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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501478
한자 方言
영어음역 bangeon
영어의미역 dialects
이칭/별칭 진도사투리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전라남도 진도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기갑

[정의]

전라남도 진도지역에서 쓰이는 토박이 언어를 통칭하는 말.

[개설]

진도 방언은 적어도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전라남도 전역에서 두루 쓰이는 방언, 전라남도의 하위 방언인 서남부 방언[무안, 목포, 영암, 신안, 완도, 진도, 해남, 강진, 장흥 등의 방언]에 속하는 요소, 그리고 진도 지역에서만 쓰이는 고유한 표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세 요소는 진도 방언에서 ‘전라남도 전역 〉서남부 전라남도 〉진도’ 등의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는 전라남도 전역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방언은 제외하고, 전라남도의 서남부와 진도에서만 확인되는 언어적 현상만을 기술하려 한다. 이 글의 상당 부분은 최소심[1990]과 채정례[1992],이기갑[2009] 의 구술 담화 자료에 바탕을 두었다.

[음운적 특징]

1. 자음의 탈락

모음과 /ㅣ/ 사이에서 /ㄴ/이 탈락된다. ‘할마이[=할머니], 어머이[=어머니], 주마이[=주머니], 그라이[=그러니], 오이라[=오너라], 이마이나[=이만큼이나], 꺼마이[=꺼멓게], 마이[=많이]’ 등이 이런 예이다. /ㄴ/은 반모음 /j/ 앞에서도 탈락될 수 있다[예: 이역[=이녁], 지역[←지역. =저녁]]. /ㄴ/ 이외의 다른 자음도 모음 또는 비자음과 /ㅣ/[또는 반모음 /j/)] 사이에서 탈락을 겪기도 하는데, ‘머이마[=사내], 가이나[=계집]’는 /ㅅ/, ‘비ː땅’[=부지깽이], ‘모냐’[←몬자. =먼저], 까양[←까장. =까지]는 /ㅈ/, ‘어이서’[=어디서]는 /ㄷ/, ‘따이로’[=땅으로]는 /ㅇ/이 각각 탈락한 것이다.

2. 모음 /ㅜ/의 탈락

진도 방언에서는 /ㅜ/ 모음이 탈락되는 경우가 흔히 발견된다. 예를 들어 ‘배우다’는 진도 방언에서 ‘배ː다’처럼 /ㅜ/가 탈락하면서 첫 음절이 길게 소리 난다. 이 장음화는 한 음절이 줄어든 것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나 셋째 등 한 집안의 아이 가운데 중간에 끼인 자식을 가리키는 말인 ‘간ː뎃놈’도 원래는 ‘가운뎃놈’에서 변화한 것이다. ‘나누다’를 ‘난ː다’로 발음하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전라남도의 다른 지역에서도 /ㅣ/와 /ㅜ/가 결합될 경우 /ㅜ/가 탈락되기도 하지만[예; 피ː다[=피우다], 키ː다[=키우다], 치ː다[=치우다]], 진도 방언처럼 /ㅣ/ 이외의 모음 다음에서 /ㅜ/가 탈락되는 경우는 드물다.

3. 유추

‘작은딸’을 가리키는 ‘장가이나’ 또는 ‘장가’에서 ‘장’은 ‘작은’에서 온 말이다. ‘작은’이 ‘장’이 되려면 ‘자근 → 잔 → 장’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야 하지만, ‘자근 → 잔’의 변화는 결코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자근 → 잔’은 아마도 ‘작은’의 반의어인 ‘큰’과 끝소리를 맞추기 위한 결과로 보인다. 경상도 방언에서 ‘못’을 ‘몬’이라 하는 것도 유사한 부정어인 ‘안’ 때문이다. 이처럼 의미적으로 관련 있는 낱말들끼리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려는 유추 작용은 여러 언어에서 확인되는 보편적 현상이다.

[문법적 특징]

1. 어미 -읍닌자/-읍딘자

진도 방언에는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로 ‘-읍닌자’와 ‘-읍딘자’가 있다. 이것은 중앙어의 ‘-읍니까’와 ‘-읍디까’에 대응하는 방언형이다. ‘다섯을 안 낳았습닌자?’, ‘의신면 사람 아닙닌자?’, ‘백파장같이 물도 없을랍딘자?’, ‘뭣 할라고 오락했습딘자?’, ‘나무를 이케 요리케 덴 거 안 있십딘자, 소 앞에 보먼?’, ‘그전에 그 영감님을 사과[=사귀어]갖고 배를 한나 쬐깐한 것을 안 샀습딘짜?’처럼 쓰인다.

