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부산광역시 남구 대연4동 부산광역시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고려 후기의 청자 상감 모란문 병.

[개설]

상감(象嵌)은 도자기 시문 수법의 하나로서, 원하는 형태의 문양을 음각한 다음에 그 안에 태토(胎土)와 다른 색상의 흙을 박아넣어 구워내는 기법인데, 백토(白土)와 자토(紫土)를 혼용하는 흑백 상감 기법과 백토(白土)만을 사용하는 백상감 기법, 자토(紫土)만을 사용하는 흑상감 기법이 있다. 청자에 쓰인 상감 기법에는 흑백 상감과 백상감이 있는데, 주류는 흑백 상감 기법이며 백상감 기법은 고려 말기 청자에서 드물게 나타난다.

[형태]

14세기에 제작된 부산광역시립박물관 소장 청자 상감 모란문 광구병(釜山廣域市立博物館所藏靑磁象嵌牡丹文廣口甁)은 아가리[口緣部]가 파손 결실되어 잔존 부분의 형태에 맞추어 새로이 수리함으로써 본래의 정확한 형태는 알 수 없으나, 넓게 벌어져 꺾여 올라가는 일반적인 반구장경병(盤口長頸甁)의 아가리 형태를 갖추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깨부터 벌어지기 시작하여 몸통 부분은 둥글게 팽창되었다가 바닥으로 갈수록 다시 좁아지는 형태이며, 목 부분의 중간 지점과 어깨 바깥 부분, 몸통 아랫부분에 각각 2줄씩 음각횡선을 둘렀다.

몸통 부분 중앙 하단의 두 곳에 반구장경병으로서는 매우 드문 시문 수법인 백상감 기법으로 독특한 형태의 모란절지문(牡丹折枝文)을 2곳에 시문하였는데, 크고 화려한 모란 꽃송이의 꽃잎 안에는 인화 기법의 작은 원문을 빽빽이 채워 넣었다. 시유 상태나 소성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몸통 아래 부분에 유약이 뭉쳐 있는 부분도 있으며, 정선되지 않은 태토(胎土)에는 모래와 불순물이 상당량 혼입되어 있다. 산화염 번조로 인해 유색은 짙은 황갈색을 띠고 있으며, 미세한 그물 모양의 식은태[빙렬(氷裂). 유약을 바른 표면에 가느다란 금이 가 있는 상태]가 전면에 형성되어 있다. 안굽인 굽바닥에는 유약을 훑어낸 후에 ‘내화토(耐火土)[높은 열에도 녹거나 변질되지 않는 흙] 빚음’을 세 곳에 받쳤다. 입 지름은 8.2㎝, 높이는 27.5㎝, 바닥 지름은 10.2㎝이다.

[특징]

고려 시대 자기를 대표하는 기종 가운데 하나인 반구장경병은 타기종에 비해 문양이 표현된 예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반구장경병의 시문 수법에는 철화, 음각, 철백화, 상감, 백화 등이 있는데, 철화와 음각 기법으로 시문된 경우가 대부분이며 상감이나 백화, 철백화 기법으로 시문된 예는 극히 드물다. 부산광역시립박물관 소장 청자 상감 모란문 광구병은 드물게 보이는 상감 기법으로 모란절지문(牧丹折枝文)을 시문한 독특한 예로서, 문양의 표현에 있어서도 꽃잎 안에 인화(印花) 기법의 작은 원문을 채워 넣는 특이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부산광역시립박물관 소장 청자 상감 모란문 광구병은 다소 쳐지면서 벌어지는 어깨와 율동감 없이 전체적으로 둥글어지는 몸통 등 기형상의 특징과 함께 황갈색의 유색, 도식화된 백상감 기법의 문양, 정선되지 않은 태토, ‘내화토 빚음’ 받침 등은 고려 후기인 14세기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으므로, 전성기를 지난 고려 후기 14세기경의 청자 반구장경병의 조형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흔히 보기 어려운 백상감 모란절지문이 시문된 고려청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