗아 가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둥 각시와 누에가 된 남자」에서도 어사가 각시를 뺏어 가는 존재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관탈 민녀형 설화에는 강자와 약자의 대결에서 패배하여 고통을 받는 민중의 고달픈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