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015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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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癸未隨槎錄 |
영어음역 | Gyemi Susarok |
영어의미역 | 1763 Travelogue of Japan |
분야 | 역사/전통 시대,문화유산/기록 유산 |
유형 | 문헌/전적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조선/조선 후기 |
집필자 | 엄경흠 |
[정의]
1763년 부산포에서 출발한 대일 통신사의 사행록.
[개설]
『계미 수사록(癸未隨槎錄)』은 통신사선 건조와 운항 실태에 관한 기록이 수록되어 있는 유일한 자료이다. 그동안 통신사선 선체 구조에 대한 기본 자료로는 1708년(숙종 32) 김경문(金慶門) 등이 편찬한 『통문관지(通文館志)』 5·6권과 1802년(순조 2) 사역원(司譯院) 당상역관(堂上譯官) 김건서(金健瑞) 등이 편찬한 『증정교린지(增正交隣志)』 등이 있었으나, 이들 기록도 통제영(統制營) 통신사선 건조 절목을 인용한 것임을 『계미 수사록』을 통해서 추정할 수 있다.
[편찬/간행 경위]
『계미 수사록』은 1763년(영조 39) 조엄(趙曮)이 정사로 사행한 대일 통신사의 수행원이었던 인물이 기술하였다.
[형태/서지]
필사본 1책으로 4명이 각각 기록하여 합책(合冊)한 것으로 보인다. 표지 2매[겉표지와 내표지 각 1매]를 합하여 모두 75매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크기는 가로 15.3㎝, 세로 23.5㎝다. 어미나 판심제 권수제가 없는 필사본이다. 1~10쪽에는 통영에서 건조한 선박 4척의 제원, 건조 책임자의 이름과 배를 직접 만든 선장(船匠)들의 명단이 수록되어 있고, 11~27쪽까지는 ‘계미 수사록’이라는 제목이 붙은 한시가 수록되어 있다. 60쪽은 공란으로 남아 있다.
[구성/내용]
『계미 수사록』에는 기록자 이름이 밝혀져 있지 않으나, 그 내용으로 보아 사행단 참가자가 통제영으로부터 직접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여 사행단 귀국 후 퇴고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행록에서 볼 수 없는 사공 및 하관(下官)인 격군(格軍)의 이름과 출신지, 사행단 관리들을 수행하는 노자(奴子)의 이름과 출신지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통제영 건조선 4척의 제원과 건조 과정에 대한 기록을 볼 수 있다. 또한 부산을 출발하여 대마 부중(對馬府中)에 도착한 기록과 사행단이 오사카[大坂] 하구에 도착한 이후의 사행 기록도 있다. 그 밖에 일본 노정기, 바쿠후의 회답 서계, 건륭 계미년 사행(乾隆癸未年槎行) 동고록(同苦錄) 등을 비롯하여 에도[江戶]에 도착한 뒤 각 처소의 예물과 관련된 내용을 적고 있다.
『계미 수사록』에는 특이하게도 동래의 화가 이시눌(李時訥)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이시눌의 본관은 벽진(碧珍), 호는 송암(松菴)이다. 동래부 무청의 각종 무임직을 역임하였다. 1834년 동래부의 주문으로 제작된 「임진전란도(壬辰戰亂圖)」나 죽림(竹林) 박주연(朴周演) 집안에서 제작 의뢰한 「농가월령 12곡병(農家月令十二曲屛)」 등의 그림 연대를 보아 19세기의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는 동래부 무임이자 동래부 소속의 화원이었지만 일본에서도 그림으로 명성을 드높였고, 지역 내에서는 문사적 취향을 가진 예인(藝人)으로서의 삶을 추구하였다.
이시눌은 왜관을 통한 구청(求請) 또는 구무품(求貿品) 형식의 회화를 많이 제작한 듯하다. 작품은 영모화 계열과 남종 문인화풍의 산수화가 많이 전한다. 그의 작품 가운데 일부 화목의 경우는 통신 사행을 통해 형성된 일본적 수묵 취향이 감지된다. 「묵국도(墨菊圖)」, 「묵포도도(墨葡萄圖)」, 「월매도(月梅圖)」는 국명이 부기되지 않았으며, 소장자가 동래 사회의 무임 계층이었음을 간주할 때 개인적 교분에 의해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시눌의 작품에서 보이는 일본적 수묵 취향은 동래 지역에서 제작된 일본 구무품 형식의 작품에서도 확인되는데, 이 작품들 역시 지역 사회의 수요에 부응하여 제작된 것이나 화목 선택에 있어서는 당시 일본인들이 선호하던 것들과 연결되고 있다. 동래 지역 수요자를 위한 감상화 화목에서 이 같은 현상이 보이는 까닭은 일본과의 대일 교류의 최전선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왜관과 통신사를 통한 일본의 수묵 취향이 동래의 지역 사회에 전파되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의의와 평가]
『계미 수사록』은 통제영에서 건조한 사행선의 실체와 외양(外洋) 운항 실상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이제까지 통신사선 건조에 있어서 미궁으로 남아 있던 부분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