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0618 |
---|---|
한자 | 歲時名節-關聯-禁忌 |
영어의미역 | Taboo for Holidays of Times and Seasons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부산광역시 |
집필자 | 황경숙 |
[정의]
부산광역시 기장군·가덕도·두구동·산성 마을 일대에서 세시 풍속과 관련하여 특정한 행동을 꺼리는 일.
[개설]
세시 풍속이란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되풀이되는 의례적, 관습적 생활 행위를 말한다. 각 시기에 행하는 세시 풍속 속에는 특정한 행위를 금하는 금기(禁忌)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세시 풍속과 관련된 금기는 정월 초하루[설날]에서 정월 대보름, 그 사이 그 해 첫 12간지에 해당되는 날에 집중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는 새로 시작되는 한 해를 경사롭게 맞이하도록 하기 위하여 부정한 일을 금하고자 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시 풍속은 지역적 편차가 상대적으로 적은 민속 문화로 이와 관련된 금기 문화 역시 지역적 편차가 크지 않다.
[연원 및 변천]
세시 풍속과 관련된 금기의 연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다만 이수광(李睟光)[1563~1628]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 “신라 때 용은 능히 비를 일으키고 말은 능히 노역에 이바지할 수 있고, 돼지와 쥐는 곡식을 소모한다고 하여 매년의 첫 진일, 오일, 해일, 자일에 제사를 베풀고 기양하고, 모든 일을 금하고 서로 함께 놀고 즐기는데 이를 달도(怛忉)라 이른다.”라 한 것에 준하면, 세시 풍속과 관련된 금기는 이미 신라 시대부터 민간에 널리 형성되어 전승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대가 변화해 감에 따라 세시 풍속은 물론 관련 금기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내용]
세시 풍속과 관련된 금기는 주로 한 해가 시작되는 정초에 많이 형성되어 있다. 각 시기에 행하는 금기와 금기 위반 시에 나타난다고 여기는 나쁜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월 초하룻날[설날]에는 복이 달아난다고 하여 손톱과 발톱을 깎지 않는다. 이 날 여성들은 재수 없다 하여 남의 집 방문을 삼가며 바느질을 하지 않는다. 만약 바느질을 하거나 치마 주름을 잡으면 근심이 많아질 뿐만 아니라 생안손[생인손: 손가락 끝에 종기가 나서 곪는 병]을 앓게 되거나 일 년 열두 달 바느질을 하게 된다고 여긴다. 또한 이 날에는 집안의 복이 나가고 재수가 없게 된다고 하여 부엌의 재를 치지 않는다.
정초 12간지 가운데 쥐[子]날, 소[丑]날, 범[寅]날, 토끼[卯]날, 원숭이[辛]날, 닭[酉]날 등의 날에 주로 행하는 금기가 있다. 쥐날에 구멍을 뚫으면 집안에 복이 나가고 재수가 없다 하여 집안 어느 곳에서도 구멍을 뚫지 않는다. 소날에는 도마질, 방아 찧기, 바느질, 쇠붙이 연장을 다루는 등의 일을 하게 되면 소가 병이 나거나 발을 다친다 하여 금한다. 범날에는 남의 집에 가서 소변을 보면 우환을 당한다 한다. 토끼날에 여자가 집에 들어오면 해롭다 하여 여자가 출입하는 것을 금한다. 뱀날에 머리를 자르면 뱀에게 해를 입게 된다 하여 머리를 자르지 않는다. 원숭이날에는 재수 없다 하여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 닭날에 지붕을 이으면 닭이 지붕 위에 자주 올라간다 하여 지붕을 이지 않으며, 부녀자들이 바느질을 하면 옷 복이 없어진다 하여 이 날은 특히 바느질을 하지 않는다. 특이하게 산성 마을에서는 정월 초이렛날인 사람 날에는 절대 외박하지 않도록 하며, 여자의 출입도 금한다.
정월 보름날에는 다양한 금기가 형성되어 있다. 먼저, 음식과 관련된 금기로는 냉수를 마시면 그해 여름에 소나기를 만나거나 일 년 내내 안 좋은 일이 생긴다 하며, 반대로 뜨거운 것을 먹으면 그해 여름 더위에 견디기 힘들어지게 된다고 한다. 또한, 이 날 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을 금한다. 만약 물에 밥을 말아먹게 되면 기장군에서는 일 년 내내 물밥을 먹게 되거나 한 해를 허겁지겁 보내게 되고 그해 운수 역시 좋지 않게 된다고 한다. 두구동과 가덕도에서는 풀쐐기에 쏘이거나 몸에 비루가 오른다고 한다. 산성 마을에서는 여름에 소나기를 만나거나 더위를 타게 된다고 여긴다. 특히 가덕도에서는 이 날 누룽지를 먹으면 얼굴에 버짐이 생긴다 하여 누룽지를 먹지 않는다. 보름날에는 개에게 밥을 주지 않는데, 파리가 들끓거나 비루가 오르게 된다 하여 개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 한다[개밥 안 주기].
