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데이터
항목 ID GC40000074
한자 大邱-
분야 문화·교육/언론·출판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대구광역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박주연

[정의]

대구광역시 중구에서 책과 문화를 판매하는 독립 서점.

[개설]

대형 서점조차 경영난에 허덕여 문을 닫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더 작고 영세한 동네 책방들이 용기 있게 문을 열어 불을 밝히곤 한다. 그 미약한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책방 문을 여는 손님들의 몫이다. 대구광역시에 작은 서점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책과 문화를 파는 곳]

한눈에 다 볼 수 있는 대형 서점과 빠르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인터넷 서점이 있어도 책을 읽는 사람들은 좀체 늘어나지 않았다. 기업형 서점과 메이저 출판사들은 읽어야 할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가며 흐름을 주도하지만 정작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 주는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 허전함을 비집고 대구광역시 곳곳에 동네 서점들이 문을 열고 있다. 동네에 서점이 하나 생겨난다는 것은 새로운 문화공간, 새로운 아지트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동네에 스며드는 책방들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들어서자마자 책방 주인의 취향을 바로 읽을 수 있다.

말하자면 책과 함께 책방 주인의 취향을 파는 곳이 독립 서점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취향이 맞는 이들은 책을 매개로 연대를 이룬다. 수수한 인테리어부터 큐레이션한 책의 목록까지 대부분 운영자와 닮아 있다는 점이 동네 책방의 매력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오롯이 느낄 수 있고 책이 적기 때문에 깊이 탐색할 수 있는 동네 서점은 저마다 특색 있는 컨텐츠를 동원하여 살아남고 있다. 감각적인 음악과 어울리는 그림의 전시, 청년 작가들의 플리마켓, 미니 강좌 등 책과 더불어 문화를 판매함으로써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대구광역시에는 2016년부터 독립 서점들이 조금씩 생겨나는 추세다. 2017년 4월부터는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11개 정도의 독립 출판 서점과 작은 출판사들이 ‘대책 마련’이라는 모임을 격월로 열고 있다. ‘대책’은 ‘대구 책방’의 줄임말로, 독립 출판 관련 분야에 대한 관객 참여형 토크 프로그램 ‘라운드 테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고민을 나누는 사람들이라서 저작권 관련에서부터 인쇄 공정에 관한 노하우 공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실질적인 대화가 오고 간다. ‘대책 마련’에서는 대구에 있는 독립 책방을 소개하는 ‘대프리카 북스토어 투어 맵’도 제작·배부하였다.

[대구 책방 열전]

[의미 있는 호작질, 더폴락]

동네 책방의 시조새라 불리는 곳이 대구에 있다. 여러 번 이사했지만 손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찾아낸다. 대구 독립 서점 1세대 ‘더폴락’은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계명대학교 입구에 있다가 북성로로 둥지를 옮겼다. 이사한 자리 역시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좀 더 안쪽 골목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아무리 이사를 다녀도 더폴락을 사랑하는 팬들은 숨은 서점을 찾아낸다.

현재 대구 중구 향촌동에 있으며 모텔 골목 안쪽이지만 호젓한 분위기의 마당도 있다. 더폴락은 ‘당신의 호작질[손장난]을 응원합니다’라는 모토로 시작했다. 평소 인디문화를 즐기던 최성·김인혜 씨 등 대학 동기 5명이 함께 2012년 10월 문을 열었다. 전국적으로도 독립 서점이 거의 없을 때였다.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더폴락의 기획력은 늘 앞서갔다. 주로 독립 출판물을 판매하는 더폴락은 페미니즘, 비건, 동물권, 젊은 여성작가 등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대구에 던지고 싶은 토론 주제들을 만들어 나갔다.