이 ‘-읍닌자’와 ‘-읍딘자’의 ‘-자’는 기원적으로 ‘-갸’가 구개음화를 겪고, 여기에 /ㄴ/이 첨가된 것이다. 즉 ‘-읍니갸 〉 -읍니자 〉 -읍닌자’, ‘-습니갸 〉 -습니자 〉 -습닌자’ 등의 변화를 겪었다. 일반적으로 구개음화는 낱말의 첫 음절에서 일어나는데, 이 경우는 어미의 끝 음절에서 일어나 매우 이례적이다. 실제 진도에서는 ‘갔습니꺄?’, ‘보셌습니꺄?’처럼 ‘-습니꺄’의 예가 확인된다. ‘-읍닌자’와 ‘-습닌자’는 때로 ‘-음자’나 ‘-슴자’ 등으로 축약되어 쓰이기도 한다. 또한 ‘-갸’는 ‘-꺄’로도 변이하는데, 이에 따라 ‘-읍닌짜’나 ‘-습닌짜’ 또는 ‘-음짜’, ‘-슴짜’ 등의 어형이 생기기도 한다. ‘그라믄 검불 같은 것은 잡것은 싹 나가고 알따구는 무겅께 인자 쏟아질 거 아님짜?’, ‘인자 첨에 달아 놓먼 아프 거 아님짜?’, ‘그 다음에는 주로 배추를 소숫자로 하는데, 주로 해남이 배추 본고장 아니띰자?’ 등이 이런 예이다.

2. -게

‘-게’는 ‘자네’라고 부를 만한 상대방에게 하는 명령법 어미이다. 이 ‘-게’는 진도를 비롯하여 해남, 완도, 신안 일부 지역 등 전라남도 서남해의 몇 지역에서만 쓰인다. 나머지 전라남도 방언의 대부분은 ‘-소’를 사용한다. 중앙어에서 ‘-소’는 16세기에 나타나고 ‘-게’는 17세기 이후에나 보이므로 ‘-소 〉 -게’의 대체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라남도의 내륙지방은 고형을 쓰고 진도를 비롯한 서남해 일부 지역은 후대형을 쓰는 셈이다. 왜 이들 섬 지역이 중앙어와 같은 신형을 쓰는지는 의문이다. ‘한턱얼 내게.’, ‘거 보게. 그랑께 오늘 닭 잡아서 한턱 옳게 주게.’ 등이 이런 예이다. 그밖에 해남, 완도 등 진도 인근 지역에서도 ‘-게’가 쓰인다. 예를 들어 ‘어야, 총각님 총각님! 나 조깐 숨켜 주게.’[해남], ‘동네방네 사람들 다 들어 보게.’[해남], ‘오늘은 일찍허니 저 건너 마을에 건너가서 계란 한나 구해다 주게.’[해남], ‘자네 나 한 대로 하게, 나 시킨 대로ᅌᅵ.’[해남] 등을 들 수 있다. 이 ‘-게’는 친근한 손위 사람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데, 아들이 어머니에게 하는 말인 ‘엄매 옷 한나 맞춰 주게’, 여동생이 언니에게 하는 ‘성은 여가 꼭 앉었게!’ 등이 이런 용법을 보여 준다.

3. -만다고

진도 지역에서 쓰이는 어미 ‘-만다고’는 기원적으로 ‘-으마고 한다’에서 축약된 말이다. 전라남도의 내륙지역 방언에서는 ‘-으마고 한다’가 결코 ‘-으만다’로 축약되지 않지만 진도나 완도 등 서남해안 지역 일부에서는 이러한 축약이 일어나면서, 일인칭 주어의 의지를 나타내게 된다. 중앙어로 옮긴다면 ‘-겠다고’ 정도가 될 것이다. ‘초파일날 해남 대흥사를 가 봉께 영산홍, 자산홍 꽃나무가 있는데 내가 그 꽃을 좋아항께 그 나무럴 두 그루 주만다고라우. 절에서 만났던 어떤 사람이.’, ‘내 새끼는 이왕 병신 됐제마는 고놈만큼은 고챠 주라고, 막 하라는 대로 하만다고 엎져서 막 빌었당께라우.’, ‘가서 식당에가 고급으로 밥 많이 담으라고, 돈 더 주만다고 그랬소. 이 씰게 없는 에펜네가.’ 등에서 ‘-만다고’의 쓰임을 확인할 수 있다.

4. -음시다

진도 방언에는 말할 이의 의도를 나타내는 ‘-음시다’가 있다. 표준어의 경우 말할 이의 의도를 나타내는 어미로 상대높임의 위계에 따라 아주낮춤의 ‘-으마’와 예사낮춤의 ‘-음세’의 두 가지가 있고, 높임의 경우 ‘-겠소’나 ‘-겠습니다’처럼 안맺음씨끝 ‘-겠-’을 포함한 복합적인 형태적 구성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반면 진도 방언은 높임의 어미 ‘-음시다’가 자리 잡으면서 위계에 따른 ‘-으마’, ‘-음세’, ‘-음시다’의 삼분적인 어미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따라서 ‘-음시다’는 표준어의 ‘-겠소’나 ‘-겠습니다’에 대응하는 어미인 셈이다. ‘보고 싶으먼 이따 내가 베 줌시다[=보여 주겠소], 우리 집이 있소.’, ‘쭉 이따 베 줌시다마는[=보여 주겠소마는], 고놈이로 인자.’, ‘할[=활]이 어찌게 생겠는가니[=생겼는고 하니] 내가 갈차 줌시다[=가르쳐 주겠소].’, ‘암 제 해 줌시다.[=아무 때 해 주겠소]’ 등의 예가 확인된다.

