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2170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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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避難文學 |
영어의미역 | Evacuation Literature |
이칭/별칭 | 전쟁 문학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문재원 |
[정의]
1950년대 초반 피난지였던 부산 지역에서 이루어진 문학 활동과 창작된 문학 작품.
[개설]
작가가 6·25 전쟁 그 자체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면서, 피난지에서의 직·간접적인 체험을 쓰고 전시의 지면에 발표한 문학을 지칭한다. 다만, 전시라는 특이한 상황을 감안해서 전후라 하더라도 피난지의 경험을 주제화 한 작품도 포함시킨다. 부산 피난 문학의 경우 피난지 부산에 한정한다.
[문단]
6·25 전쟁기 피난지 부산은 삶의 막다른 골목이자 새로운 삶을 재편하기 위한 장소였다. 문학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6·25 전쟁 당시 부산은 임시 수도로서 서울 중심의 문학 제도와 소통 체계가 옮겨와 신문 잡지 단행본의 발간과 유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 본부가 들어서 가장 큰 대규모로 피난 문단이 형성되었다. 더욱이 전쟁으로 인해 임시적으로 재편된 피난 문단은 부산 지역뿐만 아니라 진주, 마산, 밀양 등의 인근 소지역 문학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피난 문단의 형성과 문학적 분위기에 힘입어 이후 경남, 부산 지역 문학을 성장시키는 주요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6·25 전쟁기 부산에서 전시 문단을 형성했던 문인은 대략 100여 명에 달한다. 김말봉(金末峰)[1901~1962], 김정한(金廷漢)[1908~1996], 이주홍(李周洪)[1906~1987], 오영수(吳永壽)[1914~1979], 유치환(柳致環)[1908~1967], 이형기(李炯基)[1933~2005], 조향(趙郷)[1917~1984] 등 이미 부산에 거주하고 있던 문인들 외에 외부에서 유입된 작가는 김광균(金光均)[1914~1993], 김동리(金東里)[1913~1995], 박인환(朴寅煥)[1926~1956], 박종화(朴鍾和)[1901~1981], 안수길(安壽吉)[1911~1977], 이봉구(李鳳九)[1916~1983], 정운삼(鄭雲三)[1925~1953], 정한숙(丁漢淑)[1922~1997], 조병화(趙炳華)[1921~2003], 조연현(趙演鉉)[1920~1981], 한무숙(韓戊淑)[1918~1993], 허윤, 황순원(黃順元)[1915~2000] 등이 있다.
[문예 매체]
지역 신문 『부산 일보』, 『국제 신보』, 『자유 민보』, 『민주 신보』와 중앙지 『서울 신문』, 『경향 신문』, 『동아 일보』, 『조선 일보』, 『연합 신문』, 『평화 신문』 등이 부산에 발행소를 두고 복간, 속간되면서 발표 지면이 확보되었다. 신문 매체는 주로 시, 동시 작품들의 발표 지면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신천지』, 『자유 세계』, 『문화 세계』, 『신사조』, 『신생 공론』, 『사상』, 『도덕』, 『창건』, 『월간 스포-쓰』, 『정경』, 『대한 행정』, 『전우(電友)』, 『청춘』, 『바다』 등의 종합 교양지가 부산에서 발간되었고, 순문예지로 『신조(新潮)』와 『주간 문학 예술』 등이 대표적이었다.
[문학 작품]
작품 안에서 피난지의 경험을 다루고, 그 피난지의 주요 무대가 부산 지역에 한정되어 있는 작품을 일차적으로 말하지만, 당시의 여러 상황상 전시의 지면에 발표하지 못한 작품도 있다. 작품의 구상과 무대가 단순히 작품의 배경이나 소재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전쟁기 피난의 경험을 핍진하게 다루면서 전쟁, 피난의 상황이 주제화된 작품들을 포함시킬 수 있다. 이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피난살이의 고통과 절망, 허무 의식을 보여 주면서 생의 의지를 역설적으로 갈구하고 있다. 시와 소설을 중심으로 개략하면 다음과 같다.
시 장르의 특성상 시가 발표되는 매체는 소설보다 폭이 훨씬 넓었다. 유치환, 설창수, 이경순, 정진업, 노천명, 윤석중, 이설주, 장만영, 조병화, 김차영, 박인환 등의 피난 온 시인들과 윤재원, 김월, 손동인, 박문하, 이형기, 고운환, 정용하, 윤재원 등 경남 부산 지역의 시인들이 시와 동요를 발표했다. 시의 경우, 승전 의지를 고취하거나 참전을 독려하는 전쟁시와 피난 지역에서의 생활에 대한 묘사, 전쟁의 비극을 내면화한 시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한편 당시 주목할 수 있는 시 동인으로 김경린, 박인환, 김규동, 조향, 김차영, 이봉래 등이 참여한 한국 모더니즘 시의 축인 ‘후반기’ 동인이 부산에서 결성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1953년 서울 환도기에 해체되었다.
소설 작품을 보면, 부산의 피난 경험을 다룬 소설에는 김동리, 황순원, 손창섭(孫昌涉)[1922~2010], 이호철(李浩哲)[1932~]의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은 공통적으로 이북이나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난 온’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피난지 부산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려 내고 있다. 피난의 유형이 단독자 혹은 가족에서 미혼의 청년, 기성세대 등으로 다양하다. 이러한 유형에 따라 피난지의 공간과 관계 맺는 방식도 상이하게 나타난다. 피난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가, 상실과 자책을 동반한 고통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가, 새로운 휴머니즘을 발견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피난 문학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김동리의 「밀다원 시대」[『현대 문학』 4, 1955]이다. 이 작품은 1951년 중공군의 서울 함락으로 1·4 후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피난 온 문인들의 일상과 내면 의식을 섬세하게 그려 냈다. 전쟁 속에서 작가가 겪은 시련과 아픔을 휴머니즘의 차원에서 탐색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창섭의 「비오는 날」은 1953년 장마가 계속되는 여름 동안 피난 온 세 젊은이가 부산에서 겪는 이야기다. 동래를 배경으로 전쟁기의 부산을 자기 소멸과 불안 의식의 폐쇄된 공간으로 묘사하면서, 사회적 공황과 내면적 파탄이라는 세기말적 징후와 영합하고 있는 전쟁 문학의 핵심적인 모티프를 제공하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호철의 「탈향」은 1·4 후퇴로 부산까지 내려온 네 젊은이들이 ‘초량 제 3부두’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생존기다.
김동리, 손창섭 등이 피난기의 착잡한 내면세계에 초점을 두고 어두운 세계상을 그려 내었다면, 이에 비하여 황순원은 피난지의 공간을 역설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부산에서 발간된 「곡예사」[『문예』1, 1952]는 당시 부산의 피난민이 모여 살았던 토성동, 남포동, 자갈치 등지를 배경으로 한다. 부산으로 피난 온 여섯 식구의 가족이 세 부류로 흩어져 살게 된 피난 체험을 다루고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전쟁 때문에 가족을 책임질 수 없게 된 피난민 가장의 비참한 상황을 해학적으로 그려 내면서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심성을 통해 극한 상황을 극복하는 희망의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