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01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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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夫婦同寢- |
영어의미역 | Never Sharing a Bed between a Married Couple |
이칭/별칭 | 범 교미하는 날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동|금정구 두구동|동래구 |
집필자 | 안미정 |
부산 지역에서 부정을 방지하려고 부부가 동침하지 않는 풍습.
부부 동침 안하기는 주로 동짓날과 곡우일에 부부의 동침을 금하는 풍속이다. 특히 동짓날은 범이 교미하는 날이므로 부부가 함께 자면 부정을 탄다고 믿었다. 만약 동침을 하면 자식이 귀해지거나, 혹은 태어나더라도 좋지 않고, 또 귀신의 시기로 부부 사이에 불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동지는 24절기 중 하나로 대설과 소한 사이에 있으며, 음력 11월 중순[양력 12월 22일 무렵]으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고대인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작은설’이라 하였다. 이날부터 태양이 점점 오래 머물게 되어 날이 길어지므로 한 해의 시작으로 본 것이다. 오늘날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민간에서는 동짓날 부적을 써 악귀를 쫓고, 사(蛇)자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여 뱀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이처럼 동짓날은 한 해를 새로이 맞는 신성한 시간으로, 악하고 부정한 것을 쫓아내고 길흉을 점치던 절기였다. 부부가 서로 동침을 하지 않는 풍속은 신성한 시간임을 상기시키며 사사로이 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행동을 조심시키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동지에 범이 교미한다는 기록은 『회남자(淮南子)』에 나타나 있다. 범은 우리 민속에서 신성시되던 동물 중 하나로, 범날에는 남과 내왕을 삼가거나 여자는 외출을 자제하고, 호환을 피하기 위해서 남의 집에 가서 대소변을 보지 않는 등 행동을 조심하였다.
곡우는 음력 3월 중순 무렵으로 본격적으로 논농사를 시작하는 절기이다. 이때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만드는데, 신성한 곡령(穀靈)을 임하는 날이다. 따라서 이날 역시 동지와 마찬가지로 부정을 쫓고 행동을 조심하기 위해 부부의 동침을 금하였다.
강서구 가덕도동에서는 곡우에 동침을 하면 태풍이 오고 조개가 개구리 소리를 내며, 아이가 병을 앓게 된다고 한다. 금정구 두구동 중리 마을에서는 벼농사가 잘 안된다고 믿었다. 이외에도 동래구, 금정구 두구동 등지에서는 동짓날은 범이 교미하는 날, 합궁하는 날이라 부정을 피하기 위해 부부가 동침하는 것을 금하였다.
동짓날에는 팥죽과 관련된 ‘팥죽 뿌리기’, ‘팥죽 뱃고사’, ‘팥죽점치기’, ‘동지 불공’, ‘고목제’ 등의 다양한 풍속이 행해진다.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뿌려 잡귀를 쫓고 액(厄)을 막는 것이 대표적인 행위이다. 남구에서는 주부가 대들보 밑이나 부엌, 화장실, 대문 등에 팥죽을 뿌렸다. 초열흘 안에 동지가 들어 있으면 ‘애기 동지’라 하여 팔죽을 하지 않고 찰밥을 먹었다. 동래구에도 동일한 풍속이 있는데, 팥죽을 끓이면 나이 어린 사람이나 집안의 아픈 사람에게 좋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팥죽 점을 보기도 했는데 팥죽 점에 대한 해석은 동네마다 다르다. 『동래구지(東萊區誌)』를 보면 그릇에 담아 둔 동지 팥죽이 많이 갈라지면 이듬해 시절이 좋다고 하고, 동지 팥죽을 열 두 그릇 떠 놓고 이듬해의 각 달의 기후를 점쳐 많이 갈라지는 그릇의 달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반면 『남구지(南區誌)』에서는 팥죽의 위가 갈라지면 이듬해 가뭄이 심하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