5. -은다꾸나

진도 방언에서는 상대에 대한 권유를 나타내는 말로 ‘-은다꾸나’와 같은 어미가 쓰인다. 예를 들어 ‘빨리 간다꾸나.’[=빨리 가려무나], ‘존 대로 한다꾸나.’[=좋을 대로 하려무나] 등이 이를 보여 준다. 표준어는 ‘-자꾸나’처럼 청유의 ‘-자’를 친밀하게 하는 말로 ‘꾸나’가 덧붙는 수가 있는데, 진도 방언은 이 밖에 서술형 어미 ‘-은다’에 ‘꾸나’가 덧붙어 완곡한 명령인 권유를 나타내는 것이다. ‘-은다꾸나’는 표준어의 ‘-으려무나’에 대응시킬 수 있을 것이다.

6. ‘-어사라’와 ‘이사라’

연결어미 ‘-어야’는 진도 방언에서 ‘-어야’와 함께 ‘-어사’, ‘-어사라/어서라’로도 쓰인다. 예를 들어 ‘막어사 물이 안 흘르제.’, ‘간다먼 못 가게 막어사제.’, ‘말얼 당체 들어사제.’는 ‘-어사’가 쓰인 경우이고, ‘양짝이 같어사라 쓰제.’[=양쪽이 같아야 되지.], ‘많썩 먹어사라 일도 잘하제.’[=많이씩 먹어야 일도 잘하지.], ‘이녁이 여자하고 멀리 함시로 약을 먹어서라 효과가 있다 그래서 혼자 보약을 먹었어.’는 ‘-어사라/어서라’가 쓰인 경우이다. ‘-어야’가 중세어에서 ‘-어ᅀᅡ’였음을 고려하면, ‘-어사’는 ‘-어ᅀᅡ’의 후대형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ㅿ/이 방언에 따라 탈락하거나 /ㅅ/으로의 변화를 겪은 셈이다. ‘-어사’는 전라남도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형이다. 그런데 진도 방언은 이에 더하여 ‘-어사라’처럼 형태 ‘라’를 덧붙인 형을 쓰고 있다. ‘-어사라’는 ‘-어사’를 강조하는 표현이므로 덧붙는 ‘라’는 강조의 기능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지정사 ‘이다’에 연결어미 ‘-어야’가 결합하면 ‘이라야’가 된다. 이 ‘이라야’는 명사 뒤에 붙어 조사로 재구조화되어 쓰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이라야’의 진도 방언형은 ‘이라사’가 될 것인데, 실제로 진도 방언은 ‘이라사’ 대신 ‘이사라’가 쓰인다. 예를 들어 ‘가그덜이사라 즈가배가 부장께 그케 써도 되겄제.’[=걔들이야 저희 아버지가 부자니까 그렇게 써도 되겠지.]처럼 쓰이는 것이다. ‘이라서 → 이사라’의 변화는 결과적으로 음절의 자리 바꿈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바꿈의 동기는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연결어미 ‘-어사라’와의 유추 때문으로 생각된다.

7. 조사 ‘이람닌자/이람짜’와 ‘이랑가’

앞에서 언급한 높임의 의문형 어미 ‘-읍닌자’는 지정사 ‘이-’ 다음에 붙는 어미 ‘-라’ 뒤에 쓰여 ‘-랍닌자’로 쓰이는데, 지정사와의 결합형 ‘이랍닌자’는 조사로 재구조화 되어 ‘이람닌자’로 쓰이고, 줄어서 ‘이람짜’로 쓰이기도 한다. 조사 ‘이람닌자’는 반말의 표현 다음에 쓰여 상대에 대한 높임을 나타내기 때문에 기능과 분포에서는 표준어의 높임 조사 ‘요’에 대응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언에는 이미 조사 ‘요’에 대응하는 조사로 ‘이라우’ 또는 ‘이라’가 있기 때문에 ‘-이람닌자’는 이보다 약간 높은 위계의 조사라 할 수 있다. 표준어의 ‘해요’와 ‘하십시오’의 차이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이것은 기원적으로 ‘이라우’에 종결어미 ‘-오’가 포함되어 있는 반면, ‘이람닌자/이람짜’에는 ‘-읍니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오체’와 ‘합쇼체’와의 위계상의 차이가 재구조화된 조사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람닌자/이람짜’가 조사로 쓰인 예로 ‘우리 함마니가 진도서 왔어람닌자.’, ‘나럴 암컷도 보도 안하고 시집얼 보냈어람닌자.’, ‘그라지람짜.’, ‘맞지람짜.’, ‘옳은 말씸이지람짜.’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의문형 어미 ‘-은가’가 내포문의 지정사 종결어미 결합형 ‘이라’와 합쳐지면 ‘이란가’가 되는데, 이것이 ‘이람닌자/이람짜’와 마찬가지로 조사로 재구조화되면 ‘이랑가’가 되어 일정한 상대높임의 위계를 나타내는 기능을 하게 된다. ‘-은가’가 기본적으로 예사높임을 나타내는 어미이므로 조사 ‘이랑가’ 역시 이 위계를 갖는다. 예를 들어 ‘그때게 내가 진도에 갔어랑가.’[=그때에 내가 진도에 갔네.], ‘그래 갖고랑가 다 죽어 불었제랑가.’[=그래 가지고 다 죽어 버렸지.]처럼 쓰일 수 있다. 결국 진도의 방언은 조사로써 상대높임을 나타내기 위해 ‘야’, ‘이랑가’, ‘이라우/이라’, ‘이람닌자/이람짜’의 네 단계 위계 체계를 갖게 되는데, 이러한 사분 체계는 전라남도 내륙의 이분 체계에 비해 매우 세분화된 것이다. 진도뿐만 아니라 완도 지역도 같은 양상을 보인다.

