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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화가 L형」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212977
한자 -畫家-
영어의미역 Mr. L, a Singing Painter
분야 문화·교육/문화·예술
유형 작품/미술과 공예
지역 부산광역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신양희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서양화
양식 유화
작가 정진윤
재질 캔버스|물감
소유자 경남도립미술관
작가 생년 시기/일시 1954년 9월 3일연표보기 - 정진윤 출생
작가 몰년 시기/일시 2007년 8월 21일연표보기 - 정진윤 사망
창작 시기/일시 1987년연표보기 - 창작
소장처 경남도립미술관 -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96[퇴촌동 산 134-1]

[정의]

경남도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부산 출신 서양화가 정진윤의 1987년 유화 작품.

[개설]

정진윤(鄭鎭潤)[1954~2007]이 1970년대 말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를 다닐 무렵 한국 미술은 대부분이 모더니즘 계열의 백색주의나 개념 미술이 주를 이루었는데 정진윤도 이런 주류의 경향을 받아들여 작업을 하였다. 이는 1980년대 초 홍익대학교 대학원에 다닐 때까지도 지속되었다. 정진윤의 석사 학위 논문은 이일 교수의 지도를 받아 쓴 「오브제의 모뉴멘트적 특성에 관한 연구」였다. 즉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정진윤은 추상 작업에 전념하였다.

마대 위에 유화로 그린 「평면적 변이」 1, 2는 캔버스 위에 요철이 있는 것처럼 일루전을 만들었고, 수제 한지에 씨줄과 날줄을 엮은 사이잘삼을 결합하여 가운데 구멍을 뚫어 놓은 「공간」 작업이나 광목 위에 비정형의 사각형을 반복적으로 그려 놓은 작업을 통해서 1984년까지 추상의 형식을 취하며 그림을 그렸다.

논리를 앞세운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논리를 다듬고 정연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공부를 하였지만, 이러한 그림을 통해서는 그림을 그리는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이에 정진윤은 추상 형식의 그림을 포기하고 형상이 있는 그림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정진윤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손의 회복, 색채에 대한 감각,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음을 깨닫고 형상이 있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러나 정진윤은 당시 미술 운동의 새로운 흐름이었던 민중 미술 계열의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다. 민중 미술은 다양한 결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미술이 가지는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며, 사회를 비판하고 재현하는 작품이다. 이 시기 민중 미술처럼 이데올로기와 발언을 앞세웠던 작업과는 달리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상황에 주목하되 개인의 느낌이나 감정을 조금 더 강조한 작업들이 등장하는데, 이를 형상 미술이라 칭한다.

형상 미술 작업에서는 초현실주의적인 데페이즈망(dépaysement), 시공간이 불분명하거나 한 화면에 여러 시공간이 겹치며, 연극적인 요소나 사회적인 맥락을 이해하기 쉽도록 강조된 장치를 볼 수 있다. 이러한 형상 미술적인 움직임은 전국적인 흐름이기도 하였다.

정진윤도 1984년 이후부터 형상 미술 경향의 작품을 그리기 시작하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완전히 내려온 후에도 지속되었다. 형상 미술의 흐름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부산 미술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었다. 정진윤은 이러한 흐름에서 주도적으로 작업한 작가였고, 「노래하는 화가 L형」은 부산 형상 미술의 중요한 작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형태]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작품으로 가로 130㎝, 세로 160㎝이다.

[내용]

「노래하는 화가 L형」이 발표된 두 번째 개인전의 전시 글에서 정진윤은 “나에게 다가오는 인간이란 무엇일까? 내 작품의 근저를 이루고 있는 일그러진 군상들의 소외된 모습에서 무엇인가로부터 단절된 내 자신의 모습을 엿보는 것은 어떨까? 그대와 나, 우리들의 초상을……”[2회 개인전 팸플릿 참조] 그렸다고 밝혔다.

전시에서는 「바람 부는 날 오후의 L씨」, 「실내 Ⅰ」, 「실내-낮잠」, 「실내-그녀의 침실」, 「실내-일요일의 아침」, 「싫어」, 「우리들의 초상」, 「지금, 우리들은」, 「지난 여름밤의 꿈」도 함께 소개되었는데, 현대 사회의 부조리한 일상과 분열된 상황을 연극적인 장면으로 구성하였다. 다급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놀란 표정, 일그러지거나 차가운 인상, 귀신, 피에로 등을 그림으로써 상황을 극적으로 만들었다.

「노래하는 화가 L형」은 현실의 모순적이고 분열적인 상황을 작가 자신에게 대입한 것으로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전경에는 목을 한껏 빼들고 노래하는 화가 L형을 볼 수 있는데 얼굴의 반쪽은 붉은색으로 반쪽은 초록색으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배경은 보랏빛 하늘과 폭발하는 화산이 있고, 아래쪽에는 흰색으로 희미하게 칠해진 도시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의의와 평가]

정진윤의 작업에 대해 이영준 김해 문화의 전당 전시팀장은 당시 부산의 “미술대학에서는 아카데믹한 구상 회화나 실험적인 추상 회화가 전반적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던 터라 정진윤 선생의 거칠고 강열한 그림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개인적인 술회를 밝혔다. 또한 정진윤「노래하는 화가 L형」에 대해 이영준은 “청색과 적색 계열의 색감이 극단적으로 대비되고 다듬어지지 않은 필획들은 시대의 흐름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고 평하였다.

또한 「노래하는 화가 L형」에 대해서 당시 전시의 서문을 썼던 평론가 옥영식은 “이번 전시회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이제까지 어두운 상황 이미지 속에서 곁들어지던 진홍빛 붉은 색조가 적극적인 표정을 지니고 내재된 불굴의 생명력으로 표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열기가 높은 붉은색의 분출하는 생명력의 비유는 「노래하는 화가 L형」에서 보랏빛 하늘을 배경으로 폭발하는 화산의 이미지로 선명하게 떠오른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노래하는 L형 얼굴의 붉은색과 초록색의 보색 대비로 긴장된 감정의 고조를 느끼게 할뿐만 아니라 초월에의 의지[자유]를 예감하게 한다.”고 평하였다.

평론가들은 부산의 형상 미술을 주도하였던 정진윤의 1980년대 중반 이후 작품 중 「노래하는 화가 L형」을 대표작으로 꼽는 데에 이견이 없다. 「노래하는 화가 L형」은 2007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도규멘타 부산 Ⅲ-일상의 역사〉 전시에서 1980년대 형상 미술을 소개하는 작품으로 전시된 바 있으며, 현재 1980년대 정진윤이 그렸던 작업 중 유일하게 미술관[경남도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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