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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203237
한자 三國時代-文化變動
영어의미역 Cultural Changes of the Three Kingdoms Period
분야 역사/전통 시대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부산광역시
시대 고대/삼국 시대
집필자 이현주

[정의]

5세기 중엽 전후, 가야 문화에서 신라 문화로의 부산 지역의 문화 변동.

[금관가야 문화]

4세기 대 부산 복천동 고분군을 필두로 한 부산 지역의 독로국(瀆盧國)은 인접한 김해 지역과 더불어 전기 가야 연맹인 금관가야의 맹주국으로 부상하였다. 낙동강수영강과 같은 내륙 연결 통로와 바다가 접하는 지리적 여건을 통해 선진 문물의 유입이 수월하였고 무역항으로서 물산 집하지(集荷地)로서 크게 번성하였다. 이들은 영남 내륙의 정치체들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문화를 공유하면서 그들만의 연대(連帶)를 강화하였다.

특히 부산 지역은 외절 구연 고배(外切口緣高杯), 화로 모양 토기[노형 토기(爐形土器)], 통 모양 그릇 받침[통형 기대(筒形器臺)], 입 큰 작은 단지[광구 소호(廣口小壺)], 격자 타날문 단경호(格子打捺文短頸壺) 등을 표지(標識)로 하는 독특한 토기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전의 삼한 시대 토기 문화에서 발전되어 온 기형도 있지만, 이 시기에 처음 출현하는 기종도 있어 매장 의례와 관련된 관념적인 틀을 완성해 나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외절 구연 고배는 배부(背部) 형태가 반구형(半球形)을 띠다가 아가리[구연부(口緣部)]가 바깥으로 급격히 벌어지는 형태로 부산·김해·창원·진해·기장 등 낙동강 하류역의 고분에 주로 출토되는 고배의 종류이다. 대각(臺脚)에는 투창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나, 4세기 후엽에서 5세기 전엽이 되면 대각이 높고, 삼각형이나 방형의 투창(透窓)을 배치하기도 하였다.

그 자체로 매장 의례의 중요한 예기(禮器)였던 와질제(瓦質製) 화로 모양 토기는 3세기 후반부터 항아리를 얹기 위한 그릇 받침[기대(器臺)]의 용도로 변경되었다. 제작의 정면 기법(整面技法)은 4세기가 되어도 여전히 와질 토기의 전통을 유지하였는데, 반구형 배부에 짧게 직립하거나 안으로 구부러지는[내만(內彎)]하는 구연부를 가지며, 단면 원형 혹은 방형의 띠 모양 손잡이[대상파수(帶狀把手)]가 있다. 통형 기대는 신부·몸통 중앙이 원통형을 이루면서 원형·삼각형·방형 투창과 각종 문양을 기하학적으로 베풀어 조형미가 뛰어난 외형을 가진다.

철제 갑주는 종장판정결판갑(縱長板釘結板甲)이나 만곡종장판혁철주(彎曲縱長板革綴冑)나 종장판혁철주(縱長板革綴冑)가 대형분에 1~2점씩 부장되며, 많은 경우 4점이 부장되는 경우도 있다. 철모(鐵矛)[쇠창]는 몸통의 단면이 마름모꼴[능형(菱形)]이고, 자루 구멍이 제비 꼬리 모양[연미형(燕尾形)]인 실용적인 철모로 보편화되었고, 유경식 철촉(有莖式鐵鏃)은 평면 형태가 삼각추형(三角錐形)·사두형(蛇頭形) 등 무게감과 비중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발달하여 방어용 철제 무기와 연동하여 변화하는 양상으로 보였다.

다른 정치체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또 하나의 금관가야 문화로는 통형 동기를 들 수 있다. 쇠창의 자루 끝에 방울이 들어 있어 소리가 나는 청동기를 매단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금관가야 권역인 김해 대성동 고분군김해 양동 고분군, 부산 복천동 고분군에서 공유하였으며, 일본 기나이[畿內] 정권의 신흥 세력 고분군에까지 분여(分與)하였던 관념적인 물품으로 해석되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와 같은 문화 양상은 4세기 대 금관가야 권역인 부산과 김해 지역이 동일하나, 세부적으로는 분묘의 평면 형태, 부곽의 배치, 토기나 무기류의 기종 구성, 갑주류의 장식성, 방어구 기종 구성 등에서 양 지역 정치체 간의 차이가 발견되고 있다.