8. 강세접미사 ‘-씨-’

접미사 ‘-씨-’는 자동사를 타동사로 만들거나, 타동사에 결합하여 강한 동작을 나타내는 점에서 중앙어의 ‘-뜨리-’에 대응한다. 예를 들어 ‘벌씨다’[=벌리다], ‘일씨다’[=일으키다], 쪼굴씨다[=쪼그라뜨리다]의 ‘-씨-’는 타동사를 만들며, ‘오굴씨다’는 타동사 ‘오굴다’의 강조형이다. ‘덮거나 가린 것을 한 부분만 걷어 쳐들거나 잦히다’의 뜻을 갖는 ‘떠들씨다’ 역시 타동사 ‘떠들다’의 강조형이다. 이 ‘-씨-’는 진도를 비롯한 서남해 지역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전라남도의 내륙에서는 ‘-치-’가 쓰인다. 그래서 ‘오굴씨다’에 대한 내륙 방언형은 ‘오굴치다, ‘쪼굴씨다’의 내륙형은 ‘쪼글치다’나 ‘쭈글치다’가 될 것이다.

9. 파생접미사 ‘-읍-’과 ‘-드락신하-’

진도 방언은 전라남도 내륙 지방의 형용사에 접미사 ‘-읍-’을 결합시켜 새로운 방언형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중하다, 귀하다, 독하다, 간사하다, 맛나다, 서툴다’ 등의 내륙 방언형에 대해 진도 방언은 각각 ‘중합다, 귀합다, 독합다, 간삽다, 맛납다, 서투룹다’ 등을 사용한다. 이 ‘-읍-’은 진도뿐 아니라 전라남도의 서남해안 지역에서 주로 나타난다.

한편 중앙어의 ‘-다랗-’에 대해 전라남도 방언은 ‘-드라하-’ 또는 ‘-드란하-’를 대응시키는데, 진도 방언은 ‘-드락신하-’가 대응되는 수가 있다. ‘커다랗다’에 대한 ‘크드락신하다’는 진도 방언에서 ‘크닥신하다’로 변이되는데, 같은 성격의 변화가 내륙에서도 확인된다[예: 지드란하다 → 지단하다/지댐하다].

10. ‘-기’ 부정문

한국어 부정문은 기본적으로 부정어 ‘안’을 이용한다. 그래서 동사 ‘보다’를 부정하려면 ‘안 본다’와 ‘보지 않는다’와 같은 두 가지의 부정 형식이 가능하다. 전자를 직접부정, 후자를 간접부장 또는 대용부정이라 부른다. 전라남도 방언은 ‘안 본다’와 같은 직접부정을 선호하며, 대용부정은 ‘않다’ 대신 ‘안허다’를 사용하고 본동사의 어미 ‘-지’를 잘 사용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보지 않는다’보다는 ‘보도 안헌다’, ‘보들 안헌다’, ‘보든 안헌다’처럼 ‘-지’ 없는 구성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진도 지역에서는 어미 ‘-지’ 대신 명사형 어미 ‘-기’를 이용한 ‘-기는 안헌다’와 같은 구성을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런 데는 젓을 잘 안 담으요. 기양 장사 오먼 사가지고 기양 이 짐장만 하제 담어 놓기는 안해요.’와 같은 예에서 밑줄 친 부분은 표준어의 ‘담가 놓지는 않아요’에 대응시킬 수 있다. 이 부분을 전형적인 전라남도 방언으로 바꾸면 ‘담어 놓든 안해요’와 같이 될 것이다. 물론 후자는 진도 방언에서도 가능한 표현이므로 진도 방언은 대용부정으로서 ‘-지 안헌다’와 ‘-기 안헌다’의 두 가지 구성이 모두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기 안헌다’는 언제나 ‘-기’ 뒤에 조사가 와야 하는 특징이 있다. ‘담어 놓기는 안해요’에서도 보조사 ‘는’이 덧붙어 있다. 여기에서 보듯이 ‘-지’ 대신 명사형 ‘-기’를 사용하여 대용부정을 만드는 것이 진도 지역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11. 놈

‘놈’은 ‘사람’의 낮춤말일 뿐만 아니라 사물을 가리키는 기능을 하는 말이다. 그런데 진도 방언에서는 이를 넘어서 추상적인 사태를 가리키는 데도 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구렝이덜이 나오는 놈에 못 살겄데.’[=구렁이들이 나오는 통에 못 살겠데.]와 같이 쓰이는 것이다. ‘놈’의 의미가 ‘사람→사물→추상적 사태’와 같은 3단계의 의미 변화를 겪는 점이 이 단계의 의미 변화를 겪는 다른 방언과의 차이를 보여 준다.

