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00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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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萇山國- |
영어의미역 | Classical Literature Singing Jangsan-guk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부산광역시 동래구|해운대구 반여동 장산|기장군 |
시대 | 조선/조선 |
집필자 | 박양리 |
[정의]
조선 시대 부산의 장산국을 대상으로 지은 한시 작품.
[개설]
장산국(萇山國)은 현재의 부산광역시 동래구, 해운대구 반여동의 장산[높이 634m의 산], 기장군 일대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국이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따르면 동래 동쪽 십 리 지점에 옛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원래는 작은 읍들이 모여 나라를 이루고 있었는데 삼국 시대에 신라가 점령하여 거칠산군(居漆山郡)으로 개칭하고, 삼국 통일 후에 동래군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장산국에 대한 정보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조선 시대까지 그 존재에 대해서는 다양한 기억이 면면히 이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동사강목(東史綱目)』과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등의 문헌에 위치와 옛터, 역사에 대한 기록이 간단하게 남아 있으며, 동래를 여행한 문인들의 기록에 장산국에 대한 언급도 간혹 보인다.
[장산국을 노래한 한시]
여러 문인들이 장산국을 노래한 한시가 남아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윤훤(尹喧)[1573~1627], 이춘원(李春元)[1571~1634], 성진선(成晉善)[1557~?], 강대수(姜大遂)[1591~1658], 신후재(申厚載)[1636~1699] 등의 시를 들 수 있다.
1. 윤훤의 시
고국황량불기시(故國荒凉不記時)[옛 나라는 황량하여 그 시대가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강남증변일구자(江南曾辨一龜玆)[강남에는 일찍이 한 구자(龜玆)*(1)가 있었네]
직방소재무징처(職方所載無徵處)[직방(職方)*(2)의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데]
유유종년오작비(惟有終年烏雀悲)[오직 한 해가 저물어감에 오작이 슬퍼하는구나].
주*(1)구자(龜玆): 아주 작은 나라.
*(2)직방(職方): 주나라 때 천하의 지도를 관장하던 관직.
이 시는 1605년(선조 38) 동래 부사로 부임한 윤훤이 1607년(선조 40)에 지은 작품이다. 구자는 지금의 신장성 위구르 근방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한(漢)나라 시대의 소국으로, 이 시에서는 아주 작은 나라, 즉 장산국이란 뜻으로 쓰였다. 윤훤은 이제는 기록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옛 나라에 대해 황량한 풍경 속에서 까마귀와 참새만이 슬퍼한다고 노래하며 쓸쓸한 감회를 토로하고 있다.
2. 이춘원의 시
독립상심천고시(獨立傷心千古時)[홀로 서서 천년의 옛 시절을 상심하니]
수교만촉국어자(誰敎蠻觸國於玆)[누가 만촉(蠻觸)*을 가르쳐 여기에 나라를 만들었나]
서풍황초리리처(西風荒草離離處)[서풍에 거친 풀이 무성하게 늘어서 있는데]
만목잔양적자비(滿目殘陽笛自悲)[눈에는 석양이 가득하여 피리 소리에 절로 슬퍼지네].
*만촉(蠻觸): 늘 다투는 소국, 사소한 일로써 쓸데없이 싸운다는 뜻.
이는 동래 부사로 부임한 이춘원이 1607년(선조 40)에 읊은 시이다. 만촉은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야기로, 달팽이의 오른쪽 뿔에 있는 나라를 만(蠻), 왼쪽 뿔에 있는 나라를 촉(觸)이라 하는데 사소한 일로 늘 다투는 것을 말한다. 『태조실록(太祖實錄)』에 권근이 명나라 홍무제의 명에 따라 지은 시가 전해지는데, 변한(弁韓)이라는 제목에 “동쪽 나라 셋으로 나뉘었을 때, 민생이 오래 편치 못했습니다. 분분한 만촉의 싸움, 시끄러운 변(弁)·진한(辰韓)이라 하였습니다. 옛 진터에 슬픈 바람이 일고, 거친 누대에는 흰 달이 차갑습니다. 통일을 이룬 뒤부터, 피차가 없어져 길이 기쁨을 나누옵니다.”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를 볼 때 여기서 만촉은 장산국과 그 주변의 작은 소읍 국들을 말하는 듯하다. 이춘원은 이 고사의 만촉을 들어 옛날에 서로 다투던 소읍들이 하나의 나라를 이루었으나 현재는 그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아 황량하고 쓸쓸하다고 그 소회를 노래하고 있다.