더폴락은 단순히 책을 팔지 않고 1년에 한 번씩 ‘아마도 생산적 활동’이라는 이름의 소규모 독립 출판 축제를 열고 있다. 책축제로는 모자라 ‘폴락이다’라는 이름으로 대구 지역 인디 뮤지션을 초청하여 공연과 토크콘서트도 열었다. 외국인의 방문도 잦은 더폴락은 2015년 더폴락협동조합을 만들고, 2016년에는 ‘대구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어 대구 시민들에게 더 다양한 독립 출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영화, 음악, 글쓰기, 책 읽기, 다큐멘터리, 시 낭독, 인문학 등 다양한 주제의 모임을 열고 있는 더폴락은 어느덧 서점을 넘어서서 예술과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청년들의 출판, 인쇄 등 창작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700여 팀의 독립 출판인과 거래하고 있고 1,500여 종의 출판물을 다루고 있다 보니 인쇄 기계까지 들여놓아 독립 출판의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어느덧 대구광역시 중구 북성로의 터줏대감이 된 더 폴락은 북성로 지도를 만들어 ‘북성로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북성로에 있는 독립 서점·독립 영화관·카페·북성로 공구빵집·북성로 기술예술융합소 등 북성로 일대의 핫플레이스 10곳을 모아 상생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인디음악과 독립영화를 좋아하여 문화공간을 만든 이들답게 더폴락은 앞으로 책방을 모티브로 한 음반을 만들고자 하는 등 의미 있는 '호작질'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책빵 고스란히]

비교적 최근인 2019년 11월 문을 연 ‘책빵 고스란히’는 이름처럼 책과 빵을 판매한다. 다만 지구 환경을 해치지 않고 고스란히 읽고 먹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생태, 환경, 비건, 노동 등의 주제가 서가를 이루고 있어 함께 사는 지구에 대한 애틋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판매하는 빵도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있어 맥을 같이 한다. 책빵 고스란히에는 혼자 방문해도 어색하지 않은 정서적 연대가 있다. 자신의 취향을 어루만지는 책방 자체에 대한 편안함과 더불어, 책방을 찾는 또 다른 손님들과도 알고 지낸 듯 목례를 주고받을 만한 유대감이 형성된다. 이승은·지은 자매가 운영하는 책빵 고스란히에서 언니는 책을 팔고 동생은 빵을 팔며 공존하고 있다. ‘건드리지 아니하여 축이 나거나 변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온전한 상태’라는 뜻의 고스란히는 가게의 인테리어에서도 묻어난다. 기부받은 종이가방에 책을 담아 주고, 화장실에조차 기부받은 손수건을 잘라두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책빵 고스란히는 대구광역시 중구 삼덕동의 다세대주택 반지하라서 굳이 여기라고 말해 주지 않으면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서점에 앉아서 통유리창으로 밖을 내다보면 신천대로에 피어난 꽃들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신천대로에 언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는 꽃씨들이 내년이면 더 큰 꽃밭을 형성하듯이, 신천대로 변의 책빵 고스란히가 심어 놓은 문화의 씨앗은 내년 풍경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만들어서 판매까지, 고스트북스]

2016년 함께 책을 펴낸 부부가 2017년 함께 책방을 차렸다. 남편은 글을 쓰고, 아내는 편집을 하는 김인철·류은지 대표는 대구광역시 중구 교동에서 독립 서점을 운영중이다. 책을 만드는 일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거진 만들기 교육도 진행한다. 매 기수 정원 8명으로 5주 동안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나가는 ‘진(Zine) 메이킹 클래스’ 교육과정이다. 마치 제과제빵 클래스에서 재료 마련부터 마무리 장식까지 배우듯 독립 출판물의 집필과 제작·편집·디자인·인쇄·출판·유통까지를 상세히 진행한다. 지역에서 독립 출판 모임을 주도하는 류은지는 2014년 이 모임을 만들었다. 수강생 각자 노트북 PC를 활용하여 책자 기획에서부터 제작에 이르는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독립 출판 과정을 수료한 후에 독립 출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최근에는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보는 ‘라이트 앤 드로잉’ 강좌도 마련하였다.

독립 출판물과 예술 디자인 서적을 주로 판매하는 고스트북스에서는 디자인과 예술 서적, 사회과학서, 인문서 등이 정성껏 큐레이션되어 있다. 20대와 30대 여성 고객이 많은 편이며 잠재 고객 유입을 위하여 소규모 전시, 북토크, 독서모임 등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그 덕분에 주중에는 주로 대구 시민들이, 주말에는 타지에서도 기꺼이 찾아온다.

운영자인 부부는 작가를 유령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여 책방 이름에다 유령[Ghost] 과 책[Books]을 포함하였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공간을 만들고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서 보니 ‘유령’ 같은 작가가 여기 저기에서 출몰하여 고스트북스에서는 여러 독립 출판물 제작자들이 교류하고 있다. 고스트북스에서는 독립 출판물이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서점에 비하여 책 소개에 정성을 기울인다. 격월마다 특정 주제를 정하여 집중적으로 책을 소개하기도 한다.