[어휘적 특징]

1. 친족어

부모에 대한 명칭으로서 ‘아배’와 ‘엄매’가 선호된다. 물론 화자에 따라 ‘아부이’, ‘어머이’ 등이 쓰이는 수도 있기는 하다. 그밖에 시어머니에 대해 ‘씨엄씨’나 ‘씨엄매’, 시아버지에 대해 ‘씨압씨’ 등이 쓰인다. 조부모에 대한 지칭으로서 ‘하납씨’와 ‘함마니’, ‘함씨’ 등이 있다. 여기에도 ‘할바이’나 ‘할마이’ 등이 쓰이기도 한다.

여자의 경우 언니를 ‘성’이라 부르며, 동생은 남녀 가리지 않고 ‘동승’ 또는 ‘동숭’으로 부른다. 올케 가운데 오빠의 부인을 ‘오라부성’, 남동생의 부인을 ‘동숭에지섬’이라 한다. ‘동숭에지섬’은 기원적으로 ‘동숭-에-지-ㅅ-엄’으로 분석되는데 〈동생의 지어미〉를 뜻한다. 이때 ‘짓’은 ‘집’의 관형형으로서 ‘집의’의 뜻을 갖는다. 그러므로 ‘지섬’은 ‘집의 어미’ 곧 ‘지어미’인 것이다. 중앙아시아 고려말에서는 손위 올케를 ‘올찌세미’라 하는데 이 역시 ‘올-ㅅ-지-ㅅ-어미’로 분석되는 말로서 〈오라비의 지어미〉를 뜻한다. ‘오라부성’이나 ‘동숭에지섬’은 진도, 신안 등 서남해 섬 지역에서 주로 쓰이는데, 전라남도의 나머지 지역에서는 이에 대해 ‘오라부덕’과 ‘동상아덕’이 쓰여 이들 지역과 대립을 보인다.

남편의 남자 형제 가운데 특히 시동생을 ‘씨아잡씨’라 한다. ‘씨아잡씨’의 ‘아잡씨’는 ‘앚-압씨’로 분석되는데 ‘앚’은 ‘작은’을 의미하는 말이다. 따라서 ‘아잡씨’는 기원적으로 ‘작은아버지’를 뜻한다. 전라남도의 다른 지역에서는 ‘씨아잡씨’에 대해 ‘시아재’를 쓴다. 반면 시아주버니는 ‘시숙’이라는 말을 쓴다. ‘아잡씨’는 이처럼 시동생을 가리키는 말이기는 하지만, 여성들이 동네의 아저씨를 가리킬 때도 쓰인다. 그래서 이는 여성 전용의 말인 셈이다. 반면 남자들은 동네 아저씨를 가리켜 ‘삼춘’이라고 부른다.

아내의 언니, 즉 처형(妻兄)을 진도에서는 ‘가세아짐씨’라 한다. ‘가세’는 ‘가시’의 변이형으로서, ‘가시’는 중세어에서 ‘갓’으로 쓰이는데, 결혼한 여인인 부인이나 아내를 가리키며, 결혼 이전의 여성인 ‘겨집’과 대립하였던 낱말이다. 진도에서도 ‘암내’를 가리켜 ‘갓내’라고 하는데 여기에 ‘갓’이 남아 있다. ‘가세아짐씨’는 처가의 아주머니라는 뜻이므로 처형을 의미하게 된다. ‘가세아짐씨’에서 보듯 진도에는 ‘아짐’과 ‘아짐씨’라는 말이 쓰이는데, ‘아짐’이 ‘아짐씨’보다 더 높이는 말맛이 있다. 그래서 남자가 제수를 가리켜 ‘아짐씨’라 하지만, 형수에게는 ‘아짐’이라고 해야 한다. ‘아짐’은 숙모 항렬의 친척 여성을 가리킬 때도 쓰지만, 친척이 아니더라도 동네의 여자 어른에게 쓸 수 있다.

