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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투리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219574
한자 釜山-
영어의미역 Busan Dialect
이칭/별칭 부산 미래유산 제3호, 부산말, 부산 지역어, 부산 지역말, 부산 방언, 경남 방언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부산광역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서민정

[정의]

부산 지역에서 사용하는 말과 그 체계.

[개설]

부산 사투리는 부산 사람들의 모어이다.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오랜 기간, 소통의 도구로, 표출의 도구로, 그리고 전승의 도구로 부산 사람들과 같이 하면서, 부산 사람들의 삶과 정서가 깊이 배어 있는 말이 ‘부산 사투리’다.

부산사투리는 부산 사람들의 지혜와 감성과 정서가 반영되어 있고, 부산 사람들이 사회적 결속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세대 간이나 지역민 간에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부산의 문화 유산이자 삶의 기록이다.

기원전 3세기 전후, 김해 지역을 중심으로 있던 변한어가 4세기경 가야어로 발달했다가, 6세기경 경주 지역의 진한어를 기반으로 발달한 신라어에 통합되었다. 7세기 이후 신라어로 지속되다가, 지배 세력의 변화와 행정 구역의 변화 등으로 현재 부산 사투리에는 인근 지역의 사투리가 통합적으로 들어 있다. 부산 사투리는 표준어와 비교했을 때, 어휘나 발음, 문법적 특징 등에서 구별되는 고유의 특징이 있다.

[형태 및 구성]

부산 사투리는 다른 지역의 사투리에 비해 고어의 모습을 꽤 오랫동안 유지해 오고 있는 사투리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지역적으로 표준어의 바탕이 되는 중부 지방에서 멀리 위치해 있기도 하고 지형적으로 산, 바다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원래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다른 지역 사투리와 비교했을 때, 억양이나 어휘, 음운이나 문법 등에서 특징적이다.

부산 사투리의 자음은 ‘ㅅ’과 ‘ㅆ’이 변별되지 않고, 단모음은 표준어의 ‘ㅔ’와 ‘ㅐ’가 구별되지 않고, ‘ㅡ’와 ‘ㅓ’가 구별되지 않는다.

부산 사투리 자음: ㅂ, ㅃ, ㅍ, ㄷ, ㄸ, ㅌ, ㅅ, ㅈ, ㅉ, ㅊ, ㄱ, ㄲ, ㅋ, ㅎ, ㅁ, ㄴ, ㆁ, ㄹ[18 자음 / 표준어: 19 자음]

부산 사투리 모음: 이, 애, 어, 아, 우, 오[6 모음 / 표준어: 10 모음]

그리고 표준어에서는 ‘워’, ‘와’, ‘여’와 같은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을 부산 사투리에서는 ‘어’, ‘이’, ‘애’, ‘오’, ‘아’와 같은 단모음으로 발음한다. ‘꿩’을 ‘꽁’, ‘껑’으로 발음하는가 하면, ‘햇빋’, ‘햇밷’, ‘까자’[과자] 등으로 발음하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지름[기름], 심[힘], 소자[효자]’와 같이 ‘ㄱ>ㅈ’, ‘ㅎ>ㅅ’으로 되는 구개음화 현상도 부산 사투리의 특징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경향도 최근에는 표준어의 영향을 받아 40대 이하에서는 이중모음 발음이 점점 많아지고, ‘ㄱ>ㅈ’, ‘ㅎ>ㅅ’ 구개음화 현상도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어, 부산 사투리 원래 모습은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부산 사투리의 특징에는, 단어에 높낮이가 포함된 성조가 있는 언어라는 점, ‘ㄲ, ㅃ’와 같은 된소리가 포함되어 발음이 강하고, 말이 빠르며 소리가 크고, 표준어와 비교했을 때 축약형이 많고, 생략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 생선 관련한 다양한 어휘를 포함하여 바다 관련한 표현이 다양하다는 점 등이 있다.

이를테면 부산 사투리에는 ‘까날라[갓난아기], 뺄가벗다[빨가벗다]’와 같이 첫 소리에 ‘ㄲ, ㅃ’와 같은 된소리가 많다. 이것은 부산 사람들이 첫음절 강화 현상이 습관적으로 사용되어 다른 지역에 비해 첫음절 된소리 사용의 빈도가 높다고 한다. 이 특징이 부산 사투리에 대해 강한 인상을 주는 요인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산 사투리는 축약형이 많은 것도 특징적이다. ‘무엇이라고 하니’에서 ‘고’와 ‘하’가 축약되어 ‘카’가 된 ‘머라카노’가 대표적인 축약형이다. 그리고 ‘그래 가지고’의 축약형 ‘그래가꼬’, ‘가 버렸어’의 축약형 ‘가삤다’ 등도 축약형이다. 이러한 축약형들도 주로 ‘ㅋ, ㅌ, ㅍ, ㅊ, ㄲ, ㄸ, ㅃ, ㅉ’와 같은 음운을 포함하고 있어 부산 사투리의 발음이 강하다는 인상을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표준어와는 달리 ‘쿠, 구’와 같은 피동, 사동 접사가 있다. 예를 들어 ‘속쿠다[속이다]’에서 ‘쿠’와 ‘남구다[남기다]’에서 ‘구’는 부산 사투리에 있는 피동, 사동 접사이다. 또한 ‘인나다[일어나다], 주옇다[집어넣다]’와 같은 합성어는 중세 국어의 합성어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그리고 ‘방맹이[방망이], 토깽이[토끼]’ 등과 같이 ‘앵이/앙이’ 등이 생산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부산 사투리의 특징이다.