고스트북스의 표현대로라면 책을 매개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선량한 유령이 대구광역시 중구에 있다.

[언니네 책방 느낌, 차방책방]

독립 책방 가운데 하루 12시간 문을 여는 곳으로 ‘차방책방’을 들 수 있다. 2016년 여름, 자매가 함께 시작한 차방책방은 대구광역시 중구 종로1가에서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열려 있다. 피아노를 전공한 뒤로 공연 기획자로 활동하였던 언니 이재은이 책방을 운영함에 따라 문학을 비롯한 문화예술 쪽 도서 큐레이션을 책임지고 있다. 또한 심리학을 전공한 뒤 바리스타가 된 이재진이 차방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차방책방은 대구 작가들의 책을 정성껏 모아 들여놓고 있으며, 한때 선풍적이었으나 지금은 시들해진 문예지에 대한 애정도 듬뿍 담아내고 있다. 굿즈 코너로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가들의 그림을 액자처럼 걸어 놓아 마음에 드는 이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대구의 심야 책방 중 하나로도 이름난 차방책방은 밤새 책을 읽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도심 한가운데서 새벽에 책 읽는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차방 책방을 찾는 이들은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서점이라는 공간에서의 경험을 소비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독립 책방을 떠나 그저 동네 책방이기를 희망하는 차방책방은 이미 동네에 자연스레 스며든 모습이다.

[사라지는 책방, 생겨나는 책방]

자본이 휘두르는 권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저항은 서점·출판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권위 있는 공모전에서 등단을 한 뒤 이름 있는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는 것이 유일하게 작가가 되는 길이라 믿던 풍토도 사라지고 있다. 직접 쓰고, 직접 만들어, 직접 판매에 나서는 독립 출판 문화는 서점·출판계에 새로운 길을 열었고, 동네 책방일수록 이 작은 길에 동참하였다. 기존 출판 시장에서 책을 만들지 않고 개인이나 소규모 모임에서 직접 책을 출간함으로써 주류의 체계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점이 작은 책방들이 생존하는 법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독립 출판은 작가 개인이 기획에서부터 디자인과 인쇄, 유통까지를 직접 독립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출판과 차이를 보인다. 독립 서점 역시 가게의 이미지와 판매할 책, 어울리는 문화이벤트 등을 직접 모색해야만 한다. 내 취향대로 만든 책, 독립 출판물은 내 취향대로 책을 팔고자 하는 동네 책방들의 주된 소재가 되어, 진짜 읽고 싶은 책을 찾아 헤매는 마니아들을 공략하고 있다. 소위 말해서 ‘교보나 영풍에서 팔지 않는 책이 거기 있더라’는 자부심으로 동네 책방은 문을 여는 것이다. 덕분에 기성 출판사들의 뻔한 콘텐츠에서 벗어나 디자인에서 유통까지 소소하고 앙증맞은 책들이 동네 책방에는 수두룩하다.

야심찬 기획으로 새로운 문화를 주도하던 책방들은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기도 한다. 2016년 8월 공평네거리 인근 건물에 문을 연 ‘스튜디오콰르텟’은 편안하게 북맥을 즐길 수 있는 개성 있는 카페형 서점이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대형 서고가 인상적인 콰르텟에서는 소규모 영화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 파티, 플리마켓 등이 이어졌고 중앙도서관 인근의 건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또한 대구광역시 수성구 지산동에 있던 ‘책의 집’은 인문도서를 수집·전시하여 판매하는 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으나 경영난으로 북카페로 변모하였다. 그럼에도 책을 파는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소품과 헌책, 독립 출판물로 채워진 서점 ‘곁에 둔 책, 방’은 대구광역시 중구 삼덕동에서 인테리어 소품부터 일러스트 작가들이 제작한 문구, 목공예 제품 등을 함께 판매하였으나 역시 경영난에 문을 닫고 말았다.

작은 책방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사례는 이제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다른 책방이 문을 연다는 사실이 새롭다. 동네 서점의 꿈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서점 문을 여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점 하나가 문을 여는 것이 동네를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 어느 동네 책방 SNS 게시판의 글이 말하여 주고 있다.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사셨군요. 당신은 동네에 영혼을 불어넣으셨습니다.” 대구광역시 시민들이 책방을 지켜 줄 때, 대구의 책방들이 대구를 지켜 주는 상생이 가능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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