2. 아이의 속명과 택호

아이가 정식 이름을 갖기 전에 집에서 부르는 속명을 짓는 방식이 진도 지역에서는 따로 있다. 아이의 속명은 세 가지의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는 아이의 출생 순서이다. 표준어에서 맏이에 대해서는 ‘맏아들/큰아들’, ‘큰애’ 등이 쓰이고, 제일 끝에 낳은 아이는 ‘막내’나 ‘막둥이’ 등이 쓰이는 것과 같다. 이처럼 표준어나 다른 방언에서는 대체로 맏이와 막내의 두 순서를 구별하고, 이를 더욱 세분할 경우 ‘셋째, 넷째’와 같은 서수사를 사용한다. 반면 진도 방언에서는 아이의 성별에 따라 남자인 경우 접미사 ‘-바’, 여자인 경우 접미사 ‘-단이’이나 ‘-심이’를 결합하고 여기에 수관형사를 덧붙인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진도에서는 남자의 경우 ‘큰놈, 두바, 시바, 니바, 오바…’와 같은 이름이 정해지고, 여자는 ‘큰년, 장가이나, 시단이, 니단이, 오단이…’처럼 불리게 된다. 맏이에 대해 관형어 ‘큰’을 사용하는 것과 ‘놈/년’과 같은 비하의 명사를 사용하는 것이 특이한데, 이는 특히 부모가 자식을 가리킬 때 사용된다. ‘-바’나 ‘-단이’에 붙는 ‘두, 시, 니’는 수관형사인데 다섯부터는 ‘오바’나 ‘오단이’처럼 한자어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둘째 딸을 ‘장가이나’로 부르는 것이 흥미로운데, ‘장가이나’는 ‘작은가이나’의 준말이다.

속명의 둘째 방식은 어머니의 친정[즉 아이의 외가] 지명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도 아이의 성별에 따라 남자이면 ‘-바’[진도 본섬]나 ‘-수’[조도], 여자이면 ‘심이’나 ‘단이’를 붙인다. 그래서 만약 어머니의 친정이 진도 본섬의 ‘대삿골’이면 아이의 이름은 ‘대바’나 ‘대심이’, 볼매[관매도]에서 시집온 여자의 아들은 ‘볼매수’, 딸은 ‘볼매단이’로 불리게 될 것이다. 진도 읍내에서 시집온 여자의 맏딸을 가리키는 ‘골단이’라는 속명 역시 이 방식을 따른 것인데, 이때 ‘골’은 ‘고을’의 준말이다.

속명의 세 번째 방식은 아이의 성격이나 외모 등의 특징으로 부르는 것인데, 이때도 접미사 ‘-바’나 ‘-단이’가 쓰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방식에 의해 만들어진 속명의 예를 들면, 남자의 경우 ‘꼬시락바[=곱슬머리의 남자아이], 도추바[=짱구], 둑바[=고집쟁이], 쌍바[=쌍둥이 남자아이], 억지바[=억지를 잘 부리는 남자아이], 뺀잭바[=뱁새눈을 가진 남자아이], 건덕꿀바[=덜렁이], 공택바[=공짜를 좋아하는 남자아이]’ 등이 있고, 여자는 ‘뺀잭단이[=뱁새눈을 가진 여자아이], 뽀꿀단이/삐꿀단이[=잘 토라지는 여자아이], 꼬시락단이[=곱슬머리의 여자아이], 싸납단이[=성깔이 있는 여자아이], 모단이[=모 심은 날 낳은 여자아이]’ 등을 들 수 있다. 전라남도의 신안 등지에서는 이러한 경우 ‘-바’ 대신 ‘-수’를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진도와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꾀수[=꾀보], 도망수[=잘 도망 다니는 사람], 대갈수[=머리가 큰 아이], 묵수[=먹보], 길수[=게으름뱅이], 폰수[=아이의 명을 길게 하기 위해 무당에게 판 아이], 뜽금수[=예상치 못하게 태어난 아이], 떠벅수[=떠버리]’ 등이 그런 예이다.

3. 택호(宅號)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택호는 집주인의 벼슬 이름, 또는 처가나 본인의 고향 이름 따위를 붙여서 그 집을 부르는 말로 정의된다. 즉 결혼한 남성이나 여성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 때문에, 남성은 가지고 있는 벼슬, 직업 또는 처가의 지명으로써 해당 남성을 우회적으로 부르거나 가리키고, 전통적으로 벼슬이나 관직을 갖지 못한 여성은 친정의 지명을 호칭과 지칭으로 삼았다. 한 마을로 시집온 부인네들을 부르거나 가리킬 때, 이름 대신 가장 효과적인 구분법은 그 여성의 친정 지명일 것이므로 이러한 택호는 매우 유효한 명명 방식이었던 셈이다. 이때 여성의 친정 지명에 접미사 ‘-댁’을 붙이는 것이 택호의 일반적인 방식이었으며, 이 방식은 전라남도의 내륙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댁’은 전라남도의 내륙에서 ‘-떡’으로 발음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아마도 사이시옷이 개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주떡’은 ‘나줏덕’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전라남도 내륙의 양상과 달리 섬 지역은 ‘-떡’을 쓰지 않으며, 대신 접미사 ‘-네’를 사용한다. 그리고 ‘-네’ 앞에 오는 말은 아이의 이름이나 친정 지명 둘 다 가능하다. 아이의 이름은 앞서 언급한 아이의 속명이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아이의 외가, 즉 엄마의 친정이 ‘괴들’이라면 그 아이의 속명은 ‘괴들바’ 또는 ‘괴들단이’가 될 것이고, 이에 따라 그 엄마의 택호는 ‘괴들바네’ 또는 ‘괴들단네’가 될 것이다. 물론 ‘괴들바네엄매’나 ‘괴들단네엄매’와 같은 표현도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 친정 지명과 접미사 ‘-네’의 결합으로써 택호를 삼을 수 있는데, 지명 ‘괴들’의 한자어인 ‘고야리’가 행정 지명이므로 이를 이용하여 ‘괴들아’ 또는 ‘고야리네’로 시부모가 며느리를 부르거나 가리킬 수 있는 것이다. ‘괴들아’의 ‘아’는 ‘아이’의 뜻이다.