[신라 문화]

5세기 대가 되면 토기 문화 양상이 변화한다. 특히 고배에 있어서 새로운 형식이 등장할 뿐 아니라, 대각도 높고, 장식성이 풍부해진다. 외절 구연 고배에서 변형된 뚜껑없는 굽다리접시류[무개 고배류(無蓋高杯類)], 무개식(無蓋式) 이단 투창 고배(二段透窓高杯), 유개식(有蓋式) 이단 일렬 투창 고배(二段一列透窓高杯), 유개식(有蓋式) 이단 투창 고배 등이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특히 5세기 전엽인 부산 복천동 고분군 21호·22호 단계에서는 품자(品字) 형 투창을 가진 신라 양식과 외절 구연 고배 전통의 가야 양식이 조합된 고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5세기 중엽의 부산 복천동 고분군 10호·11호에서는 전형적인 절두원추형(截頭圓錐形)의 이단 투창 고배와 뚜껑있는 굽다리 긴 목 항아리[유개대부장경호(有蓋臺附長頸壺)]와 같은 신라 양식 토기가 고분 부장품의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노형 기대는 바리 모양 그릇 받침[발형 기대(鉢形器臺)]로 발전하여 대각이 높아지고 파상문(波狀文)과 집선문(集線文)이 전면에 장식되었다. 이외에도 유개대부파수부직구호(有蓋臺附把手附直口壺), 입 큰 작은 단지와 소형 그릇받침, 파수부완(把手附盌) 등 새로운 기종과 다양한 형식의 등장은 전업적인 생산 체제에서 수요자의 요구에 맞게 발전해 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철촉은 목이 긴 장경촉이 주종을 이루며, 자루가 긴 장창이 등장하고 삼엽(三葉)·삼루(三壘) 무늬의 고리 큰 칼[환두대도(環頭大刀)]와 같은 장식 대도가 대형분에 1~3점 부장된다. 갑옷과 투구[갑주(甲冑)]는 찰갑(札甲)으로 완전히 전환하면서 각종 부속 갑옷이 발달하게 되고, 만곡종장판혁철주는 더욱 세장한 지판(地板)을 사용하여 높고 웅장하게 제작되었다.

[문화 변동의 요인]

5세기 전엽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 문화 변동의 요인으로는 종래 고구려 광개토왕릉비문에서 알 수 있는 400년[경자년(更子年)]의 광개토왕(廣開土王) 남정(南征), 즉 신라의 구원 요청에 의한 고구려 한반도 남부 지역 정벌인 것으로 추론되고 있다. 이 사건은 김해 대성동 고분군을 축조하였던 수장층이 와해되는 이유이자 전기 가야 연맹의 와해로 이어졌다.

반면에 이때 고구려군의 남정은 점령이 아니라 일시적인 정벌로 보기 때문에, 고구려 문물이 직접적으로 전파되어 나타난 변동은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오히려 고구려의 군세(軍勢)에 눌린 가야 사회가 큰 충격과 자극을 받아 이데올로기적인 변화를 일으켰으며, 이것이 토착 사회 내부의 생산과 소비 시스템의 전반적인 변화로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변동 양상으로 보는 것이다.

한편 전기 가야 연맹체의 와해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역은 김해의 금관국과 다르게 대처하였다. 이 시기는 후기 가야의 신흥 세력이 부상하기 직전인 동시에 신라도 귀족 문화가 본격화되기 전 힘의 공백기로서, 부산 지역은 기존의 수장권의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금동관(金銅冠), 금은제의 장식대도(裝飾大刀), 금동제 화살통 장식 등의 위세품(威勢品)을 통해 오히려 최고의 번성을 구가하기도 하였다.

한편 부산 복천동 고분군을 비롯한 삼국 시대 부산 지역 정치체의 성격에 대해 가야에서 신라로의 전환으로 규정하는데 대하여 신라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대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늦어도 4세기 중엽에는 신라가 주변 지역에 대한 정복 사업이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진출한 부산 지역은 그 이전부터 신라 세력으로 규정하며 간접 지배 방식의 지배로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군사적 견제를 가하고 왜의 물품을 입수하기 위한 경제적 거점세력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해는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의 왜 관련 기록에서 울산과 부산 지역이 왜의 주요 침공 지역이었던 사실을 참조하면, 5세기까지 왜와 신라는 적대 관계에 있었으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산이 경주와 김해의 사이에 위치하기는 하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묘제와 출토 유물을 비롯한 물질문화가 김해 지역과의 유사도가 월등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분리하여 신라로 편입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 신라로서는 복천동 고분군을 간접 지배 혹은 거점화 할 수 있을 만한 4세기 대 중심 세력의 실체가 고고학적으로도 밝혀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말하자면 주변 소국을 병합하고 체제 정비를 갖추어 성장 일로에 놓인 경주의 신라 중심 세력이 원거리에 있는 복천동 고분군을 지배하는 양상이 복천동 고분군에서만 확인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고분의 규모, 위계, 부장 내용면에서 경주 지역의 절대 우월 양상이 확인되어져야 할 일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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