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00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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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寅賓軒-古典文學 |
영어의미역 | Classical Literature Singing Inbin-heo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부산광역시 동래구 충렬대로 237 |
시대 | 고려/고려 후기,조선/조선 |
집필자 | 이현호 |
[정의]
고려 후기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기까지 부산의 인빈헌을 노래한 한시 작품.
[개설]
인빈헌(寅賓軒)은 지금의 부산광역시 동래구 수안동의 동래부 동헌 뒤편에 있었던 객사(客舍)의 하나이다. 정확한 창건 연대 및 훼손 시기는 분명하지 않다. 인빈헌의 위치는 지금의 송공단 자리인데, 지대가 높은 동헌 뒤편의 윗자리에 있었던 까닭에 사방을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전망이 좋았다. 그래서 고려 말기부터 동래를 찾았던 문인들은 인빈헌에서 활쏘기를 구경하고 풍악 연주를 들으면서 감회를 시로 남겼던 터라 창작하거나 차운한 여러 편의 시가 남아 있다.
[인빈헌을 노래한 한시]
1. 정포의 「동래잡시(東萊雜詩)」
관사의매오(官舍依梅塢)[관아는 매화 언덕에 의지해 있고]
민거방수미(民居傍水湄)[민가는 물가에 연하여 있네]
순풍유곤곤(淳風猶袞袞)[순풍이 아직도 훨훨 넘치고]
생물거희희(生物擧熙熙)[생물은 모두 화하고 기쁘네]
간객개휴주(看客皆携酒)[손님을 보려고 술 들고 오는데]
위유총희시(爲儒摠喜詩)[선비라곤 모두 시를 즐기네]
심련선경호(心憐仙境好)[이 선경을 내사 사랑하노니]
막견세인지(莫遣世人知)[함부로 세인에게 알리지 마소].
이 시는 정포(鄭誧)[1309~1345]의 「동래잡시」의 첫째 수다. 손님을 보려고 온다는 데서 객사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고 구체적인 지명은 없다. 그러나 『동래부지(東萊府誌)』 인빈헌조(寅賓軒條)에 실려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인빈헌에 현판으로 걸린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술을 들고 손님을 맞이하는 순박한 인심, 인빈헌에서 시를 즐겨 쓰는 문인의 생활, 남에게 알리기 꺼려지는 선경 등 이곳의 주변 상황과 경관 등을 알 수 있다.
2. 최항의 「제동래객사(題東萊客舍)」
춘풍기학백화명(春風騎鶴百花明)[봄바람에 학을 타니 온갖 꽃이 만개한데]
막시요대몽미경(莫是瑤臺夢未驚)[아마도 요대(瑤臺)이리니 꿈이어도 놀랍지 않아라]
자신등영유청골(自信登瀛有凊骨)[절로 믿건대, 영주산에 오르는 청골(凊骨)이 있으리니]
월중청득보허성(月中聽得步虛聲)[달에서도 가벼운 발소리 들을 수 있으리라].
태허정(太虛亭) 최항(崔恒)[1409~1474]이 지은 「제동래객사」도 『동래부지』 「인빈헌조」에 실려 있다. 이 시에 등장하는 요대는 옥으로 장식한 누대로 신선이 거처하는 곳이며, 영주산은 신선계의 산을 가리킨다. 인빈헌에서 맞이하는 봄 풍경이 신선계에 온 듯하니, 작자 자신은 영주산에 오를 수 있는 신선의 풍모를 갖춘 것이 아닐까 하는 심정을 시로 노래하였다.
3. 김석주의 「구풍(颶風)[폭풍]」
우각초수일루광(雨脚初收日漏光)[비 그치자 햇빛 비추는 듯했건만]
구래석주주망망(颶來石走晝茫茫)[자갈 굴러갈 폭풍에 낮조차 어둑해라]
남인구갈무시절(南人裘葛無時節)[남쪽 사람 무시로 갈옷을 구해 입으니]
사월래주해기량(四月萊州海氣涼)[동래에서 사월은 바다 기운에 서늘하구나].
식암(息庵) 김석주(金錫冑)[1635~1715]가 지은 「구풍」도 마찬가지로 『동래부지』 인빈헌조에 실려 있다. 인빈헌 객사에 머무는 도중 비가 그쳐 햇살이 나오나 했더니만 맹렬한 바람이 불어와 따뜻해야 하는 봄 날씨가 바다 기운으로 인하여 가을처럼 서늘해진 상황을 읊조리고 있다.
4. 기타
서거정(徐居正)[1420~1488]의 시가 『동국여지승람』 동래현조(東萊縣條)와 『동래부지』 「인빈헌조」에 각각 실려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지궁남해천중령(地窮南海千重嶺)[땅은 남쪽 바다 일천 겹의 봉우리에 다다랐고]
천친동명만리파(天襯東溟萬里波)[하늘은 동쪽 바다 만 리 물결에 연해 있네].
땅은 남쪽 끝 바다와 접해 있으면서 많은 봉우리가 있으며, 바다는 동쪽으로 드넓은 파도에 이어져 있다고 하여 인빈헌이 있는 곳의 지리적 형세를 웅장하게 표현하였다.
이외에도 『동래부지』 인빈헌조에는 최함일(崔咸一), 이원진(李元鎭), 홍운(洪霣), 김치(金緻), 홍립(洪雴), 홍방(洪䨦), 홍중정(洪重鼎), 성관(成瓘), 홍중하(洪重夏), 홍만조(洪萬朝), 이정신(李正臣), 최종주(崔宗周), 안성(安省), 윤자운(尹子雲), 이지완(李志完), 이안눌(李安訥), 성진선(成晉善), 이경전(李慶全), 이호민(李好閔), 이민구(李敏求), 황여일(黃如一), 김지남(金止男), 조익(趙翊), 정석(鄭晳), 이현기(李玄紀), 이경직(李景稷), 이지익(李之翼), 민희(閔熙), 이만선(李萬選), 박권(朴權), 오명서(吳命瑞)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의의와 평가]
부산의 동래부에 있었던 인빈헌을 다룬 작품은 적지 않게 남아 있는 편이다. 내용은 대체로 인빈헌의 좋은 경치, 지리적 형세, 낯선 바닷가 날씨, 왜구에 대한 비분 등을 다루고 있다. 지방관으로 부임하는 지인에게 쓴 작품과 선조의 시에 차운한 시도 있다. 인빈헌에 대한 고전 문학을 언급할 때 남아 있는 자료 상 『동래부지』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거론한 작품과 작가 모두는 『동래부지』에 의거한 것이다. 『동래부지』는 함관(咸瓘)을 성관(成瓘)이라 표기하는 오류도 있는데, 이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추후 진지하게 고려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문헌 조사의 필요성이다. 『동래부지』 인빈헌조에 실린 작품은 인빈헌의 현판에 걸렸던 작품들로 추정된다. 그러나 문헌 조사 결과 그 문인의 문집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문헌 조사를 통해 기존 작품의 꼼꼼한 재검토 및 새로운 작품 발굴이 요구된다.
둘째는 인빈헌과의 적합성이다. 『동래부지』 인빈헌조에는 동래 지방관으로 부임하는 지인에게 쓴 작품까지 실려 있다. 인빈헌을 소재로 한 작품과 제재로 한 작품을 구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김석주의 「구풍」이란 작품과 같이 인빈헌의 기미조차 찾을 수 없는 작품들도 존재한다. 인빈헌을 노래한 작품에 적합한가에 대한 적법 여부를 판별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