그런데 현재 살고 있는 마을과 같은 마을에서, 즉 마을 안에서 혼인이 이루어졌을 경우는 ‘동네바네/동네수네’나 ‘동네단네’와 같은 말이 쓰인다. 같은 마을 안에서 시집온 여성들의 택호는 전라남도 신안 지역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신안의 하의면에서는 ‘본토수네’, 신의면은 ‘한몰수네’라는 택호를 사용한다. 접미사 ‘-댁’을 사용하는 전라남도 내륙의 경우, 같은 마을 안에서 혼인이 이루어진 경우, 전라남도 광양은 ‘제동떼기’, 전라남도 내륙은 ‘담안떡’ 등이 사용된다.

4. 그밖의 낱말

① 진도에서 쓰이는 ‘낫살’ 또는 ‘납살’은 중앙어와 의미가 다르다. 중앙어의 ‘낫살’은 ‘나잇살’의 준말로서 ‘지긋한 나이를 낮잡아’ 이를 때 쓰는 말이지만, 진도에서는 이러한 비하의 기능도 없고, 나이가 지긋한 경우에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내 납살이 올해 예순일곱’, ‘호적 나이가 현 납살보다 시살이 적으요.’ 등의 예가 이러한 용법을 보여 준다.

② 진도 방언에서 부사 ‘짠뜩’은 ‘아주’나 ‘매우’의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짠뜩 급항께’, ‘잔뜩 졸라쌍께’, ‘내가 짠뜩 웅께’, ‘짠뜩 아푸고 짠뜩 못 젼디먼’ 등과 같이 쓰이는데, 중앙어에서 이러한 예들은 성립되지 않는다(비교: 중앙어의 ‘날씨가 잔뜩 흐리다’/‘얼굴을 잔뜩 찌푸리다’).

③ 진도에서 마루는 ‘반침’이라 부르며, 중앙어 ‘마루’와 어원이 같은 ‘마래’는 마루방을 가리킨다. 이 ‘마래’는 안방 옆에 붙어서 물건이나 곡식 등을 넣어 두는 방의 하나라는 점에서 중앙어 ‘마루’와는 다르다.

④ 진도의 독특한 낱말인 ‘누산네’는 ‘누구’ 또는 ‘아무개’ 등의 의미를 갖는데, 기원적으로 ‘누구사람네’에서 온 것이다. ‘할 수 없이 가자고 여그럴 왔드라고라 누산네하고’, ‘누산네가 “내가 장구 딱 잡고 있으면 다 될 것이요” 이라고 합디다’처럼 쓰인다. 한편 ‘누사람네’가 ‘누산네/누삼네’로 줄어 쓰이듯, ‘그 사람네’는 ‘그삼네’로 줄어서 쓰이는데 ‘그이’와 같은 인칭대명사 역할을 한다. ‘그삼네’ 외에 ‘이삼네’, ‘저삼네’도 가능하며 이들은 각각 ‘이이’, ‘저이’에 해당하는 진도 방언의 삼인칭 대명사라 할 수 있다.

⑤ 흙덩이는 진도 방언에서 ‘흑덩구’라 한다. ‘덩이’에 대한 ‘덩구’의 대응이 특징적이다. 한편 논이나 밭에 있는 흙덩이를 깨는 도구로 진도에서 ‘곰배’가 쓰이는데 이는 표준어의 ‘곰방메’에 대응한다. 곰방메는 그 모양이 한자 ‘정(丁)’처럼 생긴 것인데, 정(丁)을 흔히 ‘곰배 정’이라 부르는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⑥ 형용사 ‘신하다’ 또는 ‘신합다’는 진도 방언에서 독점적으로 쓰이는 말인데, 주로 여성들의 일솜씨가 뛰어난 경우를 가리킨다. 전라남도 내륙에서는 이 경우 ‘매시랍다’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신하다/신합다’는 이에 대응하는 진도 방언형인 셈이다.

⑦ 동사 ‘때루다’는 샘에서 물이 고이는 족족 바가지로 샘 바닥의 물을 훑어 내는 동작을 가리키는 말이다. 육지와 달리 물이 부족한 섬 지역에서 필요한 동사라 할 수 있다.

⑧ 진도 방언의 ‘뒤리다/디리다’는 바람의 힘을 이용하여 검불 등을 없애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검불이 섞인 곡식을 위에서 내려뜨리면서 키나 부채 등을 이용하여 바람을 불러 일으켜 검불 등을 제거하는 것이다. 표준어에도 ‘드리다’란 말이 이런 의미를 나타내는데, ‘뒤리다/디리다’는 ‘드리다’의 방언형이다.