다음으로 집안일과 관련된 금기이다. 정월 보름날 방아를 찧으면 곡식이 튀어 나가는 수만큼 집안의 복이 나간다 하며, 바느질을 하면 손톱 밑에 가시가 박히거나 고름이 생기는 등 생손을 앓게 되거나, 소의 발이 가시에 찔리거나 다리를 절름거리게 된다고 한다. 또한 마당을 쓸면 복이 나간다 하여 마당을 쓸지 않으며, 빨래를 해서 널게 되면 나락이 하얗게 되거나 물러질 뿐만 아니라 참새가 나락을 다 까먹게 되어 그해 농사일을 망치게 된다고 한다. 물을 긷는 일 또한 금하는데, 이 날 물을 길으면 좋은 옷 입고, 먼 길 떠날 때 소나기를 만나게 되고, 칼질을 하게 되면 그해 손을 자주 베이거나 땅에 벌레가 끓어 농사를 망치게 된다고 한다. 이 날 문구멍을 막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유는 이 날 문구멍을 바르게 되면 몸에 부스럼이 생기거나 눈병이 나기도 하고 집안에 도둑이 들거나 복이 나가기도 한다고 여긴다.
마지막으로 기타 행위와 관련된 금기가 있다. 정월 보름날 맨발로 땅을 밟으면 한 해 동안 가시에 찔리거나 발이 아프게 된다고 하여 금하였다. 또한 머리를 자르거나 빗는 일도 금하였다. 머리를 자를 경우 메주를 쑬 때 메주에 머리카락 같은 곰팡이가 생기게 된다고 하며, 머리를 빗으면 머리에 이가 생기거나 자기가 죽을 때나 부모의 초상에 비가 오게 된다고 한다.
이월은 영동할미[영등할머니]가 지상으로 내려오는 달이다. 이월에는 땅을 파거나 혼사, 장 담그는 일을 기피한다. 이 달 땅을 파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뿐만 아니라 집안에 해로운 일이 생기게 되며, 혼사를 하게 되면 부부 금슬이 좋지 않게 되고, 결혼 생활에 풍파가 많이 생기거나 결혼 후에 남녀가 바람이 나게 되어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이 달 장을 담그게 되면 집안에 우환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삼월 초하루에는 부녀자가 남의 집에 가면 재수가 없다 하여 이 날 부녀자들의 출입을 금한다. 그리고 곡우(穀雨)에는 농사가 잘 안 된다고 여겨 부부 방사를 금한다. 오월 오일 단오(端午)에는 해롭다 하여 머리 깎는 일을 금하기도 하고, 오월에 서쪽으로 이사를 하면 살림이 줄어들게 되며, 이 달 솜옷을 꿰매면 집안에 아픈 사람이 많이 생기거나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하여 이사나 솜옷 꿰매는 일을 금하였다.
유월에는 혼사와 이사를 금하였다. 유월에 혼사를 치르게 되면 부부가 이혼하게 되거나 남의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고 한다. 또한 이 달 서쪽으로 이사를 하면 부정 타서 집안에 우환이 든다고 한다. 팔월에는 정월 대보름날과 같이 문이나 문구멍을 바르는 일을 금하였다. 왜냐하면 이 달 문이나 문구멍을 바르면 도둑이 들거나 해로운 일이 생기게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월 패일(敗日)[5일, 14일, 23일]에 지붕갈이를 하면 집에 불이 난다고 한다.
동짓날에 혹 탈상을 하지 않은 집에서 팥죽을 쑤게 되면 죽은 사람의 영혼이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게 된다 하여 상가(喪家)에서 팥죽 쑤는 일을 금하였다. 또한 이 날 부부가 방사를 하게 되면 슬하에 자식이 귀하게 된다고 여겼다. 한 해가 마무리되는 섣달에는 혼사를 기피하였는데, 이 달 혼사를 치르게 되면 부부 생활이 원만치 못하게 된다고 한다. 특히 섣달그믐에는 맨발로 다니는 일과 잠자는 일을 금하였는데, 맨발로 다닐 경우 발에 가시가 박히게 되며, 잠을 자게 될 경우 눈썹이나 머리가 하얗게 센다고 하였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세시 풍속은 재액(災厄)[재앙과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기 위한 민속 행사로서, 여기에는 각종 의례와 민속놀이와 관련된 많은 금기가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유월을 악달[惡月, 운이 나쁘거나 흉년이 드는 달]이라고 하여 사악한 기운과 잡신들을 물리치기 위한 각종 민속 행사를 거행하였다. 유월에 혼사와 이사를 금하는 금기는 유월에 대한 민속적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동짓날 상가에서 팥죽을 금하는 것은 팥의 붉은빛이 귀신을 쫓는다 하여 잡귀 잡신을 물리치는 민속과 밀접하다. 또한 섣달그믐에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금기는 이 날 몸속에 있는 삼시충이 옥황상제께 한 해 동안의 행적을 보고한다는 수세 풍속과 관련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