한편 부산 사투리의 의문 표현은 다른 지역 사투리와 비교했을 때 아주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밥 뭈나?[밥 먹었어?]

머 무겄노?[뭐 먹었어?]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부산 사투리는 판단 의문문과 설명 의문문일 때 표현이 다르다. ‘밥 뭈나?’에서처럼 판단 의문문의 경우는 ‘아’로 끝나는 표현을, ‘머 무겄노?’에서처럼 설명 의문문의 경우는 ‘오’로 끝나는 표현을 쓴다. 이것은 중세 국어의 의문 표현과는 비슷한 점이고, 표준어에서는 판단 의문문이나 설명 의문문이나 구별 없이 ‘니?’로 사용된다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그리고 부산 사투리에서는 아주 높여서 말할 때는 ‘-십니더, -십니꺼’ 등과 어미를 사용하여 ‘묵십니다, 봅니더, 있십니꺼?, 갑니꺼?’와 같이 표현한다.

한편 바다를 끼고 있는 자연환경의 특성상 “감시[감성돔] - 살감시[새끼 감성돔] – 똥감시[산란기의 감성돔]”과 같은 바다 관련 어휘가 풍부하게 발달했다. 그리고 ‘끼루다’, ‘새첩다’ 등은 표준어의 ‘열다’, ‘예쁘다’로 바로 대응되지 않는 섬세하면서도 정확한 의미를 담고 있는 어휘의 예이다. 예를 들어 ‘쌔통[쇳통]을 쌔때[쇳대]로 끼루고 잠가라’는 표준어로 ‘자물통을 열쇠로 열고 잠그라’에 대응한다고 하는데, 미세한 차이가 있다. 즉 ‘끼루다’는 ‘잠긴 것이나 채운 것을 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잠긴’ ‘쌔통’은 ‘끼루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닫힌 문을 ‘열다’의 의미와 잠긴 쌔통을 ‘끼루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또한 ‘새첩다’는 ‘물건이나 신체가 작고 귀엽다’라는 의미의 부산 사투리인데 표준어의 ‘예쁘다’로 대응하면 본래의 의미를 그대로 표현했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부산 사투리도 지금 젊은 사람들은 거의 쓰지 않는다. 특히 어휘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실제 2013년 『부산일보』의 설문 조사에서도 초, 중, 고학생들의 부산 사투리 이해도는 생각보다 낮았다. 예를 들어 ‘앵꼽다, 몰짱하다, 자불다, 자거럽다, 달라빼다, 누부, 새첩다, 보골, 다부, ~이나따나’와 같은 어휘를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고 했다고 한다. 성인들의 경우도 이 단어들 중에 ‘누부, 자거럽다, 다부’ 등은 거의 모르는 어휘이고, ‘자불다, 디비다’ 등은 뜻은 알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 어휘라고 한다.

[의의와 평가]

부산 사투리는 부산 역사와 문화의 증거이자 자산이다. 지금도 부산 사투리를 활용한 상품이나 문화콘텐츠들이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기도 한다. 부산을 부산답게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산이면서, 비용은 전혀 들지 않으면서도 영원할 수 있는 미래 유산이 바로 ‘부산 사투리’이다. 그러나 한번 잃게 되면 그것을 재현해 내는 데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태어나서 성장하고 소멸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언어 사용자들의 선택에 따라 세력을 가지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이 자신과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서 언어 내부적으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표준어’의 힘과 외부의 시선이라는 점에서 부산 사투리가 처한 현실이 안타깝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기 이전에 세계를 이해하는 ‘인식의 창’이다. 또 언어는 인간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문화이기도 하다. 부산 사람들이라면 표준어로 이야기할 때와 부산 사투리로 이야기할 때의 차이를 대부분 느낄 것이다. 실제로 부산 출신의 유명 가수나 배우들이 그들의 부모님과 대화할 때는 부산 사투리를 쓰는데 그 때 그들의 모습이 훨씬 자연스럽고 편안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우연히 부산 사투리를 들으면 친근감이 느껴지는 경험들을 한 적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부산 사투리’가 사라진다면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 될 것이다.

갈수록 세계화되는 시대에 통신과 상업을 지배하는 언어들이 국경과 지리적 경계를 뛰어넘어 소수 언어들을 사멸시키고 있다고 한다. 표준어와 사투리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정책이 부산 사람들이 부산 사투리를 쓰는데 자부심을 느끼도록 지원해야 하고, 부산 사람들 스스로가 부산 사투리가 보존해야 할 유산임을 잊지 말아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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