⑨ 집터에 딸리거나 집 가까이 있는 밭을 ‘텃밭’이라 하는데, 이에 유추적으로 생겨난 말로 진도 방언의 ‘텃논’이 있다. ‘텃논’은 ‘텃밭’과 마찬가지로 집 가까이에 있는 논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람이 사는 집 가까이에 있는 논은 물이 오염되어 간기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곳에서 자라나는 곡식을 진도 방언에서는 ‘건다리’라 한다. 건다리는 웃자랄 뿐 아니라 열매도 부실한 것이 일반적이다.

⑩ 벼, 보리 따위 곡식에서 꽃이 피고 꽃대의 끝에 열매가 더부룩하게 많이 열리는 부분을 ‘이삭’이라 하며, 전라남도 방언에서는 고개 숙인 사람의 신체에 비유하여 ‘모가지’라 한다. 표준어에서도 ‘모개’라는 말이 곡식의 이삭이 달린 부분을 가리킨다. 진도 방언은 이처럼 ‘이삭’, ‘모가지’, ‘모개’ 등의 말에 유추하여 ‘이가지’와 ‘이개’와 같은 말들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가지’는 ‘이삭+모가지’, ‘이개’는 ‘이삭+모개’의 혼태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⑪ 남의 소를 송아지 때 가져다가 길러서, 다 자라거나 새끼를 낳으면 원래 주인과 그 이득을 나누어 가지기로 하고 기르는 소를 표준어에서는 ‘배냇소’라 하는데, 진도에서는 ‘바내소’라는 말을 쓴다. ‘바내소’는 가져다 기르는 송아지를 가리키는 말인데, 이 송아지가 자라서 다시 송아지를 낳는다면 그 어미소는 진도 방언에서 ‘어시소’라 한다. 중세어에서 ‘어ᅀᅵ’는 부모를 ᄄᆖᆺ하는 말인데, ‘어시’는 이 ‘어ᅀᅵ’로부터 유래한 말이다. ‘쇠앙치가 쩔로 먼 데로 강께 어시소가 음메 하고 불릉구만 그라요.’와 같은 예에서 ‘어시소’의 쓰임을 알 수 있다.

⑫ 탈곡한 벼를 쌀과 뉘가 반반 섞일 정도로 찧어서 저장한 것을 진도 방언에서는 ‘뉩쌀’이라 한다. 쌀과 뉘가 섞여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전체 양의 절반 정도만 찧어 껍질을 벗겨 놓은 ‘뉩쌀’을 항아리에 저장해 두고 보관하는데, 밥할 때마다 나머지 반의 일부를 마저 찧어 쌀로 밥을 짓는 것이 진도 지역의 일반적인 밥 짓기의 방식이었다.

⑬ 진도 방언에서 쌀겨를 ‘느무깨’라 한다. 전라남도의 내륙에서는 ‘누까’와 같은 일본어를 쓰기도 한다. 표준어에서 메밀을 갈아 가루를 체에 쳐내고 남은 속껍질을 ‘나깨’라 하고, 체로 쳐서 밀가루를 뇌고 남은 찌꺼기를 ‘노깨’라 한다. 여기서 동사 ‘뇌다’는 “굵은 체에 친 가루를 더 곱게 하려고 가는 체에 다시 치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깨’는 체로 쳐서 남은 찌꺼기나 껍질을 가리키는 말에서 공통으로 들어 있는 말로서, 진도 방언의 ‘느무깨’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느무깨’의 ‘느무’는 그 기원이 분명하지 않다.

⑭ ‘졸리다’는 말을 진도 방언에서는 ‘자무롭다’라는 말을 쓴다. 전라남도의 내륙에서는 ‘잠오다’라는 말을 사용하여 진도의 ‘자무롭다’와 대립한다. ‘자무롭다’는 형태적으로 ‘잠’을 포함하는 것은 분명한데, 아마도 ‘잠 오르다’로부터 파생된 말로 추정된다.

⑮ 진도 방언에는 ‘철남하다’라는 말이 있다. 겨울철에 사용할 땔나무를 하러 가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서 ‘철나무하다’에서 줄어든 말이다. 진도와 같은 섬 지방에서는 땔나무가 귀하기 때문에 나무가 흔한 다른 섬으로 이동하여 며칠 동안 야영하면서 땔나무를 장만했다고 한다. 이러한 것을 ‘철나무한다’라 하는데, 이를 줄여서 ‘철남하다’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그밖에 ‘보’[=벌써], ‘설팍’[=사립문 밖], ‘꾀시럽다’[=꾀가 많다], ‘늑시근하다’[=늙수그레하다], ‘몽숭가리다’[=단단히 마음 먹다], ‘찍들다’[=끼얹다] 등의 낱말도 독특하다. 서북 전라남도에서는 ‘몽숭가리다’에 대해 ‘몽그리다’, ‘찍들다’에 대해 ‘찌클다’가 쓰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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