3. 성진선의 시
만촉교쟁피일시(蠻觸交爭彼一時)[만촉이 싸우던 것은 저 그때로니]
지금수복식구자(至今誰復識龜玆)[오늘에 이르러 누가 다시 구자를 알까]
천년왕사혼여몽(千年往事渾如夢)[천 년 지난 일이 흐릿한 꿈과 같은데]
낙일황성만목비(落日荒城滿目悲)[해 떨어지는 낡은 성에 슬픔이 눈에 가득하네].
이 작품은 동래 부사로 재임 중이던 성진선이 1611년(광해군 3) 무렵에 읊은 시이다. 성진선 역시 만촉의 고사를 들어 이 땅에 있었던 사라진 옛 나라를 추억하고 있다. 그는 천 년 전의 작은 나라를 지금 알아주는 이가 없어 ‘흐릿한 꿈’과 같다고 노래하고 있다. 이 역시 쇠락한 옛 나라의 흔적에 대한 서글픈 소회를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4. 강대수의 「장산국(萇山國)」
천재장산국(千載萇山國)[천년 장산국]
유빙고어전(唯憑古語傳)[오직 옛 말에만 의지하여 전하는구나]
흥망수과조(興亡隨過鳥)[흥망은 나그네새를 좇으니]
기지지산전(基址指山田)[그 터전은 산전을 가르친다]
초수매유학(草樹埋幽壑)[풀과 나무로 그윽한 골짜기 묻혀 있고]
운하방해연(雲霞傍海堧)[구름과 노을이 바다 옆 빈 성터에 자욱하네]
유인초독립(遊人悄獨立)[나그네 홀로 서서 근심하노니]
낙일유제견(落日有啼鵑)[해질 무렵 두견새가 우누나].
이 작품은 강대수의 문집인 『한사집(寒沙集)』에 수록되어 있는 「장산국」이라는 제목의 시이다. 강대수가 언제 이 시를 남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그네(遊人)’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 그가 남쪽을 여행하며 동래 지역에 들렀을 때 쓴 것으로 추정된다. “풀과 나무로 그윽한 골짜기 묻혀 있고, 구름과 노을이 바다 옆 빈 성터에 자욱하네.”라는 구절로 보아 그가 황량한 장산국의 옛터를 보고 감회에 젖어 흥망성쇠를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5. 신후재의 「장산국」
불지하대주(不知何代主)[어느 때의 임금인지는 알 수 없지만]
건국차산아(建國此山阿)[이 산언덕에 나라를 세웠네]
흥폐동과조(興廢同過鳥)[흥폐는 나그네새와 같고]
영웅축서파(英雄逐逝波)[영웅은 물결을 따라 떠났네]
황대풍엽랭(荒臺楓葉冷)[황량한 누대, 단풍잎은 얼어 있고]
고루석양다(古壘夕陽多)[옛 진루는 석양에 늘어서 있네]
약마종황토(躍馬終黃土)[달리던 말은 황토에서 죽고]
천추한기마(千秋恨豈磨)[천추의 한은 어디서 갈아 없앨 수 있을까].
신후재의 문집인 『규정집(葵亭集)』에는 「장산국」이라는 제목의 시가 실려 있다. 이 시는 시종일관 사라진 옛 나라에 대한 서글픔과 잊혀진 영웅에 대한 애잔함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영웅은 물결을 따라 떠났네.”라는 구절에서 죽은 영웅을 추모하며 “달리던 말은 황토에서 죽고, 천추의 한은 어디서 갈아 없앨 수 있을까.”라며 영웅과 함께하던 말은 이미 죽었으니 남은 한 역시 풀 수 없음을 한탄하고 있다.
[의의와 평가]
장산국을 노래한 시들은 공통적으로 사라진 옛 나라에 대한 애잔한 정서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선 시대 문인들이 동래 지역의 옛 나라였던 장산국에 대해 어떤 감정을 지녔는지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