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00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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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歸屬財産 |
영어의미역 | Properties Reverted to the Government|Vested Firms |
이칭/별칭 | 적산(敵産) |
분야 | 역사/근현대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대래 |
[정의]
부산 지역 내 일본인 소유 재산 가운데 8·15 이후 미군정에 귀속된 일체의 적산(敵産).
[개설]
첫 개항장인 부산에는 일찍부터 일본인의 진출이 활발했고, 그 결과 일본인의 기업과 부동산 그리고 동산(動産)이 곳곳에 산재하였다. 이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패망하면서 적산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적산은 전후 배상 처리의 원칙에 따라 미군정에 귀속되었는데, 이 때문에 귀속 재산 또는 적산으로 불리었다. 따라서 귀속 재산은 식민 통치로 인해 왜곡된 민족 경제를 건강하게 복원시키고, 새로운 국민 국가를 건설하는 데 물적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었다. 특히 귀속 재산 가운데 설비나 규모 면에서 우월했던 귀속 사업체는 매우 중요한 물적 자산이었다.
귀속 사업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해방 직후 초미의 관심사였으며, 향후 경제 운영의 기본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귀속 사업체가 미군정 또는 이승만(李承晩) 정권과 유착된 개인에게 특혜적 양상을 띠고 불하됨으로써, 이후 한국 자본주의가 가진 불법적 정경 유착의 기원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귀속 사업체 처리는 노동자 공장 자주 관리 운동과의 대립을 유발하여 8·15 직후 정국 불안의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부산은 일제 강점기에 서울과 더불어 일본인 밀집 지역이자 대표적인 공업 도시로서, 8·15 직후 조선방직을 필두로 하는 공장 자주 관리 운동이 전개된 곳이었다. 또한 부산은 6·25 전쟁의 와중에서도 귀속 사업체가 그대로 보존된 유일한 지역이었다. 따라서 부산은 귀속 사업체가 한국 경제의 전개에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가, 즉 귀속 사업체의 연속과 단절을 파악하기에 매우 적절한 지역이었다.
[부산의 귀속 사업체]
다른 지역에 비해 미군의 진주가 늦었던 부산에서는 패주하는 일본인들의 자재 방매와 기계 파손 및 재산의 일본 반출 현상이 심각하였다. 이에 부산치안사령부에서는 적산 보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귀국하는 일본인의 방매로, 한때 광목과 고무신이 시장에 넘쳐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적산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정리 과정에서 누락되었는데, 부산 지역의 전체 적산 가운데 약 70% 정도가 미군정에 귀속 사업체로 접수되었으며, 나머지 30%는 해방 직후의 혼란 과정에서 사라졌거나 접수망에서 벗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산을 넘겨받은 미군정은 관리인을 선정하여 당분간 사업체를 관리하게 했는데, 이때 관리인이 된다는 것은 훗날 그 기업을 불하받을 수 있는 연고를 확보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관리인이 되기 위한 로비가 치열하였다. 실제로 부산에서도 관리인으로 선정되었던 사람들이 해당 기업을 불하받는 사례가 많았다. 접수된 귀속 사업체는 규모가 작은 것은 일찍 불하되고, 큰 것은 관리인에 의한 관리를 거쳐 점차 불하되었다.
이후 귀속 사업체는 부산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하였지만, 이 가운데는 해방 직후의 혼란 과정에서 경영체로서 존속하지 못하는 사업체도 다수 있었다. 100명 이상을 고용하는 부산의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949년에는 24개 업체 중 17개[70.8%] 업체가 귀속 사업체였는데, 1962년에는 58개의 업체 중 14개[24.1%] 업체만이 귀속 사업체였다. 1950년대 부산에서 귀속 사업체는 설비 및 규모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는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귀속 사업체를 기반으로 성장한 부산의 기업들은 적지 않다. 조선방직(주), 대한경질도기(주), 조선제분(주) 부산 공장, 대선발효공업(주), 조선견직(주), 동양견직(주),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 흥아고무(주), 삼화고무(주), 보생고무공업사, 조선제강(주), 광명목재(주), 대동연탄, 동일고무공업사, 한국미유(주)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업체들이 귀속 사업체에서 출발하였다. 이외에 선일직물 공장, 조선고무조대(주), 조선제유(주), 동양제관, 경남산업, 조선경합금공업(주), 극동금속공업소, 부산내화공업(주) 등이 있으며, 부산의 대표적인 백화점이었던 미화당도 귀속 재산에 연고를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